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28
627화.
하지만 알베르가 한숨을 내뱉거나 말거나, 갑작스러운 방문객 셋은 거침없이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왕세자야! 나도 왔다! 쿠키 있으면 나 달라! 돈 주고 사겠다! 오랜만에 인간이 용돈 엄청 줬다! 밀린 거 다 줬다!
물론 셋 모두 창문으로.
“…아이고, 머리야.”
알베르는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달칵. 최한이 창문을 닫았고, 라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세자야, 머리 왜 아프나? 아프면 안 된다! 그런데 아파서 그런가 오늘은 좀 꼬질꼬질해 보인다!”
알베르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케일이 태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제집처럼.
“라온. 자다 일어나면 다 저래. 안 그래도 저하께서는 이 로운의 태양으로서 얼마나 바쁜 시간을 보냈겠어? 그 시간 중 잠깐 짬을 내어 수면을 취하셨으니,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해.”
그러고는 알베르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꼬질꼬질하신 모습도 상당히 찬란합니다. 그렇지, 최한?”
하지만 최한은 대답 대신 슬그머니 알베르의 시선을 피했다.
알베르의 눈빛이 최한에게 말하고 있었다.
‘최한. 너는 그래도 정상적인 답을 해주겠지?’라고.
알베르는 최한의 외면에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향했다.
“혹시나 싶어서 여기에도 구비를 해둔 것인데, 실제로 이리될 줄이야.”
쿠키 상자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정말로, 내 침실에 들이닥치는군.”
“새삼스럽게 놀라시는군요.”
“왕세자야, 여기 1실버다! 이건 내 거다! 히히!”
오독오독.
라온이 쿠키 씹어 먹는 소리가 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케일은 다리를 꼬며 태연히 말했다.
“라온의 말로는, 왕궁 보호막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하얀 별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지.”
알베르는 산발이 된 머리칼을 대충 쓸어 넘겼다.
“…물론 특정인에게는 보호막이 발동하지 않게 했다만.”
그건 물론 케일을 포함한 믿을만한 아군이었다.
아군이 급한 상황에서 보호막 때문에 왕실에 접근을 못 해도 문제였으니까.
“그래. 왜 왔지? 무슨 일이 터진 거지?”
어느새 알베르의 표정은 심각하게 변했다.
“분명 내일 오전에 수도로 온다고 했던 것 같다만.”
그런 케일이 이 한밤중에 쳐들어왔다.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닐 터.
“저하. 프레도 공작이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저희 영지에 왔습니다.”
“음.”
알베르가 침음을 삼켰다.
어느새 케일의 얼굴도 굳어있었다.
“프레도 공작의 말에 따르면 하얀 별이 두 번의 소환식을 치르려 한다고 합니다.”
“두 번?”
알베르는 이내 답을 떠올렸다.
“조각상 8개. 등급 외 괴물을 불러들이는 게 첫 번째 소환식일 것 같군. 그리고 남은 하나는.”
언급하기도 싫다는 듯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내뱉었다.
“…봉인된 신이겠군.”
“네. 봉인을 풀겠다고 합니다.”
알베르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매만졌다.
봉인된 신.
그 신은 악신 또는 절망의 신이라고 하였다.
신의 속성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이 있으면 악이 있는 법이고. 어둠 속성을 지닌 종족을 내몰았던 태양신처럼, 좋은 의미의 속성을 지닌 신이라고 하여 선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규칙을 어겨서 봉인된 존재라는 점이지. 더욱이 하얀 별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신이고.’
봉인된 신이 케일에게 행한 시험만 봐도 썩 호감이 가지 않는 신이었다.
알베르는 이 로운에 피해를 줄 만한 것들은 신이든 뭐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소환식 모두 퍼슬시에서 이루어지나?”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로운의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상당히 짜증 났다.
“그건 프레도 공작도 못 알아냈다고 합니다. 다만 퍼슬시로 하얀 별 측이 이동하려 한다는 정보만 얻었다고 합니다.”
문득 알베르의 얼굴 위로 의문이 맺혔다.
“케일.”
“네.”
“왜 프레도 공작은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 온 것이지?”
순간 그는 최한의 얼굴이 굳는 것을 보았다.
오독.
라온이 쿠키를 오물오물 먹던 것을 멈췄다.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저하. 늑대족 아이들이 제물이었다고 했죠?”
“그랬지.”
갑자기 왜 늑대족 이야기가 나왔을까?
신에게 버림받았다 알려진 늑대족.
그리고 조각상 8개를 소환하는 의식에 제물로 사용되려던 늑대족 아이들.
‘설마!’
알베르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놀라서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저하. 하얀 별이 정말로 엔더블 왕국에 애정이 있었겠습니까?”
이놈은 애정이 있다면, 모두 잃는 저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애정이 없겠지.”
단순히 권력을, 무력을 위한, 왕이든 신이든 뭐든 되려는 자신을 위한 수단이었으리라.
알베르도 짐작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짐작은 하얀 별을 과소평가한 생각인 듯했다.
알베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저하. 프레도 공작이 말했습니다.”
케일의 입에서 프레도가 했던 말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우리는 만약을 대비한 대용품이었다.”
알베르가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늑대족을 대신할 대용품이란 소린가.”
자연에게는 받아들여졌지만, 신들은 버린 존재들.
그것은 늑대족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렇게 추정합니다.”
“추정? 다 들은 게 아니고?”
“프레도 공작이 몇 가지만 말하고 다시 기절해서요.”
기절 후, 프레도 공작은 고열에 시달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메리와 에르하벤이 함께 간호를 하고 있으나, 언제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케일은 그가 깨어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수도로 황급히 온 것이다.
케일은 어깨를 으쓱여보였고, 알베르는 소파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톡톡톡.
그의 검지가 팔걸이를 두드렸다.
알베르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엔더블.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해방감을 알베르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른 뱀파이어들은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다크엘프는? 그것도 듣지 못했나?”
뱀파이어와 다크엘프.
늑대족과 달리 죽은 마나를 흡수하지만, 그들도 늑대족처럼 자연으로 받아들여졌고 신의 외면을 받아 일반적인 신전의 포션을 사용하지 못했다.
제물은 이 두 종족이리라.
엔더블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평범한 주민들.
알베르의 눈빛을 받은 케일의 입이 열렸다.
“안 죽었다고 합니다.”
“하긴 그렇겠군. 소환식이 펼쳐지지 않았으니까.”
케일은 품에서 문서를 몇 장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이 외에도 프레도 공작에게 들은 몇 가지를 모두 기록해두었습니다.”
“…이걸 참고해서 회의 방향을 정해야겠군.”
할 일이 갈수록 늘었다.
하지만 알베르는 그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철저한 준비만이 평화를 보장해줄 테니까.
“네. 그래서 지금 왔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잘 왔어. 내일 낮에 회의인데, 아침에 왔으면 제대로 전달이 안 됐을 거야.”
“…네?”
서류를 보던 알베르는 케일의 얼빠진 목소리에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왜 그러나?”
“…내일 회의를 합니까?”
“그렇네.”
그는 뭐가 문제냐는 표정이었다.
“동서대륙의 평화를 위한 각국 대표의 대회의. 내일 낮 12시에 안건을 진행할 예정이네.”
아주 거창한 이름을 지닌 대회의.
“…저하. 분명 영상통신으로는 ‘조만간’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조만간. 내일 낮 12시. 아, 자정이 지났군. 그럼 오늘 낮 12시.”
“…그게 조만간입니까?”
알베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안 그래도 급한 사안이고 다들 바쁘지 않은가? 자네가 내일 오전에 온다고 하니, 다들 낮 12시로 수락했네.”
라온이 앞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질문이 있다는 제스처였다.
“왕세자야! 낮 12시면 인간 밥 못 먹고 회의하나? 상냥한 비크로스가 인간 밥 제때 잘 챙겨 먹이라고 했는데!”
“걱정 마십시오. 11시쯤에 케일 헤니투스 밥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오! 알았다! 그럼 11시까지 인간 끌고 오겠다!”
최한이 둘의 대화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케일만 그 표정이 좋지 못했다.
“저하. 아니, 형님.”
“그래.”
“전 동대륙에 가서 상황을 살펴야 할 것 같은데, 빠지면 안 될까요?”
“아. 걱정 말게. 용병왕에게 프레도 공작이 가져온 소식을 전하도록 하지. 그리고 몰란 가주에게 부탁하면, 웬만한 정보는 다 끌어모을 걸세. 자네는 가면 일만 키우는 성향이 있으니, 오히려 이 둘에게 정보 수집을 맡기는 편이 나을 거야.”
“아니, 제가 언제 일을 키우는-”
무슨 그런 소리가 있냐는 듯 케일은 입을 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어진 라온과 최한의 목소리에 묻혔다.
라온과 최한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세자 말이 맞다! 인간은 절벽에 구멍 뚫을 걸, 절벽을 무너뜨리는 일로 만든다!”
“역시 왕세자 저하는 훌륭한 판단력을 지니셨군요.”
알베르는 당연하다는 듯 둘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케일을 보고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무슨 그런 불량한 표정을 짓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조용히 치러질 회의이니 다른 시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사안이 사안인 만큼 번거로운 과정은 모두 없앴으니까.”
“알겠습니다.”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11시까지 오죠.”
“그래. 수도에 있는 헤니투스 공작가로 가는 건가?”
“네. 미리 연락을 해뒀으니, 그리로 가야지요.”
“흐음.”
알베르의 반응에 케일이 멈칫하며 그를 바라봤다.
무언가 불길한 반응이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으음.”
알베르는 잠시 생각하다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데르트 공작의 수완이 좋더군. 꼭 자네 같아.”
“왕세자야, 그 말은 데르트 공작이 절벽에 바늘 꽂을 구멍 만들 일을 절벽을 파괴하는 일로 만든다는 소리 아니냐?”
“하하하하- 라온 님, 말씀 참 재밌게 하십니다.”
알베르는 웃었다.
하지만 라온의 말에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뭐지?’
케일은 스멀스멀 불안함이 밀려왔다.
마치 이 불안함은 헤니투스 영주성에서 저를 보자마자 펜과 서류를 떨어뜨렸던 병사를 보았을 때처럼, 강렬한 불길함이었다.
“잘 가게. 푹 쉬고 오전에 보자고. 아, 그리고 다른 용에 대한 정보는 오반테 시장을 중심으로 다크엘프들이 열심히 수소문 중이니 곧 연락 올 걸세.”
하얀 별과의 전투에서 강력한 아군이 될지도 모를 다른 용의 존재들.
다크엘프와 엘프. 그리고 에르하벤의 정보까지 합쳐서 열심히 다른 용들을 수색 중이었다.
“네. 연락 오면 알려주세요.”
“그래. 조심히 가.”
알베르는 친히 창문까지 배웅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지만, 일단 케일은 공작가로 향했다.
***
도착한 공작가.
저택의 모습은 이전에 수도에 왔을 때 머무른 백작가 모습과 같았다.
공작가가 되었다고 더 화려해지지는 않았다.
-수도 집 왔다!
투명화한 라온이 반갑게 외쳤다.
-그대로다!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저택 모습은 익숙함과 함께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세상에.”
하지만 케일은 걸음을 멈춘 채 눈을 깜박였다.
-인간아! 네가 온다고 데르트 공작이 마중 나왔다!
한밤중.
저택 모습은 그대로였으나, 곳곳에서 피어오른 마법 전등으로 저택은 상당히 밝았다.
마치 한낮과도 같았다.
케일은 저를 보며 환한 얼굴로 다가오는 데르트 공작을 볼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이 감격에 물드는 것만큼 점점 더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는 결국 뛰듯이 케일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케일은 그저 석상처럼 굳은 채로 서 있었다.
그때, 라온의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그런데 데르트 공작 어디 전쟁이라도 나가나? 옆에 왕국 하나 무너뜨리러 가나?
“…그러게.”
달려오는 데르트 공작 뒤.
환한 저택의 열린 정문으로 도열한 사람들이 보였다.
병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문제였다.
하나같이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검사와 마법사들로 보였다.
특출난 강자는 아니었지만, 언뜻 보아도 평균 이상은 될 것 같았다.
‘어디서 저런 강자들을 데려온 거야?’
그런 자들이 이 한밤중에 빽빽하게 저택 주위에 자리해 있었다.
케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족가들이 모인 이곳.
다른 저택들은 헤니투스 가만큼 밝지는 않았지만, 불이 켜져 있었다.
달칵. 달칵.
주변 저택의 창문이 열리며 고개를 빼낸 자들이 전부 케일을 쳐다봤다.
뭔가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글러 먹었다는 확신이 케일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케일!”
“아버지.”
데르트 공작이 케일 앞에 섰다.
그는 케일에게 차마 포옹도 하지 못한 채, 살아있는 케일의 모습을 일렁이는 눈동자로 찬찬히 담았다.
“…다행이야, 정말-”
말을 잇지 못하는 데르트와 달리 케일은 일단 확인할 것이 있었다.
그는 데르트 뒤편을 가리켰다.
“아버지, 저자들은 누굽니까?”
케일은 자신이 묻는 순간, 데르트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상당한 분노와 굳건한 결의가 뿜어져 나왔다.
“케일. 어느 누구도 우리 헤니투스 가문과 영지민들을 건들지 못할 것이야.”
꿀꺽.
케일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저들이 누굽니까? 꽤 강한 자들 같은데.”
“맞아. 강한 자들이지. 대부분 자유 신분이고.”
“어떻게 저런 자들을 모았습니까?”
“아! 어떻게 모았는지 궁금했구나.”
데르트는 이내 강렬한 눈빛을 지운 채, 평범한 인상의 얼굴에 선한 미소를 그렸다.
“당연히 고용했지! 기존 월급 10배에 6개월 단기 계약이라고 하니, 다들 오더구나! 하하하하!”
“…10배요?”
“그래! 케일, 이 아버지만 믿으려무나! 내가 서대륙에 있는 강자란 강자는 싸그리 긁어모아 오마! 하하하하!”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은 거야?
케일은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아, 인간아!
라온이 다급하게 케일을 찾았다.
-저기 저 안에 용 있다!
뭐?
-인간 네 저택 안에!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있다!
데르트 공작이 고용한 사람들 중 용이 있다.
-약한 척하는 용이다!
뭣이라?
-우리 보고 불량하게 웃는다!
용이 제 발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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