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27화
“역시 선배 정도 기수가 되면 검술의 수준이 저희들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그 정돈 아니야. 이 정도는 누구나 할걸.”
그건 어떠려나.
설정대로라면 그녀의 가문인 벨케닐 후작가 역시 대대로 뛰어난 무인을 배출한 명가.
요컨대 검술계의 서러브레드.
“선배의 검을 보니 저도 왠지 모르게 검을 쥐고 싶을 정도인데요. 자, 포션 받으시고.”
“후후후……. 그럼 한번 후배도 검 배워 볼래?”
내가 던진 스태미나 포션을 가볍게 받아서 비우고는 리제타 선배는 내가 하는 아부를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지금은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검술까지 소화할 정도는 아닌 거 같아서요.”
“흐음~. 의외로 시작하면 제대로 할 거 같은데?”
반쯤은 띄워 주려고 한 말인데, 진심으로 듣는군.
리제타는 빈 포션병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나를 진지하게 살펴본다.
“흐으음? 후배는 의외로 마법사치고는 튼실하잖아.”
“사람 팔뚝을 보면서 말씀하시니 어쩐지 근질거리네요.”
“평소 단련이라도 하나 봐? 뭘 해?”
아뇨. 간식 먹고 자고, 서큐버스랑 놀고 자고, 요즘 가끔 놀러오는 고양이 귀 정령사랑 놀고 또 잡니다만.
정확히는 레벨과 스킬빨로 만든 몸입니다만.
“의외로 부지런하구나.”
“……자주 듣는 말이죠.”
양심이 찔린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이미지가 멋대로 만들어진 거 같아서 후환이 걱정되는군.
……딱히 상관없겠지?
“그렇게 말해도 후배, 너 실력은 꽤 있잖아?”
오러 유저와는 단련 체계가 다른 마법 클래스인데도 가늠할 수 있다는 건가.
“흐음……. 어떨는지요. 뭐,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음에 나타나는 몬스터는 제가 한번 처리해 보겠습니다.”
슬슬 나만 놀고 있는 것도 어쩐지 좀이 쑤시고.
거기에 조우하는 몬스터의 수준도 점차 올라간다. 숫자도 늘어나고.
점차 보스 방에 다가가기 때문이겠지.
“슬슬 빡세게 가야 할 거 같으니까요.”
한 번 정도는 말만 번지르르한 후배가 아닌 걸 보여 줘야겠지.
“마침 오는군요.”
딱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한다.
바위로 구성된 오거가 세 마리.
추정 레벨은 14 정도 되려나.
“단단해 보이네. 역시 저것도 내가 처리할까?”
“아뇨,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마법사가 있는 겁니다만.”
본격적인 검술을 봤으니.
선배에겐 본격적인 흑마법을 보여 줘야 공정거래라고 할 수 있겠지.
거기에 슬슬 후배 구실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편한 것도 나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내 존재감을 보여 주지 않으면 의견을 내기도 어려울 테니.
“단숨에 쓸어버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여유롭게 나선다.
체내에 저장된 마나를 끌어올려 서클을 회전시킨다.
서클 세 개를 전부 풀로 가용한다.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를 전부 끌어올린다.
쩨쩨하게 아끼진 않아.
당연히 몬스터 역시 놀고 있진 않는다. 피어오르는 내 마기를 어떻게 여긴 것인지 으르렁거리며 나를 향해 달려들지만.
“어림도 없단다. 야만스러운 괴물아.”
에밀리에게 막혀서 저지되어 튕겨 나간다.
기본적으로 사역마의 역할은 마법을 캐스팅할 때의 술자의 빈틈을 메워 주는 것.
에밀리가 견제 삼아 퍼붓는 검은 뇌격이 몬스터의 발을 묶고.
나는 첫 번째 마법을 가동했다.
-검은 진흙의 손.
마법을 영창하자, 몬스터들의 사이에서 튀어나온 검은 진흙의 팔이 녀석들을 붙잡아 끌어당긴다.
홀딩 마법은 참 편리하지.
우선은 적당히 모아 둬야지.
단 한 발로 끝내려면 가능한 집약시켜 두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흑염멸옥탄.
3서클 화염 속성의 흑마법.
2서클 흑염탄의 상위 호환 격 마법이자 좀 더 넓은 범위의 대미지를 자랑하는 마법이다.
게임을 하던 시절에도 흑마법 클래스의 캐릭터를 육성할 때 자주 써먹던 것이지.
초반 몰이사냥에 아주 탁월하거든.
“전부 태워 버려라.”
내 키의 절반 정도 크기의 검은 화염구가 생성되어 손짓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몬스터들이 얽혀 있는 지점의 정중앙.
콰아아아아앙!
검은 폭염의 돔이 퍼져 나가며 몬스터들을 삼킨 뒤에 다시 추가로 폭발이 일어난다.
솟구치는 화염과 함께 몬스터가 재가 되니 열기를 품은 마정석이 굴러다니며 천천히 식어 간다.
역시 마법은 모아 놓고 한 방에 터트려 일소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기 마련.
“와아……. 화려하네.”
그 광경을 보고 감탄의 시선을 보내는 리제타를 향해 힐끗거리며 자랑스레 묻는다.
“뭐……. 마법도 쓸 만하죠?”
조금 전까지 보여 준 검술에 맞먹는 볼거리가 되었을지는 모르겠군.
검술도 지원을 위한 마법의 역량은 충분하다.
참으로 순조롭기 그지없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문제없이 목적지에는 도달할 것이다.
* * *
던전 출현이라는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침은 이것이다.
철저한 봉쇄.
몬스터들이 던전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요격하면서 던전에 눈이 먼 인간이 뛰어들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을 막으라는 지침.
거기에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의 아카데미다.
학생들 중에는 현역 병사에 준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과 경험을 가진 이도 있고, 우수한 교수도 있다.
몬스터들이 아카데미의 부지를 벗어나 시가지까지 나가는 사태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때,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몬스터들이…… 돌아가고 있어?”
던전의 안정화를 방해하는 이들을 없애기 위해 흉포하게 으르렁거리던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숫자가 꽤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
“……몬스터들이 던전을 보고 있나?”
몬스터들은 마치 부름이라도 받는 것처럼 던전의 입구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난처하군. 몬스터들이 날뛰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현상은 들은 적이 없는데.”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교수들도 혀를 찼다.
“우선순위를 바꾼 건가?”
“설마…….”
“그러고 보니 말려든 학생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추측만이 오갈 뿐, 어느 누구도 상황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던전의 입구가 드러난 방향을 보며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 * *
공략하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내 기억대로의 루트가 확실하다면 곧 던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보스 방에 돌입할 것이다.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만일을 위해 안쪽을 엿보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응, 그러기로 했잖니.”
“혹시라도 보스 방 안으로 먼저 들어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특히 거울 같은 게 근처에 있다면 눈도 마주치면 안 되고말고요!”
“으, 응…….”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는 리제타를 향해 나는 거듭 말했다.
‘리제타를 설득해서 그 거울만 못 보게 하면 돼.’
내가 먼저 들어가서 처리해 버리든가 악마인 에밀리를 시켜서 깨 버리게 하는 등의 방법을 쓰면 될 것이다.
“시안, 굳이 네가 초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던 에밀리가 내게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내 행동에 위화감을 느낀 듯 묻는다.
“순조롭잖니.”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촉이 안 좋아.”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잘 풀린다.
《목표 : 게이트에서 출현하는 몬스터의 수를 줄여 주십시오.》
《토벌률 : 46%》
바깥에서는 순조롭게 유출된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토벌 속도를 미뤄봤을 때 우리가 던전의 끝에 도착하는 게 더 빠를 것이고.
몬스터는 강하지 않았고, 포션의 잔량에도 여유가 있어서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분명 2페이즈의 스킵 루트는 게임 당시에도 제대로 존재했던 사양이야.’
하지만 본래 그건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이다.
현재 주인공은 던전 밖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저지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겠지.
지금 이 상황은 제3자에 의한 개입으로 잘 풀리는 셈.
‘그것을 운명인지 뭔지가 과연 허락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과연 그것을 이 세상이 허용할까?
그렇지 않다면, 대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쿠구구구궁.
“……뭐? 지진이야?”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이었다.
지진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던전은 바깥의 지각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아…… 시안. 혹시 네가 아는 미래에 이런 상황도 있었니?”
“뭔데?”
“몬스터가 전부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네.”
에밀리는 장난기마저 사라진 목소리로 경고했다.
던전이 흔들릴 정도로 많은 수의 몬스터라니…….
“설마 바깥의 몬스터를 던전 안으로 불러들이는 건가?”
게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사태.
“후배? 어떻게 된 일이야?”
“……선택해야겠네요. 이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튈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지요.”
아직 사태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리제타는 내 말에 주저 없이 앞을 보려 한다.
그래도 나아가겠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있잖습니까. 선배.”
만일을 위해 내가 무언가 언질이라도 해 둘까 하고 입을 열 때였다.
쿠구구궁!
본격적으로 던전이 흔들렸다. 몬스터의 발소리 때문이 아니다.
“시안! 위!”
에밀리의 경고.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막 생성된 몬스터가 내려치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둔기.
“큭!”
그것을 피해 나와 리제타는 각각 몸을 날려 간신히 벗어났지만, 그 순간 나는 혀를 찼다.
반사적으로 피했기에 지금 나와 그녀는 멀찍이 떨어지게 됐다.
콰앙!
천장이 무너진다.
마치 일부러 그녀와 나 사이에 벽을 쌓듯 무너진 바위가 둘 사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이렇게까지 나오기냐!’
어디에 항의를 하면 되는 거냐.
“리제타 선배! 절대로 그 앞으로 가면…….”
내가 외치지만, 그보다 완전히 무너져서 벽이 쌓이는 게 더 빨랐다.
“젠장!”
흑염탄을 퍼부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하물며 굴착을 할 여유도 없으리라.
던전의 붕괴와 함께 출현한 대형 몬스터가 이쪽을 노려본다.
거기다 저 뒤쪽에서는 다수의 몬스터가 밀려들어 오고 있었으니.
저것들을 상대하며 막힌 통로를 뚫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그사이에…….
“시안! 물러나야 해!”
에밀리의 경고를 들으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운명이라는 거냐.’
주인공이 아니고서야 보스 방으로 나아가는 건 허락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 * *
“시안!”
리제타는 무너진 벽 너머에 있을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검을 휘둘렀다.
강고한 오러를 두른 두 자루의 칼날이 연거푸 바위를 긁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던전의 지형지물은 어지간한 철보다도 단단하다고 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침착하게 생각해야 해…….’
리제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너머의 상황은 알 수 없다. 두드려 보아도 외쳐 보아도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어?’
던전은 공략을 마치게 되면 사라진다.
공략을 마치고 보상을 손에 넣은 순간, 몬스터는 사라지고 던전의 구조물도 소멸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나아가야 해.”
리제타는 검을 고쳐 쥐고는 나아갔다.
시안은 그녀 혼자서 돌입하는 것은 절대 자중하라고 말렸었다.
뭔가 절실해 보였고, 그가 그러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기에 순순히 수긍했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어.’
주저하다가는 그 소년이 위험할 것이다.
‘그래, 그 정도도 하지 못하고서야…… 가문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리 없어.’
던전은 시련이라고 하였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시련을 넘어야만 이곳을 정복했다고 인정받게 된다지.
‘할 수 있어.’
아니, 하지 못하면 안 된다.
책임감에 이를 악물며 리제타는 앞으로 나아갔다.
곧 그 끝에 달하는 문이 보였다.
여러 복잡한 무늬가 새겨진 거대한 황금의 문.
틀림없다.
“……던전의 끝.”
던전을 공략했던 선구자들이 남긴 구절을 읽고 머릿속에 새겨 두었다.
‘던전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웅장하고도 거대한 황금의 문일지어니…….’
‘그 문에 걸맞은 무게의 위업을 보이는 자만이 살아남을지어다.’
“……할 수 있어.”
리제타는 문에 손을 대었다.
어떻게 이 거대한 문을 열어야 할지 난처했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문이 열린다.
마치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처럼.
“들어갈 수 있어!”
(어리석은 자여.)
(그대의 욕망과 각오를 이 자리에서 증명하라.)
환청이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현혹시키는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거울?”
거대한 방의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은 거대한 거울.
‘보물…… 은 아니겠지?’
잘 모를 땐, 일단 부숴 버리는 게 상책이다.
리제타는 검을 겨누며 오러를 가다듬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단숨에 베어 버릴 채비를 마쳤을 때였다.
두웅.
거울의 표면이 떨리고 있다.
‘역시 저게 이 던전의 몬스터?!’
거울의 표면이 물결치더니 무언가가 비친다. 그것을 응시한 리제타는 놀라움에 그만 두 눈을 부릅떴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