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Repair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세 명의 천재
일주일 뒤.
태봉산에 위치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분지.
마치 초월적인 존재가 산을 깎아 만들어낸 것처럼.
그곳엔 무술대회를 열어도 될만큼 큼지막한 연무대가 여러 개 존재했다.
바로, 선인경연회가 열리는 곳.
지금 그곳에선 무려 여덟이나 되는 각 종문의 결단기 수도자들이 하나같이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진영근자(眞靈根者)…….”
“어디서 이런 아이가 나타났단 말인가.”
진영근의 천재, 내가 입문을 원하고 있었다.
지금 두이와 화련 또한 각자 다른 산에 올랐을 것이다.
* * *
우리 셋의 전략은 모두 달랐다.
검술 실력이 뛰어난 두이는 모든 상대를 압도적인 실력으로 쓰러뜨려 자연스럽게 삼화취정의 무인임을 드러내게 하였고,
화련에겐 될 수 있으면 모든 경지를 드러내지 말도록 지시했다.
그녀의 주특기는 괴뢰술.
산수 출신인 그녀가 팔대종문의 공법을 미리 익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비무 상대에 맞춰 그저 한수 위의 영력 수준을 보여 상위 10인 안에만 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냥 대놓고 내 재능을 뽐내어 입문을 원한다고 한 상태였다. 수행의 경지는 영력을 운용해 연기 10성으로 보이도록 했다.
* * *
내가 결단기 노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장좌님들. 소인은 장철이라 합니다. 종문에 입문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정도 종문의 누군가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진영근의 재능. 수행의 경지 또한 연기 10성이구나. 기특하군. 정말 기특하도다. 허허…….”
다른 자가 끼어들었다.
성격이 급한 것이, 누가 보아도 마도 종문의 수도자라 할 수 있었다.
“좋다! 너 정도라면 마음에 드는구나. 이곳에 모인 다른 녀석들은 더 볼 것도 없겠군. 너를 우리 혈계종으로 받아주겠다. 영광으로 알거라!”
천재를 빼앗아가는 광경을 다른 자들이 두고 볼 리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시오. 혈계종이라니. 산수 공법만으로도 연기의 극에 이른 아이외다. 이게 무슨 말이겠소? 어지간한 종문에선 감당하기 힘들다 이 말이요. 그러니…….”
하지만 또 다른 자가 끼어들며 그가 깔아놓은 밑밥을 고스란히 가로챘다.
“말 한번 잘하셨군. 그런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려면 자고로 우리 영계종만한 곳이 없지. 공법만큼은 우리 종문이 가장 뛰어날 것이오. 아시겠소?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냅시다.”
“어허! 내가 아직 말을 끝내지 않았건만 어디서 끼어드는 것이오!”
곧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이전 삶에서 나와 양준혁이 입문할 당시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영력의 파동이 휘몰아치며 허공에서 충돌하였고, 고계 술법의 전조까지 느껴졌다.
그에, 경연회가 잠시 중단되고 수천의 산수들이 대피해야하는 사태에 이르렀을 때야 상황이 잠잠해졌다.
‘하긴 그때는 우리가 그냥 잘 싸우는 정도였지. 이젠 재능까지 확실하니…….’
그나저나 갑자기 양준혁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3년 전 경연회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적 놈들에게서 살아남았을까? 이번엔 돕지 못했구나.’
왠지 모르게 그가 당했을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씁쓸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매번 회귀 때마다 모두를 챙기며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언젠가 내가 원영기에 이르면 그때 모두를 구원해주자.’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결단기 수도자들도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도 느꼈던 것이다.
아무리 언성을 높여 싸우더라도 결국엔 내 선택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된다는 것을. 지금 그들은 결코 갑이 아닌 입장이다.
그들은 각자 하나씩의 미끼를 내세우며 나를 유혹하려 했다.
축기단을 제시하거나, 종문의 비술을 가르쳐주겠다거나, 또는 자기 가문의 양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놈도 있었다.
가장 흔한 조건은 본인들의 직전제자가 될 자격. 그러면서 덧붙인다는 말이 모든 절학을 전수하겠다나 뭐라나.
나에게 하등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나에겐 절세의 신공이 두 가지나 존재했다.
적운공과 사륜칠절공.
그리고 단문종에 들어가 주 노조의 제자가 될 생각이었기에 고작 결단기의 제자 자리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
“저는 단문종에 들어가겠습니다.”
* * *
단문종이 위치한 단천 땅으로 향하는 길.
수십의 산수들과 나는 지금 비행법기에 올라타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내 경지가 산수들과는 워낙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탓에, 나는 장좌의 곁에 머물러있었다.
산수들 또한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세출의 천재를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곁눈질할 뿐 감히 말을 걸어보려는 놈이 없었다.
단문산이 아닌 법병산의 장좌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정말 괜찮겠느냐?”
“예.”
“그래도 축기단마저 마다하다니.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단도를 배워 제가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된다 생각합니다.”
“허… 정말 기특한 녀석이로군.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보통의 놈들과는 격이 다르다. 기연을 거절하는 수도자라니. 내 평생 들어본 바가 없구나. 허허허…….”
장좌는 완전히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고 있었다.
단문종의 조건 역시 축기단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거절한 상태.
그 탓인지 법병각의 장좌라는 벽씨 성의 수도자가 나를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축기단 따위의 재물을 받으며 입문하게 되면, 반드시 그것을 내준 자에게 이용당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합당한 대가를 요구할 터.
수도자 놈들은 결코 자원봉사자들이 아니다.
더불어, 이미 천법축기를 이룬 나에겐 축기단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고, 화련 역시 지법축기로 만들 생각이기에 아쉬움이 없었다.
나는 장좌를 바라보며 물었다.
“장좌님, 저는 바로 내문제자가 되는 것이 맞겠지요?”
“그렇다. 연기 10성인 네가 외문에 들어갈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다만,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하문하십시오.”
“꼭 우리 단문종을 선택한 이유가 있느냐? 너를 의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세작을 침투시키려거든 자질이 떨어지는 아이를 이용하겠지. 어느 종문에서 진영근의 천재를 보내겠나. 기실, 진영근이라함은 영재들이 많은 가문에서도 한 세대에 하나가 탄생하기도 힘들다. 물어본 것은 그저 내 개인적인 궁금함이다. 답해줄 수 있겠느냐.”
장좌는 이제 나를 거의 동급의 수사로 여기는 듯 했다. 극도로 예를 갖추는 것이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작게 웃어 보이며 그에게 되물었다.
“단문종이 다른 종문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음, 그것은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단순히 전투공법의 수준만을 따진다면 마종에 비해 한 수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아는 정보였다.
비경에서 다른 놈들이 싸우는 것을 겪었기에, 연화연단공만으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축기의 경지에 이르고, 진화를 다루는 새로운 공법을 익히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 공자 놈이 위험을 무릅쓰며 지법축기를 노렸으리라.
“단약사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 * *
며칠이 지나 비행법기가 단천에 도착했고, 역시나 산수들은 허름한 마을에 떨궈졌다.
그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니 나도 내심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제 그들은 고생길이 열린 것이다.
나는 장좌의 배려로 곧장 만약각에 안내될 수 있었다.
안내의 역으로 호법 한 명이 배정된 것이 특혜라면 특혜였다.
내부로 들어서며, 나는 이전에 와보았던 곳에 다시금 오게 되었다.
바로 내문제자의 자격을 시험받았던 곳.
목패에 기운을 주입해 숫자 ‘십’을 띄우는 시험을 받은 그곳이었다.
“흐으음…….”
“서 장로님, 이번에 새로운 제자가 입문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연기 10성까지 스스로 터득해낸 진정한 천재입니다! 하하하!”
나를 안내하던 호법이 호탕하게 웃으며 종문의 경사를 서 장로에게 알렸다.
하지만 웬일인지 서 장로는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서 장로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다. 실은 좀 전에도 두 녀석이 거쳐 갔다. 한 놈은 무도를 깨달아 이 녀석처럼 진영근을 가졌고, 다른 녀석은 마찬가지로 스스로 연기 8성까지 터득한 아이였지.”
“그렇습니까? 더욱 잘됐군요!”
서 장로는 단순히 기뻐하는 호법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서 장로의 말을 듣고 급히 안색을 가다듬었다.
저것은 분명 두이와 화련이 단문종에 무사히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서 장로가 의심을 하는 것 같은데.’
상황을 모면할 방도를 궁리했고, 금세 답을 정했다.
나는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서 장로를 향해 말했다.
“제가 그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십니까? 두고 보십시오. 그 두 놈을 꺾어 제 추종자로 만들어 보이지요.”
“오호…….”
그제야 서 장로가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더욱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 놈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와 비견된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확인해보시지요!”
나는 화련을 모르는 것처럼 두 녀석 모두를 남성으로 지칭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제야 서 장로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의심이 한 꺼풀 벗겨졌다.
“하하하! 진정해라. 내 농을 해보았을 뿐이다. 아무렴 네 녀석이 가장 뛰어나겠지. 너는 진영근은 물론이고, 수행의 경지마저 연기의 극이 아니더냐. 그럼, 그럼. 다른 녀석들이 아무리 잘났더래도 너에겐 안 될 것이다. 자, 이 목패에 기운을 넣어보겠느냐?”
나는 분노를 가장하기 위해 목패를 부서질 듯 움켜쥔 채, 정확히 연기 10성의 영력을 주입했다.
“일, 칠, 구, 십!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빠르게 기운을 운용하는 놈은 100년 동안 네가 처음이다. 네 말이 허언이 아니었구나.”
그때 기운을 받아들이던 목패에서 꽈득! 소리가 나더니 한줄기 빗금이 그어졌다.
내 기운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서 장로의 눈에도 놀람이 어렸다.
그는 나름대로 어찌된 영문인지 파악하곤 나를 제지시켰다.
“알았다. 알았어! 그만 멈추거라! 목패가 부서지면 돈이 얼마인지 아느냐. 녀석 성질하고는. 쯧!”
그는 내가 분노에 겨워 영력을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고 예상한 듯 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한 만큼의 기운만을 떼어내 주입한 상태였다.
본능적으로 원인을 파악했다.
‘축기를 이뤘기 때문이구나.’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를 이룬 내 기운은 같은 양이라 할지라도 연기 10성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 * *
만약산에 위치한 어느 곳.
나는 새롭게 지급받은 동부의 앞에 앉은 채 산의 정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루 동안 많은 일을 했기에 이제 날이 저물어 별빛이 보이는 시간이었다.
정면의 세 방위에는 초목으로 뒤덮인 거대한 산맥들이 보였다.
산의 높이가 거의 3천 장이나 되었기에, 산봉우리는 그야말로 하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산의 기세에 압도될 정도였다.
등반을 하려 해도 저 정도라면 일반인이 목숨을 걸어야 될 수준.
의천군의 말에 따르면, 이 땅 아래 천인의 유해가 묻혀있을 것이다.
팔대천인 중 독마(毒魔).
약을 내세우는 종문의 시조답지 않은 별호였다.
의천군은 약과 독을 구별하지 않게 되었을 때, 인경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풍경을 감상하며 중얼거렸다.
“정말 아름답긴 하군.”
그때, 근처의 풀숲이 흔들리며 누군가 내 말을 받았다.
“장철, 나를 보고 하는 소리야?”
장난기 어린 귀여운 목소리.
화련이었다.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다.
그녀가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쪼르르 달려왔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는 건 역시나 당연했다.
지금 그녀는 헤어질 때와는 다른 외양을 하고 있었다.
내의(內衣)는 새하얀 백의를 입었고, 외의(外衣)로는 지급받은 내문제자용 녹빛 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피부가 하얀 탓인지 그 모습이 퍽 잘 어울렸다.
풀숲의 색과 같은 녹색계열이었기에 숨어있는 것을 몰랐다.
나도 모르게 인자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끼곤 재빨리 표정을 바로잡았다.
사고를 친 녀석에게 웃어줄 순 없지 않은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
“화련아…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냐.”
“다른 제자들에게 들었어. 새로 들어온 대단한 천재! 장철이란 녀석이 여기를 배정받았다고 하던데? 하하하.”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를 잠시 두고, 나는 영력을 일으켜 주변을 샅샅이 훑은 후에야 답했다.
짐짓 엄한 얼굴로 아이를 혼내는 표정을 한 채.
“으이그! 아직 만나기엔 이르다니까. 두이는 잘 참고 있잖아.”
우리 셋이 의심받을지도 모를 상황에 화련이 나를 찾아봐버린 것이 문제였다.
꿀밤을 한 방 먹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야! 너 나 때렸어?”
“잘못을 했으면 혼나야지.”
“우리 아빠가 그랬어! 여자를 때리는 놈은 상종할 게 못된다고. 나 집에 갈래. 장철이 한 짓을 아빠에게 다 말할 거야. 아니지, 아예 주먹질을 했다고 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말한 화련이 당장이라도 종문을 벗어날 기세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곤 자신의 조그만 주먹으로 제 얼굴을 때리려는 시늉을 한다.
거짓 증거를 만들어내려는 속셈이다.
역시 전생 양굉이 아니랄까봐 실로 대담한 여자였다.
나는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 잠깐만! 알았다, 알았어! 일단 여기 앉아라.”
“흥, 한번 봐줄까 그럼?”
“그래… 부탁한다.”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참으며 도로 앉았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화련이 녀석이 사고를 쳤으니, 나라도 대처법을 구상해야한다.
이 녀석은 아직 어린 아이이지 않은가.
2년이 지나 이젠 열여덟이 되었지만, 백 살이 넘는 나에겐 어림없다.
이런 곳에 데려왔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분명 서 장로라는 놈이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밤사이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면 의혹이 짙어질 터.
‘어떻게 해야 될까.’
그때 화련이 내 이마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레 말을 걸어왔다.
“장철. 미안해. 보고 싶어서 온 건데…….”
“아니다. 괜찮아. 여자인 너 혼자 이런 곳에 있었으니 무서웠겠지. 이해할 수 있어. 다만, 만약각의 장로 하나가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 한날한시에 3명이나 되는 인재가 단문종에 입문했으니 그럴 테지. 그렇기에 내가 섣불리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고.”
문득 화련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응?”
“젊은 남녀끼리 사귄다는데 뭐가 어때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잖아.”
“그, 그런가……?”
“그래! 그 늙은이가 뭐 어쩔 거야? 그냥 무시해버려! 아냐, 우리를 부러워해서 그런 거라고 소문을 퍼뜨리는 건 어때? 사람들이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생각할 거야. 좋은 생각이지?”
막무가내의 논리를 지닌 화련에게 동조된 탓일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화련의 말 중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 되물었다.
“화련아.”
“응. 뭔데. 다 물어봐. 내가 해결해줄게!”
“근데 꼭 사귄다고 해야 되는 거냐.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잖아?”
화련은 답을 하지 않고 두 팔을 들어 내 양어깨를 짚었다. 그러곤 내 눈을 물끄러미 마주했다.
그것은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
기세에서 눌러 나도 모르게 눈빛을 피하고 말았다.
그제야 화련이 입을 열었다.
“장철, 나 집에 가?”
“…아니. 네 말대로 하자.”
당연히 다음 날 난리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