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147
나 혼자 S급 소환수 147화
쇼핑 (1)
돈이 많이 모였고.
고성능의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다면?
라스베이거스로 가라.
그곳에 본점이 가장 많다.
[서머너 마스터의 ‘최고의 서머너가 되는 법’에서 발췌.]* * *
다음 날부터 진도윤은 무척이나 바빠졌다.
멤버끼리 모이기로 약속한 날은 딱 6일 뒤.
‘관리자 존이 또 어디로 보낼지 모르는 일이니까.’
황금 양피지를 활용한 던전은 무조건 S급 난이도다.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했다.
일행들은 각자 흩어져서 훈련하거나 아이템을 정비했고-
진도윤은 오래간만에 또 라스베이거스에 들른 상태였다.
“여긴 이제 완전히 제2의 고향이구만.”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른 도시가 이곳이었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데도 관광객들이 즐비한 도시.
또한 많은 서머너들이 머무르기에 비교적 몬스터로부터 안전하며 서머너 관련 상권이 많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했다.
“진도유운! 여기는 서울보다 사람이 더 북적거려!”
수없이 방문했던 도시였지만.
그때와 지금은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더는 정체를 숨기고 다니지 않는다는 점.
항상 쓰고 다니던 가면도 버린 지 오래였고, 소환수들도 자유롭게 꺼내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의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 저기 피닉스 좀 봐. 어쩜 저렇게 날개가 곱디고울까.”
“저기 드래곤 있지? 싸울 때 엄청나게 커진다던데? 무시무시하대.”
“으아아, 내 생에 서머너 마스터의 실물을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꺄아아, 알러뷰! 서머너 마스터!”
그가 걸어 다니는 길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다니며 구경했다.
‘유아린이 매번 이런 기분이었을까?’
진도윤은 쏟아지는 관심과 시선을 무시하며 계속 이동했다.
귀찮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주변에 가까이 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탓이다.
‘아, 설마 그거 때문인가?’
조금 전, 공항에 도착할 때 어떤 정장 입은 노인이 반갑다고 악수를 내밀길래 무시하고 걸었던 적이 있었다.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하나하나 상대해 주다 보면, 아까운 시간만 날리게 되니까.
나름의 공정함을 위한 대처이긴 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 단 한 명의 사람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나저나, 진도윤! 이곳엔 왜 온 거야?”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엘라임이 정수리를 톡톡 건드렸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쇼핑몰에 뭐 하러 오긴, 쇼핑하러 왔지.”
“쇼오핑?”
엘라임이 아는 체했다.
“그 매장 같은 데 들어간 다음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하는 거! 그거 맞지?”
“응, 그거 맞아.”
또 어떤 재벌 드라마를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설명하기 귀찮은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실제로 돈을 쓰기 위해 온 것은 맞으니까.
“이제 곧 던전 들어간다고 돈 왕창 쓰러 온 거였구나? 옛날 미궁에 가기 전에는 집까지 팔았었지?”
“응, 그리고 결국은 그게 옳은 선택이었지.”
누가 던전에서 100년을 썩을 줄 알았을까.
모아뒀던 돈 아낀다고 저축해 놓고 들어갔으면 억울할 뻔했다.
‘그나저나 얼마 모였나 볼까?’
진도윤이 걸으며 핸드폰을 두들겼다.
계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계좌 상세조회] [계좌주 : 진도윤] [서머너 우대통장 C] [출금가능금액 : 717,800,210,642원]“크, 많이도 불었네.”
현재 그의 수중에 있는 잔액이었다.
과거 있던 돈에, 저번에 털보가 ‘대천사의 포용’(S급)을 5,500억에 팔았고.
거기서 550억 정도를 네비아레 마을에 기부하는 데 사용했으며.
그리스 협회에서 들어온 돈이 1,000억.
‘1,000억?’
이제야 확인한 진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준다니까 마음만큼 달라고 하긴 했는데, 이 정도 큰 금액을 내놓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고작 던전 하나 깨주는 금액치고는 무척이나 많은 액수였다.
‘뭐 다 생각이 있었겠지.’
협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단체이다 보니, 협회장 마음대로 자금을 굴렸다간 큰일 난다.
충분한 내부 회의 결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내어준 것일 테지.
‘하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냐.’
진도윤은 그리스 협회의 의도를 짐작했다.
자신에게 큰돈을 쥐여줌으로써 더 큰 이득을 챙기는 방법.
누군가는 그게 무슨 소리냐 할지 모르겠지만.
서머너 마스터라는 네임 브랜드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자신과의 콜라보로 국가 이미지도 더 좋아질뿐더러, 서머너 마스터와 호의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만으로도 그리스 협회엔 큰 이득일 거다.
‘어쨌든 많이 주면 난 좋으니까.’
자신은 원하는 만큼 달라고 했고.
그리스는 원하는 만큼 줬다.
그것으로 모든 거래는 끝.
복잡한 생각을 머릿속에 지워낸 진도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매장 안에 들어섰다.
「팀 헤파이스토스」라고 쓰여 있는 매장이었다.
* * *
그 시각.
그리스 협회장 찰키아스와 직원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000억으로 충분하겠지……?”
“그 정도면…… 아무리 서머너 마스터라 해도 만족하지 않을까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간 행보만 봐도 돈이 없을 수가 없는 사람이니까. 1,000억을 껌값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설마 그럴까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큰돈을 보내놓고도, 그의 성에 차지 않을까 고민하는 둘이었다.
1,000억으로 그리스가 얻을 수 있는 이득?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알아서 마음 가는 만큼만 보내라.’
서머너 마스터가 출국하기 전, 직원에게 하고 간 말 때문이었다.
잘 뜯어보면 굉장히 무서운 말.
‘마음에 안 차면…… 어떡하겠다는 거지?’
‘사례가 짜면 다음에 도우러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알아서 잘 판단하라는 말인가?’
‘그가 언론에다 그리스 협회가 별로라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수많은 그의 팬들과 세계 협회마저도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던전이 많이 생기는 그리스로서는 절대 피해야 할 상황.
그러다 보니, 조금 무리해서 보상을 내어줬음에도 불안한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별다른 모션이 없는 것 보면, 만족한 거 아닐까요?”
“흐으으, 언급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잘하면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계좌에 1,000억이 찍혔는데 모른다고?”
“사례금으로 백지 수표를 제시하는 자인데 그럴 수도 있죠.”
“아, 많이 달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돈에 관심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
“네, 괜히 우리만 걱정하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서머너 마스터가 그렇게 악당 인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평소 포악하고 안하무인으로 알려진 서머너 마스터의 성격.
그러나 그 표적이 협회나 일반인들은 아니었다.
범죄집단이거나 그럴 만한 자들에게 일침을 가했을 뿐.
그러다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 찰키아스였다.
“어쨌든, 기도하자고.”
찰키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모았다.
“서머너 마스터가 우릴 이쁘게 봐주길…….”
* * *
팀 헤파이스토스.
세계 3대 공방 중 하나로.
볼드윈의 크림슨이 블랙 스미스에 일가견이 있다면, 이곳은 연금술과 재료에 특화된 매장이었다.
그리고 팀 헤파이스토스 역시, 라스베이거스에 본점을 두고 있다.
“우와! 이 물품들 좀 봐. 세상에? 이건 내 속성이 담겨 있는 돌이잖아? 스르릅!”
매장에 들어선 엘라임이 한껏 신난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런 진도윤을 바라보던 직원은 꿀꺽 침을 삼켰다.
‘서, 서머너 마스터가 우리 매장에?’
진도윤은 태어나서 팀 헤파이스토스에는 처음 들러봤다.
어차피 필요한 아이템은 털보가 구해다 줬고-
방어구들은 볼드윈에게 구하면 됐었으니까.
그렇기에 팀 헤파이스토스로서는 사실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었다.
서머너 마스터는 흥행의 아이콘.
그가 들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브랜드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야.’
직원은 바른 몸가짐으로 그의 앞에 서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혹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구경도 하지 않고 떠나게 되면 상사에게 큰 꾸중을 들을 터이니.
하지만, 자신의 응대로 서머너 마스터가 물품 하나라도 구매하게 된다면?
특별 보너스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서머너 마스터님의 매장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팀 헤파이스토스는 여타 명품 매장과 비슷하게 줄 서서 입장해야 한다.
고가의 아이템을 취급하다 보니, 1:1 상담도 해줘야 하며 매장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워낙에 고가다 보니, 그렇게 줄 서는 경우가 없기는 했다.
“흠.”
가볍게 손짓한 진도윤이 전시된 곳을 두리번거리며 아이템들을 살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했다.
볼드윈에게 가기 전, 선물이라도 하나 장만할 생각에서였다.
맨날 맨입으로 받아먹는 게 불편했기에.
“혹시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한껏 긴장한 직원이 졸졸 따라다니며 물어왔다.
“진도유운! 진도유운! 나 저거! 저거!”
“저거?”
엘라임이 가리킨 방향에는 푸른 빛이 감싸고 있는 돌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직원이 재빨리 설명했다.
“물 속성 정령석입니다. 보통 정령을 길들이고 싶으신 서머너분들이 구해가시죠.”
“오오, 그런 게 있었어?”
정령석은 진도윤으로서도 금시초문이었다.
그가 엘라임을 구하게 된 경위는 던전이었으니까.
“넵, 활성화하면 운에 따라 A~B급 정령이 무작위로 나온다 들었습니다.”
“설명 땡큐. 정보 좀 읽어봐도 되나?”
“얼마든지 확인해 보십시오!”
– 소환 : 1회에 한해 물의 정령을 소환한다.
– 흡수 : 특수한 존재의 힘을 한층 더 끌어낸다.
‘흡수 때문이었구나.’
진도윤은 엘라임이 보채는 이유를 깨달았다.
저 돌에 담긴 기운을 흡수하고 싶어서일 테지.
물론 엘라임은 정령왕이기도 하고 S급이니, 더욱 많은 정령석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엘라임이 세진다는데, 오히려 진도윤이 나서서 사줘야 할 판이었다.
“저거 사줄까?”
“응, 응!”
거칠게 고개를 끄덕이는 엘.
피식, 웃은 진도윤이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불이랑 물 정령석 있는 거 등급 상관없이 다 하면 총 얼마지?”
“불에 물까지 말입니까?”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A급 정령석의 가격은 기본가가 100억이다.
그런 고가의 상품을 분명 그는 ‘전부’라 말했다.
‘그럼 거의 전 세계 매장 월매출인데……?’
대박의 기운을 느낀 직원이 빠르게 계산했다.
“두 속성 다 합쳐서 A급 20개, B급 41개, C급 100개……. A급이 100억이고, B급이 30억, C급이 3억이니…….”
타다닥!
직원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서머너 마스터가 한국인인 것을 고려하여, 원 단위로 계산하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초, 총 3,530억인데요?”
계산하고도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
정령석 같은 경우는 매물이 많은 것에 비해 그렇게 잘 팔리는 상품은 아니다.
A급 서머너들 정도 되면, 소환수는 던전 가서 직접 구하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원은 더욱 긴장했다.
“원래 할인은 없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5%까지는 DC가 가능해서 3,353억……이면 전부 구매할 수 있으십니다.”
직원은 말하면서도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세상 어느 누가 매장에 와서 몇천억 단위를 긁겠는가.
그러나 눈앞의 서머너 마스터는 별로 동요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케이, 그거 다 포장해 주고, 또 블랙 스미스 재료는 볼 수 없을까?”
“저, 정말 그걸 다 사시는 겁니까? 거기다…… 더 구매하신다고요?”
직원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외쳤다.
도대체 눈앞에 있는 사람의 자산이 얼마인 걸까.
‘이, 이게 서머너 마스터 플렉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직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