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126)
흐어억.
“왜요? 거기 저희 작품 평론 올라왔어요?”
[ 올라왔지. 잡지 발행일까지 못 기다리겠다고 홈페이지 메인에 실었던데? ]“진짜요?”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아트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바로 헤드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에디터 픽: by 로버트 존슨 ] [ 뉴욕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이름, >무음>: 한국 추상회화의 부활을 알리다 ]헤드라인을 읽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고.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으아아악!”
한국 추상회화의 부활?
뉴욕에서 가장 소란스러운 이름?
무슨 국뽕 유튜브도 아니고.
뉴욕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평론지에서 저런 글을 올리고 있어!
[ 크하하핫! 난리가 났군. ]“헤드라인만 읽어도 미쳤는데요?”
[ 본문은 안 읽었나? 무슨, 휘트니에 테러가 자행되었네, 수십 년간 잊고 있던 열망이 차올랐느니, 하는데 크하핫! 재밌더라고. ]역시, 이럴 줄 알았다고!
[ 내가 듣기로는 그놈이 진심으로 쓰겠다고 일주일 내내 휘트니에 가서 >무음>을 보고 또 보고, 퇴고만 수십 차례를 했다던데. 자네는 처음 듣는 소식인가? ]“네, 금시초문인데요?”
그 정도였으면 김규태도 당연히 알 법했는데.
나한테 왜 말을 안 해줬지?
[ 크하핫! 그런데 자네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가서 보라고 했네. 그 평론가놈한테. ]“헐, 진짜요? 청탁?”
[ 청탁이라니. 하마터면 놓칠 뻔한 작품을 알려준 거니까 내가 도와준 셈이지. ]“맞네. 잘하셨어요, 역시 미스터 빅!”
당신은 최고야!
[ 그런데 내가 부탁한 곳은 >아트뉴스>밖에 없었거든? ]“그런데요?”
미쳤다······.
“그럼 뉴욕에서는 손가락 다 접은 건가요?”
[ 푸하핫! 맞아, 굵직한 손가락은 전부 다 접은 셈이지. ]역시 서이수!
역시 >무음>!
역시 우리 코코!
──코로로로로로로!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렇게 단박에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였나······.
[ 자네, 숨소리가 좀 거칠군? ]“아, 아뇨? 아닌데요? 너무 편안한데요?”
[ 푸하핫, 아직 좋은 소식이 하나 더 남았는데. 심장에 무리가 올 거 같으면 다음에 알려주지. 건강이 우선이야. ]“아니, 지금 말해주세요, 지금!”
또 뭔데!
[ 그······ 아직 공식적인 연락은 안 갔을 텐데. 휘트니 관장이 그러더군. ]휘트니 관장?
스케일 무쳤고!
“뭐라고 했는데요?”
[ >무음> 전시를 연장하고 싶다고. 9월까지, 가능하면 10월까지. ]“그러니까······ 휘트니 미술관에서 말이죠?”
[ 그치, 휘트니에서. ]크으······.
저번에 크리스티 뉴욕에 갔을 때, 뉴욕에 있는 미술관을 여기저기 다 둘러봤지만.
메이저 미술관 중에서 가장 젊은 냄새, 실험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곳은 역시 휘트니였다.
그런데 휘트니에서 인정했어?
우리 작가님과 작품을?
‘이건 무조건 가야지.’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그렇게 전시 기간을 연장한다면 9월 >크리스티 서울 아트 페어>에는 >무음> 연작을 선보일 수 없다는 점.
‘그치만 레벨이 너무 다르잖아.’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휘트니가 이득.
서이수에게도 휘트니가 이득.
‘아트 페어에 낼 다른 작품들도 있으니까.’
11월 경매 전까지만 전시한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가시죠. 그렇게 하시죠.”
“구매 문의요? 에이.”
그건 안 되지.
비트코인을 500원에 넘길 순 없지.
몇 개 있지도 않은데.
“넣어두시라고 전해주세요. 절대 안 팝니다.”
[ 그치, 크리스티 서울 경매에서 팔 거지? ]아아, 그걸 알고 싶으셨습니까? 크큭.
“봐서요. 하나 정도는 나갈지도······.”
[ 그치! 그럼 그중에서도 역시 제일 큰 작품, >무음 9>을 내놓을 생각이겠지? ]>무음 9>는 내가 처음 만났던 그 작품.
2미터가 넘는 대작에 매겨진 넘버였다.
그런데 그걸 처음부터 내놓으면 안 되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는 더 높아질 텐데.
“아뇨. 제일 작은 작품 낼 건데요.”
[ 크하핫, 맞아! 그래야지. 넘버 9을 내놓겠다고 했으면 자네에게 실망할 뻔했어. ]아니, 이 아저씨가······ 사람을 갖고 노네.
그래도 미스터 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될 수도 없을 일이었다.
“이런 기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 작가님, 몇 년동안 반지하 방에서 두문불출하면서 제대로 세상 빛도 못 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뉴욕에서 주목받는다고 하니까 저도······ 기분이 너무 좋네요. 진짜 고마워요, 미스터 빅.”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였다.
이 짖궂은 미스터 빅은 또 엉뚱한 답만 했지만.
[ 반지하 방? 그 아카데미 작품상 받은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 되게 상징적이군. ]어허,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김규태 생각이 먼저 났다.
‘이 정도면 알고 계셨을 거 같은데?’
그런데 김규태도 양반은 못되는지.
마침 전화가 왔다.
[ 의뢰인, 잘 지내셨습니까? ]“아니, 변호사님! 거기서 저희 작품 반응이 엄청 뜨겁다면서요!”
[ 음······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반응 뭐야.
어쨌든 뜨겁긴 뜨겁단 거지?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신 적은 없었잖아요? 그냥 사람들 왔다갔다 한다고······.”
[ 네, 사실은 연일 바쁩니다. 서 작가님을 만나보고, 인터뷰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예? 근데 왜 저한테 말씀 안 해주셨어요.”
[ 매거진들에 기고문 뜨면, 그때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저희 앞에서는 웃으며 말해도, 뒤에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아아, 역시 확실한 성격이셔.
“그래서 지금 전화주신 거예요? 마침 저도 지금 읽고 있었어요. 다들 극찬이던데.”
“맞아요.”
9시, 불과 몇 분 전이었다.
[ 깜짝 뉴스도 전해드릴 겸 연락했습니다. 이따가 MMB 9시 뉴스 한 번 보시죠. ]9시 뉴스?
“······거기에 나오나요?”
[ 하하, 보시면 알 겁니다. ]진짜 9시 뉴스에 나온다고?
하긴 그러네. 서른도 안 된 젊은 한국 작가가 미국 휘트니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뉴스감이긴 하네.’
나는 부드럽기 그지없는 가죽소파에 앉아.
85인치짜리 8K TV를 켰다.
뉴스도 고화질로 봐야 제맛이지.
“좋습니다. 확인해볼게요. 저희 작가님, 먹는 건 잘 드시고 계시죠?”
[ 예, 입맛이 미국 음식에 잘 맞으시나 봅니다. 갑자기 너무 잘 드셔서 오히려 걱정입니다. ]“알겠어요. 아, 뉴스 이제 시작하네요. 변호사님, 항상 고생 많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뉴스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국제 뉴스일 테니 후반부에 나오지 않을까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지이이잉──
다시 걸려오는 전화.
김규태인가 했더니 모르는 번호였다.
‘뭐지? 이 밤에?’
서비스 센터나 택배 전화 같은 게 이 시간에 올 일도 없고.
고개를 갸웃하며 일단 받아들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 예, 신유원 씨 되십니까? ]뭔가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무미건조하고 냉철한 목소리였다.
혹시 누구······ 사고라도 난 걸까?
갑작스레 걱정이 치밀었다.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의문의 목소리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 지금 세인트 한강포레 바로 밑에 있습니다. 잠깐 내려오시죠. ]“예? 세인트 한강포레요?”
[ 예, 이곳에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도 댁에 계시고요. ]처음에 느낀 건 두려움.
그리고 바로 뒤따라온 건 황당함.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쪽은 누구신데요?”
[ 내려와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잠깐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편하게 내려오시죠. ]아니, 뭔 이딴 새끼가 다 있지?
“누군지 말씀 안 해주시면 안 내려갑니다.”
[ 흐음, 내려오시면 보자마자 아시게 될 텐데요.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당신이 누군지 밝혀내는 게 나한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탐!’
나는 달려오는 빨간 여우를 확인하며 테이블에 있던 노트 하나를 펼쳤다.
그리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똥 누는 중이라서요. 10분만 기다리세요.”
쾌변하라는 걸 보면.
집 안까지 감시하는 건 아닌데 말이지.
‘두고 보자.’
10분이면 충분했다.
나는 재빨리 「매의 눈」 검증 작업에 돌입했다.
.
.
.
이윽고 나타난 결과물.
거짓 하나 없이, 참으로만 구성된 한 문장.
진성그룹?
참나, 대한민국은 진성 공화국이라더니 진짜 무슨 임금님 행차한 줄 알았네.
‘그거 말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어쨌든 그들의 속셈은 뻔했고.
나에겐 오히려 호재였다.
‘당신들 뜻대로 될 일은 없을 거야.’
나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일별하고.
[ 미국 현대미술의 산실로 불리는 뉴욕, 휘트니 미술관. 이곳에서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작가인 서이수 씨의······ ]슬리퍼를 질질 끌며 문을 나섰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예로부터.
예술과 자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고도로 발달한 예술은 자본으로 치환되고.
고도로 발달한 자본은 예술로 흐른다.
재벌이 미술품 투자, 이른바 아트 테크에 열을 올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실물경제에 영향받지 않는 분산투자 수단에.
오래 보유할수록 가치는 더 올라가고.
세기의 미술품을 자신만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과 소유욕까지 충족시킬 수 있다.
‘절세 효과도 크고.’
미술품을 사도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고.
미술품을 팔면서 양도세만 내면 되는데 그마저 기타소득으로 인정.
1억 원짜리 작품을 팔아도.
세금은 200만 원 가량만 내면 끝.
‘평범한 직장인도 소득세로 그것보다 많이 내는데!’
특히 미술품은 상속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공익법인으로 설립한 미술관으로 작품을 넘겨버리면 상속 재산에서 제외되는 것.
그렇지 않고 직접 상속하더라도 작품의 감정가액이 기준이기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이 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아직 살아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비과세 대상.
그러므로.
진성그룹 아트 딜러가 찾아온 이유는 뻔했다.
‘서이수지.’
미국에서 급부상한 작가가 있는데.
한국인이고, 심지어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
재벌가에서 손을 뻗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주 음흉하셔.’
그런데 그 타이밍은 예상 밖이었다.
국내 뉴스에서 보도하기도 전에 날 찾아올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그 점이 내겐 좋은 단서가 됐다.
이렇게 신속하고 은밀하게, 내 개인정보까지 캐내서 다가오는 누군가라면······.
‘재벌가가 아니면 말이 안 되지.’
처음에는 그 무례한 접근에 열이 뻗치기도 했다.
집 앞에 있으니 일단 내려오라는 건 어느 나라 예절이야, 그것도 오밤중에!
‘스웨덴에서도 이런 짓은 안 할 거다, 이놈들아!’
그치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절호의 기회였다.
경매를 구성하는 두 축.
위대한 작품, 그리고 부유한 구매자.
그중 11월 서울 경매에 필요했던 건 바로 구매자, 큰손이었다.
아무리 국제 경매여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 작품과 깊게 관련된 사람들이 결국 더 큰 돈을 내놓는 법이니까.
‘>웃고 있는 기사>도 결국 유대인의 손에 들어갔었고.’
그러므로 진성그룹에서 서이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아주 좋은 신호였다.
관건은.
내가 이 불씨를 더 키울 수 있는가, 하는 점.
‘방법을 생각해보자.’
고민하는 사이.
띵─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로비를 나서자 비상등을 켜고 있는 검은 세단이 보였고, 그 앞에서 한 남자가 팔을 들었다.
‘저 사람이구나.’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가갔고.
그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타십쇼. 차에서 잠깐 이야기 나누시죠.”
검은 정장.
사무적인 미소.
가로등 주황빛으로 물든 무테 안경.
어딘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생김새였지만.
“예, 좋죠. 좋은 차 타시네요.”
나도 사무적인 미소로 응대하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말을 꺼내는 상대.
“이렇게 불쑥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하하. 쾌변은 하셨습니까?”
이런 짓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적당히 뭉개고, 적당히 환대하는 화법이었다.
나도 실실 웃으며 되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서이수 작가님 때문에 연락하셨죠?”
“예? 누구요? 하하하.”
웃음으로 속내를 숨기려 하는 상대.
‘끝까지 이렇게 나오시네.’
나는 그대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잠깐 내려왔고, 누군지 얼굴도 봤고, 이야기 나눴으니 저는 가겠습니다.”
“네? 아니, 잠깐만. 문 닫고 말씀하시죠.”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이 파악되십니까.
“저한테 할 제안이 있으면 정식으로 미팅 잡아주세요. 이렇게 동네 친구처럼 뜬금없이 연락해서 사람 오라가라 하지 마시구요.”
“그 점은 죄송합니다만······ 혹시 >지니움>이라고 아십니까?”
알다마다.
“진성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아닙니까.”
“예, 제가 거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고는 아무말 없이 날 바라보는 상대.
어쩌라는 건가.
진성그룹에서 나왔으니 다 이해하라는 건가.
“아아, 그러셨군요. 그럼 혹시 주해림이라고 아시나요?”
“주해림이요? 그게 뭡니까?”
“제 비서입니다. 이건 비서 연락처고요. 정식 미팅 잡히면 또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나는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바지주머니에서 꺼내 건네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아니, 신유원 씨!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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