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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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 또 10년이 지나갔다.
지난 10년 동안 한제는 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천요군의 대군이 화요군 경계 안으로 진격해 들어갔고 화요군이 대응하여 대대적인 살육이 벌어졌다. 여러 전장에서 끊임없이 사상자가 생겨났다.
허나 이 10년의 전쟁은 서막에 불과할 뿐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제가 보낸 부족원들은 계속해서 한제에게 새로운 살육의 기운을 가져다주었고 동시에 연혼 부족의 침략 역시 계속되었다. 화요군의 황야에 존재하는 모든 부족이 연혼 부족의 새로운 목표였다.
한제는 이미 전쟁에 대해서는 잊은 것처럼 탑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온종일 원신으로 산마에게 낙인을 찍는 데만 열중했다.
지금 그는 준비 중이었다. 1백 년 안에 더욱 강해져 고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준비였다.
지난 10년 동안 한제는 문정기 초기 수준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살육의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가며 흩어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살육의 기운이 전장의 부족원들로 인해 생겨났다. 살육의 기운을 통해 더욱 많은 살육을 자행하면서 그들은 안전해졌고 점점 더 강력해졌다.
한제가 발산한 살육의 기운은 이미 10만에 달했고 이것들은 10만 부족원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살육으로 살육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좋아, 이 전쟁이 끝나면 살육의 기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살육의 기운으로 불어났는지 볼 수 있겠군!”
한제가 두 눈을 번쩍 뜬 순간, 흘러넘치는 듯 강렬한 힘이 탑에서 발산되었다.
탑 밖에는 반경 10리에 달하는 공터가 있었고 그 밖으로는 가옥들이 있었다. 그 범위는 이미 수백 리에 이르렀다.
이곳이 바로 새로운 연혼 부족의 부락이었다.
매달 부족원들이 돌아올 때마다 포로를 끌고 오면서 연혼 부족은 그 규모가 점점 커졌다.
한제는 저물대에서 요석설을 봉인해둔 금제의 공을 꺼내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공에 균열이 일더니 요석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제는 냉랭한 얼굴로 느릿하게 말했다.
“생각은 해봤나?”
요석설은 남색 옷을 입은 채 한제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며 말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지? 지난 10년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다 말해줬는데!”
10년 동안 한제는 요석설에게 여러 차례의 질문을 했다. 요석설은 한제에 대한 원한이 깊어진 만큼 두려움 역시 커졌다.
“그 별채, 어느 선제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총 네 곳이 있다고 했고.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요석설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만은 끝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벌써 20년이 넘게 묶여 있었는데 자유를 얻고 싶지 않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줘야만 이 요령의 땅에서 떠난 뒤 너를 놓아줄 수 있다.”
한제의 눈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살짝 번득였고 그의 목소리에는 한 줄기 마념이 어려 있었다. 이는 그가 산마에게 끊임없이 낙인을 찍으면서 산마로부터 배운 신통력이었다.
“다 알려주지. 하지만 그 전에 도심을 걸고 맹세해라. 요령의 땅에서 나간 뒤 나를 놓아주겠다고!”
요석설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게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보나? 뭐, 좋아. 약속은 지키지. 말하면 넌 살 기회를 얻을 것이고 말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
한제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냉랭했다.
요석설은 그런 한제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당시 그저 영변기 수준의 수련자에 불과했던 저자와 어째서 대립하지 말라고 하신 것인지 이제야 좀 알 것 같군.’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는 총 네 개의 별채가 있어. 당시 아버지께서는 요령의 땅에 천운자 능천후 등과 함께 오셨다가 어떤 비밀을 발견하셨지.”
“무슨 비밀?”
“너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테지만 이 요령의 땅이 곧 하나의 별채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은 별채지. 하지만 이 별채는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야. 그중 네 개는 허상이고 하나만 실체인 거지.”
한제는 조용히 요석설을 쳐다보았다.
“네가 날 데리고 갔던 그 별채는 허상의 별채로군.”
요석설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그 허상의 별채에 들어가려 했던 이유는?”
“아버지께서는 그 안에 수많은 법보와 영액(靈液)이 있다고 했어. 만약 그것들을 얻을 수 있다면 내 수준을 높이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고⋯⋯.”
요석설이 말을 마무리했지만 한제는 싸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요석설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이제 다 말했어. 그러니 약속을 지켜!”
한제는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물은 것은 그게 아니야! 그 허상의 별채들과 진짜 별채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요석설은 다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 네 개의 허상의 별채는 사실 마지막 별채로 들어가는 대문이야.”
“네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이 발견한 비밀이라는게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텐데?”
한제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아버지는 그 마지막 별채 안에 도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는 비밀이 있다고 추측했지. 그 별채는 1대 선제이자 선계에서 가장 강한 자인 청림이 만들어놓은 곳이니까! 선계가 붕괴했을 때 청림은 부상을 입은 채 도망쳐 살아남았다는 소문이 있어.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은 그 마지막 별채에서 청림의 기운을 느꼈다고 했고. 그들이 어떻게 그것을 알게 되었는지는 나도 몰라.”
요석설은 말을 마친 뒤 한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한제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제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허나 요석설의 생각과 달리 한제는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서 엄청난 파도가 일었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눈빛도 살짝 변했다.
선제 청림
한제는 요석설과 그 별채에 들어가서 중첩된 문양을 쏘아 보냈을 때 그의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를 떠올렸다.
나는 청림이다⋯⋯
“이곳은 대체 무슨 별채인 거지? 고요도 있고 산마도 있고⋯⋯. 고요는 사람들에 의해 몇 가지로 구분되지. 산마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고는 고마 휘하의 존재라는 것뿐이고. 혹시 이 요령의 땅 안에 또 다른 고마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정보가 늘었지만 오히려 눈앞을 가린 안개는 더욱 짙어진 것만 같았다.
“허상의 별채들은 당시에 어떻게 나눠지게 된 거지?”
“천운자 능천후가 각자 하나씩을 맡았고 또 하나는 운선 부부가 맡았지. 당시 아버지는 수준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밀렸지만 우연히 네 번째 별채의 존재를 알게 되셨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 아버지를 제외한 자들은 허상의 별체가 총 세 개라고 알고 있었지.”
“운선 부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한제가 되물었다.
“그들은 수만 년 전의 인물들이야. 그들은 그 별채 안에 남아 수련하기로 했지.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해. 나도 아버지께 듣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거야.”
그때, 한제가 돌연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가 곧 올 모양이군!”
요석설은 심장이 덜컥했으나, 겉으로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되물었다.
“뭐? 아버지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의 표정을 통해서는 어떤 실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으나 한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수만 년 동안 이 요령의 땅은 몇 번이나 열렸을 거야. 네가 이전에 이곳에 들어와 본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혈조의 신통력이라면 네 수명을 늘리는 것쯤은 어렵지 않겠지. 넌 내게 별채에 대해 술술 늘어놓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 안에 들어가려고 했어. 그 안에 뭔가 숨겨진 것이 있지 않은 이상 그리 급하게 굴 리가 없지. 어째서인지 몰라도 혈조는 이곳에 들어오지 못해 너를 보낸 거고. 네가 그 별채에 들어가려고 서두르고 목숨까지 건 것은 어쩌면 네 아버지를 이곳에 들이기 위한 준비였을지도 모르겠군!”
한제는 덤덤하게 말을 마쳤다.
요석설은 그런 그를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제법이군. 그래, 아버지는 곧 이곳에 오실 거야. 뿐만 아니라 천운자와 능천후, 그리고 천운성의 나머지 수준 높은 늙은이들도 모두 이곳에 모일 예정이지!”
한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금색 영패 때문인가?”
그 순간, 요석설은 한제에 대해 진정으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로 영특한 자다. 이전까지 했던 질문들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게 모두 미끼였어. 어느새 나는 저자에게 엄청난 정보를 주게 된 거야! 여기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 정보들을 통해 거짓임을 파악해낼 거야. 실로⋯⋯ 두려운 자다.’
한제가 만들어낸 금제의 술법은 요석설의 심신에서 불어났고 이제 그녀의 대화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요석설이 거짓말을 한다 해도 그 안의 진실을 뽑아낼 방법이 있었다. 그에게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입을 다무는 것뿐이었다.
요석설은 고개를 숙여 무의식적으로 한제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그 영패의 이름은 청림의 선령이야. 허상의 별채에서 진정한 실체의 별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대문의 열쇠지. 그것이 있어야만 진정한 별채로 들어갈 수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네 개의 영패를 동시에 활성화시켜서 모든 허상의 별채의 대문을 다 열어야만 해.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되지.”
“네 말대로라면 천운자 등은 처음부터 세 개의 영패가 전부라고 알고 있으니 오직 혈조만이 세 개의 영패만으로는 진정한 별채의 대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군!”
한제의 물음에 요석설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조는 과연 똑똑하군. 그 허상의 별채만 차지하고 있으면 영패가 없더라도 그 별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계획대로 진행되어 네 번째 영패만 나타나면 그자 역시 진정한 별채로 들어갈 자격을 얻을 수 있겠지.’
한제는 속으로 생각하며 눈을 살짝 번득이다가 물었다.
“그 금색 영패는 이곳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건가?”
“조석의 심연, 그 입구는 화요군에 있어.”
요석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