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정사대전 (2)
상하이 서쪽에 위치한 넓은 호수.
바람도 불지 않아 잔잔한 그 호수 위에서, 한밤중에 파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하하! 한잔 드시죠!”
“지부장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백림맹 상하이 지부의 비무대회 뒤풀이었다.
커다란 배를 띄워 놓고 그 위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다만 비무대회에 참가했던 백림맹주 양위정은 자리에 없었다. 본부에서 급한 연락을 받고 충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근데 정말…… 우리 상하이 지부는 들러리였군요.”
“그러게, 맹주님하고 강유진이 다 해 먹은 꼴이잖아.”
“어허, 그런 말 하지 마라.”
투덜거리던 부하들을 나무란 건 여기서 가장 윗사람인 상하이 지부장 방청운이었다.
“아니, 지부장님…… 이번에 가장 손해 본 건 지부장님 아닙니까?”
“그래요. 지부장님이 가장 화내셔야죠.”
“이 어리석은 것들…… 그렇게 근시안적인 생각밖에 못하냐?”
“근시안적인 생각이요?”
“우리 상하이 지부는 스스로 희생을 한 거야! 맹주님도 성좌님들도 다 알아! 그럼 당연히 그 보답이 돌아오겠지!”
방청운은 부하들 앞에서 호통을 쳤다.
“특히 강유진! 그 남자가 만약에 이번 일로 고마움을 느끼고 우리 상하이 지부를 도와준다면 어떻겠나! 그건 엄청난 이득이야!”
“화, 확실히 그 한국인이 우리 편이 되어 주면 큰 도움이 되겠죠.”
“흑룡회랑 친하게 지내는 게 좀 거시기 하지만, 마신급 악마를 잡은 사람이니…….”
“근데 만약에 강유진이 흑룡회에 가 버리면 너무 손해 보는 거 아닙니까?”
“강유진도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는 안 하겠지! 최악의 경우에도 중립을 지키려 할 거야!”
“이것 참, 장시원이 잘 설득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장시원 얘기가 나오자,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장시원 모습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간 거야?
“강유진 모시고 따로 움직이는 것 같던데.”
“그래,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하지.”
“그놈도 참 물건이야. 계약자로서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정말 잘해.”
“백림맹, 아니, 정파의 큰 보물이지…… 아, 잠시만.”
방청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부장님, 어디 가십니까?”
“소변.”
“그냥 호수에 갈겨 버리십시오!”
“하하. 그럴까?”
부하들이 박수를 쳤고, 방청운은 의기양양하게 일어서서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호수를 향해 용무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푸하하!”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십쇼!”
방청운의 호기로운 모습을 보고 부하들은 낄낄 웃어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용무를 마친 뒤…… 방청운이 몸을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만이라면 몰라도 10초 이상 몸을 떨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지부장님?”
“왜 그러세요?”
“설마 풍 오셨나.”
부하들이 다급히 방청운에게 다가갔다.
그중 한 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 목이 떨어졌다.
“허억?!”
방청운의 손에는 어느새 칼이 들려 있었다.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칼을 들고, 방청운은 주위의 부하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
“지, 지부장님?!”
“미쳤습니까!”
“뭐 하는 겁니까?!”
처음에는 다들 주춤했지만, 이윽고 방청운이 정말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 어?”
“지부장님이 이런 기술을 쓰셨던가?”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 거야?!”
방청운은 평소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특히 칼솜씨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날카로워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육체 능력도 훨씬 상승되어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는 명백히 인간을 초월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 안 되겠어! 도망치자!”
“호수에 뛰어들어!”
당황한 사람들이 구명용 튜브를 찾아 호수에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앞을 막아섰다.
“뭐, 뭐 하는 거야?!”
“비켜!”
“…….”
앞을 막아선 남자가 갑자기 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 순간, 주위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까지는 바람이 전혀 없었는데?!”
계약자의 힘으로도 돌파할 수 없는, 격렬한 폭풍우였다.
이런 상황에서 깊은 호수 속으로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다.
하지만 배에 남아도 죽는 건 마찬가지다.
물에 빠져 죽느냐, 칼에 베여 죽느냐.
“사, 살려 줘!”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폭풍우에 휩싸여 흔들리는 배 위에서, 끊임없는 살육이 이어졌다.
잠시 후.
수많은 시체가 나뒹구는 배 위에, 유이하게 살아남은 두 남자가 대치했다.
“별로 기분은 좋지 않군.”
칼등으로 어깨를 두드리면서 방청운이 중얼거리자, 맞은편의 남자가 대꾸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
“군사(軍師)님 말씀대로 우리 양산박 출신 성좌들 아니면 못하는 일입니다.”
그렇다.
지금 이 두 사람의 육체는 조종당하고 있다.
다름 아닌 자기 성좌들에게.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B급 성좌 ‘푸른 짐승’.
진명은 양지, 수호성은 천암성(天暗星), 별호는 청면수(靑面獸).
양산박에서도 손꼽히는 검술 솜씨를 지닌 무인.
“네, 대의를 위해서.”
A급 성좌 ‘비바람의 도인’.
진명은 공손승, 수호성은 천한성(天閒星), 별호는 입운룡(入雲龍).
온갖 도술에 능통한 양산박 최고의 도사.
양산박 출신의 성좌들은 모두 특수한 성좌 스킬을 지니고 있다.
원래부터 108 마성(魔星)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자들이었기에, 성좌가 된 자신들의 기운을 계약자에게 내려 주는 스킬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킬을 한계까지 사용하면, 계약자의 육체를 빌려 지상에 강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좌 스킬 [마성 강림(魔星降臨)]이다.
“그럼 마무리를 하지.”
“네, 부탁드립니다.”
상하이 지부장 방청운이…… 아니, 그 몸에 강림한 양지가 칼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공손승이 자기 계약자의 몸에서 빠져나간 순간, 그 목을 쳤다.
“…….”
양지는 입을 다문 채 배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저 없이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큭……!”
마지막 힘을 쥐어짜 칼을 호수 바깥으로 던졌다.
그리고 난간에 부딪치면서 힘없이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이건 완벽한 습격이었다.
배 위에는 시체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살육을 저지른 장본인들도 처참한 시체가 되었다.
결국 범인도 없고 증거도 없었다.
게다가 외딴 호수라서 주위에 목격자도 없었다.
호수 옆에 관리소가 있었지만, 백림맹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배를 대여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관리소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평소라면 성좌들이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밤중에 펼쳐진 술판 따위를 구경하고 있는 성좌가 있을 리 없었다.
소란이 발생한 걸 눈치채고 들여다보려고 했어도 갑자기 발생한 폭풍우 때문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고요했던 호수 위에서 벌어진 대학살(大虐殺).
그 참상이 드러난 건,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나서였다.
* * *
백림맹 상하이 지부의 계약자들이 몰살당한 이 사태는 상하이 전체, 아니, 중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상하이 지부의 계약자들이 하룻밤 사이 몰살당했다는 게 말이 돼?!”
“누가 한 짓이야? 범인이 누구냐고!”
“몰라!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생존자도 없고, 목격자도 없어! 증거 하나 남아 있지 않아!”
가장 큰 문제는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외딴 호수, 그것도 한밤중의 선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목격자 같은 게 있을 리 없었고, 별다른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백림맹에서는 즉각 흑룡회를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흑룡회 아니고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다는 거요!”
“그래! 백림맹에게 덤벼들만한 건 그 사파 놈들밖에 없지!”
“회장도 얼마 전부터 행방을 알 수 없다면서!”
“흑룡회 삼존 중 한 명이 그날 비무대회에 염탐하러 왔었다는 정보도 있소!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거요!”
“사악한 사파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
“가만 두면 안 됩니다! 전쟁입니다!”
흑룡회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자기들은 이번 일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으며, 그날 비무대회가 열린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말이다.
하지만 백림맹에서는 믿어 주지 않았다. 원래 백림맹은 사파의 대표인 흑룡회를 전혀 신용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급기야 흑룡회에서는 제삼자에게 판단을 맡기자면서 정부에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단호했다.
관무불가침!
중국 정부는 계약자들 사이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했다.
상하이 근교에서 대량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손을 놓아 버린 것이다.
흑룡회와 백림맹의 싸움에 잘못 끼어들었다간 위험하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강유진 님! 이건 분명히 흑룡회 짓입니다!”
“…….”
“그날 갑자기 권존이 비무대회에 나타난 것부터가 수상했습니다! 그 이후 홀연히 사라졌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마존도 검존도 그렇다더군요!”
“…….”
“그 많은 계약자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실력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삼존이 관여한 게 분명합니다!
“…….”
“강유진 님! 양심이 있으시다면 흑룡회에서 손을 떼십시오! 그리고 백림맹을 도와주십시오!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겁니다!”
상하이 지부의 생존자 중 한 명인 장시원은 충칭에 있는 백림맹 본부로 향해, 주요 간부들 앞에서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하고 흑룡회를 규탄했다.
백림맹 본부는 분노로 들끓었고, 곧장 중국 전토의 정파를 소집하여 흑룡회에게 복수할 것을 선포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표적이 되었던 건 충칭에 있던 장옥련이라는 이름의 작은 사파 조직이었다.
백림맹 본부는 흑룡회와 같은 사파 소속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옥련을 몰살시켰고, 그 기세를 몰아 상하이로 진군하며 거슬리는 사파 조직들을 하나씩 짓밟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백림맹의 구성원들이 다급히 합류했고, 다른 정파 조직들도 그 진격에 참가하면서 머릿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지금 백림맹은 그야말로 ‘정파 연합’으로서 상하이를 향해 맹렬히 진군하고 있었다.
한편 흑룡회는 중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소속 계약자들을 상하이로 집결시켰다.
백림맹 상하이 지부가 괴멸되면서 사실상 상하이는 흑룡회가 지배하게 되었다.
백림맹의 진격을 두려워한 각지의 사파 조직도 상하이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사실상 상하이는 사파의 도시가 되었다.
“언젠가 정파 놈들하고 결판을 내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판데모니움의 재침공에 맞서서 힘을 합쳐야 할 때에 이런 전쟁이나 벌이고, 하여간 정파 놈들은 꽉 막혔어!”
“우리들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말이야! 실제로는 백림맹 놈들의 자작극인 거 아냐?!”
“우리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정파 놈들에게는 굽히면 안 돼!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는 거야!”
“그렇소! 마지막까지 싸웁시다!”
상하이에 모여든 사파 계약자들은 매일같이 정파 척결을 외쳤다.
일각에서는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 보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흑룡회 본부는 철저 항전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사대전(正邪大戰).
환상대계 강림 후 10년 만에, 중국 계약자들에 의한 최대 규모의 내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흠…….”
S급 성좌 ‘순백의 영웅’ 아르주나는 초대형 화면을 통해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이건……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정파 연합이 소규모 사파 조직을 포위하고 섬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르주나는 혼잣말을 했다.
“그렇다면 역시 ‘변화의 도사’의 짓이겠지요.”
S급 성좌 ‘변화의 도사’가 백림맹의 배후에 있다는 건 아르주나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정사대전도 그가 불러일으킨 사태일 가능성이 높았다.
“용케도 이렇게 거대한 전쟁을 불러일으켰군요.”
아마 예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 놨을 것이다.
백림맹의 신속한 움직임은 이미 사전에 상세한 작전 계획을 짜 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그 남자’가 잠자코 있을 리 없죠.”
그 남자.
지난번에 아르주나를 상대로 당당하게 자기 논리를 제시하고, ‘위원회’의 초대도 거절했던 그 S급 성좌.
최근에는 눈에 띄는 활동이 없지만, 아르주나가 보기에 그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무명의 왕…… 이 거대한 전쟁을 어떻게 처리하실 건지요?”
기대감을 담아 중얼거리며, 아르주나는 관측기를 조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