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39화
“이 열쇠가 우리 상회의 창고에 처박힌 건 1년…… 전쯤인가? 아, 맞는 모양이네.”
기록을 확인해 보며 리넬은 그 열쇠에 대한 설명을 계속하였다.
“어느 미술상에게서 차압한 게 이것이었는데, 정작 우리 쪽에 있는 마법사도 이것을 감정해 내지 못했어.”
아는 것은 아티팩트의 일종이라는 것.
하지만 효과는 불명.
해체를 해 보려 시도해 봤지만 쉽지 않았고, 상품을 훼손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그대로 창고에 처박아 두었다.
음, 내가 아는 대로군.
“굳이 억지로 감정하여 파손시킬 바에야 적당한 미술품으로서 취급할 생각이었거든.”
용도 불명의 아티팩트도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할 일 없어 한가한 귀족들.
아티팩트의 대부분은 쓰지 않더라도 나름 공들여 세공하여 장식해 둔 게 많기 때문에 걸어 두기만 해도 폼이 난다고 한다.
“쉽게는 팔 수 없어. 단순히 미술품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크셀페리드’의 직인이 찍힌 물건이란다.”
“하긴 값이 싸지는 않겠군.”
크셀페리드.
제국이 건국되기 이전부터 활동했다고 여겨지는 최초의 마법사.
지금의 공용 마법.
당시에는 백마법이라고 일컫는 마법 체계의 기틀을 쌓은 위대한 마법사.
그의 이름이 찍힌 가짜들이 도처에 널렸지만, 그 열쇠에 찍힌 직인만큼은 진짜였다.
그러니 용도를 모르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소장할 가치는 있으리라.
“혹시 물어보는데 얼마지?”
“금화 450개.”
“오우…….”
더럽게 비싸!
“그 대마법사의 이름이 찍혀 있는 미술품치고는 싼 거지.”
쉽게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모양이군.
아마 리넬은 내가 이것을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쯤은 짐작했으리라.
“다른 좋은 물건도 얼마든지 추천해 줄 수 있는데, 어떨까?”
권유, 라기보다는 유혹.
하지만 아양이라기보다는 더욱 고고하게.
그녀가 내게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닌, 내가 환심을 사도록 만들려는 듯.
“좋은 물건이라…….”
“달리 권해 주고 싶은 건 많아. 소년.”
당당하게 권할 만한 것이듯, 그렇지 않은 것이든.
약이든. 술이든. 혹은 여자든. 무엇이든 대가를 받고 넘겨준다.
그것이 암시장의 로망.
“뭐든 말만 하렴……. 물론 대가는 필요하겠지만.”
마치 뼛속까지 발라먹을 것 같은 욕심.
제국의 아카데미 출신의 유망주를 고객으로 둔다는 것은 오랫동안 이용해 먹을 게 많으니.
금전적인 의미뿐만이 아니라, 인맥이든 실력이든 혹은 인간 그 자체든.
“굳이 무리해서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조금 이야기라도 나눠 볼까?”
천천히 여유롭게 뻗어 오는 그녀의 손길이 내 무릎 위에 살짝 닿기도 전에.
“……같잖네.”
마치 파리라도 떨쳐 내듯 어이없어하는 투로 에밀리가 가볍게 그 손끝을 막았다.
“질투라도 하는 걸까? 거기 아가씨는?”
“분수도 모르는 말이나 지껄이긴.”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말투.
“천박한 방식으로 내 주인을 건드리게 두는 건 내게 있어서도 모욕이나 마찬가지란다. 유혹하는 법도 모르는 계집.”
“……그런 말을 듣긴 처음이네.”
폭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에밀리의 말투에 리넬은 잠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분노하지는 않는다.
쉽게 도발에 넘어가는 인간은 아니라는 뜻.
“뭐, 에밀리의 말은 제쳐 두고 나도 댁의 방식에는 조금 실망했어.”
조금 전 나를 꼬드기는 척하며 리넬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당연히 모르진 않았다.
“설마 밀리켈 후작가의 번성이 그런 싸구려 매료로 이뤄진 건 아니겠지.”
“싸구려…….”
모욕이나 다름없는 말에 씁쓸해하면서도 동시에 정곡을 찔린 듯 놀란다.
리넬 밀리켈.
그녀에게는 가문에서 대대로 물려받은 밀리켈가 인간 특유의 특기가 있다.
매료.
인간이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장악하고 사고를 둔하게 만드는 매료의 마안을 타고난 일족.
“역시 통하지 않는구나.”
“흑마법사니까.”
기본적으로 상태 이상의 내성치가 높은 게 흑마법 클래스.
하물며 서큐버스인 에밀리와의 계약으로 매료에 한해서는 특히 내성 수치가 높았다.
만약 걸리더라도 에밀리가 눈치채고 끊어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그쪽 언니도 단순한 시종은 아닌 모양이고.”
나는 제쳐 두고 에밀리까지 넘어가지 않은 시점에서 어느 정도 정체는 가늠해 두고 있으리라.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사과할게. 시안. 네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더는 이런 짓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상관없어.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등쳐 먹는 건 불가능하니.”
“네 장래가 기대되는 건 이해했어. 하지만 그 열쇠의 거래는 별개의 이야기야.”
“떼를 쓸 생각은 없어.”
원래부터가 그 아이템은 당장 손에 넣기에는 이르다.
결국은 적절한 대가가 필요하다.
금화가 조금 모자란다면.
“몸으로 때워야겠지?”
이상한 소린 아닙니다. 쓸데없는 거 상상하지 마세요.
“유감이지만 여긴 싸구려 식당이 아니란다. 잡일 정도로 때울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러니 그쪽이 혹할 만한 대가로 때우도록 하지.”
무엇을 이용해야 거래에 넘어올까.
자알~ 알고 있지.
애초에 크셀페리드의 열쇠의 가격은 게임 당시의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정상적으로는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내가 모를 리가 없잖은가.
당연히 본론은 지금부터 제안할 대가에 관한 것이다.
“이봐, 암상인 누님? 흑마법사의 지혜와 능력이 필요하지 않으신지?”
“무슨 뜻이야?”
노골적으로 그 뜻을 내비치자 리넬의 표정에 조금은 동요의 빛이 어렸다.
* * *
암시장과 관련된 퀘스트는 존재한다.
특히 이 시기에 어떤 서브 퀘스트가 발생할지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꿰뚫고 있었다.
이들 퀘스트 중 암시장에서 거래를 위한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크게 관여할 퀘스트가 있었으니.
“이런 시장을 경영하면 이래저래 머리 아플 일이 많겠지?”
“……하고 싶은 말이나 어서 해.”
“그럼 까놓고…… 최근 슬럼가를 어지럽히는 괴인. 제가 찾아내서 대신 처리해 줄 수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리넬의 안색이 변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여유를 잃지 않던 암시장 여주인의 눈매가 매섭게 가늘어진다.
“누구에게 들었어?”
“슬럼가는 다른 건 제쳐 두고 입이 가벼운 게 문제야. 특히 살인이나 그런 쪽 사건에 관해서는 말이지.”
슬럼가가 치외법권이라고는 하지만 나름의 질서는 존재한다. 특히 폭력, 살인 등은 의외로 그들의 통제하에 놓였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그 균형을 깨뜨리는 사건이 일어났으리라.
“괴인 하나가 출현했다던데.”
“…….”
연속되는 살인.
다만 단순한 광인의 소행이라면 그녀가 굳이 눈살을 찌푸릴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쯤이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을 테니.
그런 밀리켈 상회에서도 애를 먹고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상당히 골치 아픈 힘을 가진 괴인이라지? 무려 끔찍한 마기를 흩뿌리고 다니는 괴물이니까.”
현장에 남는 것은 노골적으로 탁한 마기의 잔여.
“유난히 암시장에서 신경을 쓰는 괴인……. 혹시 이곳과 관련된 놈이 아닌가?”
“말해 봐.”
“우선 사악한 기운을 노골적으로 풍기고 다니는 놈을 굳이 댁들의 손으로만 처리하려고 끙끙거린다는 점.”
“…….”
“알잖아? 이런 건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될 텐데. 도움을 청할 분들은 꽤 있을 것 같은데.”
보통은 제국의 치안은 슬럼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도 썩은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 온 건지도 모르는 광인이, 그것도 괴물이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당연히 개입할 것이다.
“하지만 왜 멋진 기사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간단하지.”
해답은 정해져 있지.
“그 괴인이 댁들 장사판에서 기어 나온 놈이라는 겁니다.”
정확히는.
어떤 실수를 한 암상인이 궁지에 몰려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암시장의 상품 중 가장 위험하고 극비로 거래되는 것.
경매품에 손을 댄 것이다.
“여기엔 별별 물건이 다 있겠지? 그런 괴인쯤이야 충분히 나올 만한 것도 있을 법한데.”
정확히는.
암맥(暗脈)의 보옥.
출처 불명의 기이한 마기를 피워 올리며 함부로 손을 대면 끔찍한 최후를 부른다는 보석이다.
무슨 생각인지 그 상인은 그 위험한 상품에 손을 대었고, 끔찍한 말로를 맞이했다.
혼과 육신이 붕괴되고 그대로 녹아 버리면서 불길한 살육만을 반복하는 괴인이 되어 버린 것.
내가 아는 건 일단 이 정도뿐.
게임 당시에 퀘스트의 서술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놈이 이곳의 소속이었다는 것.”
원인은 밀리켈 상회 쪽에 있었다.
“치외법권이라고 제국이 무시해 주는 것도 어느 정도 한도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 괴인의 존재는 그 선을 넘을 좋은 구실이 되겠지.”
그렇지 않아도 이들은 적이 많다.
암시장의 수요가 존재하기에 밀리켈 상회도 건재하는 것이지만, 달리 말하면 이들의 뒤통수를 노리는 자들도 있지.
구실이 있다면 개입할 핑계가 되리라.
출신이라든가 이들의 장사 윤리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한번 덜미를 잡히면 그 뒤에는 마구잡이로 파헤쳐질 테니.
“일단 이 시점에서 틀린 것은 얼마든지 정정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용케 거기까지 알고 있네.”
모르쇠로 허세를 떨어 봐야 소용없으리라고 직감했는지 리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면서 잘도 그 말을 입에 담는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적절한 대가를 약속해 준다면 내가 놈을 찾아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 줄 수 있어.”
“의뢰라는 거구나.”
“보수로는 어떤 물건에 대한 선심 쓴 할인이면 충분해.”
그냥 거저 달라고 하는 게 덜 얄미울지도 모르겠지만.
“해내지 못하면?”
“내 신뢰만 잃을 뿐. 댁이 하찮은 사기꾼에게 더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되지.”
물론 그 정도로는 끝나지 않으리라.
리넬은 잠시 침묵을 하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가치를 재고 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곧 그녀가 내린 대답은.
“마음대로 해.”
“그 뜻은? 거래를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네가 정말로 그 괴인을 처리하고 그 증거를 가져온다면…… 그 때는 들어줄 수도 있다는 뜻이란다.”
요컨대 큰소리친 만큼의 일을 해내도 그만.
하지 않았다면 그냥 개소리를 들은 것으로 치부해 버려도 그만이라는 것.
“다만 모르고 있나 본데, 그 괴인은 내 부하들이 곧 처리할 예정이야. 이미 꼬리를 거의 밟아 두었으니까.”
“그거 관두는 게 좋을 텐데? 다 죽을걸?”
물론 이 친절한 경고를 들을 마음은 없겠지.
전부 믿지 않는 것이다.
“만약에라도 네가 우리보다 더 빨리 그 괴인을 처리한다면 거래는 생각해 볼게.”
“그 말 잊지 마십쇼.”
으름장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리넬은 더 이상 용건이 없는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브 퀘스트》
《탐욕을 먹는 괴인》
《목표 : 슬럼가(야간)에 활보 중인 괴인을 찾아내 토벌하십시오.》
퀘스트는 성립되었다.
“에밀리, 가자. 여기서 더 놀 필요는 없어.”
“저 건방진 여자를 놀라게 해 주러 가는 거지?”
분명 다음에 이곳을 다시 방문할 때는 그들의 태도가 달라져 있을 테니까.
* * *
슬럼가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폐성당.
이런 거리에 무슨 성당이냐 싶지만.
듣자 하니 제도에 막 슬럼가가 형성되던 시절, 어느 세상 물정 모르는 사제가 이곳에 교회를 세워 자리를 잡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 말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곳에 필요한 건 신앙 따위가 아니라 당장 오늘을 살아가야 할 빵 한 조각이었으니.
당연히 좌절되었겠지. 교회의 상징은 도난당하고 창문도 전부 깨져 버렸다.
그 사제의 행방도 전해지는 바가 없었다.
아무튼 나는 이런 곳에서 슬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별로 썩 마음에 드는 풍경은 아니군.”
“시안? 갑자기 왜 어울리지 않게 무게를 잡니?”
“잡게 좀 내버려 둬.”
사내아이는 가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습니다. 막 낡은 교회나 성탑 같은 데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어요.
왜냐고?
그게 멋있어 보이니까.
“그것보다 툭툭 건드리지 마, 에밀리.”
“왜에?”
“……떨어질 거 같으니까.”
“올라가지 않으면 될 텐데.”
한가했거든. 너무나도 심심해서 이 낡은 성당을 보자마자 무심코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전투를 대비하기 위한 점검 중.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20》
《체력 : 175》《마력 : 243》《민첩 : 149》《행운 : 91》
《물리방어 : 11》《마법방어 : 15》《정신내성 : 14》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29pt》
“충분히 퀘스트 클리어에는 지장 없는 레벨이겠지?”
해당 퀘스트의 권장 레벨은 19 정도.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안정권.
‘추가로 마법의 숫자를 늘려두는 편이 좋은가.’
《스킬 포인트 2pt가 소모됩니다.》
《흑마법 – 블랙 프리즌을 습득합니다.》
《스킬 포인트 4pt가 소모됩니다.》
《흑마법 – 블랙 프리즌의 숙련도가 Lv.3이 되었습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23pt》
필요할지도 모르는 흑마법도 즉석에서 습득해 둔다.
이거면 고전할 일은 없겠지.
“그런데 큰소리친 뒤잖니? 지금쯤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필사적으로 찾지 않아도 돼.”
다~ 방법이 있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