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93
* * *
피로 얼룩진 성의 꼭대기.
오도독, 오독-.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파란 하늘 아래, 진풍경이 펼쳐졌다.
노란 용의 이빨이 심부름꾼들을 씹어 먹고, 관리자의 육체를 음미했다.
그렇게 입가에 피를 묻히며 관리자의 육체를 물어뜯던 아난타가 고개를 들었다.
“안 그래도 조금 아쉽다 싶은 참이었는데…….”
스윽-.
입가의 피를 한 손으로 닦아내며, 아난타가 씩 웃었다.
“잘들 오셨습니다, 여러분들.”
네 명의 관리자들이 아난타의 머리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저 안에 무엇을 그리 꽁꽁 숨기고 있는 건지, 모두 똑같은 로브로 몸을 숨긴 채로 말이다.
구구구-.
아난타가 눌러앉은 관리자의 성이 흔들렸다.
뿐만 아니라 네 명의 관리자들이 내뿜는 마력과 그들이 일으킨 분노로 인해 93층의 마력이 일제히 아난타에게 살기를 드러냈다.
몸을 짓누르는 압력.
지배하던 마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자, 여유롭게 식사를 이어가던 아난타의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당신들이 가진 그 능력은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치지, 치지지-.
아난타에게서 뿜어진 전격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마력을 지배하는 힘에 있어서 관리자를 웃돌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하나 상대는 아난타였다.
괴물들의 왕, 탑 최강의 생명체.
이미 최강이었던 그가, 몇 명씩이나 되는 관리자들을 먹어 치우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자.
콰우우웅-!
허공에 연달아 치는 전격의 폭발.
단지 마력의 지배권을 되돌리기 위해 움직였을 뿐임에도 그 폭발력은 네 명의 관리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지배권에 대해 저항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그것이 바로 네 명의 관리자들과 아난타가 지닌 힘의 격차였다.
“무례하다, 아난타.”
“너를 봉인에서 풀어 준 게, 우리들이다.”
“우리 모두를 적으로 돌릴 셈이냐?”
위협적으로 소리치는 관리자들.
하지만 이미 아난타는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처음부터 우리들은 들러리지 않았습니까?”
처음 봉인에서 깨어날 때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우리는 그저,경험치일 뿐이었습니까.”
아난타는 깨달았다.
괴물.
살아 숨쉬며, 자아를 가지고 탑에 속해 있는 자신들이 가지는 존재 의의를.
–“우리를 사냥하고, 레벨을 올리고……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란 겁니까?”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난타는 수백만에 달하는 괴물들의 군대를 이끌고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난타를 비롯한 괴물들은 패배했고, 그는 수만 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봉인되었다.
“관리자 나으리들은 제가 봉인되었다고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셨지요?”
파싯-.
아난타의 모습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당황하는 관리자들.
그 순간.
콰악-.
한 관리자의 뒤에 나타난 아난타가, 그의 몸통을 손으로 꿰뚫었다.
콰지지지-!
꿰뚫린 팔을 통해 터져 나오는 전격.
순식간에 몸이 까맣게 타들어 간 관리자가 아래로 추락해 떨어졌다.
아난타의 손에 검은 피가 묻어 나왔다.
그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할으며 남아 있는 다른 관리자들을 노려보았다.
“저는 다 보고, 듣고 있었습니다.”
다른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지만 눈빛만큼은 달랐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 속.
관리자들을 향한 이글거리는 분노가 타올라 밖으로 나왔다.
“제 아이들이 죽어 가는 소리를. 그들이 경험치로 변해, 저 빌어먹을 플레이어 놈들의 배 속으로 처 먹히는 그 모든 과정을 말입니다.”
“그들을 죽인 건 플레이어들이다!”
“사냥한 건 플레이어지만 그런 시스템을 구축한 건 당신들 아닙니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괴물을 사냥하고, 플레이어는 레벨을 올린다.
그렇게 레벨을 올려 시험을 보고, 더 강해져 위로 올라가고. 또 다시 레벨을 올리고-.
최초에 그 시스템을 구축한 건, 관리자 자신들이었다.
“그래서 전 생각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봉인에서 나가기만 하면, 다 죽여 버리자고.”
그렇게 말하며 아난타는 오히려 웃었다.
어느 때보다도 분노하면서도.
그는 왕으로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묻겠습니다, 관리자 나으리들.”
펄럭-.
아난타의 등 뒤로 날개가 펼쳐졌다.
“사냥당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십니까?”
알 리가 없었다.
그랬던 적이 없었으니까.
“당연히 모르겠지요. 전지전능한 자리에 올라, 사냥당할 필요도, 사냥할 필요도 없는 곳에 계시지 않았습니까?”
황금색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에 관리자들이 주춤거렸다.
그렇게 그들이 겁을 먹은 순간.
저벅-.
아난타는 남아 있는 관리자들을 먹어 치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을 깨운 게 오히려 악수가 될 줄이야.’
‘봉인되어 있는 동안, 이 녀석의 분노가 우리에게까지 향한 건가.’
‘더 빨리 왔어야 했어.’
원래였다면 한 명이 당한 그 순간에 바로 공격했어야 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어느 누구도 그러지 못했다.
거대한 용이 눈앞에 있다.
비록 지금 눈에 보이는 덩치는 작을지언정,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괴물왕 아난타.
천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용이, 그간 얼마나 제 덩치를 불려 왔는지를.
“제가 가르쳐 드릴 테니.”
* * *
93층의 관리국.
그 주위를 수많은 랭커들이 둘러쌌다.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문양을 걸친 옷을 입고, 깃발을 높게 들어 올린 랭커들.
그들 가운데에는 각 길드를 대표하는 하이랭커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이만한 숫자가 벌써 이렇게 모일 줄이야.”
“10년 전이 마지막이었지.”
“잊그제 같은데 말이지.”
아르테미스와 디오니소스, 헤르메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랭커들의 대화였다.
두 거대 길드가 힘을 합치는 일은 흔치 않았다.
특히나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처럼 규모가 큰 길드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만한 숫자가 고작 하나의 괴물을 잡기 위해 움직인 거라니.
“이만하면 모일 수 있는 인원은 대충 다 모인 건가? 꽤 많이 모였는데.”
“다행히 랭커들은 대부분 위쪽에 있으니까 말이야. 50층 아래에 있는 놈들에게는 소집 명령도 안 내렸을걸?”
제우스와 헤라클레스가 함께여서 그런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디오니소스와 헤르메스.
“이번엔 제발, 아무도 죽지 않기를…….”
십 년 전의 전쟁에서 주검이 된 아폴론을 떠올리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아르테미스.
그들의 앞으로는 하데스가 올림포스의 대표로서 토르와 악수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일세.”
“랭킹이 오르시더니, 얼굴이 많이 펴신 것 같습니다.”
“자네에게서도 이젠 제법 오딘이 보이는 듯해.”
잠시 훈훈한 인사를 나누던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중, 토르는 십 년 전의 일이 떠올랐는지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가 떠오르네요.”
“올림포스에 아스가르드까지. 장관이긴 하군.”
이 자리에만 수만 명에 달하는 랭커들이 모였다.
탑을 지탱하는 두 거대 길드의 전력들.
십 년 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 자리에 모이기에 과한 숫자임에는 분명했다.
더군다나.
치지, 치지지-.
치지지지-.
전장의 한가운데 서서 말없이 전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두 사람.
제우스, 그리고 헤라클레스.
이 탑에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랭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괴물왕이 대단하긴 한 모양입니다. 저 둘이 이만한 숫자를 끌어모은 걸 보면.”
“우리 역할은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버는 게 전부야.”
“듣긴 했습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입니까?”
“멀리서 하는 지원 사격까지는 허용한다더군. 하지만 접근은 절대로 하지 말라더군.”
아난타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포식하고 그 힘을 취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아난타의 한 끼 식사가 되어 싸움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접근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우스가 아스가르드에 협조를 구해 이만한 숫자를 끌어모은 이유는 하나.
“만약 여기서 놓치면, 세상은 끝장이라 생각하라더군.”
반드시 아난타를 여기서 잡아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녀석을 놓치면, 그땐 걷잡을 수 없이 커 버릴 수 있기에.
쿠릉, 쿠르르-.
하늘에 천둥이 치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점점 높아지던 먹구름은 어느새 관리국의 꼭대기를 넘어 그보다 훨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치지, 치지지-.
제우스의 몸에서 흘러나온 전격이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제우스의 손가락 끝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시작이군.”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하데스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가 시작이라는 거지?’
토르 역시 몰니르를 꺼내 들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적은 아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우스는 하늘 위로 들어 올리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해하게. 저 녀석 성격이 예전부터 저래.”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일이 잘 없던 제우스.
하지만 그와 함께 탑을 오른 형제인 하데스는 싸울 때의 제우스의 성격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요즘 것들 말로는 선빵이라고 하더군.”
그 순간.
번쩍-!
멀리 떨어져 관리국을 지켜보던 모두의 시야가 한순간 하얗게 변했다.
그렇게.
콰릉-!
제우스의 벼락이, 관리국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파지지지지-!
콰웅, 콰르르르-.
관리국을 집어삼키는 걸로도 모자라 구름을 뚫고 높게 솟아오른 전격의 기둥.
그 기둥에서 번진 전격의 여파는 일부러 거리를 벌리고 있던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군대에게까지 미쳤다.
“멀리 떨어져-!”
“잔열에 휘말린다!”
“방어계 스킬을 가진 길드원은 서둘러!”
앞장서 올림포스를 지휘하던 아르테미스와 디오니소스, 헤르메스가 소리를 질렀다.
발키리들 역시 브룬힐데와 함께 방패를 앞으로 펼치며 제우스의 벼락에서 퍼진 잔열로부터 길드를 보호했다.
그렇게 한바탕 벼락의 여파로부터 안전을 확보하자.
쿠르르르-.
그제야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랭커들의 눈에 제우스가 던진 벼락의 기둥이 들어왔다.
넋을 잃은 랭커들.
그리고 그건 아스가르드의 우두머리인 토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게…… 천신의 벼락…….”
토르.
그 역시 전격을 다루는 한 명의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보게 된 제우스의 벼락은 도무지 같은 속성의 마력이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저렇게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이만한 위력의 전격을 뿌릴 수 있다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놀란 건 하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여튼…… 왕이 되어서도 주위 신경 안 쓰는 건 여전하군.”
콰우우우우-.
전격의 기둥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높이 솟아올랐다.
눈이 부실 정도의 장관.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그 위력에 넋을 잃고 정신이 팔려 있던 때였다.
“……온다.”
“예?”
하데스의 말에 토르가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물은 토르의 시선이 다시금 벼락이 떨어진 거대한 기둥으로 향했다.
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괴물이라니.
도무지 저런 걸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적이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저 녀석이 바보도 아니고, 이 정도로 끝날 일이었으면 이런 요란을 떨었을 리 없지.”
단언하듯 말하는 하데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호응하듯.
치익-.
노란 전격의 기둥 밖으로 발 하나가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