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239)
EP.2239 2239. 경성 2033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의장대의 행진으로 시작되었다. 육군의 기갑 부대가 광장에 자리를 잡고, 뒤이어 해군과 공군이 입장한다. 아무리 그래도 함선과 전투기를 끌고 올 순 없었기에 육군에 비해 심심했다. 그래도 공군은 해군보다 상황이 낫다. 취임식 마지막에 에어쇼가 예정되어 있으니까.
기갑 부대를 지켜보던 나는 진격하는 육상순양함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탱크가 존나 크군.’
포신도 존나 컸고 장갑도 떡칠되어 있었다. 실제 전장에서 그 위용을 떨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압도적이었다. TV를 통해 취임식을 보고 있는 독일 국민들은 환호하겠지.
그 외에도 육군의 기갑 부대는 볼만했다. 수십 대의 장갑차와 전차, 강화 외골격 슈트를 입은 정예 병사들까지. 자신들을 세계 최강의 육군이라 뽐내고 있었다.
한쪽에는 일본제국의 대사가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원래라면 내 취임식에 일본제국 총리가 와야 한다. 다른 국가도 아니고 독일의 새로운 총통 취임식이니까.
‘초대장을 보냈지. 오면 죽여버릴 테니까.’
총리는 오지 않았다. 내가 그의 대역을 죽인 성유진, 무라카노 가쓰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얼굴을 가리지 않았으니 모르는 편이 더 이상했다.
아마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내가 일본 제국민을 죽인 테러리스트라며 비난할 테지.
독일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독일 국민은 히틀러를 맹신한다. 독일이 위대해진 이유가 히틀러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독일 국민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알게 모르게 히틀러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는다.
물론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머저리가 아니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히틀러에겐 초인공지능 쉬크살이 있었다.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반동분자가 나타나면 바로 제거한다. 지금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나는 광장 중심의 연단으로 향했다. 연단 위에 올라서자 수많은 시선이 내게 꽂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으로부터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인간이 나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위대한 히틀러 2세의 뒤를 따라 총통으로 취임한 히틀러 3세다.”
당당히 선언했다.
존댓말 따윈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평화에 취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이 평화가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라는 오만. 독일이 지금까지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었다. 지금 독일이 최강이라 할 수 있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세계 최강국이 어디냐고 물어봐라. 누군가는 독일을 대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일본제국이라 말할 것이다. 세계 최강국이 둘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탕!
총성이 울렸다.
전차와 장갑차가 금발진을 하듯 움직인다.
초인공지능 쉬크살이 내 지시에 따라 전차와 장갑차를 조종한 것이다. 계획의 일부였다. 다만, 모든 전차와 장갑차를 조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미리 작업을 해뒀기에 가능한 일이다.
“쿠데타다!!”
누군가가 외쳤다. 병사들이 당황하며 장교들을 쳐다봤다.
저 멀리 마리오 라인하르트가 벌떡 일어났다.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나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놈이 원하는 쿠데타 타이밍은 지금이 아니었으니까.
마리오가 주위 부하 장교들에게 지시한다. 그 목소리는 여기까지 들리지 않았으나….
「독순술로 해석합니다.」
쉬크살의 해석에 따르면 이렇다.
‘당장 저놈을 죽여라!’
저놈은 당연히 나였다. 장교들이 헐레벌떡 움직이며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병사들은 잠시 망설였으나… 눈앞에서 명령하는 장교가 두려워 내게 총을 겨누었다. 포탄이 날아와 병사들을 죽였다.
포탄과 총알이 빗발친다.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군과 해군은 경악해서 자기들끼리 뭉쳤다. 무기가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육군의 경우 세 패로 나뉘었다. 마리오에게 동조하는 쪽과 그러지 않은 쪽. 그리고 나를 따르는 쪽. 얻어터지는 건 마리오 쪽이었다. 마리오의 쿠데타를 미리 알고 쉬크살과 계획한 일이다. 힘없이 무너지면 더 이상하다.
“너희의 착각을 바로 잡아주겠다. 평화는 보기 좋은 포장지일 뿐이다. 그 내부를 파헤쳐 보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총탄이 사방에 빗발친다. 내 옆에서 폭탄이 터졌다. 괜찮다. 쉬크살의 계산내다. 강화 외골격 슈트는 모두 내 제어하에 있다. 전차와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갑 병기도 마찬가지.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건 병사의 총탄이다. 그리고 적대적인 병사는 최우선으로 제거되는 중이다.
죽음 한복판에 있었으나 담담히 연설문을 이어 나간다.
“몇십 년 전, 중동에서 내전이 터졌지. 그 내전의 진상은 독일과 일본제국의 자원 전쟁이었다. 그 외에도 독일과 일본제국 간에는 보이지 않는 마찰과 숨겨진 전쟁이 가득했다. 나는 거짓이 아닌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
콰아앙!
금속 파편이 뺨을 스쳤다. 이건 진짜 위험했다. 금속 파편이 목에 박히기라도 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
“나는 얇은 껍질 같은 평화가 아닌 완전무결한 평화를 원한다. 완전무결한 평화를 이룰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독일이 일본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 세상은 독일의 통치하에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할 것이다.”
총성이 멈췄다. 내 주위는 피와 시체로 가득했다.
마리오의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그의 쿠데타로 인해 약 3,000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무장친위대원에게 붙잡혀 강제로 내 앞에 끌려왔다.
“마리오 라인하르트. 반란자.”
“…아시아인! 그것도 일본제국의 노예에 불과한 한국인이 독일의 최고지도자가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독일 국민들이여! 진정 저 노란 원숭이가 총통의 자리에 오르는 걸 보고만 있을 것이냐!”
“나는 성 히틀러 3세다. 히틀러 2세의 정당한 후계자이며, 독일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될 각오까지 끝마쳤다. 독일 국민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독일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또한 반란자는 즉시 사살하며, 그 죄는 가족들에게 연좌된다. 반란자의 가족은 반란자다.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수용소를 신설할 것이며, 독일에 해를 끼치는 범죄자는 이곳에 수용될 것이다.”
친위대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권총을 장전하여 내 손 위에 올렸다.
탕!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반란자 마리오 라인하르트를 처단했다.
“전 세계에 알린다. 독일은 평화의 걸림돌이 될 일본제국을 멸망시키고 세계를 통일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룰 것이다. 많은 사람이 3차 세계 대전은 모든 것을 끝낼 전쟁이라고들 하지. 그 말은 틀렸다. 세계 3차 대전은 새롭게 시작될 독일의 전쟁이다.”
일본제국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가 결정 내린 일이긴 하나 여기서 끝내면 여러 곳에서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1,722발의 핵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등 뒤로 수십 발의 미사일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독일 전역에서도 날아가는 미사일을 볼 수 있겠지.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 간 탄도 미사일.
일본제국의 본토인 일본 열도를 비롯한 한국,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호주, 러시아 일부, 필리핀 등 일본과 그 식민지령이 핵미사일의 목표다.
이번 공격으로 모조리 다 쓸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본 제국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미쳤군! 선전포고 직후 핵미사일 발사라니! 이건 선전포고의 의미가 없잖소!”
일본 대사가 소리쳤다.
나는 방아쇠를 당겨 일본 대사의 미간에 총탄을 박아줬다.
“미리 경고하지. 휴전 따윈 없다. 항복하고 싶으면 이토 총리의 목을 내 앞에 가져와라. 이상.”
몸을 획 돌리고 관저로 향한다.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제 전쟁을 멈추려면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승리하거나, 패배하거나. 그리고 패배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쉬크살이 보고했다.
「발사된 1,722발의 핵미사일 중 1,392개가 요격되었습니다. 330발의 핵미사일은 목표에 타격했습니다.」
“도쿄에 떨어진 게 있나?”
「일본 열도로 향했던 미사일 1,260 발은 모두 요격되었습니다.」
딱 한 발이라도 일본열도에 떨어졌으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일본제국도 나치독일처럼 전쟁을 준비했다. 고작 핵미사일에 멸망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요격 시스템이 현실보다 더 잘 발달 된 세계이기도 했고.
“그나마 다행이군. 다른 곳은 초토화됐나? 특히 중국과 대만이 초토화되었으면 좋겠군.”
인구수 많은 중국은 일본의 공장이었다.
「중국 전역에 200발의 핵미사일 떨어져 대도시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대만은 5발의 핵미사일이 떨어졌으나… 대도시는 무사합니다.」
그 외의 일본 식민지에도 큰 피해를 줬다. 못 해도 몇억 이상의 인간이 오늘 하루 학살당했다. 물론 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일본에 핵미사일 하나 떨어지지 못한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총리만 죽었어도 쉽게 갔을 텐데…. 아니지, 총리가 죽으면 퀘스트가 끝나잖아.’
독일군을 중국으로 진격시켰다. 주요 전장은 중국이 될 것이다.
‘독일 해군은 일본 해군을 못 이긴다. 육군을 움직여 경성까지 진격한다.’
한반도와 러시아를 정복해 일본 제국의 길을 막는다.
나는 독일의 장관 및 장성을 회의실에 모으고 말했다.
“내가 직접 전쟁터에 나가겠다. 빠른 승리를 위해서라도 내가 친정할 필요가 있다.”
“…총통 각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나는 언제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