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54
2부 96화
14장. 피다!
또다.
위 상선은 케일에게서 느껴지는 기세에 입을 다물었다.
이는 그 기세를 정면에서 받고 있는 호 장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지, 이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기운을 발산하는 것일까.
황제를 마주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일단.”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는 폭탄이 되는 말을 던진 사람답지 않게, 느긋했다.
태평하게 말했다.
“일단, 검선을 내 앞으로 데려오세요.”
호 장로의 눈이 커졌다.
“거, 검선 말입니까?”
“네.”
뭔 문제 있냐는 듯한 케일의 시선에 호 장로는 입을 딱 다물었다.
‘남궁세가에 생강시가 있는데, 지금 검선을 여기로 데려오라고?’
그게 말이 돼?
“그, 공자님. 검선은 새, 생강시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모릅니다.”
검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그 꽉 막힌 노인네가, 여기서 생강시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호 장로는 머릿속이 아득해져 왔다.
잘못하다간 여기가 난장판이 될 터.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공자님, 일단 위에 보고를 하고-”
그래. 일단 무림맹주에게 먼저 알리자.
보나 마나 검선은 생강시와 혈교에 대해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무림맹까지 나서면 검선은 어찌할 수 없을 터.
그 순간이었다.
“위요?”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툭 내뱉었다.
“내 위에 누가 있지?”
존댓말이 갑자기 반말이 되었다.
하지만 호 장로는 그걸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허억.’
지금까지의 압박감은 우습다는 듯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우는 기운.
그 압박감에 호 장로는 지배될 것만 같았다.
그는 떨리는 두 손을 맞잡으며 간신히 고개를 들어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케일은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위 상선.”
부른 이는 호 장로가 아닌 위 상선이었다.
“네, 공자님.”
“내 위에 누가 있습니까?”
위 상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가공할 압박감. 기세.
눈앞의 공자 위에 존재하는 누군가는.
“어, 없습니다.”
없다.
그는 황제가 다스리는 세상의 사람이 아니니까.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신비로운 존재.
사자(使者)였으니까.
‘폐하-’
위 상선은 황제 폐하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를 케일 위에 둘 수는 없었다.
케일은 황제 폐하의 땅 위에 사는 존재가 아닌, 언제든 떠날 존재였으니까.
‘…없다고?’
호 장로의 눈이 커졌다.
‘위에 아무도 없다고?’
어찌 그럴 수가 있지?
이자는 황족이 아니었던가?
이 땅의, 특히 관의 사람이라면 황제를 위에 두지 않던가?
‘지금 이자가 거짓을 말하는 건가?’
아니다.
그럴 리는 없다.
‘위 상선이라고 했어. 상선이라고 했다고!’
위 대협의 정체는 긴가민가했지만, 위 상선이라는 호칭으로 명백하게 ‘동창’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동창은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어떤 집단보다 높다.
금의위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 충성심이 높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집단이었으니까.
‘…그런 동창이 김 공자 위에 황제가 없다고 했어.’
그렇다면 저자는 도대체 누구인 것이지?
정체가 무엇이지?
황가의 핏줄에게만 주어지는 황금 호패를 지녔다.
그리고, 기세만으로도 장로인 그의 숨을 막히게 할 만큼의 무의 경지를 가졌다.
또한, 특별한 능력이 있으며 무림맹에서도 눈치채지 못한 혈교에 대해 알고 있다.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이 사람에 대해서 무엇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은 더 큰 공포를 불러오기도 하는 법.
‘어쩌면 혈교보다도-’
눈앞의 이자가 더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
호 장로는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아.”
그는 탄성을 흘렸다.
숨 막힐듯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변화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장로님, 편하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이.
그 사람이 호 장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검선을 데려오세요. 그리고 검선과의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무림맹에, 아니, 개방 방주에게만 알리세요. 무림맹에 혈교의 첩자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알겠습니까?”
호 장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네, 공자님.”
툭툭.
케일은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던 손을 떼어내며 웃었다.
“좋네요. 말이 잘 통하니까.”
호 장로는 케일의 눈을 보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윗사람을 대하듯 케일에게 말하고는 문밖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전히 느긋한 목소리였다.
“참고로, 검선에게 귀띔은 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모르게 데려오셔야 합니다.”
“네, 네!”
드르륵.
호 장로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복도에 선 모안 대협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얼른 여길 벗어나자.
일단 이 객당을 나가자.
호 장로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때, 다시금 등 뒤로 케일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았다.
“그리고 검선을 만나는 동안, 후기지수들하고 독고세가는 내보내세요.”
케일은 호 장로에게 지시를 내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내보내야지.’
검선에게, 남궁세가에게서 뭔가를 뜯어내려면 일단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
‘무인들은 하도 귀 좋은 인간들이 많아가지고 어디서 뭘 들을지 몰라.’
거기다가 은신도 얼마나 잘하던가?
괜히 쓸데없는 걸 들어서, 케일의 거래에 제약이 생기면 곤란했다.
그렇기에 그는 호 장로에게 말했다.
“웬만하면 듣는 귀는 줄이고 싶군요.”
호 장로는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저 말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만약 내보내지 않으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소리……!’
듣는 귀를 줄이는 건 내쫓거나 혹은 죽이거나.
호 장로가 아는 방법은 그 둘뿐이다.
‘빌어먹을!’
그냥 조용히 장로로 살 것을!
왜 나서가지고, 이런 위험한 자를 만나냔 말이다!
속이 뒤집히는 호 장로였지만, 그가 할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네, 공자님.”
슬쩍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호 장로는 굽신 인사하고는 얼른 밖으로 향했다.
“장로님!”
밖으로 나서는 그를 따라붙는 소방주를 힐끗 쳐다봤다.
개방의 미래인 소방주.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그가 소방주에게 할 대답 또한 하나뿐이었다.
“살고 싶으면, 내 말을 따르게.”
정말 이것뿐이었다.
그는 놀라는 소방주와 후기지수들을 보며 경고했다.
독고세가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야 한다.
“우린, 지금부터 전장에 들어선 것이야.”
그래.
지금 조용하지만 살벌하고 위험한 전장이었다.
이곳은.
“론.”
“네, 도련님.”
“라온이 당과 먹고 싶대.”
케일은 옆을 가리켰다.
“론 할배야! 나 당과 먹고 싶다!”
론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비크로스에게 일러두지요.”
“고맙다, 할배야!”
케일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느긋하게 검선을 기다렸다.
* *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곤륜파의 운명 도사가 옆에 있는 승려 정혜에게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그러게. 이게 무슨 일이지?”
정혜 역시도 은근한 어조로 답하며 옆을 쳐다봤다.
하지만 시선을 받은 개방의 소방주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크흠.”
그 와중에 독고창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에 소방주가 반응했다.
“독고 대협, 1층에 자리를 마련해두었으니, 그리로 가셔도 됩니다.”
“하.”
기가 차다는 듯 실소를 흘린 독고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순 없네. 자네들이야말로 객잔에 가서 한잔하지 그래?”
“…….”
“거봐, 자네들도 이리 서 있는데, 내가 어찌 가겠나?”
“맞아요, 숙부.”
독고령이 맞장구를 쳤다.
현재 후기지수와 독고세가 사람들은 호 장로가 객잔 1층에 자리를 예약해놓았음에도 이를 마다하고 객잔 뒤편, 객당이 보이는 후원에 자리해 있었다.
모두 객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마치 벽이라도 있는 듯 어느 누구도 선뜻 다가가지는 못한 채 일정 반경 떨어져 대기 중이었다.
소방주는 힐끗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운선 도사. 그녀의 옆에 자리한 무림맹의 인물.
그는 아까 전부터 구겨진 얼굴을 펼 줄 몰랐다.
‘빌어먹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은신을 들키는 바람에, 김 공자 일행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그는 호 장로에게 한마디를 듣고 객당 밖으로 나와야 했다.
‘…무림의 판도가 바뀔지도 모르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정확한 정보를 무림맹에 전달해야 하니, 제대로 말해주십시오.’
‘흐.’
호 장로는 실소를 흘렸다.
‘그냥 가만히 있게. 지금 잘못하다간 자네 목숨이나 내 목숨이 문제가 아니고, 무림맹의 미래가 간당간당해질지도 모르니까.’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무림맹주 직속부대 월랑대 소속의 남자는 구겨진 미간을 풀 수가 없었다.
‘으음.’
그러다가 침음을 흘리며 시선을 뒤로 옮겼다.
“화가 아주 단단히 나셨구만.”
남궁세가의 태상가주이자, 정파의 오선 중 한 명인 검선.
그가 스스로의 존재감을 감추지 않은 채 성큼성큼 후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남궁세가의 두 명이 뒤를 따랐다.
“음.”
월랑대 대원. 그리고 독고창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태연하군.’
살벌한 기세의 검선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호 장로.
그는 생각보다 얼굴에 긴장이 없었다.
‘검선에게 겁을 집어먹지 않았어.’
저 고집불통 늙은이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가까워지는 객당을 연신 힐끔대며 살필 뿐.
“쯧.”
그때, 검선이 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객잔 1층에서 좀 먹고 쉬래도.”
호 장로가 뭐 하러 여기 와있냐는 듯 말하면서도, 걸음을 멈췄다.
“검선 어르신. 여기서부턴 저와 어르신만 가셔야 합니다.”
하.
기가 차다는 듯 검선은 탄식을 흘렸지만, 이내 남궁유학과 남궁태위에게 눈짓했다.
“둘 다 여기서 기다리게. 아니면, 어디 가서 쉬던가.”
“할아버지-!”
남궁유학이 그럴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이내 검선의 엄한 눈빛을 받아야 했다.
“유학아.”
“…죄송합니다.”
남궁유학은 고개를 푹 숙였고, 남궁태위가 그런 남궁유학을 다독이며 후기지수들 옆으로 가서 섰다.
“흥.”
이를 확인한 검선은 호 장로와 눈이 마주치자 콧방귀를 한번 뀌더니, 객당으로 거침없이 향했다.
얼른 걸음을 맞추는 호 장로에게 그의 전음이 들려왔다.
-무슨 연유로, 황궁의 핏줄이 나를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이 나를 오라 가라 한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걸세.
호 장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하네.’
그는 검선의 서슬 퍼런 말에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자고 하니까, 그냥 따라오네?’
왜 그렇지?
호 장로는 그냥 김 공자가 긴히 검선 어르신을 뵙자고 한다, 그 말만 꺼냈는데 검선은 올 것이 왔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나섰다.
귀찮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하는 기색이었다.
‘이유가 뭐지?’
물론 그 이유를 호 장로는 몰랐다. 검선이 말하지 않았으니까.
‘이런, 망나니 같은 놈!’
검선은 속으로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유학이 이 녀석은 세가로 돌아가면 폐관 수련을 시키든가 해야지!’
그는 남궁태위에게서 남궁유학이 객잔 1층에서 독고세가와 시비 끝에 무슨 사고를 쳤는지 들었다.
제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남궁유학이었지만, 어디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라고 안 새겠나?
‘황실의, 그것도 황족을 건드려?!’
남궁유학이 황족을 건들지만 않았어도, 검선이 김 공자라는 인물을 만나러 갈 이유는 없었다.
사실 호 장로가 왔을 때도 무시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지를 확인해야 한다.’
남궁유학의 입으로만 전해 들은 김 공자의 경지.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느껴졌다.
거기다가 살마가 상당히 놀랐다고 하지 않았던가.
“쯧.”
연신 혀를 차면서도 검선이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유학이 그놈을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그의 아들이자 현 남궁세가의 가주. 그놈이 남궁유학을 막내라고 너무 오냐오냐 키웠다.
‘내가 정신 개조를 시켜야지!’
어디서 남궁의 피를 이어받고, 이런 망나니 같은 놈이 나올 수가 있는지!
검선의 눈빛에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객당으로 향하는 그 걸음은 딱히 무겁지 않았다.
‘대충 사과만 하면 되겠지.’
고고한 황족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을 사과 정도면 충분하리라.
또한 저쪽도 과한 사과나 보상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저쪽에서도 나 홀로 만나길 원한 것이겠지.’
검선의 체면을 생각해,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일 터.
‘그럭저럭, 기본은 되었구나.’
그의 입가에 살짝 삐뚤어진 미소가 걸렸다.
“오셨습니까?”
객당 문 앞에 서 있던 론이 호 장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검선 어르신.”
론이 부드럽게 건넨 인사에 검선은 슬쩍 시선을 주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 노인네가 웬일로 인사를 이렇게 잘 받아준대?’
호 장로는 남궁유학의 일을 모르니 여전히 이 상황이 신기했다.
“드십시오.”
객당의 문이 론의 손에 열렸다.
드르륵.
“공자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
호 장로, 검선.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그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 한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콰아앙—!
거대한 굉음이 일었다.
객장의 한쪽 벽이 부서졌다.
“이런 기운은-!”
검선의 낯빛이 대번에 변했다.
그의 신형이 굉음이 들린 곳으로 움직였다.
‘무슨 이런 강대한 기운이!’
조금 전 진동과 함께 일어난 거대한 기운.
그 기운 후에 객당 한쪽 벽이 부서졌다.
아주 정순하면서도 고결한 기운.
이건 분명 누군가의 내공이리라.
‘누가 이다지도 정순한 내공을 지녔지?’
그 기운이 검선 자신을 뛰어넘었다.
그는 절로 침을 삼켰다.
정파의 최고수로서, 현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두머리 중 한 명인 검선은 저를 압도하는 기운에 걸음을 빨리할 수밖에 없었다.
“…….”
무너진 벽 너머.
피어오른 먼지구름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 너머.
천천히 내부가 보였다.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저자구나.’
검선은 저 노인이 조금 전 벽을 무너뜨린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검선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저 노인의 얼굴을 처음 본다.
그러나 분명 전대 고수거나 숨은 기인일 터.
“당신은 누구요?”
“나 말인가?”
권왕은 손을 털며 담담하게 답했다.
벽을 부순 자답지 않았다.
아니, 무의 벽을, 경지를 넘어선 자답지 않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목현.”
목현……?
검선은 퍼뜩 떠오르지 않는 낯선 이름이었다.
아니다.
기억난다.
어릴 적.
아직 그가 무림에 출두하기 전.
그 당시 무림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던 최고수.
권왕 목현!
검선의 눈이 커졌다.
권왕이 황실에 가 있었구나!
그리고 그 경지가 나를 넘어섰구나!
그때였다.
“벽을 부수면 어쩌십니까? 객당 주인 마음이 상할 것 같은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선은 그쪽을 바라봤다.
김 공자.
그자였다.
그리고 검선은 보았다.
또한, 들었다.
“김 공자.”
권왕 목현이 허리를 숙여.
“가르침을 내려주어 고맙소.”
김 공자, 케일에게 진심을 다해 인사를 하는 것을.
그 모습은 꼭 스승을, 혹은 무림의 큰 어른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