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4
‘폭풍전야’가 개봉한 지 이틀.
『6·25전쟁을 다룬 착한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보이스프로덕션 측 “ ‘폭풍전야’ 이야기 해외에도 알리겠다”』
목요일인 오늘, 영화판은 두 가지 이슈로 시끄러웠다.
하나는 ‘폭풍전야’.
『[무비is]역시 최상희 감독? 보이스프로덕션이 뽑아낸 애니메이션 ‘폭풍전야’ 본 관객들 “퀄리티 일본이나 해외 못지않아” 극찬!』
『미친 퀄리티 ‘폭풍전야’, 해외에 걸릴 시 어떤 반응일까?』
또 하나는 MV e&m이 내 걸은 일본 애니메이션 ‘저 푸르른 언덕 뒤’였다.
『[이슈체크]이 시국에 일본 애니메이션 배급을? MV e&m은 묵묵부답』
『‘저 푸르른 언덕 뒤’ 감상평에는 영화 감상보다 악플이 더 많다? 실제로 보니···/ 사진』
안 그래도 국민들이 똘똘 뭉쳐, NO재팬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국내 대기업인 배급·제작사 MV e&m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 거는 바람에 대중들의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저 푸르른 언덕 뒤 평점/ 관람객, 네티즌 ] [39,827건/ ★☆☆☆☆ 3.09]-개XX들아! / 2****
-영화 빨리 내려라. 이 시국에 배짱 좋네? / G****
-MV e&m은 일본 기업임?/ f*****
-강주혁이랑 ㅈㄴ 상반된 길을 걷고 계시는군요. 예. 그럼 앞으로 MV e&m 영화는 안 보겠습니다. NO재팬! NO! MV e&m!/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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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평에는 물론이거니와 MV e&m의 공식 홈페이지, MV e&m의 공식 SNS 채널, 너튜브 등등등.
국민은 MV e&m과 관련된 모든 곳에 침통함과 분노가 잔뜩 담긴 발자취를 남겼다.
결국.
『MV e&m측 “생각 없는 배급 반성, 빠르게 내리겠다” 뒤늦은 조치』
어떻게든 버티려던 MV e&m이 꼬리를 내렸다.
다음 날 금요일.
보이스프로덕션의 본사인 삼성동 사옥 대회의실에 모인 간부들의 표정에 웃음꽃이 폈다.
“ 이거 보라고 이거! ‘홀로 국위선양에 힘쓰는 보이스프로덕션, 참된 기업의 표본’이란다! 크- 사이다가 따로 필요없구만? ”
방금 핸드폰을 통해, 뜬 기사를 읽은 추민재 부장의 희열 섞인 외침을 포함해, 노트북을 보는 홍혜수 부장도 이에 뒤질세라 동참했다.
“ 그것뿐이야? 지금 ‘폭풍전야’ 평점이 9.9점이야. 9.9점! 마케팅이 알아서 굴러가네? ”
“ 크크크. 아줌마! 좋냐? 그래. 오늘 회식이나 합시다! 이런 날 회식하지, 언제 하겠어? ”
“ 어머. 민재야. 난 이미 음식점 예약까지 해놨는데? 느리다 느려. ”
두부장들의 경쾌한 대화를 듣는 박찬규 부사장은 허허거리기 바빴고, 보이스프로덕션의 팀장들이나 기타 간부 직원들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당연했다.
회사입사 이래 단 한 번도 보이스프로덕션이 추락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한창 대회의실에 웃음소리가 넘쳐날 때쯤 열린 회의실 문을 통해, 재킷 없이 셔츠와 갈색 넥타이를 맨 강주혁이 나타났다.
“ 다들 뭐가 그렇게 좋아? 웃음소리가 복도까지 들려. ”
주혁이 회의실에 등장하자, 앉았던 직원들이 발딱 일어났고, 마찬가지로 일어난 추민재 부장이 크하하 웃었다.
“ 사장님! 지금 우리가 안 좋아하게 생겼냐? 언론이나 여론이나 우리 회사보고 국위선양을 앞장선다는데! ”
그의 외침에 모인 직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강주혁도 딱히 이견은 없는지, 픽 웃었다. 이어 들고 온 다이어리를 앞에 놓으며 상석에 앉았고.
“ 자- ”
마치 회의 시작을 알리듯, 내려온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 드라마 쪽 시청률 상황이 좀 어때? ”
대답은 방방 뛰다 가까스로 진정한 추민재 부장에서 나왔다.
“ ‘없어졌던 남자’ 35.1%, ‘대등한 법조인’ 6.7%. 우리는 계속 오르고, SBC는 끝없이 자빠지는 중. ”
수요일과 목요일에 3부와 4부가 차례로 방영한 드라마 ‘없어졌던 남자’의 시청률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작품의 퀄도 좋았지만, 뭣보다 이번 사태에 관한 힘이 컸다.
“ 우리 회사에 애국 기업 이미지가 쓰이면서, 시청자들이 찾아서 볼 정도다. ‘없어졌던 남자’는. ”
여러 가지 이유가 섞이면서 ‘없어졌던 남자’는 최근 방송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시청률 35%를 돌파했고, 이는 대중들이 보이스프로덕션.
즉, 강주혁에 신뢰를 더불어 열광하고 있음을 뜻했다.
반면.
“ 그러고 보니 GM엔터가 핸들링 한 ‘대등한 법조인’은 조기 종영 얘기까지 돌더라. ”
홍혜수 부장이 립밤을 바르며 꺼낸 말처럼 현재 SBC의 ‘대등한 법조인’은 조기 종영 얘기가 실제로 돌고 있었다.
그 이유를 추민재 부장이 뱉었다.
“ 타이밍이 너무 지랄 같았던 거지. 아니, GM엔터 이강수 사장이 그 토우타 나사구레? 나사무네? 하여튼 그 미친놈 부하일 줄 누가 알았겠어. ”
현재도 시끄럽게 터지고 있는 토우타 게이트 기사 중 어제 터진 기사. 바로 한국의 GM엔터테인먼트 사장이었던 이강수가 토우타 나오무네의 부하였던 것이 밝혀지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덕분에 GM엔터테인먼트 주가부터 GM엔터가 손을 댔던 작품인 ‘대등한 법조인’의 시청률이 폭락했다.
“ 일단, 좋아. 그리고. ”
이어 고개를 끄덕인 강주혁이 제작 1팀 팀장인 박건웅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 팀장님. 그 MV e&m이 배급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내렸다는 기사는 봤는데, 지금 ‘폭풍전야’ 반응은 좀 어때요? ”
“ 어제인 목요일까지. 개봉 후 이틀 성적이 50만을 넘었습니다. 이 속도로 계속 유지되면 다음 주에는 100만이 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100만이라······ ”
사실, 국내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100만을 넘는다는 것은 꽤 대단한 일이었다. 시장이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좁으니.
하지만 지금 ‘폭풍전야’의 흥행은 그저 좁은 시장을 넘어, 다른 힘이 작용한 결과였다.
애국 마케팅의 힘.
토우타 게이트 사건으로 보이스프로덕션의 기업 이미지가 폭등한 탓에 나온 결과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낮았다면 금방 꺼질 불씨였으나, ‘폭풍전야’의 퀄리티는 강주혁이 극찬할 정도였다.
쉽게 꺼질 이유가 없었다.
곧,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앞에 놓인 다이어리에 무언가 적으며 박건웅 팀장에게 말을 추가했다.
“ 최상희 감독님. 바쁜 일 좀 끝나면 해외 개봉 건으로 내가 좀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 회사에 한번 오라고 하세요. ”
“ 알겠습니다. ”
이어 주혁이 다이어리 한 장을 넘겼고, 질문은 매니지먼트 1팀 김수열 팀장에게 던졌다.
“ 김수열 팀장님. 요즘 헤나씨 스케쥴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
“ 헤나씨 말입니까? 어- 헤나씨는. ”
대뜸 헤나의 질문이 던져지자, 김수열 팀장이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한 뒤 답했다.
“ 최근 스케쥴이 많지는 않습니다. 해외 너튜버 ‘BBBIgMusic’랑 준비 중인 프로젝트와 정규 앨범도 끝물이라, 지금은 좀 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그래요? ”
“ 예. 왜 그러시는지. ”
김수열 팀장이 되물었지만, 강주혁은 딱히 대답이 없었다. 그런 그가 곧장 주제를 바꿨다.
“ 박찬규 부사장님. GM엔터테인먼트 지분 얼마나 모였나요? ”
“ 약 21% 정도? 던져지는 대로 확보하고는 있으나, 한계가 있어요. 작게작게 1~3%씩 모으다 보니. ”
“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제가 그쪽 대주주들 확인되는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럼- 박팀장님. ”
답한 강주혁이 홍보팀 박팀장을 불렀다. 그런데.
“ 이런 건 어때. 아니 어때요? ”
수염이 까끌하게 자란 홍보팀 박팀장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기사 타이틀을 뱉었다.
“ 보이스프로덕션 측 G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 중, 착한 회사 만들겠다! ”
같은 날, 늦은 오후. 강남 어느 횟집.
최근 거의 김재황 사장과 최명훈 감독의 만남의 장소로 바뀐 강남 횟집에 오늘도 역시, 김재황 사장과 최명훈 감독이 마주 앉아있다.
“ 음. ”
지금 침음을 뱉은 김재황 사장은 그간 살이 좀 오른 듯 보였고, 최명훈 감독은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런 두 남자의 분위기가 어째선지 심상치 않았다.
-팔락.
김재황 사장은 앞에 펼쳐진 음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지금 들고 있는 얇은 종이뭉치를 보기 바빴다.
반면, 최명훈 감독은 정갈하게 올려진 회를 깨작거리며 김재황 사장의 눈치를 살폈다.
이어 20분 뒤.
-스윽.
다 읽었는지, 보던 종이뭉치를 내린 김재황 사장이 소주잔을 들어 올린 최명훈 감독에게 시선을 던졌다.
“ 제작비가 7,000만 달러(대충 850억 이상)? ”
그의 물음에 방금 입에 넣었던 소주를 삼킨 최명훈 감독이 턱을 긁었고.
“ 죄송합니다만. 그 7000만 달러도 최소입니다. ”
김재황 사장이 허허 웃으며 팔짱을 꼈다.
“ 그러니까 제작비가 7,000만 달러를 웃돌 것이다? ”
“ 배우와 촬영 장비 그리고 세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당연히 제작비는 최대한으로 줄여서 움직여야. ”
“ 1억 달러. ”
“ 예? ”
“ 1억 달러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
김재황 사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1억 달러를 던지자, 최명훈 감독이 두 눈을 끔뻑였다.
“ ······그러니까 그 말씀은. ”
“ 이 영화에 넣을 내 투자금. 왜 부족한가? ”
부족할 리 없었다. 곧, 최명훈 감독이 손사래를 쳤고.
“ 그,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
“ 허허- 그래요. 그나저나. ”
김재황 사장이 탁자에 놓인 얇은 종이뭉치를 가리켰다.
“ 이거 강사장한테는 보여 줬는가? ”
“ 아직. 원래 원작자가 먼저 보는 것이 맞는 거라서, 혹시 내용은 어떠셨는지? ”
“ 나 같은 까막눈이 본다고 뭘 아나. 선수가 봐야지. 선수가. ”
이어 픽 웃은 김재황 사장이 회 한 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 일단, 먼저 강사장한테 컨펌을 받지. 그 친구가 좋다면 나도 오케이야. ”
두 시간 뒤,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시간은 대충 10시가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 강주혁의 사무실은 밝게 불이 켜져 있었고.
“ ······흠. ”
주혁은 지금 포커스무비의 린다가 보내온 시나리오를 읽으며 중간중간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똑, 똑, 똑.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퍼졌다. 주혁은 시선을 여전히 시나리오에 둔 채 짧게 말을 뱉었다.
“ 네. ”
곧, 사장실로 여자 한 명이 발랄하게 나타났다.
“ 사장님!! 저 왔어요! ”
“ 아- 헤나씨. 왔어요? 거기 앉아요. ”
여자는 헤나였고, 언제 염색했는지 그녀의 단발머리는 옅은 빨간색을 띠고 있었다. 어쨌든 헤나가 입고 있던 카키색 더블코트를 벗으며 자리에 앉자, 주혁이 움직였다.
“ 요즘 쉬고 있다구요? ”
“ 네에! 슬슬 들어온 드라마 대본도 보면서, 남은 스케쥴 하고 있죠.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부르셔서 깜짝 놀랐네! 저 까먹으셨잖아요! ”
“ 제가요? 그럴 리가. ”
“ 아닌데? 까먹으셨던데. 저 진짜 사장님 독대 오랜만인 거 같아요. ‘28주, 궁궐’ 이후로 처음인 듯. ”
붉은 단발을 팔랑이는 헤나를 보며 주혁이 픽 웃었다.
“ 드라마 대본이라······꽤 들어오죠? ”
“ 한- 5개? 더 들어왔다는데, 홍부장님이 컷했다고 하더라고요! ”
“ 그런데요. 헤나씨. 나 하나만 물어볼게요. ”
“ 네네. 물어보세요. ”
“ 헤나씨는 드라마는 하는데, 왜 영화는 안 해요? ”
주혁이 다리를 꼬며 묻자, 헤나가 눈알을 위로 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음- 감성이 저랑 안 맞아서? 다들 드라마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전 좀 그렇게 전투적인 촬영이 좋아요. 라는 건 변명이고, 영화 쪽에서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던데. 제가 영화랑 마스크가 안 어울려서 그런가? ”
답한 헤나가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괜찮은데, 다들 왜 그러지.’ 정도의 말을 뱉었다.
-스윽.
그런 그녀에게 주혁이 대뜸 종이뭉치를 내밀었다. 그러자 헤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 응? 뭐지? 뭐예요 이거? ”
두 눈에 물음표가 뜬 헤나에게 강주혁이 간단하게 답했다.
“ 이번에 영화 해볼래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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