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0
319화.
수도에 황태자가 보이지 않아?
케일은 빌로스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일단 설명해 봐.”
그간 제국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틈이 없었다. 이젠 제대로 들어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
“…그러니까.”
빌로스가 안내한 방의 소파에 앉아 있던 케일은 빌로스의 말을 모두 듣고 난 후, 현재 제국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딱 한마디로 표현해 냈다.
“현재 수도는 정보가 통제되는 상황이군.”
그는 마법으로 물든 갈색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네, 공자님. 그래서 저는 물론이거니와 수도 상인들의 집 밖에서 제국 병사들이 위장한 채 감시 중입니다.”
빌로스는 이곳 비밀 저택이 아닌, 플린 상단 건물과 외부에 알려진 자신의 저택을 떠올렸다.
그 앞에서 현재 제국 병사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감시 중이었다.
케일은 방금 전 빌로스의 설명을 떠올렸다.
‘더불어 현재 제국 수도를 오가는 모든 성문의 병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성문 병력 강화의 실제 목적은 정보 통제였으나, 일반 백성들이 보기에는 그저 전쟁을 대비한 경계 강화일 뿐이었다.
“타국 상인들의 경우에는 이미 잡혀 들어간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케일의 무심하게 내려앉은 눈빛에 빌로스는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황실과 귀족가 소유가 아닌 영상 통신구들은 제국에 회수되었고요. 플린 상단도 현재 공식적인 영상 통신구는 제국에 몰수당했습니다.”
“…그래도 자네처럼 비밀리에 소유한 영상 통신구들이 있을 텐데?”
“네, 당연히 있을 겁니다. 아마도 저를 포함한 몇몇 이들은 현재 수도 밖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케일은 빌로스의 말에 내포된 가장 중요한 점을 내뱉었다.
성문 통제.
상인 통제.
영상 통신구 몰수.
그 모든 것들의 결과.
“수도 제국민들은 현재 전쟁 상황을 잘 모르겠군.”
빌로스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이어 덧붙였다.
“그리고 알고 있는 이들도 쉬이 입을 못 열고 있죠.”
“잡혀갈지도 모르니까?”
“그렇습니다.”
케일은 황태자 아딘을 떠올리며 내뱉었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야.”
빌로스는 케일의 짜증에 가득 찬 목소리에 멈칫했다. 곁에 있던 타샤가 그와 빌로스의 대화에 말을 끼얹었다.
“그러면, 지금 수도 제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겠네요?”
빌로스가 타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실에서 전쟁이 장기화된다는 말만 전해서.”
그는 수도의 상황을 떠올렸다.
전쟁 장기화.
그 말에 제국민들은 연일 수도 곳곳에 모여, 어서 제국이 이기기를, 나아가 황태자가 제국을 구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국의 패배도, 황태자와 귀족들의 도망도, 흑마법의 출연도 모르고 있습니다.”
빌로스는 힐끗힐끗 케일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렉스 경, 프리지아 씨는 일단 섣불리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사태 파악에 집중했습니다.”
괜히 섣불리 입을 놀렸다가 누구 하나 잡혀가면 곤란했다.
케일도 없는 상황 아니던가.
“그렇다면 황태자가 없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빌로스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갈색 머리칼로 변한 최한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크흠.
빌로스는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황실 군사 물품 납입과 관련하여 선이 닿아 있는 건 아실 겁니다.”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덕에 황태자가 위퍼로 언제, 어느 규모로 진격할 것인지 파악하지 않았던가.
“그 선을 통해 몇 가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빌로스의 손가락이 하나 펴졌다.
“첫 번째, 위퍼전 때 황태자 일행이 도망친 후로, 황궁 안으로 들어가는 물품이 갑자기 늘었다.”
최한이 이 말에 대꾸했다.
“황궁에 갑자기 먹일 ‘입’이 늘어났다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빌로스는 덤덤한 말투로 최한이 정리한 생각을 내뱉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말은 황태자와 함께 도망친 귀족, 마법사, 기사 등등 수뇌부들이 황궁 안에 머무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소리겠군요.”
…머리도 좋단 말이야.
빌로스는 최한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이어 말했다.
“두 번째로, 황태자궁이나 황족에게로 향하는 물품은 황태자의 전쟁 출전 후와 비교해 양이 그대로였습니다.”
황실에 들어가는 물품은 늘었지만, 황태자나 황족 전용 물품은 그대로라는 소리였다.
최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것만으론 수도에 황태자가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오히려 황궁에 수뇌부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황태자도 거기에 함께 숨어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빌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한 님.”
“…네.”
“황태자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만.”
빌로스의 입에서 마지막 정보가 흘러나왔다.
“세 번째, 황실 주치의가 황궁을 나온 후 사라졌습니다.”
황실 주치의.
그 단어에 최한의 표정이 달라졌다.
빌로스는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정보책에게 황실 전담 주치의와 그의 제자들이 황궁을 나갔다는 정보를 들은 후, 저와 렉스 경, 그리고 프리지아 씨와 수하분들이 함께 그 주치의 행방을 찾고자 했습니다.”
성자 잭이 케일이 있는 위퍼의 전장으로 떠난 그날 밤.
빌로스는 황궁을 나서던 주치의를 은밀히 뒤쫓았다.
“물론 저희들의 실력이 변변치 않아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 까닭에 모든 것을 보진 못했지만.”
빌로스는 수도 성 밖을 떠올렸다.
“마지막 흔적으로, 수도 성 북쪽 정문 밖에서 주치의와 제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마지막 발자국과 마차 바퀴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한과 타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황태자는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제국 최고의 치료사가 수도 밖 북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현재 프리지아의 수하 중 두 분이 마차 바퀴 자국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제 쪽의 마법사도 한 명 붙여, 정보는 수시로 체크 중이고요.”
타샤는 입을 열었다.
“…수도 안에서 제약이 많으셨을 텐데, 잘해오셨네요.”
할 수 있는 만큼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한 빌로스 측이었다.
타샤는 그런 빌로스를 칭찬하면서도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황태자는 북쪽으로 갔을까요?”
정황상 북쪽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다가 내뱉었다.
“…아닐 것 같은데.”
수백여 년간 쌓아온 감이 말해주었다.
그 감을 떠올리며 그녀가 고개를 둔 순간, 최한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느낀 타샤의 입이 열렸다.
“황태자는 여기 있을 것 같습니다.”
수도.
이곳에 황태자가 있다.
감이 그리 말했다.
순간, 침묵하던 이의 입이 열렸다.
“빌로스.”
“네, 공자님.”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말이야.”
“네?”
무겁던 분위기가 케일의 행동에 갑자기 가벼워지자, 빌로스는 멈칫하며 그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제 할 말만을 내뱉었다.
“내가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거든. 그게 뭔 줄 알아?”
“…모르겠습니다?”
케일은 정말로 궁금한 것이 있었다.
특히, 골렘과 정글의 죽은 마나 폭탄을 본 후로 더 깊이 든 생각이었다.
‘죽은 마나를 이렇게 많이 얻으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금술 종탑에서 죽어간 것이지?’
분노를 넘어선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든 의문 하나.
“연금술 종탑은 제국 내 빈민가 사람들과 타국의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노예로 만들어서 데려왔잖아?”
“그렇죠, 공자님?”
로운 왕국의 기예르 공작가 영지민도 노예로 만들어 연금술 종탑에 실험체로 보내려고 했던 제국과 그 아래의 상단이었다.
그렇다면, 그 노예로 잡힌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수도로 들어왔을까?”
수도 성문을 통해 연금술 종탑으로 대놓고 들어간다?
아니면 텔레포트 마법으로?
그 많은 이들을?
그것도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고.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그 시체는 어떻게 숨겼을까?”
최한과 타샤가 벌떡 일어났다. 성자 잭은 떨리는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설마 공자님은-”
빌로스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케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수도 밖에 비밀 통로라도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는 아딘과 마주했던 영상 통신구를 떠올렸다.
검은 벽과 아딘의 얼굴만이 보였지만, 그의 신색은 멀쩡했다.
무려 최한의 검이 심장 근처를 베었음에도 그러했다.
“분명 황태자는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곳에서 치료 중일 거다. 그렇다면 어디가 가장 안전할까?”
지금껏 가만히 있던 이의 입이 열렸다.
“연금술 종탑.”
메리였다.
케일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탑주가 있을 곳이겠지.”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빌로스에게 지시했다.
“북쪽 성문. 마지막 흔적이 남았다는 그곳으로 안내해.”
빌로스는 케일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며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귓가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리지아에게는 수하를 시켜 마차 추격을 조심스럽게 이어가라고 해.”
케일은 제 목숨을 가장 귀이 여기던 아딘을 떠올렸다.
그런 놈이 자신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을 비워둔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놈이 제 안방을 비워둬?
남한테 뺏기면 어떡하려고?
종탑도 내버려 두고서?
“그 마차는 비어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군.”
오히려 마차가 속임수일 확률이 높았다.
빌로스 같은, 제국 수도 안에 존재할 타국의 사람들이 걸리길 바라면서 내놓은 미끼.
물론 케일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었다.
“최대한 멀리서 주시하도록.”
“그, 그럴까요?”
빌로스가 머뭇거리며 내뱉은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 삐이이-
빌로스의 영상 통신구가 급하게 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황급히 방 밖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를 불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나가기도 전.
딱!
작은 소리와 함께 백금빛 마나가 영상 통신구를 감싸고, 곧바로 영상 통신구가 연결되었다.
그리고 프리지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공자님! 오셨군요!
프리지아.
지옥의 파수견을 닮은 토끼를 조각했던 암살자이자, 현재 론의 밑에서 케일을 위한 정보 단체를 이끌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수하가 마차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차에는 그저 일반 병사들이 치료사 옷을 입고 있을 뿐, 황실 주치의의 얼굴은 없다고 합니다.
이어 황급히 보고했다.
-또한 현재 수하들은 병사와 기사들에게 발각되어 도주 중이라고 합니다.
빌로스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위장, 함정이었던가?”
케일은 프리지아에게 말했다.
“그들은 안전하게 도망이 가능할 것 같나? 아니면 내가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잡힐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빌로스 씨의 마법사도 있고요. 혹 위험하면 추가 지원을 저희 쪽에서 나가고자 합니다.
톡. 톡. 톡.
케일은 영상 통신구가 놓인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이내 그의 입이 열렸다.
“현재 빈민가 쪽이지?”
-네.
“부단장 힐스만과 성자 잭을 그리로 보낼 테니, 하나와 함께 있도록. 그리고-”
케일은 최한, 메리, 타샤가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렉스 경에게 이쪽으로 지원을 와달라고 해줘. 더불어, 영상 저장 장치를 있는 대로 긁어모아서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영상 통신구가 끊겼다.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을 때,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최한이었다.
그는 케일을 보며 물었다.
“연금술 종탑으로.”
묘족 기사 렉스 경.
그리고 영상 저장 장치.
어릴 적 연금술 종탑에서 탈출한 경험으로, 내부를 조금이나마 기억하는 렉스 경.
그리고 어떤 장면이든 저장할 수 있는 영상 장치.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최한은 케일이 원하는 그림이 보였고, 그것을 케일에게 물었다.
“연금술 종탑으로 잠입하는 겁니까?”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은 하나를 더 물었다.
“영상 저장 장치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어떡하긴, 은밀히 수도에 뿌려야지.”
케일은 위퍼전 때의 골렘과 혼트를 떠올렸다.
성 밖의 넓은 들판에서 터졌음에도 그 광범위한 위력.
더불어 정글 7구역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
제국의 수도.
그것도 출입을 통제받는 수도 안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골렘과 죽은 마나 폭탄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인데?
단순히 연금술 종탑 근처에서만 전투를 할까?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일행에게 말했다.
“도망가야 할 것 아냐?”
수도 제국민들에게 위험을 알려주고 수도를 벗어나게 해야 한다.
“…가장 끔찍한 전투가 될지도 모르니까.”
골렘 이상의 것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최악을 가정해야 하는 법.
“그래서 우리는 연금술 종탑을 치러 가면서,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 목숨을 아주 가볍게 여기는 황태자가 또다시 무언가를 인질로 묶어두게 해서는 안 된다.
“성벽과 성문을 파괴한다. 그리고 대피를 돕는다.”
모두 도망갈 수 있게.
무너진 성문과 성벽을 통해서 케일 측과 황태자의 싸움을 모두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준비할 것도 많지.’
케일은 하나하나 준비해야 할 것들을 떠올렸다.
최대한 피해 없이, 그러면서도 압도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 케일의 머릿속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최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민들의 목숨을 생각하는 모습이 케일다웠다.
“알겠습니다.”
그때 빌로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공자님, 그렇다면 그 비밀 통로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케일은 슬그머니 한쪽을 쳐다봤다. 시선을 받은 당사자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하아, 너무 위대해도 문제군.”
에르하벤이 쓰윽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 나도 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이 신나게 외쳤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빌로스에게 툭 던지듯 명령했다.
“일단 성문 밖 북쪽으로 안내해.”
황태자 아딘.
어디 숨었을까?
들키면, 그때부터 그는 저도 모르게 서서히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술래가 된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인간아! 오랜만에 그렇게 웃는다!
“어휴, 박복한 놈.”
용들의 추임새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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