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무당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천주봉(天柱峰). 그곳의 꼭대기인 금정(金頂)에서 도(道)를 닦던 무당파 도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삼봉진인의 인도 아래 천하에 퍼져 있던 여러 도맥(道脈)이 무당산에 들어선 이후, 이토록 시끄러운 것은 처음이었다.
“일대 제자들은 본 파에 방문한 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라!”
“이대 제자들과 삼대 제자들은 모두 충격에 대비해라!”
격한 음성들이 오고 갔다.
무당파의 장로들은 무당산에 갑자기 일어난 지진으로 놀란 제자들을 서둘러 다스렸다.
도를 닦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능통하여 평소 느긋하고, 여유롭던 표정은 아예 없어진 상태였다.
대부분이 알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자연적인 지진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오히려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쿠구구궁!
다시 또 무당산이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흔들림의 진원지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영봉(天英峰)이…….”
“……위, 위험하다!”
무당의 제자들이 기함을 터트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들이 입산할 때부터 내내 뿌연 운무로 뒤덮여 있던 천영봉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도 모자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천영봉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아는 목(木)자 배의 수뇌부들은 일반 제자들과 달리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결계가 깨어졌다.”
“검선께서 모습을 드러내신 건가.”
기대와 걱정 그리고 불안.
몇몇 원로들이 떨리는 눈으로 천영봉을 주시하며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모두 진정토록 하여라.”
부드러운 기가 실린 육합전성이 흔들리는 제자들을 포근하게 감쌌다.
직후 청아한 바람이 불어왔다.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손길과 같은 바람이 모두의 뺨을 휩쓸 무렵.
스르륵―
허공에 희뿌연 운무가 생성되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묘한 기질.
순간 들끓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동시에 모인 이들이 두 손을 곱게 모았다.
모두 읍(揖)을 취할 때, 운무 위로 노도사가모습을 드러냈다.
무당 장문인, 목엽진인(木葉眞人)이었다.
속세에서 말하는 신선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의 목엽진인은 발을 내디뎌, 나비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유려하면서도, 담백한 몸짓.
무당파의 절기 제운종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곧 땅에 곧게 선 목엽진인은 희미한 광채를 흩뿌리는 눈으로 무당파의 제자들을 보며 입을 달싹였다.
“장로들은 객들과 제자들을 이끌고, 잠시 본산에서 벗어나 주게.”
장문인의 명에 장로들이 움찔했다.
하나 곧 그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는 제자들을 이끌고, 산에 남은 손님들을 수습하여 떠났다.
곧 몇몇 이들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목엽진인과 팔궁(八宮)의 주인들.
무당파의 수뇌들이었다.
그들은 연달아 폭음을 터트리는 천영봉을 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몇몇 이들은 어느새인가, 본능적으로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만큼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어찌할 것이외까, 장문인?”
늙수그레한 음성이 물어 왔다.
목엽진인의 사형, 목현진인(木炫眞人)의 물음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저 천영봉에 누가 기거하고 있는가.
무당검선이었다.
무당파의 기나긴 역사 속 삼봉진인에 가장 근접한 자라고 알려졌으며, 무신이라는 경지를 개척한 절세고수.
수십 년 전 은거에 들어간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면 무당파에서 반겨 마지않아야 할 일이었으나.
무당검선에 얽힌 비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목(木)자 배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검선께서는 도호를 버리셨으니.’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 알리랴.
도호를 버린다는 것은 무당파를 떠났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일이니.
“찾아가 봐야 하지 않겠나.”
목엽진인이 천영봉을 보며 말했다.
검선과 무당파의 관계는 복잡했다.
떠나고자 하는 무당검선.
어떻게든 잡고자 하는 무당파.
구주삼패세가 들어선 그때부터 그들의 관계는 어그러져 있었다.
차분히 말한 목엽진인의 몸이 부유했다.
유운신법(流雲身法)을 펼쳐 낸 신형이 이내 신선과도 같이 나아갔고, 그 뒤를 팔궁의 주인들이 따랐다.
* * *
카아앙!
선명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고풍스러운 송문고검과 적광을 흩뿌리는 화월이 교묘하게 부딪쳤다.
일 합, 이 합을 뛰어넘어 수합.
검과 검이 부딪치는 경합이 늘어날수록 천휘의 입꼬리는 더더욱 위로 올라갔다.
쩌어어엉!
화월의 검파를 쥔 손을 타고 올라오는 경력의 여파에 기분이 좋았다.
손아귀가 아릿했다.
본시 무당의 검법이라고 하면, 후발제인(後發制人)과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당이 추구하는 검이었으니.
하나 앞의 무당검선은 달랐다.
후발제인? 유능제강?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
패(覇), 환(幻), 강(强), 유(流).
하나하나 계산 없이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듯한 검으로 보였건만, 그의 손에서는 지고한 검식으로 변모했다.
초식의 경계를 허물었단 뜻이며 그 자체가 검이자, 검법이란 뜻이었다.
‘검에 통달했어.’
그의 무공에 대해 생각하던 그 순간, 불현듯 송문고검이 그어졌다.
사선으로 그어지는 검신에서 강렬한 공력이 파동을 흩뿌렸다.
검신이 떨리며, 울음을 토했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송문고검이 닿으려 할 때.
천휘의 소매가 흔들렸다.
콰아아앙!
직후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어느새 들린 화월은 공력의 파동을 흘리는 송문고검의 일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충돌로 인한 기파가 사방에 퍼졌다.
주변에 있던 초목들이 순간 드러누웠고, 냇물은 사방에 튀며 날아갔다.
쩌저저적!
천영봉에 균열이 더욱 깊어져 갔다.
지고의 경지에 오른 두 절세고수의 부딪침으로 인해 수천 년이나 자리를 지켜 왔던 천영봉조차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듯한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구나.”
무당검선의 음성이 아롱졌다.
태극신공(太極神功)의 공력이 음성에 실리고, 그의 입가로 아찔한 미소가 맺혔다.
돌연 그의 좌수에 기파가 어렸다.
흑과 백.
음과 양.
무당검선은 그 상반된 기운들을 단번에 하나로 끌어올리더니, 원을 그렸다.
태극(太極)이었다.
직후 무당검선이 좌수를 뻗었다.
검을 맞대던 순간에 펼쳐진 출수.
주름진 손바닥은 극강의 기운을 품은 채, 천휘의 복부를 가격했다.
쩌어엉!
북이 터지는 큰 소리와 함께 천휘의 몸이 돌연 허공에 떠올랐다.
손바닥이 복부에 닿자마자, 단숨에 뒤로 뛰면서 충격을 화한 것이다.
‘정통으로 맞았으면…….’
속이 완전히 뒤틀렸을 모습이 뇌리를 빠르게 스쳐 감과 동시에 천휘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바로 그때.
“자, 이것도 피해 보거라.”
영묘한 목소리가 뇌리를 강타했다.
동시에 천휘가 뒤로 몸을 젖혔다.
본능적인 감각이 경고함에 따라 보인 몸짓이었다.
쐐애액!
날카로운 검신이 그의 코앞을 지나가며 앞머리가 싹둑 하고, 잘렸다.
천휘는 그대로 두 손을 땅에 짚은 뒤, 한 바퀴 돌며 뒤로 몸을 회전했다.
그렇게 약 삼 장가량 뒤로 물러난 천휘는 곧장 몸을 추켜세웠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날카로운데?’
잘린 머리카락을 만지던 천휘의 입매가 천천히 비틀리며, 말려 갔다.
미소를 지은 그가 내공을 일으켰다.
천하에서 가장 순수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매화신공의 투명한 공력이 전신에서 일며, 화월을 빠르게 감쌌다.
우우우웅―
화월이 깊은 울음을 토했다.
천휘와 무당검선이 서로를 봤다.
출수는 언제든 가능했다.
하지만 둘은 공세를 펼치는 대신 서로를 가늠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무거워지며 공력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무신. 천외천.
지고한 경지에 오른 자들의 싸움.
둘이 흩뿌리는 공력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풍경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변화가 생기기까지는 약 한 호흡 정도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매우 짧은…….
하나 찰나의 영역에 들어선 둘에게는 아주 길고도 긴 영겁의 시간이 흘렀을 때, 천휘가 움직였다.
천휘의 신형이 빛줄기로 화했다.
극성에 다다른 암향표.
오직 향기만을 남기는 보법이 무당검선과의 거리를 한순간에 지웠다.
콰직!
뒤늦게 천휘가 있던 자리가 폭발하며, 뿌연 먼지가 일어났다.
그 와중에 천휘가 화월을 세게 쥐었다.
투기가 들끓기 때문일까.
선명하게 느껴지는 심장 소리가 그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 순간, 천휘가 오른발을 크게 내디뎠다.
쩌저저적!
진각에 지반이 뭉개지는 그 찰나, 천휘가 허리를 회전함과 동시에 화월을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일순간 실처럼 가느다란 기운이 검신에서 여러 가닥으로 뻗어 나오더니, 매화의 모습이 되어 피어났다.
딱 한 송이의 매화였다.
붉고 선명하기 짝이 없는 꽃송이.
직후 천휘는 피어난 매화를 사선으로 잘라 버리며, 긴 궤적을 그렸다.
그 순간.
세상이 어둠에 잠식되었다.
찰나의 시간을 베어 내는 검식.
칠절매화검 육초식, 암향부동화(暗香不凍花)가 펼쳐진 것이다.
천휘의 몸짓에 환영이 뒤따랐다.
이윽고 화월의 검극이 어둠과 함께 상대, 무당검선에 닿으려던 그때.
스으으으―
암향부동화의 어둠에 수십의 실선이 그어지며, 쪼개지기 시작했다.
짙게 깔린 어둠이 무너지고, 그 사이로 송문고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과 흑, 태극을 실은 채였다.
씩 웃은 천휘가 검파를 뒤틀었다.
우두두둑―
근육과 혈맥이 비명을 내지르며 지독한 고통이 따라왔다.
하나 천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계속해 화월을 움직여 그 방향을 역으로 꺾었다.
쩌저저적!
둘 사이의 공간이 찢겼다.
뒤늦은 천둥소리가 울리고, 허공에서 부딪친 두 검을 중심으로 지독한 공력의 파동이 동심원을 그려 냈다.
그 사이에서 무당검선은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송문고검을 수습하더니, 그 직후 다시 곧장 검을 회전하여 찔러 넣었다.
물 흐르듯 이어진 연격.
천휘는 어깻죽지를 향해 쏘아진 검을 보더니, 좌수를 뻗어서 이를 쳐 냈다.
쩌어어엉!
송문고검의 검신이 짧게 흔들리고, 둘러싸던 강기가 살짝 일렁거렸다.
제대로 검신을 가격한 정타(正打).
하지만 무당검선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파를 쥔 손으로 경력이 올라왔을 터이지만, 그의 검격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그것이 뜻하는 건 하나였다.
‘이 정도의 경력 따위는 충격도 주지 못한다는 거겠지.’
천휘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투쟁심이 머리를 잠식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이 아닌 듯 무당검선도 입매를 바짝 올려 보였다.
광소(狂笑).
직후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검을 파지하며, 휘둘렀다.
음과 양의 기운이 륜을 그렸다.
붉디붉은 꽃이 곳곳에 피어났다.
무당의 태극과 화산의 매화.
각 도가의 정수(精髓)를 선보이는 절세고수들의 격전이 더욱 거세졌다.
* * *
“이런 격전이!”
“미친!”
천영봉에 도착한 태극군자와 천이개는 기함성을 삼키며, 경직되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으나, 천영봉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
봉우리의 윗부분은 무너져 내렸고, 그 사이의 초목은 휑해 있었다.
폭풍이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
콰아아앙! 쩌어어엉!
그 중심에서는 여전히 소란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무당검선과 천휘의 격전.
고작 삼 장 안에서 펼쳐지는 격전이었건만, 그로 인한 충격파가 아찔했다.
지반이 뭉개지고, 무당산의 초목들이 두려움에 떨며 숨을 죽였다.
잠시 멍하니 있던 둘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백님! 그만 싸우십시오! 적이 아닙니다!”
“이놈아! 뭐 하냐! 그만해라!”
둘이 내공까지 실어서 사자후를 뱉었지만, 격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과열되고 있었다.
격전지에서 약 이십여 장 떨어져 있는 그들이었건만, 발바닥에 진동이 전해졌다.
천이개가 태극군자를 보며, 외쳤다.
“가서 말려야 된다!”
태극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는 위험했다.
격전이 거세질수록 무당산 전체에 영향이 퍼질 것은 분명했으니까.
직후 둘이 움직이려고 할 때.
“싸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웅후한 음성이 위에서 꽂혀 왔다.
부드럽고도, 차분한 육합전성.
그 순간 천이개와 태극군자는 가려던 것을 잊고, 굳어 버린 채로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아홉의 도사들이 있었다.
무당파의 장문인과 팔궁의 주인들.
하지만 그들의 등장에도 무당검선과 천휘과 격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장문인, 목엽진인이 나섰다.
폭풍과도 같은 격전의 장소로 걸어가는 모습에 모두가 흠칫할 무렵.
목엽진인이 나직이 말했다.
“사부님과의 약조를 어기실 생각이십니까?”
조용한 말이 울린 바로 그 순간 검을 휘두르던 무당검선이 돌연 뒤로 물러나더니, 가만히 고갤 들었다.
목엽진인을 가만히 응시한 그는 눈을 차갑게 가라앉히더니, 입을 뗐다.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