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34
말하자면 이것은 한제가 모완을 위해 만들어낸 신통술인 셈이었다.
한제는 태양 속의 기운으로부터 모완을 떠올렸다.
사람과의 싸움, 흉수와의 싸움, 땅과의 싸움, 하늘과의 싸움, 우주와의 싸움, 만물과의 싸움, 선강 대륙과의 싸움. 그 모든 것은 어두운 밤이었다. 그리고 한제가 지금껏 해온 모든 일은 오로지 한 가지를 위한 것이었다. 겹겹이 싸인 채 눈을 가린 어두운 밤을 찢고 그 뒤에 자리한 빛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잔야였다.
그렇게 한제의 신념이 담긴 유일한 이 법술은 평생 집착해온 그의 영혼과 한데 융합해 도술의 위력을 능가하는 신통술이 되었다. 이 신통술은 이미 그의 육신과 그의 인생과 그의 신념과 완전히 융합되어 있었다. 이런 신통술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한제는 알지 못했지만 장도종을 비롯한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이 드넓은 바다로 뒤덮이고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둠을 찢으며 태양이 나타난 순간, 장도종 등은 이 세상 유일한 빛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한 줄기 기운이 깃든 그 태양을 본 순간, 이들은 표정이 급변한 채 바르르 떨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이, 이 기운은⋯⋯?”
장도종의 얼굴은 어느새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조씨 노인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설마 저자는… 환생한 것인가⋯⋯?”
공겁기 초기의 두 여자 수련자 역시 태양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경악했으나, 이들은 장도종과 조씨 노인만큼 넋을 놓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네 명의 녹마사자는 말 그대로 경악했다. 일그러진 얼굴에는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이건 신술(信術)! 법술과 도술을 뛰어넘는, 오직 대천존만이 발휘할 수 있는 신술 아닌가!”
“틀림없는 신술이야! 저 태양 안에 담긴 신념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신술이 되지! 허나 신술은 오직 대천존만이 가질 수 있는데…”
“소문에 의하면 신술은 전승되지 않고 전승할 수도 없다. 모든 신술은 각 대천존이 직접 만들어낸 거지!”
도술보다 더 강력한 신술의 위력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신술에 필요한 것은 신념인데 이 신념이란 반드시 스스로의 경험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야 했다. 말하자면 여러 변화를 거친 경지의 마지막 단계였다.
또한 의지와 신념은 전혀 달랐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그 차이가 컸다. 의지가 충분한 정도로 강대해져야만 한 줄기 신념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신념은 향불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모든 것에 대한 믿음이자 자신이 집착하는 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믿음.
경지, 본원, 신념!
경지를 극도로 발전시키면 그에 대응하는 본원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본원을 극도로 발전시키면 본원의 진신을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진신(眞身)이 의지를 갖게 되면 진신(眞神)으로 탈변한다.
진신(眞神)이라 부르는 이유는, 의지가 있더라도 다시 그것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의지가 극에 달해야만 신념이 생기는 법이다.
법술, 도술, 신술!
이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신통술은 경지의 두 차례 변화에 각각 대응한다. 법술은 경지에 도술은 본원에 신술은 신념에 대응하는 것이다.
허나 그 마지막 단계인 신술에 이른 이는 지금껏 단 아홉 명뿐이었다. 바로 대천존들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은 대천존들을 우러러보았다.
대천존이 법술을 실체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무중생유(無中生有)의 강력한 신념 덕이다. 즉, 무중생유는 대천존이 발휘하는 모든 신통술의 근본이다.
한편, 땅속의 한제는 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지금의 그는 마치 태양 속에 있는 듯, 그 태양에 담긴 기운이 된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난 너희가 이 어두운 밤의 일부라는 것을 믿는다.
난 너희가 내 앞길을 막는 장애물의 일부라는 것을 믿는다.
난 태양이 하늘로 떠오를 때 너희가 어두운 밤과 함께 흩어져 사라지리라는 것을 믿는다.
난 이 어두운 밤 너머에 내가 수천 년간 찾아 헤맨 빛이 있으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 빛이 반드시, 반드시 존재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내 머리카락은 더 이상 검지 않다. 어두운 밤은 내게 검은 머리카락을 주었지만 이것은 빛을 의미하지.
내 두 눈은 더 이상 검지 않다. 이 안에는 화염과 천둥번개, 그리고 규칙과도 같은 금제가 담겨 있다.
어두운 밤은 내게 검은 눈을 주었지만 화염은 그 어두운 밤을 불사르고 천둥번개는 어두운 밤을 가르며, 금제는 규칙을 깨부술 것이다. 그리고 난 내 두 눈으로 빛을 볼 것이다.”
중얼거리는 한제의 목소리는 잔야에 휩싸인 바다와 하늘에 울려 퍼지다가 녹마사자 장도종, 조씨 노인, 그리고 원신만 남은 두 여자 수련자의 마음에 떨어져 내렸다. 그 목소리에는 한제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바다 위로 고개를 내민 태양이 눈부신 빛을 번득였다.
널리 퍼져 나가는 무궁무진한 빛에는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찾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었다.
이는 하늘을 거역하고 어둠을 몰아낸 뒤 모완을 되살리겠다는 신념이자 한제가 평생을 지켜온 불굴의 의지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첫 번째 신술이었다.
흩어진 혼개
어두운 하늘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닷물 역시 눈 깜짝할 사이 자취를 감췄다.
원신만 남은 공겁기 초기의 두 여자 수련자는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빛으로 뒤덮여 사라져가는 어두운 하늘 아래, 그들은 해탈한 듯, 자신들만의 빛을 찾은 듯 웃음을 머금은 채 그렇게 소멸됐다.
바르르 떨던 조씨 노인 역시 육신이 갈가리 찢기고 있었다. 살점들은 어둠과 함께 사라졌고 원신 역시 경련하다가 어둠 속에서 몸부림을 치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공겁기 중기의 강자인 그는 녹마주에 분신을 남겨둔 상태라 본체가 죽는다 해도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 이건 말도 안…”
하지만 그는 오래 저항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감은 채 흩어져 사라졌다.
조씨 노인보다 수준이 약간 더 높은 장도종의 육신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원신은 날카롭게 절규하며 숨겨두었던 옥패를 하나 토해냈다.
이 옥패는 부드러운 빛을 발하며 그를 잠시 보호했으나 이내 산산조각 났다.
“아, 안 돼!”
장도종의 눈빛에 절망이 들어찼다. 평생 분신을 만들지 않았던 그의 원신은 한제의 잔야 아래 점점 흩어졌지만 원신은 사라지지 않고 한데 응집해 한 줄기 눈부신 빛이 됐다.
이 빛은 곧장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고 의식이 흐릿해져가는 와중에도 잔야의 영향으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났다.
콰르릉!
천둥의 울림과도 같은 소리에 이어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네 녹마사자가 소환한 녹마 거울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그것을 통해 투영됐던 녹마주의 경관도 와해됐다.
진동하던 대지가 극천 초원의 모습을 되찾은 순간, 네 녹마사자는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그들이 밀려나자마자 한제가 대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백발을 휘날리는 그에게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발산되고 있었다.
네 명의 녹마사자는 두려움에 질린 채 나가떨어지다가 허공으로 떠올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방법도 서로 달랐다. 둘은 각각 녹색 종이학과 하얀색 총채 같은 법보를 꺼내 올라탄 채 전속력을 발휘했다.
나머지 둘 중 한 명은 혀끝을 깨물어 피를 뱉어냈고 온몸으로 눈부신 녹색 빛을 발하며 그 피와 융합해 곧장 1만 리를 날아갔다.
마지막 녹마사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회전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하늘과 땅에 맞닿은 듯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갔다.
한제가 땅속에서 튀어나온 순간 이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허나 그들을 처리해 청우 선조가 맡긴 두 번째 임무를 해결할 생각인 한제가 그냥 보내줄 리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동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고 발아래 일어난 파문과 함께 사라졌다.
한제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 곳은 회오리가 되어 도망치던 녹마사자의 앞이었다. 일렁이는 파문과 함께 나타난 그는 곧장 손을 휘둘렀다.
콰르릉!
한제의 손은 웅장한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을 발하며 천둥번개의 공이 되었다. 그 가장자리에서는 대량의 천둥번개가 발산돼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천둥번개의 공은 곧 엄청난 속도로 회오리가 된 녹마사자와 충돌했다.
콰쾅!
순간 요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천둥번개의 공은 거대한 그물이 되어 회오리를 소멸시켰고 그 안에 있던, 잔뜩 겁에 질린 녹마사자를 가뒀다.
“쿨럭!”
그물에 갇힌 녹마사자는 피를 토하며 아래로 추락했다. 천둥번개의 그물은 마치 거미줄처럼 그 안에 갇힌 녹마사자를 둘둘 감쌌다.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때, 한제의 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동시에 온몸에서 피어오르던 기세도 약간 줄어들 조짐을 보였다. 한제는 혼개가 곧 사라지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제는 곧장 서쪽으로 몸을 날렸고 또다시 사라졌다.
이때, 종이학 위에 가부좌를 튼 또 한 명의 녹마사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극천 초원 서쪽을 가로질러 도망치고 있었다.
방금 전 보고 겪은 것들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뜻하지 않게 이한제가 천우의 혼개를 차지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그는 겁을 먹지는 않았다. 천우 혼개에 시간적인 제한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제가 신술을 발휘하는 순간, 그는 이한제를 죽이라는 임무를 포기했다. 위에서 내려온 임무를 포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천존만이 발휘할 수 있는 신술을 그가 발휘하다니, 심상치 않은 상황이야. 반드시 선조께 알려야 해!”
하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의 두 눈동자는 갑자기 바짝 졸아들었다. 저 앞의 허공에서 파문이 일어니 그 안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한제가 성큼 걸어 나온 것이다.
“멈춰라!”
이어 두 눈을 서늘하게 번득인 한제는 곧장 오른손을 들어 올려 여덟 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여덟 갈래의 흐릿한 선들을 소환했다. 이 선들은 그의 손바닥에서 빠르게 응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융합해 주먹만 한 여덟 개의 공이 됐다.
곧이어 한제는 그 공들을 가볍게 내던졌다. 응집된 본원으로 이루어진 여덟 개의 공은 곧장 녹마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헛!”
종이학 위에 앉아 있던 녹마사자는 급변한 표정으로 황급히 결인을 그리더니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녹마 입체(入體)!”
두려움에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온몸이 짙은 녹색 빛으로 뒤덮인 그는 그대로 본원의 공들과 충돌했다.
콰쾅! 쾅!
연이은 굉음이 울려 퍼지는 사이 한제는 몸을 날리며 혈살검을 소환해 공겁기 초기 수준의 막강한 위력을 담아 휘둘렀다.
쉭!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녹마사자의 온몸을 뒤덮은 녹색 빛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동시에 미간의 한 줄기 상처를 따라 온몸이 둘로 잘린 그는 원신까지 소멸해버렸다.
한편, 한제의 손에 들린 혈살검은 녹마사자를 자르고 그 피를 일부 흡수하더니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진동했다. 한제의 손에 들어온 이래 여러 선인을 죽였으나 이 정도로 강력한 상대를 죽인 것은 처음이었다.
“쿠오오오!”
녹마사자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한제의 옆에 있던 천우의 혼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포효했다. 흥분이 가득한 포효였다. 녹마사자를 죽인 것이 매우 기쁜 듯했다.
포효를 마친 천우의 혼은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녹마사자에게서 흘러나온 한 줄기 녹색 빛이 전갈 형태로 응집돼 몸부림치다가 천우에게 그대로 흡수됐다.
한제는 이 광경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발을 내딛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편, 피를 토해내 혈둔술을 발휘한 녹마사자는 극천 초원의 북쪽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피를 뱉어내며 점점 빠른 속도를 발휘해 한 줄기 잔상을 남기며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