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79
게을러서 차원최강 179화
179 파괴신의 제단(1)
“파괴신을 위한 제사라.”
“이 부분을 보면 대규모 인신 공양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 역사가 무려 천 년이 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시간이로군.”
“그 시간 동안 죄 없는 연합의 백성들이 제단 위에 바쳐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제물이 된 자들도 많겠지만…….”
“힘없고 죄도 없는 백성들이 대다수였겠지.”
“그렇습니다.”
“역시 악의 축인가.”
파괴신은 그런 식으로 힘을 축적해 나갔을 것이다.
과연 놈은 이 대륙에서만 그런 짓을 자행했을까?
내 생각에는 다른 대륙에서도 충분히 미친 짓을 하고도 남았을 걸로 보인다.
어쨌거나 문헌의 자료에 근거하여 조사할 가치는 충분했다.
“파괴신의 제단으로 간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이라.”
에르나의 말에 나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당연히 위험할 수 있다. 파괴신의 제단에 절대신이 들어가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 있나?”
“그야 그렇지만…….”
에르나도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대로 파괴신과 싸운다면 필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놈의 약점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찌르고 들어갈 틈이 있어야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칼도나, 도착하면 내려올 거지?”
-물론이죠. 최소한 파괴신의 제단이 폭주하지 않도록 결계라도 유지하고 있을게요.
파괴신의 제단에 칼도나나 에르나가 들어가면 몸이 찢겨 죽을지도 몰랐다. 온전하게 절대신의 힘을 물려받은 나 정도의 힘을 갖추어야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
“좋아.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지금 게로스 영지는 어떻게 불리지?”
“제국으로 편입되면서 바렌 영지로 바뀌었습니다. 급하게 제국 행정관을 파견하여 다스리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출발해 보자고.”
“저…….”
“또 할 말 있나?”
“저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자네가?”
“혹시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일개 인간인 백작이 도움이 될까.
이건 호기심의 문제였다.
제국 정보부를 이끌어 가는 자로서 호기심 때문에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공이 가장 컸다.
단순한 호기심 정도야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지.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우리들은 하늘을 날아 바렌 영지로 향하기로 했다.
오래전 게로스 영지로 불리던 곳.
지금은 제국에 완전히 통합되었으며, 이곳의 주민들도 칼도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심장에 신성력을 박아 놓았으니 반란은 일어날 수 없다.
반란이 일어나는 즉시 모조리 심장이 터져 나가 죽을 테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반란을 주도할 인간은 없을 것이다. 혹여 있다고 해도 백성들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행정관 아로노스 남작이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로노스 남작, 오랜만이군?”
“허허허, 처음 뵈었을 때에는 단순히 망나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체를 숨기신 신이었을 줄이야.”
“놀랐나?”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요.”
아로노스 남작은 이제 은퇴할 때가 되었다.
제국에서 주는 연금을 받아 이리저리 여행 다닐 생각에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하기야, 연합과 전쟁이 한창일 때만 하여도 그런 생각을 품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제 제국이 몰락할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영지의 운영은 어떤가?”
“문제없습니다.”
원래 후작령이었던 곳이다.
크기도 컸고, 인구도 30만이나 되었다.
그 중에서 10만 정도가 숙청되었고 지금은 20만이 남아 있었지만,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바로 복원이었다.
지난 전쟁으로 영지 곳곳이 폐허로 변하였는데 그걸 복원하느라 상당한 힘을 소진하고 있었다.
다만 시민들은 제국 지배층을 조금 꺼려하고 있었다.
“강제로 개종을 시킨 부작용인가.”
“그렇게 보입니다.”
“그럼, 출발 준비를 하도록 하지.”
나는 아로노스 남작을 바라봤다.
그는 사전에 연락을 받고 기사단을 대기시켜 두고 있었다.
“마신의 제단은 영지 남부에 있습니다.”
“영지를 벗어나서 있나?”
“오래전에 생겨난 제단입니다. 워낙에 규모가 크기에 아직 손은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제국 곳곳이 정화되고 있었다.
제국에서 파견한 신관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제단의 정화였다.
신전을 완전히 정화하고 그곳에 칼도나 제단을 다시 세웠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마신의 제단은 워낙에 규모가 커서 교황청에서 대규모 사제단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괜한 힘을 쓸 뻔했군.”
“네?”
“아니다.”
절대신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자가 많을수록 좋았다.
단순한 조사라고 하였으니 아로노스 남작에게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
영지의 기사단장 베리어가 인사를 해 왔다.
“충!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기사단장 베리어라고 합니다!”
“베리어 경, 안내를 부탁하지.”
“예!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대략 100명 정도의 인원이 조사대로 꾸려졌다.
두두두두!
우리들은 말을 타고 평야를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행정관은 나에게 마차를 주겠다고 하였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전쟁 중이라면 당연히 마차를 이용했을 것이다. 인간들이야 나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고, 적들이라고 해도 간단하게 격파가 가능할 것이니까.
하지만 이건 중요한 일이었다.
파괴신의 제단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귀중한 유적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괴신의 약점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능하면 빨리 도착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내 성향(?)을 알고 있는 에르나가 비아냥거렸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네요. 발렌 님이 이렇게 부지런하게 움직이다니.”
“쯧쯧,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해라. 나도 일의 경중이라는 것을 알아.”
“오,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에르나를 한 대 쥐어박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는 지금 풍겨 나오고 있는 마기에 더 신경을 써야겠지.
“칼도나, 네가 보기에는 어때?”
-제단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마기가 짙어지네요.
“예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고 하던데?”
-파괴신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파괴신이 개입하지 않았을 때에는 분명 이렇게까지 마기가 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규모만 큰 마신의 제단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절대신 위를 받은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자 파괴신도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놈의 신전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파괴신의 제단이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막대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쯧쯧, 상황이 이 지경인데 왜 아직까지 보고를 하지 않았나?”
“단순히 제단이 크기 때문에 마기가 흘러넘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대규모 사제단이 꾸려지고 있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중 하나가 그리 말했다.
그들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엄연하게 따져 아직까지는 교황청과 황제의 역할은 나누어져 있었다.
그 둘의 업무를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에 지금처럼 완전히 갈래가 다른 경우가 있었다.
기사들이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제단 밖에서 대기하자 칼도나가 내려왔다.
화아아악!
강렬한 신성력을 발출하며 내려온 칼도나.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여신을 뵙습니다!”
“오오! 여신의 강림이라니……!”
황홀한 표정의 사람들.
역시 아직까지는 나보다 칼도나의 인기가 더 많았다.
칼도나가 나를 바라봤다.
“꽤 위험해 보이는 곳이네요.”
“그러니 마기가 폭주하지 않도록 해야지. 여긴 우리가 직접 정화한다.”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일단 내가 들어가 볼 테니 에르나와 칼도나는 이곳에 결계를 펴도록 해.”
“알겠어요!”
“저희들은 대기하겠습니다.”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들도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이니 이곳의 마기가 얼마나 짙은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괜히 알짱거리다가는 엄청난 사태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저벅저벅.
천천히 신전 안으로 진입했다.
꽤 오래된 신전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신전 안은 온통 검은색이었고 마기로 완벽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곳곳의 화려한 조각상들은 장식에 꽤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저 멀리 제단이 있었다.
제단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가 발출되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조각상이 있었다.
마신의 조각상.
저곳에서 마기가 발출되고 있었다.
콰과과과광!
가볍게 후려치자 조각상이 박살이 나며 그 자리에 검게 일렁이는 공간이 생겼다.
“오호.”
마치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만약 보통 사람이 저곳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 죽음을 맞이하고도 남을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마기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신들은 어떨까.
칼도나와 에르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마기의 농도가 짙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 보는 수밖에.
저벅저벅.
천천히 검은 공간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검은 공간이 나를 쑥 빨아들였다.
고통은 없었다.
주변의 전경이 변화하였고 여러 환영들이 나타났다.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잘생긴 미남자다.
마신 벨루가는 끔찍한 모습이었으니 저 남자는 파괴신이라고 보아야겠지.
“이번에 새롭게 절대신 위를 받은 자로군.”
“그렇다. 내가 발렌이다.”
“정말 너희들은 어리석구나. 어차피 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계승을 해 댄다는 말이지.”
“끊임없이?”
“너는 제27대 절대신이다.”
“……!”
눈이 부릅떠졌다.
단순히 절대신의 후계자에서 모든 힘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지금까지 절대신의 계보가 공개되었다.
영상과 함께 과거가 흘러갔는데, 끊임없는 전쟁의 현장이었다.
파괴신과 절대신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짧게는 10만 년에서 길게는 100만 년까지 텀을 두고 이어져 왔다.
최근에 일어났던 신마대전이 10만 년 전이었다.
그 전투에서 26대 절대신이 봉인되었고, 곧바로 27대 절대신을 위하여 안배를 하였다. 그리고 내가 기적적으로 27대 절대신이 되었다.
“어차피 너는 패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도대체 원하는 것이 뭐지?”
“절대신의 항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