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
흙 오두막집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렁찬 천둥’은 정신 차리라는 듯 ‘맑은 영혼’이 자신의 옆구리 살을 살며시 꼬집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민망한 기색으로 짧게 헛기침을 했다.
히다차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은 여전히 ‘하늘의 태양’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무척 흥미가 있는 눈빛으로 계속 내려다봤다.
“몇 가지 더 묻지. 그대들이 타고 온 길들인 들소나 무기는 우리에게 팔 생각은 없는가?”
이번에는 ‘우렁찬 천둥’이 고개를 돌려 ‘맑은 영혼’을 쳐다보며 자신 대신 대답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지금의 ‘하늘의 태양’에선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쉽군. 다른 두 부족보다 값을 더 쳐줄 수 있을 텐데.”
히다차 부족 대추장이 말하는 두 부족은 만단 부족과 아리카라 부족으로 아무래도 그 두 부족과 대평원 지역의 무역 중심지를 두고 경쟁하다 보니 히다차 부족으로선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맑은 영혼’은 히차다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 그리고 조용히 흙 오두막집 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까마귀 부족 대전사가 오해하지 않게 차분하게 얘기했다.
“만단 부족과 아리카라 부족과도 길들인 들소와 무기는 거래하지는 않습니다.”
“두 부족한테도 팔지 않는다고 하니, 다시 제안할 수도 없겠군.”
히다차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조금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 물건들을 거래하려면 우리가 직접 ‘하늘의 태양’에 방문해야 하나?”
“아닙니다. 저희 측에서 마을을 방문해 물건을 거래할 것입니다.”
“그럼,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지금 팔 건가?”
“네, 적정한 가격을 춰준다면 이 물건들을 팔 수 있습니다.”
“수량은 얼마 정도 있나?”
“보다시피 이게 다입니다.”
“하긴 하나같이 귀한 물건이니 그 양이 많지 않겠군.”
어떻게든 정보를 얻으려는 히다차 부족의 대추장의 질문에 ‘맑은 영혼’은 최소한 대답만 하며 능숙하게 피해갔다.
“좋아.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다 사겠네. 얼마나 원하는지 말해 보게.”
“먼저 말해주십시오. 저희가 만족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거래는 바로 성사될 것입니다.”
‘맑은 영혼’은 이런 거래가 익숙하지 않는다는 듯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전사라서 거래에 관해 잘 모를 줄 알았는데, 능글맞게 협상을 하는군. 좋아. 우리가 먼저 제안하지.”
“감사합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하겠습니다.”
히다차 부족 대추창의 칭찬 아닌 칭찬에 ‘맑은 영혼’이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잠시 후, 길고 길었던 거래 협상이 끝이 났다.
하지만 워낙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하늘의 태양’ 측에서 재차 거절하자 히다차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은 조금은 화가 난 듯 작은 불만을 토해냈다.
“정말 몰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우리 부족이 제시한 가격이 맘에 들지 않는 건가?”
“자네, 정말 이런 물건 거래가 처음인 게 확실한가?”
‘우렁찬 천둥’이 그 말에 ‘맑은 영혼’ 대신 대답했다.
“저희 ‘하늘의 태양’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 친구도 이런 물건 거래가 처음입니다.”
“알겠네. 믿어주지.”
히다차 부족 대추장과 원로들은 된통 당했다는 듯 쓴맛을 지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하늘의 태양’이 가지고 온 물건들은 다 사지 못했다.
그리고 물건의 희귀성이나 가치로 판단했을 때 꽤 높은 가격을 치러야 했다.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곡식이나 가죽으로 값을 치르도록 하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바깥에서 잠시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흙 오두막집을 나온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은 이십 명의 개척부대 전사들과 함께 히다차 부족 마을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맑은 영혼! 우리가 몇 시간 정도 기다렸지?”
“한 시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무슨 회의를 이렇게 오래 해.”
짜증이 제대로 섞인 ‘우렁찬 천둥’의 말에 ‘맑은 영혼’이 가볍게 농담하며 그를 진정시켰다.
“우리에게 넘길 식량을 꽤 많아서 속이 쓰린가 보죠.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알았어.”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듯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히다차 부족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우렁찬 천둥’이 살며시 말머리를 돌렸다.
“그나저나 네가 봤을 땐 히다차 부족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떤 것 같아? 우리한테 꽤 협조적인 것 같은데.”
“글쎄요.”
‘맑은 영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띄웠다.
“얼핏 보면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 같은데, 겉으로 티를 안내니 그들의 정확한 속내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직은 이들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긴, 아직은 잘 모르는 게 맞지. 근데, 까마귀 부족 대전사, 그자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 같던데.”
“네, 제법 강자인 것 같아요. 협상하는 동안 그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고요.”
“걱정하지 마. 그놈이 세 보여도 나한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될 테니까.”
뜬금없이 투기를 내뿜는 ‘우렁찬 천둥’을 보며 ‘맑은 영혼’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러지?’
그리고 그녀의 앞을 막은 ‘우렁찬 천둥’의 널찍한 어깨를 보며 ‘맑은 영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아니겠지.’
맑은 영혼
흙 오두막집 안에 모인 대추장과 원로들은 꽤 오랫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와 길들인 들소가 탐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소.”
“목격자가 없는데, 우리가 공격했는지 누가 압니까?”
“그래요. 대추장님! 더구나 까마귀 부족 대전사인 ‘바람의 칼날’이 조용히 처리했다고 했으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부족의 원로들과 까마귀 부족 대전사의 의견에 히다차 부족 대추장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의견에 반대하는 원로들이 말한 것처럼 때가 안 좋았다.
“기회는 또 올 겁니다. 만단 부족과 아리카라 부족하고 거래를 한다니 굳이 처음 방문한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공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하늘의 태양’ 측을 의심을 살 수 있으니, 한두 세 번 정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거래하다가 그때를 노립시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하늘의 태양’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도 있고요.”
‘머리 꼭대기’.
히다차 부족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는 이래로 최고의 성세를 누리고 있는 이유.
부족 사람들한테 최고의 대추장이라며 칭송받으며 열렬한 지지를 받는 그의 결정에 약탈을 강하게 주장했던 원로들이 뒤로 한발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전 대추장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대추장님의 현명함과 지혜로움을 믿습니다.”
거수로 시작한 투표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머리 꼭대기’가 곧바로 정리에 나섰다.
“오랜 기다린 만큼 ‘하늘의 태양’ 사람들한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좀 더 값을 치러서 거래하는 거로 합시다.”
“네, 대추장님!”
“바람의 칼날!”
“네, 대추장님!”
붉게 탄 얼굴, 매부리코가 유난히 커 보이는 ‘바람의 칼날’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손님들을 며칠 더 머무르게 해서 ‘하늘의 태양’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지만, 일정상 급히 떠나야 한다니 그들을 은밀히 뒤따라가 봐.”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까마귀 부족을 대표해 이 회의에 참석한 ‘바람의 칼날’은 어머니 부족이라고 여기는 히다차 부족의 지시에 군말 없이 협조적으로 행동했다.
* * *
히다차 부족 마을에서 허락한 인원은 삼십 명 내외.
마을 바깥에서 멀리 떨어져 대기하고 있던 이백 명의 개척부대 전사 중에 오십 명이 들소를 타지 않은 채 경장갑으로 차림으로 걸어왔다.
“오래 기다렸지?”
“아닙니다. 수장님!”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우렁찬 천둥’이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여기에 있는 곡물과 가죽을 실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수장님!”
‘맑은 영혼’이 미리 언질 준 게 있는지 무장을 전혀 하지 않은 개척부대 전사들이 어깨에 멘 바구니에 히다차 부족과 거래한 곡물과 가죽을 담기 시작했다.
“곡물은 곡물대로, 가죽은 가죽대로 따로 담으면 된다!”
“바구니의 수를 고려해서 무게를 최대한 줄이도록!”
곳곳에 배치된 백인장들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히다차 부족 전사들과 까마귀 부족 전사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다.
“동작이 빠르군.”
“우리가 원하는 무기가 흔하지 않은가 보군.”
“다들 전사들인가? 몸이 다들 좋군.”
개척부대 전사들이 바구니에 거의 짐을 다 담자, 떠날 준비를 마친 ‘맑은 영혼’이 들소에 올라타려는 ‘우렁찬 천둥’에게 넌지시 얘기했다.
“수장님! 쳐다보지 말고, 듣고만 계세요.”
“응.”
‘우렁찬 천둥’이 순간 어색한 표정으로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면을 바라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아까부터 히다차 부족 전사들이 우리를 감시하며 쳐다보고 있어요. 마치 염탐하는 것처럼.”
“이 새끼들이! 우리한테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한 거 아니야?”
“목소리 좀 낮추세요. 수장님!”
“아, 그래.”
‘우렁찬 천둥’이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했다.
“저도 수장님과 같은 생각인데. 어쩌면, 히다차 부족에서 미행이 붙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어요.”
‘맑은 영혼’의 의견에 ‘우렁찬 천둥’이 곁눈질로 히다차 부족 전사들이 힐끔 쳐다봤다.
“그놈도 있군. 까마귀 부족 대전사라는 놈. 이름이 뭐였더라? 바람이 부는···”
“바람의 칼날이오.”
“그래. 바람의 칼날.”
그 후로도 이 둘은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미행을 대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다.
잠시 후,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이끄는 개척부대 전사들이 히다차 부족 마을을 떠났다.
“대전사님! 지금 따라갈까요?”
까마귀 부족 전사의 말에 ‘바람의 칼날’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차피 하루 만에 저들의 이동 흔적이 사라지지 않으니 내일 아침에 미행한다.”
“알겠습니다.”
* * *
미주리 강 중상류, 서쪽 대평원.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이끄는 개척부대 전사들이 히다차 부족 마을을 떠난 지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맑은 영혼’이 들소를 몰아 앞으로 치고 나가며 바구니를 멘 개척부대 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지!”
“삼십 분 정도 여기서 대기하며 휴식한다.”
백 명이 조금 넘는 개척부대 전사들이 조금 지친 표정으로 각자 자리를 잡고 휴식 진영을 취했다.
“언제까지 바구니를 메야 하는 거야?”
“더럽게 끈질기군. 웬만한 것 다 봤을 텐데.”
“제발 좀 오늘은 물러가라.”
이틀 전부터 자신들을 은밀히 미행하고 있는 히다치 부족 전사들과 까마귀 부족 전사들.
무척 짜증난다는 듯 개척부대 전사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그들을 연신 씹어대고 있었다.
한편, 개척부대를 각각 들소를 탄 부대와 들소를 타지 않은 두 부대로 나눈 ‘우직한 곰’과 ‘맑은 영혼’은 망원경을 번갈아 보며 후방 쪽을 유심히 관찰했다.
“일단, 나코타 부족 마을 쪽으로 간 개척부대 전사들을 안 따라간 걸 보니 저쪽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네요.”
“거짓 정보를 흘려보내는 건 성공이라고 치고. 언제까지 이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 건지. 참나! 맑은 영혼! 저놈들을 그냥 싹 쓸어버리는 거는 어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개척부대 전사들처럼 ‘우렁찬 천둥’도 슬슬 인내심의 한계치에 달아 있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조금만 더 버티자고요.”
‘맑은 영혼’이 씩씩거리는 ‘우렁찬 천둥’을 달래는 그때, 그녀가 망원경을 다시 매만졌다.
“수장님! 저들이 물러나고 있어요.”
“그래? 망원경 좀 봐.”
망원경으로 점으로 보이는 두 부족의 전사들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자 ‘우렁찬 천둥’이 호탕하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저 거머리 같은 놈들이 이제야 떨어지는군.”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중하류, 서쪽 숲.
오십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데리고, 무사히 ‘아주 큰’ 강을 건넌 나는 무사히 체로키 부족 영토였던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방어 동맹을 맺은 도시 부족들의 장악한 지역.
며칠간,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하늘의 태양’의 영토인 체로키 부족 지역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그때, 전방에 정찰 임무를 맡은 친위대 전사들이 돌아왔다.
“황제 폐하! 여기서 천 미터 지점에 적대적인 도시 부족 전사들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닌 듯했다.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