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351)
EP.2351 2351. 광명승천도
뇌음사는 외부에서 보는 모습과 내부에서 보는 모습이 달랐다. 외부에서 봤을 땐 평범한 문파처럼 전각이 우르르 솟아 있었다. 허나 내부로 들어오니 돌과 흙, 풀이 가득한 불교 사원의 모습이었다. 조금만 시야를 옮겨도 크고 작은 불상들이 보였다.
결계를 이용해 공간을 괴리하고 왜곡한 것이다.
“귀인(貴人)! 뇌음사에 어서 오십시오! 방장께 안내하겠습니다!”
“하하. 이 시기에 귀인이 오실 줄이야! 부처께서 우리를 돕는 게 확실합니다!”
“옴 마니 반메 훔!”
빡빡이 승려들이 기뻐했다. 나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곤란하군. 아무리 그렇게 날 환영해 줘도 뇌음사에 귀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생각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이지요. 너무 빨리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옴 마니 반메 훔.”
지위가 높아 보이는 늙은 승려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 사원 옆에 있는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발견했다. 입구에서 봤을 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나무를 보자마자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얌전하던 천마신공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조용히 이를 악물며 천마신공을 억제한다. 소림사와 마찬가지로 뇌음사 또한 불교계 문파다. 내가 마인이란 걸 알면 바로 때려죽이려 할 것이다.
“오오. 귀인께서는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저 보리수나무야말로 저희 뇌음사의 성물입니다! 석가께서는 저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지요!”
“대단하군….”
“귀인.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저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보니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말이다. 석가는 저기서 마라의 유혹을 떨쳐내고 손가락으로 제압했다지?”
“그러합니다! 그 어떤 유혹도 그분께 닿지 않으셨고, 항마촉지인으로 마라를 단번에 제압하셨지요!”
그 마라가 나다 이 새끼야.
나는 치솟는 욕지거리를 어떻게든 참았다. 여기선 내가 불리하니까. 내가 조화경에만 올랐어도 당장 이 승려 새끼들 모가지를 땄다.
지금은 내가 약하니 참아야 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간 나는 살짝 놀랐다. 사원 내부가 상당히 화려했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 승려 아닌가? 뭔 벽에 금이나 보석이 박혀 있어. 항아리도 존나 비싸 보이고… 장식된 천들도 고급품 같은데.’
정작 몸에 걸친 승려복은 낡아 있었다. 일단 겉으로는 청빈한 승려 코스프레를 하는 모양이다.
“놀라신 모양이군요. 이것들은 모두 시주받은 것입니다. 받은 것들을 함부로 버릴 수 없었기에 장식해 두었습니다.”
처음부터 받지 않으면 되지 않나.
긴 복도를 걷는다. 나를 안내하던 승려 대부분이 우뚝 멈춰서고는 내게 합장했다.
“왜 갑자기 멈춘 거지?”
“이들의 경지가 낮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앞으로 들어갈수록 뇌기는 강해집니다.”
“그랬나?”
뇌음사 전체적으로 뇌기가 충만했다. 사원이라고 하여 이상함은 못 느꼈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까.
“귀인께선 뇌령을 타고나셨으니… 이 정도 뇌기는 아무렇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상쾌해지시지 않으셨습니까?”
잠시 몸을 확인했다. 확실히 아까보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런 것 같군.”
안으로 들어간다.
이젠 확실히 느껴졌다. 짙은 뇌기가 사원 중심에 모여 있었다. 숨만 들이마셔도 폐가 찌릿할 정도의 뇌기! 평범한 일반인은 이곳에 들여서자마자 감전되어 죽을 것이다. 뇌기를 수련한 자들도 오래 버티기는 힘들겠지.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방장은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혼자 방장실로 들어갔다.
승려복을 입은 빡빡이 노인이 방석 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를 중심으로 뛰노는 뇌기들을 느꼈다. 그는 뇌령을 타고났다. 유희 생활 어플의 뇌전 스킬로 인해 뇌령으로 보이는 나와는 달랐다.
‘저게 진짜배기 뇌령(雷靈)이군.’
질투 따윈 없었다. 오히려 살짝 실망했다고 할까. 저 정도야 [뇌전]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아니, 이미 나는 그를 뛰어넘었다.
지금도 그의 주위에 있던 뇌기들이 내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옴 마니 반메 훔! 진정으로 귀인이시군요! 저는 뇌음사의 방장, 전정(電靜)이라 합니다.”
“입구에 있던 승려 중 누구 한 명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오리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뇌기가 제게 알려주었고, 뇌기를 통해 스님들에게 제 의지를 전달했습니다.”
전자기파와 비슷한 방식으로 알았다는 건가?
승려들에게 명령을 내린 건 술법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그의 앞에 놓인 방석에 얌전히 앉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과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최소 삼정 상단(上段)이다. 거기다 여긴 뇌음사의 심부다. 전투를 벌이자마자 뇌음사 승려들이 몰려들 것이다.
내게 승기는 없었다.
“뭘 원하는 거지?”
“허허. 뇌음사의 대문을 연 것은 귀인이 아니십니까. 귀인이여, 어떤 볼일이 있어 뇌음사의 문을 연 것입니까?”
“이것저것 재는 건 싫고, 너도 예상하고 있을 테니 솔직하게 말하지. 뇌음사의 무공과 술법에 관심 있다.”
“뇌공(雷功)은 뇌음사가 천하제일입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전정의 말에서 깊은 자부심과 은근한 오만함이 느껴졌다. 고승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으나, [광명승천도] 세계의 무승이니 그러려니 한다.
“뇌음사의 무공과 술법을 견식하게 해줄 거냐?”
“평소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뇌음사의 뇌공은 오직 뇌음사의 것이기에.”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군.”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들을 받아들인다면 뇌음사의 무공과 술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뇌음사의 것은 타인에게 발설해선 안 됩니다. 그 부분은 반드시 맹세하셔야 합니다.”
“맹세하지.”
말뿐인 맹세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나중에 강해져서 뇌음사를 멸문시키면 맹세도 뭣도 없으니까.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배포해버리면 지들이 어쩔 건데.’
“허허. 귀인의 말을 믿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믿는다고?”
“저와 귀인과 같은 높은 수행을 쌓은 자들에게 있어 말이란 곧 의지입니다. 내뱉은 말은 도로 주울 수 없고, 말을 뒤집는 것은 의지를 상처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콰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렸다. 나는 눈가를 좁히며 허공을 바라봤다. 천둥소리는 나와 전정 사이에서 울렸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번개가 그대의 맹세를 들었습니다.”
“술법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다른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귀인께서 뇌음사의 객이 되어 도와주십시오. 그 대가로 제가 직접 시간 내어 뇌음사의 무공과 술법 중 몇 개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물론 귀인께서 뇌음사에 귀의해 주시면… 뇌음사의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누구도 신앙하지 않는다.”
“그럴 줄 아셨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대체 뇌음사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냐?”
“외인에게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니겠지.”
“뇌음사를 넘어서, 세상에 도움 되는 일입니다. 장담할 수 있습니다.”
“…….”
입을 다물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전정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귀인이여. 저는 귀인이 어찌하여 뇌음사에 찾아왔는지 알고 있습니다. 본래 목적은 그 몸속에서 끊임없이 유혹하는 마라를 떨쳐내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귀인이여. 제가. 뇌음사가 그대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알고 있었나?”
전정이 작게 웃으며 눈꺼풀을 올렸다. 눈동자가 없었다. 오직 흰자만이 있었는데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운 안광이 흘러나왔다.
“허허. 제 눈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관심법을 통달하였으니, 귀인의 몸속에 자리 잡은 마구니를 꿰뚫어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거냐?”
“으음. 아닙니다. 귀인은 정신 방벽이 유독 강하군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 방벽이 약하면 볼 수 있다는 뜻인가. 대단하고 부러운 능력이었다.
‘배신자와 반역자를 단번에 찾아낼 수 있겠군….’
나는 그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는 객으로서 내가 뇌음사에 머물며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 그 도움이 뭔지는 몰라도 내게 해가 되는 건 아니라고 공언했다.
‘뇌음사나 불교에 귀의하라는 것도 아니다.’
대가로 뇌음사의 무공과 술법을 배울 수 있다.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중간에 아닌 것 같으면 공간 이동으로 도망치면 된다.’
계산을 끝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다.”
“옴 마니 반메 훔…. 환영합니다. 우선 여정을 풀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이후의 일은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뇌음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간략하게라도 좋으니 뇌음사가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말해줬으면 좋겠군.”
“뇌음사의 객이 되셨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수십 년 전, 뇌음사는 의견 차이로 인해 둘로 갈라져 싸웠습니다. 그때 명계와 이어진 구멍이 열렸고, 지금 뇌음사는 그 구멍을 멸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마련했으나 힘이 부족하던 상황…. 이때 귀인께서 나타나신 겁니다.”
“명계의 구멍이라니…. 미쳤나?”
“뇌음사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 뇌음사는 이 일을 바로 잡을 것입니다.”
전정은 조금의 동요도 내비치지 않았다. 나는 그의 껄끄러운 안광을 본 뒤 물러났다.
대기하고 있던 다른 승려에게 앞으로 지낼 곳을 안내 받을 때였다. 내 안의 천마신공이 날뛰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뇌음사의 비고를 털고 도망치자. 너도 이곳이 불쾌하지 않느냐.
정말로 천마신공이 이렇게 말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느끼기로는 그랬다.
‘아가리.’
천마신공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