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25
“ 영화요? ”
주혁의 물음에 헤나가 읊조리며 받은 종이뭉치를 펼쳤다. 종이뭉치는 영화 시나리오였다. 어느새 헤나는 들고 있던 손거울을 책상에 올린 채, 시나리오를 읽어내려갔다.
“ ······ ”
그 모습에 강주혁은 입을 다물었고, 헤나가 시나리오를 집중해서 읽을 분위기를 만들었다. 곧, 사장실 내부는 주혁이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만이 들렸고.
“ 어- ”
약 20분 정도 흘렀을 무렵.
“ 한국계 미국인 소녀? 뭐야. 이거 국내 영화가 아닌가 봐요? ”
붉은 단발을 귀 뒤로 넘긴 헤나가 시선은 여전히 시나리오에 둔 채 묻자,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그건 헐리웃 영화 시나리오예요. ”
“ 아- 그렇구나. 헐리웃 영화 시나리······엥? 잠깐만요. 헐리웃이요?! ”
주혁은 담담하게 대답했으나, 돌아오는 헤나의 대답은 담담하지 않았다. 헤나는 단발을 찰랑대며 내려보던 시나리오에서, 강주혁의 얼굴을 대뜸 쳐다봤다.
“ 헐리웃? 엥? 진짜요? 이렇게 갑자기? ”
“ 네. 시나리오 초반만 읽어봐도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뮤지컬 느낌의 영화고 여주인공이 간간이 노래도 불러요. 그런 여주인공이 K-POP을 사랑하는 설정이고. ”
짤지만 핵심이 전부 들어간 강주혁의 설명에 헤나가 흠흠 거리며 팔짱을 꼈다.
“ 딱 나네. ”
“ 맞아요. 이 영화에 관해 처음 듣자마자 난 헤나씨가 딱 떠올랐어요. 그냥 헤나씨 영화였어 이건. ”
꽤 여유롭게 답하는 강주혁이었지만, 헤나로서는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 어······뭐랄까. 솔직히 바로 결정하긴 좀. 그렇잖아요. 전 영화 경험도 없는데, 국내 영화도 아니고 바로 헐리웃으로 점프한다는 게. ”
“ 물론, 국내 영화 좀 경험해보다가 해외로 넘어가도 좋겠죠. 그런데 내가 전부 해보니까, 국내 해외 별 차이 없어요. 환경이 바뀔 뿐, 연기한다는 포인트는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
주혁의 말을 들은 헤나가 입술을 우물거리며 책상 위, 시나리오에 시선을 다시 내렸다. 적잖게 고민이 되는 듯.
당연히 헤나의 마음을 강주혁이 모를 리 없었다.
“ 헤나씨. 아직 이 영화를 내가 시작하겠다는 확정은 없어요. 그냥 만약 하게 된다면 여주인공이 헤나씨였으면 좋겠다 정도? 그러니 부담 없이 생각해봐요. ”
“ 음- 네! 그럴게요. 고민해 볼게요. ”
“ 참고로 곧, 이 시나리오를 가진 해외 영화사가 한국에 와요. 그때 나는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공사를 제시할 거고, 여러 가지 손볼 것도 많아요. 다만. ”
말을 잠시 멈춘 주혁이 몸을 헤나 쪽으로 당겼다.
“ 그쪽이 내 제안을 전부 받아들이고, 아무 문제 없이 영화가 제작된다면. 헤나씨가 이 영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난 이 영화로 헤나씨의 얼굴만 해외에 알리고 끝낼 생각이 없어요. ”
“ 그럼요?? ”
강주혁의 설명을 듣던 헤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 모습에 주혁이 미소지었고.
“ 뮤지컬 영화니까 당연히 영화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대놓고 영화 음악으로 넣는 것이 아닌. ”
검지로 헤나 앞에 놓인 시나리오를 찍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 그래요. 예를 들어 시나리오 내용 중 여주인공이 라이브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씬이 있어요. 그런 장면에 헤나씨의 자작곡을 넣어서 자연스러운 미장센(연출)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완곡이 아니라, 1~2분만 짧게 보여주는 거지. ”
말을 들은 헤나가 두 눈을 깜빡였다.
“ 내 노래를 영화에? 제작사 측이 허락해줄까요? ”
“ 그런 걸 하게 만드는 게 내 일이죠. 걱정말아요. 어쨌든 여주인공이 라이브 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는 두세 번 나와요. 그런 씬마다 헤나씨의 자작곡을 넣어 영화를 찍고, 후에 영화가 해외서 잘 팔린다면. 만약에 진짜 잘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
“ 음- 막 잘되고 그러면 영화 본 사람들이 노래를 찾아보지 않을까요? 노래가 좋아야겠지만. ”
헤나의 대답이 정답이었는지, 주혁이 픽 웃었다.
“ 헤나씨도 알겠지만, 드라마나 영화가 잘되면 배경음악 역시 잘 팔려요. 당연히 이 영화가 해외서 잘 팔리면 외국인들이 헤나씨의 노래를 찾을 거야. 근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거지. ”
“ 아! 정식 영화 OST가 아니니까. 음원이 없겠구나? 맞죠! ”
“ 맞아요. 그 노래들은 헤나씨가 극 중에서 부른 자작곡일 뿐이니까, 백날 찾아봐야 안 나오겠죠. ”
말을 마친 주혁이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 한창 외국인들이 헤나씨의 자작곡에 목말라 있을 때, 노래를 공개해요. ”
“ 혹시. ”
“ 네. 우리 회사 공식 너튜브에만 노래를 공개하는 거예요. 즉, 정식 음반이 아니라서 우리 너튜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거죠. ”
어느새 강주혁의 핸드폰에는 보이스프로덕션 공식 너튜브 채널이 켜져 있었다. 그런 핸드폰 화면을 보던 주혁이 붉은 단발의 헤나에게 다시금 눈을 맞췄다.
“ 분명, 빌보트차트 진입 조건 중에 ‘너튜브 조회수’가 있었죠? ”
주말 지나, 29일 월요일.
아침부터 주혁은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폭풍전야’가 탄생한 최상희 감독의 작업실에 들렀다.
“ 최상희 감독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
“ 하하. 저보다야 사장님이 워낙에 바쁘시지 않습니까? ”
여전히 대학교수 같은 모습의 최상희 감독 작업실에는 그를 포함해서, 큐애니스튜디오의 김진구 프로듀서와 고진아 스토리작가 그리고 너덧 명의 직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 사장님! 여기 앉으십쇼! ”
강주혁이 작업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김진구 프로듀서가 작업실 여기저기 박혀 있던 의자를 공수해와, 주혁에게 내밀었다.
덕분에 책상 없는, 의자만 있는 회의실이 연출됐고, 주혁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최상희 감독과 인사 후, 자리에 앉자.
“ 말씀하신 우리 애니메이션 성적입니다!! ”
김진구 프로듀서가 흰색 태블릿을 건넸다.
흰색 태블릿에는 ‘폭풍전야’의 성적이 출력되고 있었다.
[2021년 3월 29일 관객수 조회] .2. 폭풍전야/ 개봉일: 3월 24일/ 관객수: 241,421/ 스크린수 : 971 / 누적관객수: 1,00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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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6일째, 애니메이션 ‘폭풍전야’가 100만을 돌파했다. 최근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치고는 꽤 이례적인 성적이었다.
“ MV e&m이 올린 애니메이션은 벌써 내렸더라고요!! ”
이는 현 시국인 토우타 게이트 겸 NO재팬의 이슈 등의 힘도 있었지만, ‘폭풍전야’ 자체의 저력도 포함돼 있었다. 시작이야 호기심 반 분위기 반 정도로 봤던 관객들이 작품의 퀄리티를 보고 입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왔구나!!’
즉, 좁은 시장임에도 ‘폭풍전야’의 흥행은 어떠한 작은 희망과 더불어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같았다. 이어 손에 들린 태블릿을 내린 주혁이 최상희 감독에게 물었다.
“ 감독님. 해외 개봉 시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폭풍전야’ 국내 추이를 좀 보고, 해외 배급사를 만나볼 생각입니다. 얘기를 나눠봐야 뭐가 나와도 나올 것 같아요. ”
“ 작업도 늘죠? 통상 해외서는 자막보단 더빙을 선호하니까. ”
“ 맞습니다. 영어 더빙 작업이나 심의에 따라서 장면 추가 및 삭제 작업도 필요하죠. ”
해외 개봉이라는 소리에 큐애니스튜디오의 김진구 프로듀서가 반삭에 가까운 머리를 쓸며 눈을 반짝였다.
그를 포함해, 큐애니스튜디오 인원을 전부 훑던 주혁의 시선이 다시금 최상희 감독에게 맞춰졌고.
“ 좋아요. 다녀와서 뵙죠. 그래서 제 회사는 어떠셨는지? ”
대뜸 던져진 물음에 최상희 감독이 검은 뿔테 안경을 추켜올렸다.
“ 예? ”
“ 지금 저는 애니메이션 ‘폭풍전야’를 같이 작업한 제 회사. 보이스프로덕션이 어땠는지 여쭤보는 겁니다. 감독님께 드리는 제 이력서죠. 이력서. ”
“ 이력서요? ”
최상희 감독이 눈을 끔뻑이자, 주혁이 작업실에 모인 인원 전체를 둘러보며 미소지었다.
“ 전 최상희 감독님이 이 팀의 사령탑이 돼주셨으면 좋겠어요. 즉, 보이스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 팀을 맡아달라는 겁니다. ”
“ ······그러면. 사장님 말씀은 ‘폭풍전야’ 말고도 애니메이션을 더 만들겠다는. ”
어느새 다리를 꼰 주혁이 팔짱을 꼈고.
“ 좀 크게 보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확 넓힌다든지, 아니면. ”
포부를 뱉었다.
“ 디즈니 같은 파워를 가진다든지. ”
같은 날, 늦은 오후. 보이스프로덕션 본사.
검은색 맥코트를 한 손에 든 강주혁이 추민재 부장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서류를 보던 추민재 부장이 고개를 올렸다.
“ 어? 사장님. 오늘 최상희 감독 만난다고 안 했나? ”
“ 보고 왔어. 그보다 형. 바빠? 나랑 놀러 갈 시간 좀 되나? ”
“ 놀러? 어디로? ”
“ ‘여자의 복수’ 야외 촬영장. MBS 이동남 국장이 촬영장서 좀 보자는데, 어차피 ‘여자의 복수’ 촬영장 한번은 가봐야 했으니까 가볼까 하는데. 형도 가자. 혜수 누나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네. ”
주혁의 말에 피식 웃은 추민재 부장이 벗어놨던 정장 재킷을 챙겼고.
“ 그 아줌마 지금 저기 어디냐. 마니또 연습실에 있을걸? 세상일을 혼자 다 해. 아주. 가자가자. 안 그래도 갑갑했어 나도. ”
울 소재의 재킷을 입은 추민재 부장이 강주혁과 복도를 걸을 때, 주혁이 물었다.
“ 그거 ‘여자의 복수’ 첫 방이 4월 5일이라고 그랬나? ”
“ 어어- 2월 말 편성이었는데, 뭐더라 무슨 방송국 사정이랑 원래 나가던 게 좀 늘어져서, 밀렸다고 하더라고. ”
대답을 들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일 때, 추민재 부장이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 차는 내 거 타고 가자. ”
잠시 뒤.
첫 방까지 일주일 남은 ‘여자의 복수’ 야외 촬영장. 이동남 국장이 강주혁을 부른 장소는 비교적 스텝 및 관련 인원이 적은 B팀이었다.
그럼 에도 촬영장 주변에 기자들이 몇 보였다.
“ 어이구~ 장주연 저 친구 많이 변했네. ”
“ 아- 박기자. ‘만능엔터테이너’ 이후, 장주연은 처음 봐? ”
“ 어어- 처음 봐. 좀 뭐랄까 되게 귀엽상하게 바뀐 것 같은데? 역할이 그래서 그런가? ”
연예부 기자들이 이렇듯 보이스프로덕션 소속 배우들의 촬영장에 나타나는 것은 요즘 꽤 흔한 일이었다. 그만큼 보이스프로덕션의 위상이 높아짐을 뜻했고.
“ 컷! 다시 갑시다!! 주연씨! 좀 거 뭐냐. 유연하게 안 돼요?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응? 부탁 좀 해요. ”
“ 네. 죄송해요. ”
“ 다시다시. ”
지금 장주연에게 애매한 디렉션을 넣은 ‘여자의 복수’ B팀을 맡은 서만형 PD는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 후- 짜증 나네.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이라 지랄도 못 하겠고. 쯧! ”
애초 올해 상반기에 잡혔던 본인의 편성도 날아간 데다, 갑자기 후배 PD가 들어간 ‘여자의 복수’ B팀을 맡게 됐고.
“ 자- 주연씨 유연하게 갑시다. 하이- 큐! ”
“ ······참 이상해. 당신 평소엔 나한테 관심조차 없었잖아요. 나만 보면 귀찮다는 표정이 덕지덕지였잖아? 그런데 왜. ”
“ 컷. NG. 아니, 주연씨. 유연하게 좀 가자니까요. 왜 자꾸 그렇게 딱딱하게 가려고 해요? 나- 참. 돌겠네. ”
뭣보다.
“ 무슨 PD가 드라마를 찍는데, 작가를 만날 수도 없냐고. 대본이 이런데, 배우 연기도 저러면 촬영을 어떻게 하라고? ”
B팀을 맡은 서만형 PD는 ‘여자의 복수’ 대본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막장이 너무 포진돼 있달까? 그런데 작가를 만날 수 조자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 거기다.
“ 시발. 삐정아가 통과시킨 B팀 대본을 내가 찍고 앉았네. 어후- 씨. ”
‘여자의 복수’ 메인 PD인 후배 최정아 PD가 통과시킨 대본이라 더욱 불편했다. 어쨌든 배우고 스텝들이고 전부 들리게 혼잣말을 뱉던, 얼굴이 넓적한 서만형 PD가 B팀 대본을 모니터 위로 툭 던졌다.
“ 좀만 쉽시다. 대본 좀 이상하니까, 아니. 막장이 심해도 너무 심하잖아. 내가 최정아 PD랑 얘기를 좀 해야겠어. 대체 이 장면이 왜 필요한 거야. ”
한편, 이미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지켜보던 강주혁과 추민재 부장 중 추민재 부장의 눈썹이 꿈틀했고.
“ 아니, 근데 저 양반이. 저렇게 다 들리게. ”
콧바람을 훅훅 뱉으며 추민재 부장이 나서려던 때에.
-텁!
“ 형. 잠깐만. ”
강주혁이 추민재 부장의 팔뚝을 잡았다. 그러자 추민재 부장이 말리지 말라는 식으로 답했다.
“ 놔봐. 내가 저 양반 버릇을. ”
반면, 강주혁의 시선은 촬영장 반대편에 닿아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발견한 듯. 그런 주혁이 추민재 부장을 당기며 읊조렸다.
“ 있어 봐. 뭐가 터질 것 같으니까. ”
“ ······어? 터져? 뭐가? ”
그 순간.
“ 잘하는 배우 잡지 말고. 나한테 말해요. ”
촬영장에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덕분에 핸드폰을 들고 있던 서만형 PD 포함 촬영 스텝들과 기자들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 뭐야? ”
그곳에는 이동남 국장. 그리고 얼굴의 반을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에 모자를 쓴 여자가 서 있었다. 그중 여자가 주먹 두 개만 한 선글라스를 벗으며 짜증을 뱉었고.
“ 작가 나니까, 나한테 말하라고요. 빡치네. 대본 어디가 이해 안 가는데요? PD님? ”
여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서만형 PD가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 저, 정혜인?!! ”
곧, 정혜인의 얼굴을 확인한 촬영장 모두의 입이 벌어졌고, 촬영장에는 일순 정적이 흘렀다.
“ 크큭. 보이스피싱이 말한 장소랑 상황이 좀 다르긴 한데, 어쨌든. ”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주혁은 웃음을 뱉었다.
“ 터졌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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