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41)
특성 쌓는 김전사-241화(241/300)
241화 강의 권속 –2-
인사를 나누고 물고기 인간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보트를 포위하듯이.
다친 고래를 사냥하려는 상어 떼처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개중 덩치 큰 물고기 인간이 강물 글자를 그렸다.
[우리가 무섭지 않나?]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좀 못생기긴 했네요.]“캬앗!”
“키이이이!”
“캿캿캿!”
물고기 인간들이 위협적으로 입을 벌린다.
그러나 손전등에 그들이 비치는 지금, 나는 귀안으로 그들의 표정을 읽고 이해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흥겨움] [즐거움]이 두 감정.
즉, 저 괴상한 소리는 저들의 웃음소리였다.
위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비주얼이 충격적이긴 해.’
아케인 서울의 괴물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못생겼으니까.
그런데 알아?
저들도 사실은 인간이다.
북극에 사는 이종 혈통들이 그러했듯이.
아케인 서울에서 인간의 기준은 간단하다.
평범한 인간과 자손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그 자손이 다시 인간과 자손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사실 북극의 이종 혈통도, 나세르 호수 강의 권속도 종족적 측면에서 보면 인종적 차이밖에 없다는 것.
‘하여간 마력 변형이 무섭다니까.’
아마도 특정 유전자가 특수한 마력을 생산해서 저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물고기 인간이 지느러미 달린 팔을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인간. 우리 마을에 놀러 가지 않겠나? 말이 통하는 인간을 만난 것을 기념하고 싶다.] [좋죠.] [좋아.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여라.]추욱!
물고기 인간이 물을 뿌렸다.
물이 증발해서는 안개가 되어 날 덮쳐 온다.
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력 파장을 받아들였다.
마법이 걸린다.
아니, 이걸 마법이라고 해야 하나?
차라리 신성 권능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공기가 답답해졌다.
마치 바다에, 심해에 빠진 듯한 감각.
괴상하게 침침해진 시야에서 물고기 인간이 글자를 그리는 게 보였다.
[당황하지 마라. 강의 친화 축복이다. 물로 들어가면…… 어어?]알아. 안다고.
설명 필요 없어.
나는 글자를 다 읽지도 않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풍덩!
포근하게 날 안아 주는 강물.
세상이 맑게 걷혔다.
안개 따위 다 사라졌고, 물속인데도 공기 속처럼 시야가 깨끗하게 트였다.
산소통 없이도 마음껏 호흡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것도 자유롭다.
그야말로 물속의 물고기가 된 느낌.
[어디로 가죠?]지고화를 쓸 수는 없다.
대신 다른 특성을 사용했다.
[빙백]내 손끝에서 얼음이 번진 것.
영어 알파벳이 글자 글자 얼음 조각이 되어 부유했다.
물의 흐름에 따라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물고기 인간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인간. 재주가 많군?] [불과 얼음을 함께 다루다니…….] [영혼이 강한 인간이잖아. 상극의 힘도 소화되나 보지.] [오시리스 교단 인간은 아닌 것 같지?] [그 이기적인 신의 권속이었으면 우릴 보자마자 죽이겠다고 방방 뛰었겠지.] [재미있는 인간이야.]강의 친화 권능을 받아서일까?
아니면 강물 안에 들어와서일까?
물고기 인간들이 초음파로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쏙쏙 박힌다.
아쉽게도 나한텐 초음파 특성이 없어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따라와!]물고기 인간들이 일제히 몸을 돌렸다.
팡!
충격파가 터진다.
물고기 인간들이 대포알처럼 쏘아진다.
호수가 뒤집힐 듯 출렁이며 물결이 사방에서 퍼졌다.
질 수 없지.
나도 몸을 뺐다.
수영 특성은 없어도 대공습과 불사조 신발이 있었다.
공중에서도 3단 도약을 하는데 수중에서야 뭐.
파아앗!
물고기 인간들을 따라간다.
마력을 있는 대로 쓰자 오히려 내가 더 빨랐다.
섬전을 쓰지 않는데도 그랬다.
물고기 인간들이 날 돌아보고 징그러운 입을 꽈직 벌렸다.
[제법이야!] [인간 주제에!] [이것도 따라와 봐!]한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했다.
이기려고 하면 이길 수 있겠지만 그러진 않았다.
다들 5레벨 6레벨, 쪼렙들이었거든.
쪼렙 이겨서 뭐 해?
어린애들 사이에서 힘자랑하는 꼴불견밖에 더 되겠어?
대신 확실하게 차이 나는 건 하나 있었다.
[헥, 헥, 헥.] [괴물…….] [저거 인간이 아냐! 정령이다! 물의 정령에게 피를 받은 게 분명해!] [100%지!]마을에 도착할 때쯤 물고기 인간 모두가 숨을 헐떡대고 있었던 것.
멀쩡한 건 나뿐이었다.
나는 마을 초입에서 마을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별것 없다.
웅장한 건물도 기이한 구조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복잡하게 파인 수중 동굴이 전부.
게임에서도 길 찾기 힘들기로 유명했지.
안개의 마력은 호수에서 더 강해져서, 오로지 손전등만으로 헤쳐 나가야 했다.
그래서 토벌 루트보다는 교섭 루트가 유행했다.
강의 권속이랑은 대화로 퉁치고 강의 여신만 소환해서 죽이는 것.
[인간?] [인간이 왜?] [북쪽 순찰대가 데려온 것 같은데?] [강의 친화가 걸려 있어!]마을 외곽을 지키던 물고기 인간들이 다가온다.
그러면서 안쪽으로는 신호를 보냈다.
트인 시야를 통해, 안쪽 물고기 인간들이 은밀히 대피하는 것이 보였다.
경계심이 강하네.
하긴 오시리스 교단에게 얼마나 많이 털렸겠어.
시장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말했지만, 진실은 그와는 반대.
[순찰대장. 인간은 왜 데리고 온 거지?] [경비대장님. 참 신기한 인간 아닙니까. 저 인간 혼자서도 우리 순찰대를 몰살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자마자 저희에게 인사하고, 저흴 두려워하거나 혐오하지도 않았지요.] [흠…….] [우리를 찾아온 것 같아서 일부러 데리고 온 겁니다.]눈치가 빠르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동굴 마을은 거대한 함정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강의 친화를 거둬 버리면 어쩔 거야?
나도 굉장히 곤란해진다.
대탈출 말고는 사실상 방법이 없지.
마을 위치를 안다고 해서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리가 있군.]경비대장이 징그러운 입을 꿈틀거렸다.
[적은 가까이. 속내를 알 수 없는 자는 더 가까이해야 하는 법이지. 잘했네. 물러가게. 이젠 내가 맡지.] [예. 경비대장님.]둘은 나를 앞에 두고 대놓고 떠들었다.
내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순찰대는 다시 북쪽으로 떠나고 경비대만 남았다.
경비대장과 부대장은 7레벨.
나와 동급.
둘이, 또 경비대가 나를 포위하듯이 하고는 날 샅샅이 훑었다.
[인간. 우릴 찾아온 게 맞나?] [그렇습니다.]얼음 글자로 답하자 신기하다는 눈초리가 쏟아진다.
[그 이유는?]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경비대장과 부대장을 쳐다보았다.
느껴진다.
영혼을 핥듯이 집요하게 주시하는 눈동자가.
경비대장도 부대장도 [진실의 눈]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실만을 이야기해야겠지.
[여신님께 피 한 방울을 받으러 왔습니다.] [……뭐?] [피요. 피. 제 재구성 영약에 필요해서요.]잠시 이해를 못 한 듯 동그란 입만 뻐끔거리던 둘.
이내 입을 쫘아악 벌리며 화를 낸다.
[감히!] [여신님께!] [찢어 죽일!] [역시 간악한 인간이로구나!] [사악한 마음을 품고 찾아오다니, 죽여 버리겠다!]경비대가 두 손을 활짝 벌린다.
물이 뒤집히고 공간 너머에서 각종 무구가 소환된다.
거대 생선 뼈를 깎아 만든 뼈 작살.
뼈 갑옷, 뼈 투구, 뼈 방패.
단 0.01초 만에 무장을 끝낸 그들.
호수가 분노한 듯 울부짖으며 그들을 받쳐 주고 있었다.
[감히 여신님의 기휘를 범한 자, 오로지 죽음뿐이다!]무시무시한 기세다.
폭풍우를 정면에서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을 보는 나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피리 하나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에 대고 불었다.
태풍을 잠재우고 성난 바다도 진정시키는 고대의 마법 보물.
게임에서는 강제 평화 구역 설치로 구현되었지.
여기서도 똑같았다.
성내던 호수가 단숨에 잔잔해지고 덤벼오던 물고기 인간들도 전의가 팍 사그라들었다.
[어?] [으엉?] [뭐, 뭐지?] [무슨 마법이냐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냐!]뭐긴 뭐야.
만파식적이지.
나는 만파식적을 흔들며 얼음 글자를 만들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여신님께도 통하겠지요?] [으음, 넌…….] [잠깐만. 그 아티팩트는 인간 너한테도 적용되는 것 같은데?] [당연하죠. 상호 공격 불가입니다. 강제로 대화해야 한다는 뜻이죠. 한쪽에게만 공격 못 하게 하는 아티팩트는 없습니다.] [흠.]경비대장이 날 여전히 의심하는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러나 적의는 그렇게 짙지 않다.
아까 공격한 것도 사실 위협에 가까웠지 진짜 죽이려는 건 아니었다.
귀안이 그렇게 말했고 이해가 그렇게 속삭였다.
사실 진심으로 죽이려는 거였으면 강의 친화 권능부터 회수했겠지.
‘이러니 대화가 안 통하지.’
이해는 된다.
근처에 자기들을 잡아 죽이려는 자들밖에 없으니까.
종교적인 이유로든, 경제적인 이유로든.
[대화로 여신님께 피를 받겠다는 말이냐?] [바로 그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신님은 8레벨인데 피를 훔칠 수나 있겠습니까? 그러다 죽습니다.]대화를 통한 교섭.
그게 지금 시점에선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여신님은…….]부대장이 옆에서 뭐라고 말하려고 한다.
[부대장!]바로 제지에 들어가는 경비대장.
그럴 거 없어.
다 알고 왔다고.
둘이 뭐라고 입을 맞추기 전에 선수를 쳤다.
[저도 압니다. 여신님께선 지금 제정신이 아니시지요.] [인간!] [감히, 불경한 말을!] [왜요? 진실을 말하는 게 뭐가 불경합니까? 그건 인간들의 방식인데, 여러분도 사실은 인간인가 봅니다.] [저 작자가!]인간 운운하자 정말로 화가 난 모양이다.
물고기 인간들이 뼈 창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마력은, 호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만파식적을 얕보면 안 되지.
9레벨 신격한테는 힘들어도 8레벨 소신격이나 대정령, 고룡에게는 충분히 통하는 물건이다.
[그러니 여신님과 대화하기 위해선 여신님께서 정신을 차리시도록 도와야 합니다.] [뭐라고?] [인간…… 지금…….] [여신님께서 정신을 차리시면 저는 원하는 피를 얻고, 여러분은 수호신이자 어머니를 되찾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닙니까?]술렁임이 번진다.
굳이 귀안을, 이해를 쓸 필요도 없다.
뭉개진 심해 아귀 같은 물고기 인간의 얼굴.
그 얼굴들 모두가 잔뜩 구겨지며 나 놀랐소, 하고 외치고 있었으니까.
[그게 가능하다고?] [여신님께서 돌아오실 수 있어?] [불가능해! 저 망할 콘크리트 벽이 세워진 게 벌써 백 년 전이야!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어? 그게 다 헛짓거리였는데, 고작 인간 하나가 어쩐다고 되겠어?] [그래도 모르는 일이잖아.] [인간을 믿냐?] [저 정도 인간이면 믿어 볼 만하지!] [그래! 저렇게 순수하게 강한 영혼은 여태 본 적이 없어!] [저런 영혼의 소유자가 거짓말을 할 리가.] [최소한 오시리스의 권속은 아니잖아!]의견이 분분하다.
즉석에서 작은 토론 마당이 열렸다.
한 가지 오해하는 것 같아 살짝 첨언했다.
[이 피리를 쓴다고 여신님께서 바로 옛날처럼 자비롭고 관대하신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정신 차리는 건 어디까지나 잠깐이지요. 강이 막혔는데 강의 여신이 어떻게 온전하시겠습니까?]나는 머리를 돌려 북쪽을 보았다.
아마 거기 있을 아스완 시를.
아스완 댐을.
1902년에 완공된 아스완 로우 댐과, 1970년에 완공된 아스완 하이 댐을.
이 두 댐이 원인이었다.
원래 이집트 전통 지역신이자 나일강의 여신.
아누케트가 영락하여 이름을 잃고 일개 대정령이 되어 버린 것은.
아마 오시리스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역시 콘크리트 벽을 뚫어야 해!] [인간들을 죽이자!] [다 몰살시켜!] [둑을 터뜨리고 도시를 수몰시켜!] [그래야 여신님께서 살아나신다!]과격해. 확실히.
그럴 능력도 없으면서.
경비대장이 눈살을 찌푸리곤 내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인간들을 공격하는 걸 도와주기라도 할 텐가? 같은 인간이면서?]못 할 건 없지.
하지만 멍청한 선택이다.
물고기 인간들의 전력은 아스완 시보단 우위에 있다.
단, 이집트 전역으로 넓혀 보면 택도 없이 모자라지.
이집트만 있냐?
오시리스 교단이 아프리카의 지배적 종교인만큼, 아스완이 공격당하면 온 아프리카가 달려든다.
안개 속에서는 물고기 인간 우위.
안개 바깥에서는 인간 우위.
그래서 백 년 넘게 균형이 유지된 거지.
[다른 방법을 써야죠.] [어떻게?] [그건 여신님께서 직접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게임에선 토벌이 대세였다.
죽이는 게 보상이 크니까.
오시리스 교단 평판도 크게 올릴 수 있고.
문제는 지금 내 실력으론 여신을 죽이지 못한다는 거지.
‘피만 먹고 빠지자.’
일이 잘 풀리면 플러스 @도 바라볼 수 있겠지만 여신이 내 제안을 받아 줄지 어쩔지 모르겠다.
뭐, 최악의 경우라도 피는 받아 갈 수 있어.
그거면 돼.
[흠…….]경비대장이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뼈 장비들을 공간 너머로 복귀시켰다.
[이건 내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로군. 따라와라, 인간. 평의회에 공식적으로 안건을 올리도록 하겠다.] [좋습니다. 최대한 빨리 소집해 주세요. 저도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어서요.] [여신님께서 회복하시는 건 우리 일족의 숙원이다. 바로 소집하도록 하지.]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 이틀은커녕, 내가 물고기 인간 마을에 도착한 그날 바로 평의회가 열렸다.
커다란 동굴에 드글드글하니 들어찬 물고기 의원들.
[그래서.]비대한 몸집의 물고기 인간이 물었다.
[우리 여신님을 정신 차리게 할 방법이 뭐요?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 봅시다. 가능성이 있으면 총력을 기울여 지원하리다.]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의심하는 눈빛도 있다.
대놓고 적대하는 물고기 인간도 보인다.
그 모든 감정을 받아 내며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여신님을 죽도록 패야 합니다.] [예?] [아주 죽기 직전까지 패는 거.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잠시 정적.
이내 차디찬 적막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