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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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라니.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레벨이 붙는 경우는 적어도 유원이 알기로는 하나뿐이었다.
‘언데드 키메라.’
레벨업하는 언데드.
그 존재로 인해 훗날 언데드 키메라의 랭킹은 처음보다 훨씬 상승했다.
랭커가 된 후, 금세 하이랭커가 된 그는 또 다시 제천대성에 의해 토벌되는 것으로 탑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그랬듯이, 플레이어 외에 다른 존재가 레벨업하는 경우는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신수가 레벨이 오르는 건 들어 보지 못했다.’
상식 밖의 메시지.
유원은 서서히 꺼져 가는 빛을 바라보며, 그 속에 잠들어 있던 알의 본체를 확인했다.
그 안에는.
꿈뻑-
“……애?”
조용히 유원을 바라보며 큰 눈망울을 깜박이고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어린아이가 앉아 있었다.
까만 머리카락과 눈동자. 요정처럼 작고 동그란 체형.
“아바?”
아빠라는 뜻일까.
“아바바, 바바바?”
이어진 말을 보니 아닌 듯했다.
그냥 언어를 배우지 못한 아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뿐.
‘이건 진짜 예상 못했는데.’
난감하고 복잡했다.
아우터의 기운이 느껴지기에 작은 촉수 괴물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어린아이라니.
‘보모가 된 기분이군.’
썩 내키지는 않았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알에서 부화한 신수는 주인의 뜻에 따라 전장의 선두에 서서 싸우는 역할을 주로 하는 편이었다.
유원도 마찬가지로 알에서 부화한 녀석을 그렇게 쓸 생각을 하고 있었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작은 녀석을 적에게 내던지기에는 양심이 찔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래서는 뭐, 말도 못하겠군.”
“아바바?”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유원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어깨에 올라와 있는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아무래도 역시 제대로 된 소통은 어려울 듯했다.
‘언제 온 거지?’
단순히 그냥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척도 느껴지지 않게 이동이 가능하다니.
“아바, 바바바-.”
[‘???’의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아이의 울음과 함께 떠오른 메시지.
이름.
작명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이 메시지는 이름을 짓지 않고서는 계속 떠오를 것 같았다.
‘뭘로 한다…….’
잠깐의 고민.
그리고 이내, 어린아이의 얼굴 위로 익숙한 캐릭터가 겹쳐 보였다.
‘꼭 단풍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생겼네.’
꽤나 오래 전, 유원이 지구에서 즐겨 하던 게임.
머리와 몸통의 비율이 1:1이었던 그 캐릭터처럼 생긴 녀석의 모습에 유원은 이름을 정했다.
“단풍.”
[이름을 ‘단풍’으로 정하시겠습니까?]“아니.”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
이름이 있으면 성도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김단풍. 그게 네 이름이다.”
그 말에, 옆에 있던 판도라가 고개를 돌려 유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아니, 아주 살짝은 찌푸려진 눈을 하고서.
그렇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유원이 물었다.
“왜?”
“이름 이상해.”
이어 판도라의 시선이 ‘김단풍’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작은 아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거, 무서워.”
몸속에 있던 아우터의 힘이 모두 사라지고, 그것과 함께 감정들이 모두 사라졌던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작은 녀석이?’
판도라에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걸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제아무리 판도라의 랭킹이 높고,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그녀에게는 유원이 가진 화안과 같은 스킬이 없었다.
이걸 설명할 방법은 하나뿐.
‘본능 같은 건가.’
오랫동안 몸에 깃들어 있던 힘.
이 작은 아이는 지금껏 그 힘을 잡아먹고 성장해 알에서 부화하여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껏 자신을 괴롭혀 온 힘인 만큼, 판도라의 본능이 녀석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원이 판도라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가 이름을 부여받았습니다.] [‘???’가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이후 ‘김단풍’의 능력치 일부를 공유합니다.] [유효하지 않은 스탯입니다.] [스탯의 일부가 ‘마력’으로 치환됩니다.] [마력이 3 상승하였습니다.]갑작스레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들.
거기에 이어.
쏴아아아-
중력을 이기고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며, 유원의 시야가 뒤집혔다.
막사 내의 풍경도, 옆에 서 있던 판도라도.
모두 사라지고 텅 빈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아니.
“아바바바.”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단풍은 여전했다.
“네가 이런 거냐?”
“아바!”
“계속 아빠라고 들리네.”
어쨌거나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맞다는 뜻 같았다.
유원은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이 까맣게 텅 빈 공간, 중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 무언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빨?’
쩌억-
익숙한 녀석이었다.
알이 아우터를 잡아먹을 때마다 나타났던 입.
녀석은 그 큰 입을 벌려 유원에게 다가왔다.
숨이 막혔다.
이 녀석의 이빨이 자신에게로 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 오로치의 시체를 먹어 치울 때에도 낯설고 기괴한 느낌에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처럼 압박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체 무엇일까.
아우터?
만약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이 분명했다.
“이번엔 날 노리는 거냐.”
입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크게 벌려진 입 속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잡아먹힌다.
그것이 분명하게 느껴졌지만, 유원은 이상하게 겁이 나지 않았다.
‘위험하지 않다.’
이것은 어깨 위에 있는 단풍이 만들어 낸 무언가였다.
아니, 어쩌면 이 녀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위험하지 않다.
유원은 그렇게 확신하며 녀석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콰직-!
[‘스킬 : 포식자(捕食者)’를 획득하였습니다.]메시지가 떠오르며 유원의 속에 녀석이 들어갔다.
화악-!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무중력과 같던 상태가 사라지며 다시 막사 안의 풍경이 눈에 비춰졌다.
유원은 황급히 눈을 반짝이며 방금 전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포식자?’
알의 부화로 인한 스탯이 세 개. 그것 모두 마력 스탯으로,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당장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만감이 온몸에 들끓었다.
이것만 해도 꽤나 성과가 있었는데, 추가 스킬까지 얻었다.
유원은 서둘러 스킬을 확인했다.
[포식자(捕食者)]# 등급 : ???
# 숙련도 : 0.98%
# 이름조차 불분명한 미지의 존재들. 그들을 잡아먹는 괴물을 소환한다.
# 대상의 크기에 따른 추가 스탯 상승.
이름과 꼭 어울리는 스킬이었다.
미지의 존재란 아마 ‘아우터’를 말하는 것일 터.
이 힘은 스킬이라는 형태로 변해 유원의 속에 잠들었다.
‘능력치를 일부 공유한다더니…… 스킬도 포함된 말이었나.’
방금 전에 봤던 그 입.
그것이 바로 포식자였고, 녀석은 분명 자신의 속으로 들어왔다.
포식자.
아우터를 먹어 치우고, 그 힘을 흡수하는 스킬.
‘그 녀석들을 먹어 치우고 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
순간, 유원은 자신의 앞에 펼쳐졌던 아우터 갓의 무리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마치 매서운 파도처럼, 거대한 재앙처럼 느껴졌던 놈들이었다. 하지만 이 스킬을 가지고서 그 때의 일을 떠올리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거의 만찬이군.”
그 녀석들을 먹어 치우고 강해진다?
상상을 해 봤다.
그러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미친…….”
이건 단순히 하나의 위력적인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유원이 계획한 일들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그런 능력이었다.
유원은 이 탑 안에서든 밖에서든, 앞으로 계속 아우터와 마주칠 예정이었으니까.
-확률은 얼마나 되지?
반 년 전쯤.
손오공의 열두 번째 분신이 했던 질문이었다.
-글쎄. 지금으로서는 1푼쯤 되려나 모르겠군.
-그거밖에 안 돼?
-확률이라는 게 생겼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겨우 깨진 구멍을 막은 정도니까.
깨진 구멍을 막았다.
당시에는 그 말이 참 적절한 때였다.
그 때까지 한 일이라고는 올림포스에 헤파이스토스가 합류하는 걸 막고, 라그나로크의 시작이었던 랜슬롯과 올림포스의 관계를 밝혀내는 게 전부였으니까.
헤라클레스를 끌어들인 지금에 와서도 그 확률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할.’
이 힘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확률이 대폭 올라갔다.
지금껏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싸움에 희망이 생겼다.
바위를 향해 던지던 계란이 이제는 제법 단단한 돌멩이로 변했다.
이제부터는 그 돌멩이의 크기를 키우는 단계였다.
유원은 단풍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에 유원은 회귀 이후 가장 흐뭇하게 웃었다.
“풍아.”
“아바?”
“네가 아주 복덩이였구나.”
“아바, 아바바!”
처음 듣는 칭찬이 기쁜지 단풍은 조막만 한 팔을 위로 들어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기분이 꽤나 좋은 모양.
알의 부화는 단순히 쓸 만한 신수를 얻었다는 것과는 개념부터가 달랐다.
레벨과 스탯을 지닌 신수.
그런 건 이 탑에 존재하지 않았다.
키메라처럼 만들어진 게 아니고서야 레벨을 부여받는다는 건, 시스템의 선택을 받았다는 뜻.
또한.
단풍은 신수 같은 게 아닌, 하나의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기본적인 스탯은 형편없다. 딱 하나 비약적으로 높은 스탯은 신력이라는 스탯 하나뿐인데…….’
아마 이 스탯이 보통 플레이어들의 마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
‘당장 전투에 어떻게 참여시킬 방법은 안 떠오르는군.’
스탯도 형편없고, 포식자 외에는 스킬도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스킬은 추후 유원이 하나하나 밝혀내야 하는 모양.
무엇보다 이 조막만 한 녀석을 어떻게 싸우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알이 부화해 단풍이 나오고, 녀석과의 계약으로 지금껏 유원이 바라던 그 어떤 스킬보다 가치 있는 능력을 얻었다.
단풍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 이상의 보상을 얻었으니 지금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지금은 그저, 눈앞에 있는 단풍이 마냥 귀엽고 예쁘게 느껴질 뿐.
성까지 주어서 김단풍이라고 지었으니 마치 자식이라도 하나 생긴 기분이 들었다.
“풍아.”
“아바?”
유원의 어깨에서 내려와 막사 안을 구석구석 기어 다니던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동그란 눈망울.
유원은 그 눈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