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
현실에서 도가 호흡을 할 때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한 달간 꾸준히 연습한 결과 기운이 좋아지고 심신이 많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꿈속에서 영기 샘물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호흡을 시작하면 이전에 느꼈던 편안하고 상쾌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가부좌를 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이 답답해졌다.
잠시 후 한제는 이 모든 것이 영기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꿈속에서는 영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생각은 점점 맞아 떨어졌다. 한제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했다.
“현실에 있는 영기 샘물을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 순간 한제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숙이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입고 있던 붉은 색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짐 주머니 둔 곳을 더듬어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입던 옷은 그대로 꿈에서도 나타났는데 짐 주머니는 없네?”
한제는 고심 끝에 결심을 내렸다. 꿈에서 깨어나면 대체 어떤 물건을 꿈속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꿈 속에서의 시간, 25시진이 지나자 다시 몸이 찢기는 고통이 느껴지더니 꿈에서 깨어났다.
의혹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매번 현실의 시간으로 두 시진 반만 꿈속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의혹을 품은 채 한제는 길러온 샘물을 조롱박에 따라 넣은 후 그것을 몸에 차고 다시 꿈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리 석주를 빤히 쳐다보아도 졸음이 몰려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것인지 한참을 걱정한 후에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을 감고 도가 호흡을 했다.
천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자 천지의 영기가 한제의 몸으로 들어왔다. 예전처럼 영기가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조금씩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응기 1단계까지 가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제는 온종일 도가 호흡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샘물을 마시며 계속 영기를 보충했다. 어떻게든 몸속에 영기가 가득 찬 상태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리고 석주를 보고 꿈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다시 밤이 되자 한제는 눈을 떴다. 몸속에 영기가 조금 더 많아진 듯했다. 평소 같았으면 몹시 흥분했겠지만 지금은 걱정이 더 많았다.
그래서 다시 석주를 쥐고 한동안 응시했다. 그러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고 한제는 그때서야 희색을 띠었다.
그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 잠시 졸음을 쫓아낸 후 생각에 잠겼다. 이전에 있었던 모든 현상들을 떠올려 보고는 마침내 한 가지 문제점을 알아차렸다.
처음 두 번은 연속해서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도에서는 2시진이 지나서야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네 번째에서는 거의 한나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것으로 보아 꿈속에 들어가는 데 일정한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매번 적어도 2시진이 지나야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물건을 꿈속에 들고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한제는 최대한 많은 물건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우선 이슬이 조금 남아 있는 조롱박, 빈 조롱박, 샘물이 담긴 조롱박을 준비했다. 여기에 깨진 돌그릇 조각과 짐 보따리 안에 있던 고구마와 옷가지를 꺼내 전부 몸에 품고 석주를 통해 꿈속으로 들어갔다.
꿈에서 그는 곧바로 몸을 살폈다. 고구마와 옷, 돌그릇 조각은 그대로 있었으나 조롱박 3개와 짐 주머니만은 보이지 않았다. 가져올 수 있었던 것들은 모두 일반적인 물건, 바로 영기가 없는 물건들이었다. 꿈속에는 영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던 한제는 고민했다. 만약 조롱박을 꿈속으로 가져올 수 없고 매번 꿈을 꾸기 전에만 샘물을 마실 수 있다면 꿈속에서 원하는 만큼의 수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제는 문득 뭔가가 번뜩 하고 떠올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제는 그렇게 꿈속에서 25시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갔다. 산속을 헤매며 야생 조롱박을 따서 돌아왔다.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3개의 조롱박은 이미 오랜 시간 이슬을 담아두었기 때문에 영기가 흡수되어 꿈속으로 들고 들어갈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방금 따온 조롱박에 영기 샘물을 넣으면 꿈속에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진 후, 한제는 네다섯 개의 조롱박을 몸에 매달고 꿈속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확인해보니 전부 그대로 몸에 달려 있었고 그 안의 샘물도 그대로였다. 한 모금 마셔보니 영기도 느껴졌다. 흥분한 한제는 곧바로 샘물을 크게 한 모금 들이켠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에 몰두했다.
몸에서 영기가 사라질 때마다 바로 샘물을 마시자 조금씩 몸속에 영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체질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한제는 응기 1단계를 향해 계속 수련을 정진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빛들이 다시 반짝이는 점들로 변해 소리 없이 한제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타고난 자질이 부족했던 한제로서는 석주와 영기가 담긴 액체가 없었더라면 응기 1단계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화령초의 기운까지 몸에 남아 있었더라면 수십 년이 지나도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는 부족했던 영기를 어느 정도 채웠고 또 꿈속에서 10배의 시간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응기 1단계에 곧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두 달이 흘렀다.
한제는 꿈속에서 눈을 감고 도가 호흡을 시작하고부터 두 달 동안 석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매번 꿈속에서는 이십여 시진을 보낼 수 있었고 하루에 3번까지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하루면 70여 시진, 현실의 6일에 맞먹는 시간이었다. 즉, 한제는 지금까지 현실 세계로 치면 1년 동안 수련한 것과 다름없었다.
수련은 매우 따분한 일이었다. 이전에 한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수련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제는 매일같이 샘물을 마시며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가 호흡을 했다. 일장삼단 호흡법을 계속 반복하며 샘물의 영기를 몸속으로 흡수했다.
집념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부모님의 모습을 계속 떠올리지 않았더라면 그 재미없고 따분한 수련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산이 3개월 만에 응기 1단계에 성공한 것을 생각하자 강렬한 분노가 일면서, 그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수련에만 전념했다.
한제는 대산파에서 모두의 비웃음거리였고 많은 사람의 질투를 샀지만 사실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미 손대주의 머릿속에서도 그런 제자는 이미 깨끗이 잊혀졌다. 뭐 가끔 떠오르기는 했으나 화만 날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억지로라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 했다.
한제는 약간의 예방조치까지 취했다. 매번 꿈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구슬을 가슴에 꼭꼭 감춰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달간 아무 사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동안 마신 샘물의 양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영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샘물을 마셨다.
만약 손대주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배가 아파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선인 세계에서 한제처럼 온종일 영기가 가득한 샘물을 마시며 수련하는 자는 굉장히 드물었다.
이는 일부 문파 내에서도 특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영기가 가장 짙은 산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온종일 수련에 몰두했는데 그 산골짜기가 바로 영기 샘물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샘물을 연단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단에서는 재료가 가장 중요한데 이때 영기가 가득한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더 기이한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무한정 영기의 도움을 받게 된 한제는 몸속의 영기가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제는 온종일 꿈속에서 도가 호흡을 이어갔다. 한데 온몸에 영기가 돌고 있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호흡을 하자 백색 용 두 마리가 한제의 코 밖으로 분출되었다.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온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검은 땀방울이 악취를 풍기며 한제의 땀구멍을 통해 배출되었다. 그 바람에 옷이 젖었지만 한제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몸속으로 들어온 샘물이 분해되면서 영기로 변해 신체의 일부가 되는 그 현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제가 눈을 떴다. 한제의 눈에서는 밝은 빛이 번쩍였다.
정신이 맑아졌고 마음은 잔잔한 바다처럼 평안했다. 그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한제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옹알이를 하는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버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한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시던 어머니, 대산파에 들어오기 직전 기대에 부푼 부모님의 얼굴, 친척들의 비웃음, 그리고 부러워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 등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떠올랐다.
흑심
한참 뒤 한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씁쓸한 느낌이 가슴을 스쳤다. 그는 응기 1단계에 다다르는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다.
에 따르면 응기 1단계는 큰 문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문을 연 자는 선인의 행렬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 이후에는 속세와 단념하고 잡념을 모두 없애야한다.
응기 1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겪는다. 한제는 과연 자신이 속세의 모든 일들과 단절할 수 있을지 자문했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연은 결코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 그는 옷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뭔가 이전과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사방에서 발광하는 빛들의 이상 현상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지금은 이런 빛들이 모두 영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어떤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드디어 진짜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렇게 주변을 관찰하던 와중에 다시 몸이 찢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고통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물론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더 이상 식은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현실로 돌아온 한제는 침상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롱박을 열어 안에 든 샘물을 보았다. 이때 영기가 천천히 피어오르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조롱박 안은 영기가 가득했다.
한제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드디어 응기 1단계에 도달했고 이제 천지의 영기를 느낄 수 있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 끈끈한 무언가가 온몸을 돌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에 따르면 응기 1단계를 돌파한 자는 몸속에 있는 많은 불순물을 배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체질을 바꾸기 위해 꼭 거쳐야 할 단계이다.
한제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시간은 이미 오후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산속 샘물 하류에서 옷을 벗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검은 불순물들이 끈적끈적하게 묻어 있어 한참을 씻고서야 깨끗해질 수 있었다.
그 후, 다시 옆의 바위에 앉아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의 선인술 중 하나를 되뇌고 있었다. 그것은 ‘인력술(引力術)’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술법으로 응기 1단계에 이르러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500년 전 대산파는 통일 조국이었다. 현재는 몰락했다고 하지만 아직 수많은 선인 문파가 존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각 문파의 내문(內門)제자들은 언제든 술법을 모아둔 법당에 가서 원하는 술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윗대 자제들은 검술(劍術)을 택했다.
검술은 비검(飛劍) 한 자루를 가지고 수련하는 것이다. 물론 갈수록 까다롭고 힘든 수련이지만 위력이 대단했고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다. 이 인력술은 비검을 다루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선인술이라 할 수 있다.
인력술 이외에 에서는 두 가지 법술(法術)이 더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화염구(火焰球)와 지열술(地裂術)이다.
세 가지 법술을 떠올리자 한제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어서 그는 화염구의 구결(口訣)에 따라 오른손으로 수결을 그려보았지만 화염은커녕 불똥 하나 나오지 않았다.
한참이나 시도했지만 딱 한 번 불똥이 튄 게 다였고 그마저도 금방 사라져버렸다.
“자질⋯⋯ 또 타고난 자질이 문제구나!”
한제는 쓴웃음을 짓고는 옆에 있는 바위를 향해 지열술을 연습했다. 지열술은 화염구보다는 좀 나았지만 새끼손가락 두께만한 균열이 생기는 게 전부였다.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법술은 속세의 일반인들을 놀라게 할 때나 통하지, 실제 전투에서는 쓸모가 없을 터였다.
마지막으로 연습한 인력술 역시 그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나마 성공률 면에서는 인력술이 가장 높았기에 한제는 두말없이 인력술에 집중했다.
인력술은 쉽게 말해 멀리 있는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인데 영기가 높아 응기 2단계에 이르면 구물술(驅物術)을 훈련할 수 있고 응기 3단계를 돌파해 4단계에 진입하면 검령각에서 비검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한나절 동안 연습한 한제는 밤이 되기 전에 돌아왔다. 그는 지금 응기 1단계에 이른 상태로 귀와 눈이 모두 이전보다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동문으로 들어가 잡무처가 있는 곳을 지나치던 때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사형, 제게 맡긴 일은 분명 장작 100근을 패는 것이었는데 어찌 갑자기 1000근으로 늘어난 겁니까? 제가 올해 갓 들어온 풋내기도 아니고 지난 몇 년간 사형을 제대로 모시지 않은 것도 아닌데 저를 이리 핍박하시다니, 제가 하산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장호야, 내가 괜히 너를 못살게 굴려고 이러는 거냐? 몇 개월 후면 연말이지 않냐. 게다가 요즘 이 사형의 생활도 말이 아니다. 네가 일을 제대로 안 하면 나도 곤란해. 저번에 네가 팬 장작을 연단방에 가져다주었다가 아주 호되게 혼이 났다. 100근 중 30근은 물의 무게겠더구나. 너 그렇게 잔머리나 굴릴 거냐?”
“말도 안 돼요! 그건 모함이에요! 솔직히 말하세요. 며칠 전에 조복희 녀석이 사형께 부적을 뇌물로 줘서 이러는 거잖아요!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고 내가 모를 것 같아요? 사형이 이러는 거 기명 제자라면 다 알아요. 그래도 절 핍박할 생각이시라면 당장 장로님께 말씀드리고 저도 그만둘 겁니다!”
장호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라고? 지금 누가 누굴 핍박한다는 것이냐? 네가 나를 핍박하고 있는 거지! 탓하려거든 네놈의 운 없는 탓을 하던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걸 탓해야지. 만약 장로님께 말한다면 내가 사람을 보내 네놈 가족들까지 깡그리 죽여 버릴 테다!”
유 사형의 한기 어린 목소리에 깜짝 놀란 한제는 문을 발로 차 열었다. 유 사형이 흉악한 표정으로 비수를 들고는 잔뜩 겁을 먹은 채 벽에 붙어 있는 장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 한제는 반사적으로 인력술을 발휘했다.
한제가 손을 움직이자 알 수 없는 기운이 공기를 매섭게 가르고 유 사형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유 사형은 힘없이 제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성공해 유 사형의 손을 허공에 붙들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수의 끝은 이미 장호의 가슴팍을 그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