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oranguikyung RAW novel - Chapter 146
교랑의경 146화
시끌벅적한 가운데 튀어나온 이 말에 시녀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한쪽에 자리한 세 사람이 점원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점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있습니다, 있지요. 낙득자재 한 상이요? 채소로 드릴까요, 고기로 드릴까요? 매운 탕과 맑은 탕이 있고, 채소는 열 가지와 네 가지 중 고르시면 됩니다.”
점원이 유창하게 설명하자, 손님들은 익숙한 듯 잠시 고민했다. 그 모습을 본 시녀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툭 내뱉었다.
“이, 이, 이 낙득자재라는 게 벌써 이렇게 종류가 많아졌다고?”
“그야 당연하지요. 괜히 낙득자재겠습니까.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시켜서,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게 맛인데.”
바로 옆 탁자에서 시녀의 말을 들은 손님이 대꾸했다. 시녀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정교랑을 쳐다봤다.
저쪽에서 주문하던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점원에게 대답했다.
“고기 들어간 것으로, 맑은 탕에 채소는 열 가지요.”
정교랑이 바로 옆쪽에 앉아있던 손님을 쳐다보며 물었다.
“채소를 그리 많이 시키면, 분명 비싸겠죠?”
단정하고 어여쁘게 생긴 어린 낭자가 물어오니, 옆에 있던 사내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요, 안 비쌉니다. 채소 몇 단이 얼마나 하겠습니까, 낭자. 이건 그저 곁들이는 음식일 뿐이죠. 이것만 주문하면 이 식당은 적자가 나서 문을 닫아야 할걸요? 다들 술도 주문하고 요리도 몇 개 시켜 먹곤 합니다.”
사내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손을 높이 들어 점원에게 외쳤다.
“여기 낙득자재 하나요. 채소만 넣고 끓인 매운 탕에 채소 세 가지요.”
주문을 마친 남자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정교랑에게 물었다.
“낭자도 하나 시켜서 맛보는 건 어떻습니까? 간단하고 편하게 먹는 것인데도 맛은 좋아요. 저기 신선거에서 파는 과로신선보다 더 좋다니까요. 아, 과로신선은 알죠?”
사내는 말하는 도중에 혼자 이마를 탁 치더니 말을 이어갔다.
“과로신선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낭자도 알고 있겠죠. 그렇지만 오늘 이 낙득자재를 한번 먹어 본다면 이게 그 유명한 과로신선보다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정교랑이 살짝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돌려 젓가락을 들었다.
시녀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갔다. 놀란 것 같기도 하고, 통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퍼졌네요? 그리고 종류가 엄청 많아졌어요. 이게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시녀가 중얼거렸다. 정교랑이 젓가락으로 냉채를 들어 한입 먹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거지.”
천천히 말하는 정교랑의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두칠이 무거운 표정으로 안에 들어섰다. 고급스러운 연화방 안에는 연령대가 다양한 열댓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두칠이 씩씩거리며 들어오자, 무표정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었고 미소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두 대인, 돈을 쓸어 모으셔야 할 시간에 저희를 불러서 무슨 할 얘기라도?”
앉은 사람 중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먼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두칠은 여전히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물었다.
“돈을 쓸어 모아요?”
두칠은 냉소를 짓더니 갑자기 옷자락을 들어 올리고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이 두칠이 주인장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어찌 이 두칠의 생계를 끊으려 하시는지요!”
단도직입적인 말에도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엔 별 변화가 없었다. 웃고 있던 사람은 여전히 웃었고, 무표정인 사람은 그대로 무표정을 유지했다.
“두 대인,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아까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연장자가 말했다.
“동종 업계 장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가 망하길 바라는 원수지간이 되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도 누굴 망하게 할 수 있으면, 천하가 큰 혼란에 휩싸이지 않겠습니까.”
다른 이도 두칠을 냉랭하게 쳐다보며 코웃음 쳤다.
“두 대인, 다들 어린아이도 아닌데, 그런 철없는 얘기는 하지 맙시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우리한테 물을 게 아니라 스스로한테 물어봐야죠.”
방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씨 가문 십칠 형님은 우리 집 망하라고 매일 저주한 적 없소이까?”
어떤 이가 장난스레 말했다.
“일단 자네 집에 있는 포씨 가문 저주 인형부터 없애 버려. 그럼 우리도 관둘 테니까.”
냉랭하게 말했던 이가 대꾸했다.
언뜻 보기에는 시비를 걸고 말싸움을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긴장감이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 방 안이 곧장 웃음소리로 메워졌다.
웃지 않는 건 두칠뿐이었다. 점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던 두칠이 목청을 높여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다 아실 거 아니오. 이 두칠은 여기에 자리를 새로 열면서, 여기 앉아 계신 그 누구의 요리도 따라 하지 않았소! 근데 지금 여러분들을 좀 보시오. 집집마다 신선거의 과로신선을 팔고 있잖소.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오?”
방 안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두 대인, 괜한 말씀 마십시오. 우린 과로신선을 만들 줄도 몰라요.”
사람들이 웃으며 말하자 두칠은 냉소를 지었다.
“‘신선보다 좋은 게 인간이지, 낙득자재 자유롭다네.’ 이 노래가 경성 바닥에 울려 퍼지고 나서 낙득자재를 먹어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없소이다. 내가 눈멀고 귀먹은 줄 아시오? 다들 해도 너무하십니다.”
“두 대인도 낙득자재를 이미 알고 있다면서 뭘 더 물어보려는 거요?”
한 사람이 웃음기를 거두고 냉담하게 말했다.
잔뜩 흥분한 탓에 두칠의 얼굴에 발라져 있던 분이 떨어져 내렸다. 두칠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낙득자재라는 게 뭐요? 바로 우리 식당에서 파는 과로신선 아니오!”
“그게 어떻게 당신네 거요? 솥이 당신네 건가, 아니면 불이 당신네 거요? 솥과 불은 당신네 식당만 써야 하고 남들은 쓰면 안 된단 말이오? 솥과 불을 쓰는 것 외에는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소. 가격은 더 말할 것도 없지. 당신네 식당의 신선 값이 한 푼, 두 푼 할 때가 있긴 했소?”
방 안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냥 두 대인에게 툭 까놓고 말하리다. 낙득자재는 팔기 위해서 만든 요리가 아니오. 가서 소문 좀 들어보시구려. 애초에 처음 시작도 손님들이 달라는 대로 주다 보니 그렇게 된 거요. 어떻게 만드는지, 뭘 원하는지, 어떻게 먹는지는 다 손님들이 가르쳐 줬지. 그러니 우리가 돈을 받기 민망할 수밖에. 재료야 몇 푼 하지도 않는 것을. 두 대인, 생각해 보시오. 정말 우리끼리 생각해낸 거라면 이런 식으로 팔 수 있었겠소?”
한 노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두칠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듣기로는, 서생들이 야외에서 대충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이런 요리법을 만들었다더군. 그건 확실해요. 그 서생들 중 누군가가 두 대인의 과로신선을 먹어 보고는 그런 조리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노인은 양 손바닥을 보이며 어찌할 도리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죄를 묻는다면 너무 억울하잖소. 정 그리 화가 나거든 그 서생들을 찾아가 보시구려.”
두칠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두 대인, 여기 앉은 사람들은 모두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쌀쌀맞던 포씨 가문 사내가 일어나 말을 이어갔다.
“손님이 주문하는데, 우리가 없다고 할 수도 없잖소. 장사는 원래 다들 그렇게 하는 거지. 아아,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신선거에서 정식 요리를 새로 낼 때, 내 식당의 어떤 요리와 겹치더라도 이 포십칠은 절대 따지지 않으리다. 기껏해야 저주 인형이나 하나 더 만들 뿐이지.”
방 안은 또다시 웃음바다가 됐다.
“맞소, 맞소. 우리 집도 그러리다. 난 포십칠보다 점잖은 사람이니 뒤에서 딴짓도 안 하겠소.”
“류 대인, 말 나온 김에 묻는 건데, 그 집 식당에서 근래에 새로 내놓은 조화불이 우리 집의 도장불과 너무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렇소, 근데 그게 뭐? 당신네는 당근으로 불상을 조각해도 되고, 난 하면 안 된다는 거요?”
방 안의 사람들이 서로 농담과 욕을 섞어가며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질문을 신경 쓰지 않자 두칠은 제 성에 못 이겨 소매를 뿌리치며 나가 버렸다.
이 노련한 장사치들 앞에서 무언가를 따져 봤자 소용없다는 건 두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찍소리 않고 참으면 억울해서 화병이 날 것 같았다.
“서생?”
두칠이 이를 꽉 깨물고 통로에 있는 꽃 선반을 걷어찼다.
“어떤 망할 놈이 내 장사를 망치려는 게야!”
꽃 선반이 쓰러지면서 쿵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근래에는 별실이 대부분 비어 있었기에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칠은 통로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면, 저희도 정식 요리를 팔까요?”
관리인이 물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칠이 호통을 쳤다.
“이제 와서 정식 요리를 팔라고? 숙수를 어디서 데려올 건데?”
관리인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주인어른, 다른 식당들은 여러 가지 정식 요리를 내올 뿐 아니라 낙득자재도…….”
관리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칠이 찻잔을 내던졌다.
“낙득자재는 무슨! 우리 과로신선을 흉내 내는 거지! 이 뻔뻔한 인간들!”
내던져진 찻잔은 관리인의 어깨에 맞았다. 고통에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날아오는 찻잔을 감히 피할 수도 없었다.
“주인어른, 지금은 그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이미 팔고 있는데 우리가 그걸 막을 방법은 없잖습니까.”
관리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차피 식당에서 판다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데다, 쓰는 식기도 다를 게 없다. 한 집에서 어떤 요리를 한다고 해서 다른 집에서 못 팔게 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두칠은 도무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힘껏 탁자를 내리쳤다.
“그럼 좀 비싸게 팔든가! 제길, 고작 그 값을 받고 팔다니!”
그들이 낙득자재를 파는 가격은 신선거의 특제 양념장 하나 가격만도 못했다.
“분명히 고의로 그런 거다! 애초부터 이걸로 돈 벌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지. 다들 나 하나 짓밟아 보겠다고…….”
“그, 그럼 우리도 가격을 내리면요?”
관리인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두칠이 다시 관리인을 향해 호통쳤다.
“뭐가 어째? 당나귀한테 머리라도 차였나? 이 판국에 가격을 어떻게 내려? 값이 싸지면 어디 신선이라고 말할 수나 있고? 그냥 인간이 먹는 거랑 똑같은데, 뭐 하러 굳이 여기 와서 먹어!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똑같은데! 얼간이 같으니라고, 애초에 자네를 왜 데려왔는지 모르겠네. 어머니께서 자네가 원숭이처럼 영리한 사람이라고 하시길래 데려왔더니만 이게 뭐야, 퉤!”
지금의 관리인은 두칠의 외가 쪽 사람이었다. 두칠의 식당에서 갑자기 떼돈이 벌려 숙부들과 재산싸움이 벌어졌을 때,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어 보고자 두칠 편에 서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며 조언에 힘쓴 자였다. 그때 두칠의 눈에 띄어 어머니의 바람대로 신선거의 관리인 자리를 맡긴 터였다.
“내 양조부를 뵈러 가야겠다!”
두칠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두출의 호통에 얼굴에 빨갛게 달아오른 관리인이 얼른 두칠을 막아 세웠다.
“주인어른, 법은 다수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닙니다. 지금 한두 집에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경성의 모든 식당과 술집에서 만들어 파는데, 그들이 유 대인을 두려워하겠습니까.”
경성은 중서문하성 비각의 천하가 아니다. 자연히 유 교리 한 사람이 한 말이 곧 법으로 통할 리도 없는 곳이다.
두칠이 다시 옷소매를 뿌리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럼 말해 보게, 어찌해야겠나?”
관리인이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은 절대로 가격을 내리지 말고, 신선거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야 해. 신선은 남다르다는 걸 보여 줘야지. 비싸게 팔면서 아무나 먹고 싶다고 해서 먹을 수 없다는 걸 알리고, 그렇게 이름을 알리고 또 알리다 보면…….”
이리저리 서성이며 돌아다니던 관리인이 갑자기 손뼉을 쳤다.
“주인어른! 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