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95
95화 골드가 뭐라고!
미백악관 지하 벙커 안전보장회의, 주요 국가 기관의 수장들이 모두 모였다.
로널드 대통령은 손가락에 낀 활력 반지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70이 넘는 나이, 그러나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샘솟듯 올라오는 활력에 힘입어 마침내 재선가도에 성공한 로널드 대통령.
“중재에 응할 생각이십니까?”
“중재? 글쎄…….”
UH 재단의 책임자 정나정 사무총장의 내건 조건은 미국이 자신을 보호해 사무총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재단의 설립자 정운호를 설득하도록 중재 역할을 부탁했다.
“그녀를 통하지 않고 정운호라는 헌터에게 마나 골드를 직접 공급받는 건 불가능한가?”
“이미 대영 그룹 측에 공문을 보내 답신을 받았습니다. 마나 골드 상업적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회신해 왔습니다.”
“흐음.”
“반면 정나정 사무총장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방침이고요. 게다가 그녀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우리가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CIA국장 빈스 베이커는 정나정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 같다.
“마나 골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건입니다. 시스템 가이드로 충성스런 초인 부대를 육성할 수 있고, 합성 결정석을 만드는 회로도에도 쓰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지. 마나 골드가 생산되는 곳은 한국 말고는 없고 소유권은 UH 재단에 있으니.”
미국은 헌터 강국이다. 숫자도 많고 평균 등급도 높다. 뿐인가? 헌터들이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아이템도 최고수준.
문제는 통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해 있었고, 총기를 소지하는 것도 자유. 그러니 미국 헌터들이 국가의 명령을 순순히 들을 리 있나.
하지만 시스템 가이드로 육성된 헌터들은 다르다.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초인 헌터들, 군 지휘관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지.
“합성 결정석은 또 어떻고요? 농축 방식입니다. 지금은 5배 정도가 최고지만 연구가 더 진행되면 10배까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매릭스 500대 합성 결정석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이미 유통되고 있지 않은가? 물량에 문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응?”
“누구나 사용할 수 있죠. 러시아도, 중국도…….”
“아!”
그제야 로널드 대통령은 깨달았다. CIA 국장 빈스 베이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합성 결정석으로 고농도 결정석 시장을 독점하자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하나 미국이 시장을 독점하는 데 걸림돌이 있고…….”
“네, 정운호 헌터, 그가 장애물이지요. 앞으로 예상되는 정운호 헌터의 행보를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그럼?”
앞으로 만들어 낼 합성 결정석, 던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생산될 터.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결정을 해야 한다.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제거해야죠.”
“후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널드 대통령은 여전히 주저했다.
손에 끼고 있는 이 반지.
자신의 재선을 도왔던 소중한 아이템. 이 활력 반지는 어쩌란 말인가? 이제 유효 기간도 거의 끝나가 하나를 새로 하나 받아야 할 텐데. 그러나 정운호 헌터가 사라지면 반지는?
로널드 대통령은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빈스 국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제 특수 던전 ‘신전’의 제단이 또다시 빛을 발했습니다.”
“제단이… 그럼 이번에도 태블릿이 도착했나?”
“아닙니다. 이번엔 양피지에 그려진 마나 회로도 한 장입니다.”
“용도는?”
“이계의 태블릿에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니 자동으로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용도는… 마나를 생명력으로 바꿔 사람에게 주입시켜 주는 회로도였습니다.”
“엉?”
로널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건 활력 반지의 기능!
“저, 정말인가?”
“제가 뭐라고 여기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맙소사! 개발은 가능하고?”
“정확한 회로도가 있는데 당연히 가능하지요.”
주먹을 불끈 쥐는 로널드, 유일한 고민거리가 사라지는 순간.
“제단이 연속으로 빛을 발했습니다. 두 번 째지요. 그렇다면 세 번째, 아니 네 번째…….”
“계속 빛을 발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특수 던전 ‘신전’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미합중국만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이 미국을 도우시는군.”
로널드 대통령의 머릿속에 명료해졌다.
“결정석 시장을 독점해야지. 그래도 한 번쯤은 구슬려 보라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작전은 언제 시행할 건가?”
“이미 한국 미군 기지에 최정예 헌터 포스 특수 부대원들을 파견했습니다.”
“인기가 많은 사람이야. 우리가 연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골치 아프니까 최대한…….”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미 백악관 벙커 안에서 운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 * *
평택 미군 기지.
정나정은 미 대사관에서 나온 CIA 요원에게 20킬로의 마나 골드 금괴 하나를 내밀었다.
재단 본부의 비밀 금고에 보관된 것을 꺼내 온 것. 자체발광의 황홀한 금빛.
“마나 금 광산에서 채굴한 금괴 중 ‘일부’예요.”
유독 일부를 강조하는 정나정.
“이 금괴는 새로운 관계를 위한 제 선물이에요.”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럼……?”
“걱정 마세요. 이미 결정이 났으니까.”
“그럼 정운호 헌터와의 협의가 끝났다는 말씀인가요?”
“그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하죠. 아마 오늘 중으로 백악관에서 정나정 사무총장님에 대한지지 성명이 발표될 것입니다.”
“아!”
한숨 돌렸다는 표정의 정나정.
UH 재단, 고농도 결정석은 물론이고 마나 골드 금광과 5개의 마나 철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선재단.
적어도 타의로 사무총장 자리에서 내려올 일은 없을 터, 아니 자신의 지배력이 더 확고히 구축될 것이다.
든든한 뒷배가 생겼다. 든든하다는 말로도 모자라지. 무려 미국 아닌가?
* * *
운호는 일단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고민스럽다.
하루 종일 단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글리제 차원이라.’
에론 대륙과 글리제 차원의 연결은 표면적으로는 끊어진 상황.
하지만 하나의 통로가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광휘 때문이다.
그가 살아 있음으로 해서 실낱같은 연결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광휘의 고향 차원, 글리제 차원과 교류를 해 보라니. 설마 에론의 신이 관광 목적으로 가 보라는 건 아닐 테고, 그쪽으로 가면 뭔가가 있다는 말이다.
좋은 점도 있다.
‘관세가 들지 않는다 했어.’
만약 그곳에도 아직 문명이 유지되고 있다면 상품과 상품의 거래가 관세 없이 거래 가능하다는 것.
‘가 볼까?’
오로지 그 고민뿐.
그래서 긴급하게 논의할 문제가 있다며 정휘선 회장, 홍민기 변호사, 민기철 길드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글리제 차원에 대한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운호 군? 자네 의견은…….”
“아!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내 조카손녀 나정이에 대한 처분 말이네. 업무상 배임죄가 충분히 적용되네.”
“일단 이사회를 소집하죠. 거기서 책임을 묻고 해임안을 의결하면 되니까요.”
“이미 소집했어. 일주일 후에 열릴 거야.”
운호는 당연히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임원을 해임하는 건 간단치 않은 일. 이사회를 통해야 한다.
정나정이 어떤 방식으로 재단 사업에 개입했는지 이미 들었다. 타인의 사심이 끼어들었으니 기부와 자선이라는 순수한 마음이 퇴색되었고, 그러니 차원 기여도 메시지도 울리지 않았겠지.
운호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정나정의 선택에 의한 기여.
“자네를 볼 면목이 없네.”
“뭘요.”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다. 어쨌든 돈은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집행이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간접 사업보다 직접 기부 방식으로 전환하면 될 것이고.
그것도 그거지만.
‘규모가 너무 커졌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다.
워낙에 덩치가 크니 생기는 부스러기도 크지.
앞으로 가져오는 결정석은 재단에 넘기지 말아야겠다.
정휘선이 홍민기과 함께 재단 이사회 명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나정이 자신을 지지하는 이사를 재단 이사회에 꽂아 넣은 정황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안 봤는데, 꼼꼼한 여자다.
바로 그때!
정휘선의 비서가 무슨 연락을 받은 듯 슬쩍 다가왔다.
“회장님! 잠시.”
“음? 무슨 일인가?”
귓속말로 말을 전하는 비서.
“뭐? 박 교수가… 심장마비? 이런!”
애석해하는 정휘선, 친한 지인 중 한 명의 사망소식이었다.
“쯧쯧, 평소 건강 신경 쓰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안타깝네요.”
“그분 우리 재단의 이사님 아닙니까?”
“흐음, 맞네.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들어갔지.”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그도 활력의 반지를 끼고 있을 터인데.
그때!
따르르릉.
이번엔 정휘선의 개인 폰으로 연락이 왔다.
운호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는 정회장.
“어, 그래, 날세. 자네도 연락 들었나? 박 교수가 심장… 뭐라고?”
정휘선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홍종철이가, 교통사고? 허허허허.”
“헉! 홍 회장님께서도…….”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회장님.”
정휘선은 정신이 멍하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한경일보 사주인 홍종철의 사망소식도 터졌다.
하루 사이에 친한 지인이 두 명이나 죽었다니!
“저…….”
홍민기 변호사가 정휘선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홍종철 회장님도 UH 재단 이사십니다만.”
“…어?”
“음.”
“허!”
단 하루 새에 재단 이사 두 명이 사망했다.
그것도 정휘선 회장의 추천으로 선임된 이사들이.
우연?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휘선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나정이! 나정이 소재를 파악해 봐!”
정휘선의 지시에 비서실이 난리가 났다. 저마다 전화기를 들고 정보망을 통해 정나정의 소재를 파악했다.
“평택입니다. 현재 평택 미군 기지에 가 있는 걸로 파악이 됩니다.”
“미군 기지라고? 거긴 왜…….”
홍민기 변호사도 뭔가를 발견한 모양.
스마트폰을 들고 달려와서.
“이것들 좀 보십시오.”
SNS 정치로 유명한 미국 로널드 대통령이 날린 게시물.
“뭐야? 우리 백악관은 UH 재단, 특히 정나정 사무총장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미국민들을 대신해 그녀의 활동에 전력으로 지지를 표명한다?”
순간 운호는 뒤통수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이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UH 재단 감사, 그로 인해 밝혀진 정나정의 배임죄, 이사회 소집. 하지만 오늘 두 명의 이사 사망, 정나정은 평택 미군 기지로 피신(?), 때맞춰 미국 로널드 대통령의 정나정지지 선언.
단순하게 판단해 보면 미국이 UH 재단에 개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목적이 뭐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내는 정휘선.
“미국이라, 그러고 보니 일전에 미 대사관 측에서 대영 그룹에 공문이 날아온 적 있네.”
“내용은요?”
“마나 골드를 팔라는 거였어. 하지만 상업적 판매는 하지 않을 거라 단호하게 못 박았지.”
마나 골드라.
“지금 채굴해 놓은 골드는 어디에 보관되어 있습니까?”
“재단 비밀 금고에… 제가 사람을 보내 확인해 보겠습니다.”
민기철이 황급하게 어디론가로 전화했다.
잠시 후.
“사, 사라졌답니다. 20킬로 금괴가 몽땅… 최소 20개 이상은 있었는데…….”
“이런!”
결론은 금이다.
마나 골드!
그런데 그걸로 뭘 하려는 거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민기철 길드장님!”
“네!”
“지금 당장 길드원들 총동원해서 우리 이사님들과 회장님, 지훈이, 신변 보호에 들어가 주세요. 상봉동 경호 병력도 철수시키고요.”
“하, 하지만… 알겠습니다.”
운호는 민기철에게 아공간 가방 하나를 건넸다.
“새로 가지고 온 장비들입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것보다 성능이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아! 가, 감사합니다.”
로산트 제국의 황궁 근위 기사단들이 착용하던 무구들이다. 당연히 최고 등급의 무기와 갑옷일 터.
그리고.
“돼지야!”
“냥?”
회장실 푹신한 소파 위에서 츄르를 핥고 있던 짬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넌 지훈이와 회장님 보호해.”
“냥!”
“누구라도 다치면 안 돼!”
“냐냥!”
정휘선이 물었다.
“자넨? 어쩔 건가?”
“전 따로 갈 데가 있습니다.”
“호, 혹시…….”
“염려하지 마세요. 걱정해야 할 놈은 따로 있으니까요.”
먼저 진상부터 알아본다.
잘못이 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