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81
81화 Chapter 49 – 인형 뽑기도 잘하는 김 대리!
김칠봉 작가가 시원하게 한 곡을 뽑은 덕분에 3차로 노래방을 가는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제 대리님도 퇴근하셔야죠. 덕분에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잘 놀았습니다.”
“하하핫. 아닙니다. 작가님들이랑 이렇게 즐겁게 노니까 제가 기쁘죠.”
“아, 김 대리님 도망가는 게 어디 있어!”
김칠봉 작가가 정훈을 붙잡았다.
“3차 가요! 어차피 막차도 끊겼어.”
“어, 그러네요. 대리님, 어떻게 가시게요? 여기 인천이라 택시 타고 가면 엄청 비싸요. 할증 붙으면 7만 원은 나올걸요.”
“그래도 가야죠.”
밤이 늦어서 왕십리까지 가려면 10만 원을 줘야 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작가와의 미팅은 업무에 포함되어서 법인 카드로 긁어도 되긴 하지만, 따로 회사에 보고하고 온 게 아니기에 조금 마음에 걸렸다.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시죠. 그렇게 넓진 않은데 남자 2명 자기엔 충분해요.”
“에이, 죄송해서 어떻게 그래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아, 대리님! 좀 더 놀다 가요. 작은 별 작가님 집에서 다 같이 3차 하고 가면 딱 좋겠네.”
자신의 집도 아닌데 적극 권유하는 김칠봉 작가 때문에 작은 별 작가에게 미안함이 들었는데, 의외로 그도 흔쾌하게 권했다.
“어, 그러실래요? 솔직히 저도 오늘 기분이 정말 좋아서 2차로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아쉬웠거든요.”
“그러면 저도 갈게요. 3차는 제가 쏩니다!”
최수정 작가까지 동의한 이상, 정훈이 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도 오케이를 외쳤다.
“갑시다!”
2차에서는 알딸딸하게 술기운이 올랐지만, 밤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니 적당히 술이 깨고 즐거움이 더 돋아났다.
3차인 작은 별 작가의 집으로 향하던 길에 최수정 작가는 갑자기 불 켜진 가게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와, 인형 뽑기다.”
“수정 씨, 인형 뽑기 좋아해요?”
어느새 칠봉은 수정에 대한 호칭이 작가님에서 수정 씨로 변경되어 있었지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네. 저 완전 좋아해요. 제가 포켓마스터에 나오는 꼬북이 완전 좋아하거든요.”
“그래요? 그러면 제가 뽑아 드려야죠!”
김칠봉 작가는 반팔을 입어 놓고 소매를 걷는 척 자신의 팔을 쓸어 올리며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섰다.
“자, 꼬북이 좋아하신다고 했죠?”
“네, 픽아츄도 좋아해요!”
“제가 뽑아 드릴게요.”
한참 기계 안을 보며 각을 재던 김칠봉 작가는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집어넣었다. 멀대같이 다 큰 성인 4명은 어느새 인형 뽑기 기계에 달라붙어 흥미진진하게 기계의 집게손을 구경하고 있었다.
기계는 집게를 쩌억 벌리고 내려가 꼬북이의 몸통을 잡았다.
“오!”
4명은 1명인 것처럼 큰 소리로 흥분했다.
툭.
그러나 들어 올리다가 집게손에서 인형은 미끄러져 떨어졌다.
“아~”
탄식도 4명 동시였다.
“아직 한 번 남아 있어.”
천 원에 2회기에 김칠봉 작가는 희망을 품으며 다시 집게를 신중하게 조절했다. 방금 잡았다가 떨어뜨렸던 똑같은 꼬북이의 머리를 조준하고 버튼을 눌렀다.
다시 집게가 내려가며 꼬북이 인형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쭉 따라 올라왔다. 뽑았나 싶었을 때, 집게가 천장에 덜컹 부딪치며 인형은 또 스르르 빠져 떨어졌다.
“아깝다. 으아아!”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이번엔 인형을 좋아하는 최수정 작가가 직접 나섰다. 그녀도 천 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그녀도 아까 김칠봉 작가가 뽑으려다 실패했던 그 인형을 조준했다. 대신 김칠봉 작가와 달리 머리가 아니라 몸통을 노렸다.
위이잉 소리를 내며 내려간 집게는 그저 등껍질만 스윽 만진 뒤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실패했다.
실패한 순간인즉슨 훈수의 시간. 바로 3명의 남자가 다른 인형을 가리켰다.
“머리를 노렸어야죠.”
“정확히 각도를 봐야 된다니까요?”
“원래 옆에서 봐야 잘되는 거예요.”
“아, 몰라. 다른 인형 노릴 거예요.”
수정은 이들의 훈수를 무시하고 홀로 다른 인형을 노렸다. 원래 훈수는 무시가 답이다.
“저 이번엔 픽아츄 노립니다.”
그녀는 비장하게 외치고 꼬북이의 반대편에 있는 픽아츄를 향해 집게손을 옮겼다.
“꼬북이 좋아한다면서요.”
“픽아츄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노란색 픽아츄의 머리통을 향해 집게손을 놓고 버튼을 꾹 눌렀다.
쑤욱 내려간 집게손이 픽아츄의 머리를 잡고 끌어 올렸다.
“오!”
집게손이 올라오며 천장에 부딪치며 덜컹 소리가 났지만, 여전히 픽아츄 인형은 집게손에 매달려 있었다.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집게손은 꺾는 구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90도로 방향을 트는 순간, 그 충격에 인형은 떨어져 버렸다.
“으아아악!”
4명은 아쉬움에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절규했다. 참고로 말하는데, 4명의 나이 합은 111살이다.
“이번엔 제가 합니다!”
작은 별 작가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인형 뽑기 기계 앞으로 나섰다.
“인형 뽑기는 힘이 아니라 기술로 하는 겁니다. 남자는 테크닉이죠.”
“맞습니다. 테크닉이죠!”
갑자기 김칠봉 작가가 맞장구를 치며 허리를 한 바퀴 돌렸다. 깜짝 놀란 정훈이 그를 멈춘 덕분에 다행히 최수정 작가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천만다행이었다.
“갑니다.”
2분 만에 2천 원을 날리고 3천 원째 투입이 되었다. 이 작가들이 버는 돈을 생각하면 인형 뽑기가 문제가 아니라 인형 뽑기 가게도 차릴 만했지만, 이런 쓸데없는 일에 정열과 열정을 퍼부을 줄 알아야 사는 맛이 있는 법이다.
“후우. 신중하게….”
작은 별 작가는 진지하게 매의 눈으로 인형을 살폈다. 그의 레이저 눈빛은 뿔테 안경을 뚫고 인형을 태워 버릴 것처럼 이글거렸다.
탁. 탁. 툭. 툭.
미세한 위치 조절을 위해 레버를 톡톡 건드려 이동시켰다.
“조금만 더 왼쪽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진지하게 외치며 레버를 건드렸는데 갑자기 집게가 내려갔다.
“뭐야, 이거? 왜 갑자기 내려가는 거야?”
내려간 집게는 당연히 어설프게 인형을 잡았지만, 끌어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덩 올라왔다. 이유를 알고 있는 정훈은 아쉽다는 듯이 팔에 반동을 주며 말했다.
“작가님, 시간 초과입니다.”
“아, 시간!”
워낙 미세한 위치를 조절하느라 시간제한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 번의 기회가 너무 아까웠던 작은 별 작가는 다시 집중했다.
“이번엔 진짜 뽑습니다.”
탁. 탁.
이번에도 미세한 위치 조절을 시도했다. 그 탓에 역시나 시간이 부족했다.
“3초 남았어요!”
최수정 작가의 외침에 작은 별 작가는 급하게 방향만 맞추어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 내려간 집게는 픽아츄 인형의 머리를 잡고 끌어 올렸지만, 아쉽게도 입구 근처에서 또 반동에 의해 떨어져 버렸다.
“흐아!”
“아쉽다!”
그의 실패와 함께 3명의 시선이 정훈에게로 향했다. 남은 건 이제 1명뿐.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손바닥만 한 인형을 위해 총합 111살이 이렇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게 웃겼지만, 어느새 정훈도 오기가 생겼다.
“제가 뽑아 보겠습니다. 제 선에서 끝내지요.”
손목을 돌리며 정훈은 인형 뽑기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비장하게 천 원짜리 지폐를 투입했다.
뾰로롱 소리와 함께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정훈이 아까부터 노리고 있던 인형이 양쪽 벽에 하나씩 있다. 픽아츄 인형 하나, 꼬북이 인형 하나.
우선은 꼬북이다. 저 녀석이 더 뽑기 쉬워 보였다.
“갑니다.”
집게를 움직여 벽 끝으로 붙였다가 어깨너머로 배운 작은 별 작가의 기술을 사용했다.
탁. 탁. 툭.
위아래 양옆으로 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했다. 인형 뽑기 기계의 옆에서 봤을 때도 완벽한 각도다.
정훈은 확신을 가지고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집게손이 내려가 꼬북이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집게가 올라오던 중에 미끄러졌다. 아뿔싸 하는 감정이 드는 순간, 미끄러진 집게가 등껍질과 몸통 사이에 걸렸다.
‘나이스 캐치!’
그 모습을 본 4명의 얼굴도 순식간에 환해졌다.
“걸렸다!”
집게는 꼬북이의 등껍질에 걸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결과는 대망의 성공!
“우와아아아아!”
“뽑았다!”
“으하하하하하!”
“아싸!”
4명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에 끝나지 않고 정훈은 히딩크 감독의 세리머니까지 했다.
다행히 인형 뽑기 건물의 방음이 잘되어서 고성방가로 신고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훈은 뿌듯하게 꼬북이 인형을 꺼냈다. 피부가 시퍼런 놈이 아주 귀엽게 생겼다. 마음에 든다. 그는 흔쾌히 최수정 작가에게 인형을 건넸다.
“저, 가져도 돼요?”
그녀는 순식간에 밝아진 표정으로 해맑게 인형을 건네받았다. 해맑은 표정이 마치 어린이날에 바비 인형을 선물받은 어린아이 같았다.
드르륵.
갑자기 가만히 있던 집게가 내려갔다가 허공을 헤집고 다시 올라왔다.
“뭐야?”
“아, 기회 한 번 더 있었는데 시간 초과됐다.”
“이럴 수가!”
수정 작가가 저렇게 해맑게 웃으니 김칠봉 작가는 자신도 한번 인형을 뽑아 그녀에게 주고 싶어졌다.
“저 한 번만 더 할게요!”
그는 지갑에서 지폐 하나를 꺼내 기계에 투입했다.
띵. 띵. 띵. 띵.
기회가 갑자기 쭉쭉 늘어났다.
“뭐야, 이거?”
“설마 칠봉 작가님, 만 원짜리 넣으신 거예요?”
“아, 그랬나 본데?”
그래도 김칠봉 작가는 크게 아쉽지 않았다. 어차피 이렇게 하다 보면 만 원 쓰는 건 순식간이다. 나머지 3명이 쓸 돈까지 자신이 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나눠서 하면 되죠. 스무 번이야 금방 합니다. 제가 먼저 할게요.”
기회가 20이 된 순간, 김칠봉 작가는 레버를 움직였다. 그러나 레버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띵 띵 하는 기계음은 계속해서 울려 댔다.
뽑기 기회는 20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갔다.
원래 도전 기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이건 기회가 전혀 좋지 않았다. 특히나 김칠봉 작가는 더더욱.
그는 헛웃음이 나려고 했다.
“고장 난 건 아니죠?”
나머지 3명은 숫자가 어디까지 올라가나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 화답하듯, 숫자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올라가다가 99에 도달하고 나서야 멈췄다.
그럼에도 띵 띵 소리가 계속 나는 걸 보면 추가 보너스까지 주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숫자를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나오지 않을 뿐.
“설마.”
“아니죠?”
“왜 그러셨어요?”
이 순간 제일 허탈한 건 김칠봉 작가다. 지갑을 확인하니 원래 5만 원짜리 지폐가 한 장 있었는데 그 신사임당의 고운 자태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인형 뽑기 기계와 도킹을 하지 않은 건가 추측되었다. 아니, 확신이 들었다. 오늘 김칠봉 작가는 현금을 쓴 적이 없다.
“아악! 내 5만 원!”
“어쩔 수 없어요. 이거 다 뽑고 갑시다!”
“아싸, 인형 부자 된다!”
“칠봉 작가님, 우리 글 때려치우고 인형 장사나 하죠! 으하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