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못할 것도 없죠.”
‘발 빠른 사슴’은 ‘찬란한 노을’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큰 목적을 위해 작은 희생은 마다치 않은 과감성과 냉철함.
“왜 그래? 무섭게. 일단, 방문단 사람들을 살리는 게 우선이잖아.”
“알아요. 그만큼 제가 화가 났다는 얘기에요. 수장님께 그런 하소연도 못 해요.”
“그런 거라면 나에게 마음껏 하소연해.”
그 말을 하면서 ‘발 빠른 사슴’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악신이라…”
정보감찰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며 ‘찬란한 노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치솟는 불길과 와이언도트 부족이 무엇을 노리는지 확실히 알겠네요.”
“황제 폐하.”
‘발 빠른 사슴’의 대답에 ‘찬란한 노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눈을 빛냈다.
“좋아요. 와이언도트 부족이 주변 부족들한테 황제 폐하를 악신이라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린다면… 우리도 역으로 그걸 이용해 혼란을 부추겨야겠어요.”
“어떻게?”
“와이언토트 부족과 주변 부족들한테 황제 폐하가 그들이 믿는 창조주 신이나 선한 신으로 소문을 퍼트려야죠.”
“악신이 아니라 선한 신으로?”
“네, 어쨌거나 황제 폐하는 신의 아들이 맞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그 소문은 천일교의 도움을 받아 정보감찰부가 전적으로 맡아주셔야겠어요.”
‘찬란한 노을’이 그리는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발 빠른 사슴’은 그녀가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알았어. 정보감찰부 소속 전사들을 다 투입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소문을 퍼트릴게.”
‘찬란한 노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가지고 왔다.
탁자 위에 펼친 지도를 보며 ‘발 빠른 사슴’에게 물었다.
“용감한 늑대 수장님은 모호크 부족 지역에 언제 도착하죠?”
“강으로 이동해서 늦어도 보름 안에 도착할 거야.”
“…늦네요.”
아쉬운 눈빛이 스쳐 지나간 ‘찬란한 노을’이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호크 부족 지역에 배치된 전사들은 그대로 두면서 와이언도트 부족의 시선을 계속 끌어야겠어요. 그리고 여기.”
그녀가 지도 한복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긴 촌논툰 부족과 페툰 부족 지역이잖아?”
“네, 상급 전사 이상으로 구성된 특수 부대를 만들어 와이언도트 부족한테 인질로 잡힌 방문단을 구하죠.”
현재 와이언도트 부족 영토로 가는 방법은 모호크 부족 지역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게 우회해서 촌논툰 부족과 폐툰 부족 영토로 침투한다면 충분히 와이언도트 부족의 후방을 공략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거 같아. 근데, 특수 부대는 몇 명으로 구성할 건데?”
“이백 명 정도요.”
“그 정도 인원으로 과연 와이언도트 부족을 정복할 수 있을까?”
‘찬란한 노을’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특수 부대는 와이언도트 부족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방문단을 구출하는 게 그들의 주 임무입니다.”
“아! 그래서 상급 전사 이상으로 특수 부대를 구성했구나.”
“네, 은밀함과 신속성. 그 두 가지의 요건을 갖추려면 무조건 상급 전사 이상이어야 돼요.”
“특수 부대 건은 내가 훈련소 수장과 국방부에 협조를 부탁할게.”
“네. 근데, 특수 부대를 투입한다 해도 방문단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을지는 저도 확실하게 장담을 못 해요. 변수는 늘 있으니까. 지금은 황제 폐하가 오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 보는 중이에요.”
“그래, 잘하고 있어.”
‘발 빠른 사슴’은 혹시나 ‘찬란한 노을’이 폭주해서 방문단 사람들을 희생하고서도 또다시 와이언도트 부족을 쓸어 버린다고 할까 봐 그녀를 은근슬쩍 달랬다.
그때, ‘찬란한 노을’이 뜬금없이 물었다.
“수장님! 혹시 황제 폐하께서 싸우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많이 봤지. 근데, 왜?”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그러는데, 황제 폐하가 진짜로 신의 전사가 맞나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은 ‘발 빠른 사슴’이 한동안 황제 폐하의 전투 실력에 탄식과 감동을 넘나들며 얘기했다.
“…전사 천 명이 와도 못 이겨. 감히 황제 폐하의 전투 실력이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주 부끄럽다.”
“…그렇군요.”
‘찬란한 노을’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검은 강 폭포(블랙 리버 폭포) 근방, 호청크 부족 마을.
자작나무 껍질로 뒤덮인 나무집들이 마을 중앙 광장으로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모든 부족이 그렇듯 마을 중앙 광장에는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아주 큰 건물이 있었다.
때마침, 마을 안으로 한 무리의 여자들이 폭포 주변에 있는 과일을 채집하고 돌아오고 있었다.
“손님들이 왔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지?”
호청크 부족 여전사 ‘무자비한 방패’의 안내를 받으며 호청크 부족 마을에 도착한 ‘깊은 나무뿌리’와 ‘흙’ 상단 사람들은 호청크 부족 사람들의 호의적인 분위기에 다들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호청크 부족 사람들이 ‘흙’ 상단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나쁘지 않군.’
‘흙’ 상단의 상단주 ‘깊은 나무뿌리’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무자비한 방패’가 자작나무 나무집 세 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급하게 알아보느라 마땅한 집이 없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대추장님과 얘기를 나눠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흙’ 상단 사람들이 짐을 푸는 동안 ‘무자비한 방패’가 ‘깊은 나무뿌리’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여기는 우리 부족이 땀집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뜨거운 열기에 땀을 빼면 피로가 풀리죠. 휴식하는 동안 땀집에서 여독을 풀어도 괜찮을 거예요.”
“이렇게 저희를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우리 대신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쫓아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요.”
“아, 그런가요?”
“네.”
괜히 양심에 찔리는지 ‘깊은 나무뿌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 * *
“상단주님! 몸이 따뜻해지니 좋네요.”
“그러게. 우리가 몇 시간 정도 있었지?”
“아마 두 시간은 넘었을 것 같은데요.”
‘깊은 나무뿌리’는 상단 직원 몇 명과 함께 땀집으로 들어와 온몸에 땀을 흘리며 여독을 풀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깊은 나무뿌리’가 낮은 천장을 쳐다봤다.
이미 땀집 안은 수증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바깥에서 계속 물을 뿌리나 봐.”
“네. 아까 입구 쪽을 보니까 숯불에 구운 돌도 계속 갈아주던데요.”
상단 직원의 말에 ‘깊은 나무뿌리’는 호청크 부족에 좋은 인상을 느낀 듯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땀은 그만 빼고. 호청크 부족 대추장을 만날 준비를 하자고.”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잠시 후, 땀집에서 피로를 푼 ‘깊은 나무뿌리’는 상단 직원 몇 명을 데리고 호청크 부족 대추장을 만났다.
“우리를 도와 다코타 부족 전사들을 물리쳤다고 들었소. 감사하오.”
“아닙니다.”
호청크 부족 대추장 ‘곰 발바닥’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감사를 표하더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 우리 부족과 무역을 하고 싶다고요?”
“네.”
“어떤 물건이 있는지 봐도 되겠소?”
“그럼요.”
‘무자비한 방패’가 미리 ‘하늘의 태양’ 상단의 방문 목적을 얘기한 듯했다.
‘깊은 나무뿌리’는 자작나무 껍질 나무집에 함께 들어온 상단 직원들에게 물건을 가지오라고 지시했다.
“네, 상단주님!”
* * *
호청크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이 ‘하늘의 태양’이 선보인 물건을 보고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세상에 이런 물건이 있다니!”
“비누로 씻으니 손이 깨끗해지는군.”
“난 이 술이 마음에 들어.”
특히, 호청크 부족 대추장 ‘곰 발바닥’은 야생 쌀을 보고 무척 놀란 듯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깊은 나무뿌리’는 속으로 웃었다.
‘야생 쌀에 관심을 보일 줄 알았지.’
호청크 부족 마을을 방문하면서 ‘무자비한 방패’한테 들은 정보가 있었다.
호청크 부족은 보조 식량이라고 볼 수 있는 야생 쌀을 주로 메토미아 부족과 들소 가죽을 거래해서 구한다.
더구나 ‘하늘이 태양’에서 재배하는 야생 쌀은 메토미아 부족이 자연에서 자라는 야생 쌀과는 아예 품질부터 달랐다.
“낱알이 굵고, 윤기도 좋고.”
‘곰 발바닥’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 야생 쌀은 어디에서 구한 겁니까?”
“구한 게 아니라 야생 쌀을 저희 ‘하늘의 태양’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죠.”
“야생 쌀을 재배한다고요?”
“네.”
“그럼, ‘하늘의 태양’에 야생 쌀이 얼마나 있습니까?”
“호청크 부족이 원하는 양만큼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곰 발바닥’뿐만 아니라 자작나무 껍질 나무집 안에 있던 호청크 부족 원로들이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하늘의 태양’은 진실만을 말하죠.”
“…….”
호청크 부족 원로들과 눈빛을 주고받은 ‘곰 발바닥’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잠시 원로들과 상의할 시간을 줬으면 하오. 아마 그리 오래 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요.”
“알겠습니다.”
자작나무 껍질 나무집에서 나온 ‘깊은 나무뿌리’와 ‘흙’ 상단 직원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분위기가 좋은 걸 보면, 우리랑 거래를 틀 것 같지?”
“네. 상단주께서 야생 쌀로 호청크 부족을 잘 공략한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잠시 후, 자작나무 껍질 나무집에 다시 들어간 ‘깊은 나무뿌리’와 ‘흙’ 상단 직원들은 ‘곰 발바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우리 호청크 부족에 교역소를 설치하는 걸 허락하겠소.”
“아주 좋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깊은 나무뿌리’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우선 야생 쌀부터 거래하고 싶소. 우리 호청크 부족 마을이 반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을 원하는데, 가능합니까?”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가을에 끝나기 전에 야생 쌀을 보내 드리죠.”
자신만만한 태도로 ‘깊은 나무뿌리’가 말하자 ‘곰 발바닥’이 잠시 머뭇거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 호청크 부족에서 어떤 걸 원합니까?”
‘깊은 나무뿌리’는 뭘 거래할지 이미 준비해 두었다.
“호청크 부족에서 나오는 은과 구리를 거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재료로 만든 장신구를 말하는 거요?”
“아니요. 그냥 은과 구리 광석을 원합니다.”
“정말로 가공되지 않은 은과 구리면 되는 겁니까?”
“네.”
‘곰 발바닥’과 호청크 부족 원로들이 ‘하늘의 태양’과의 거래에 무척 만족한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 *
‘하늘의 태양’ 난티 코크 항.
세 척의 코그 배가 항구에 조심스럽게 접안하고 있었다.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선착장에는 긴 항해 끝에 돌아온 황제 폐하와 탐험대를 맞이하기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왔는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많이 모였지?”
선착장으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옆에 있던 ‘세찬 눈보라’가 말했다.
“글쎄요. 어선들이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하긴, 바다에서 어선들이 우리를 먼저 만났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
잠시 후, 선착장에서 내리자 ‘찬란한 노을’과 각 행정기구 사람들이 다가왔다.
‘분위기가 왜 그래?’
나를 맞이하는 그들의 표정이 밝지 않을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황제 폐하! 죄송하지만, 긴급 보고할 게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찬란한 노을’이 방문단 사태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했다.
피식!
‘치솟는 불길’과 와이언도트 부족이라…
“환영식은 생략하고, 바로 수도로 가지.”
“네. 황제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