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어둠의 정령왕을 마주하다
“하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잔나비 우두머리인 시드라던가, 황금 상단의 주인인 체르.
그 밖에도 브락시온과 그의 부인인 티리에나까지.
지금까지 마주한 드루이드들의 강함은 상상 이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수호자의 자리를 맡을 정도면 결코 약하지는 않을 터.
“그러면 이제 시험도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니 다시 네 세상으로 돌아갈 생각인 거냐?”
“예. 돌아가긴 해야죠.”
기뻐하는 진우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웃어 보이는 라타토스크.
아무거나 씹어 삼키는 모습을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참 먹성도 좋은 다람쥐다.
비축할 식량이 늘어난 것에 대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
그러나 라타토스크가 기뻐하는 만큼 진우도 무척이나 기뻤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이번 보상으로 획득한 다량의 신용도와 측정 불가 등급의 어둠살이 꽃.
이 2종류만으로도 만족스러울 테지만 진우가 얻은 것은 이것들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 숲의 주인
└ 고뇌의 숲(모든 능력치+2)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숲을 정복하자 컬렉션처럼 특성에 추가된 고뇌의 숲.
따로 치러야 할 2단계에 있어서 이번 정복은 꽤나 나쁘지 않게 작용할 터.
더군다나 진우는 드루이드라 해도 명색이 농부다.
핑크 인시리움이 서식하는 인내의 숲처럼 고뇌의 숲에도 희귀한 약초가 자라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일단 제가 마저 처리해야 할 일만 마무리 짓고 말이죠.”
“응?”
신성한 세계수의 가지를 통해 오직 진우의 눈에만 보이는 녹음의 무지개.
이왕 정복하는 것에 성공한 곳.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유진이와 도치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요,
진우는 제대로 뽕을 뽑기 위해서라도 클리어와 함께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 *
[십 년 묵은 어둠초(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시간 동안 선택한 능력치+10
※ 혼돈의 선택 : 효과를 통해 상승시킬 수 있는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어둠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는 어둠초입니다. 혼돈 속에서만 싹틔우며 씨앗이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약초이며 재배 방법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어둠의 정령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어둠초가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백 년 묵은 어둠초(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시간 동안 선택한 능력치+15, 온전하게 5회 섭취할 시 선택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0 / 5, 1회 한정)
“역시 예상했던 대로야.”
녹음의 무지개가 향하는 곳에 부와 명예가 있다 했던가?
당장 VIP경매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한 품질과 성능을 지닌 약초들.
허나 대놓고 특산품으로 삼아 수확하는 비로스의 인내의 숲과는 달리 어둠의 정령왕은 약초들에 신경도 쓰지 않은 탓일까?
“키시시시(맛있다, 맛있어!)”
“네가 요리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면 더 이상은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키, 키시이익!(미, 미안하다!)”
잡식성인 도치에 의해 파헤쳐지는 어둠초.
그 밖에도 도착하기 전 몇몇 몬스터들에게 파헤쳐지는 모습으로 보건대 제대로 된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다.
그러한 탓에 희귀 등급이 대부분인데다가 유니크 등급은 끽해야 군락지에서 1개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적었다. 그래도 이건 그저 약간의 아쉬움일 뿐.
“오히려 좋지.”
등급이 낮다는 점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서 승화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등급 만능주의를 외치겠지만 생산직을 겪어 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터다.
등급이 낮다는 것은 곧 수확의 난이도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터.
한 마디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나만의 독점 상품이 늘어나는 걸 누가 싫어하겠어?”
게다가 어둠초의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도 진우가 경매장에 출품하는 핑크 인시리움들이 괜히 많은 인기를 구가하겠는가?
등급도, 성능이 좋은 점도 있기야 하지만 헌터 세상은 넓은 법이라고.
어떻게 보면 효과면으로는 핑크 인시리움을 뛰어넘는 전설의 영약들도 거의 해마다 한 번씩은 나오는 편이다.
그럼에도 핑크 인시리움을 전 세계의 강대국들이 원하는 이유?
그건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여태까지 지구상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최초의 약초들.
하물며 진우가 직접 수확도 할 수 있으니 공급이 꾸준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대량으로 공급이 가능해질 어둠초의 존재는.
특히나 ‘혼돈의 선택’의 옵션을 통해 올리고 싶은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할 터.
뭐, 그렇다고는 해도 어둠의 정령왕이 수호자로 존재하는 숲인 탓일까?
재배를 하는 데 있어서 어둠의 정령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긴 해도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었다.
“어둠의 정령이야 불러내면 그만이니까.”
※ 어둠의 정령을 부르는 꽃 : 하급 혹은 중급에 속하는 어둠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마나의 소모량이 거의 없습니다.
※ 강인한 어둠의 정령을 부르는 꽃 : 상급 이상의 어둠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보통의 어둠의 정령들은 같은 종족 외에는 적대적이나 정령왕 탈레이만의 인정을 받은 당신에게는 다소 우호적입니다. 다만, 소환 및 유지를 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마나를 요구합니다.
한 송이 꽃이긴 해도 나름 유물에 속하는 어둠살이 꽃답게 정령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는 점.
그저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5나 상승하기까지 했으니 진우가 곁에서 떼어 놓을 이유도 없다는 말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진아.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쑥쑥 자라라 해 주면 되는 거지? 맡겨만 줘!”
“역시 우리 공주님이야.”
농부라면 키워서 먹는 것이 기본인 법.
진우의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와 유진이의 ‘태초의 기적’.
이 두 개가 함께 한다면 이번 고뇌의 숲에서는 주어지지 않은 ‘대지의 기억이 깃든 파편’을 상회하는 결과물을 내놓는 데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것이다.
* * *
농사를 지을 때 기본 중의 기본은 작물이 되었든 약초가 되었든 간에 다음에도 심을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조성해 두고 틈틈이 작물이 다시 싹 틔울 수 있게끔 씨앗을 심어 두는 거다.
어둠초의 경우에는 씨앗이 없고 어둠의 정령이 필요하다 했으니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싸아아아-
어둠살이 꽃을 쥐고 사용을 하자 서서히 장막이 퍼지듯.
퍼져 나가는 어두운 기운.
그러나 ‘어둠’이라고 해서 나쁘게만 보는 건 편견이다.
흑마법을 다루던 연금 협회의 리치처럼 기분 나쁜 끈적하면서도 사이한 기운이 아닌.
‘순수한 어둠’ 그대로의 기운을 품고 있는 어둠의 정령들.
하지만 모든 정령이 으레 그러하듯.
인간을 향한 감정은 딱히 좋지 않나 보다.
–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소환하느냐?
– 이 몸이 누군 줄 알고!!!
– 어? 셰이드 선배님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 그러는 스토르. 넌 왜 여기 있는 거냐?
– 그, 그것보다 인간 따위가 부른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 크흠? 근데 선배님들. 이 인간 보통 인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드루이드인 것 같은데요?
– 잠깐. 그보다도 손에 쥐고 있는 그것은 설마……!
소환되자마자 떡하니 불만을 표출하는 각각의 어둠 정령들.
그러나 진우가 누구던가?
4대 속성의 정령들과 함께하며 녀석들의 까칠함을 몸소 겪어 본, 지구 최초의 4대 속성 계약자이지 않던가?
어둠의 정령들의 태도도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
더군다나 처음으로 만나는 속성의 정령들을 하급뿐 아니라 중급, 상급까지 함께 마주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이전의 경험을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주 좋군.”
입에 절로 미소가 어릴 정도로 달달한 신용도 알림음의 폭탄.
물론 예전과는 달리 이 정도 수치의 신용도는 꽤 자주 얻을 수 있었으나
14에 달하는 신용도를 거의 공짜로,
단순히 마주하는 것만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쉽겠는가?
하물며 고뇌의 숲을 최단 시간에 클리어함으로써 얻게 된 측정 불가 등급의 어둠살이 꽃.
이것이 불러낼 수 있는 영역에는 ‘상급 이상’의 정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마나만 충분하다면 그 이상인 정령왕도 불러낼 수 있다는 뜻.
– 다들 조용히 해라. 시끄럽다.
– 허, 허어억! 타, 탈레이만 님!
– 자, 작은 어둠이 태초의 어둠을 뵙습니다.
– 그래. 거기 인간. 마나를 펑펑 써가면서까지 굳이 나까지 불러낸 이유는 있겠지?
“……물론이죠.”
다만 그래도 명색이 ‘정령왕’이라는 걸까?
그래도 꽤나 상승시켰다고 생각했던 마나 통이 쭉쭉 빠져나갈 정도로 정령왕은 막대한 유지력을 자랑했다.
끽 해야 10초 정도 유지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엄청난 소모량.
그럼에도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정령왕 탈레이만을 소환한 이유? 그야 뻔한 것 아닌가.
상급 정령이야 이미 피터 자이스의 노아단을 통해 겪어 봤지만, 정령왕은 직접 마주하지 못했기에 힘의 그릇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호기심은 단박에 해결됐다.
‘이게 정령왕?’
모든 정령의 끝판‘왕’답게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이러한 정령왕을 10초라도 소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헌터 세계에서는 엘프와 드워프와는 다른 의미로 비대칭 전력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말씀드리려 인사차 불러 보았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태초의 어둠이여.”
– 역시 생각했던 대로 특이한 인간이로군. 그리고 존경은 필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짐에게서 탄생한 어둠의 정령들만의 권한일 뿐. 앞으로의 행보를 재밌게 지켜보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스르르 사라지는 탈레이만이었다.
– 태초의 어둠을 부를 수 있는 어둠살이 꽃을 지닌 인간이라니…….
–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인간!
그리고 까칠했던 태도를 벗어던지고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며 어둠의 정령들은 얌전해졌다.
하급과 중급은 당연하고, 상급까지.
나쁘게 말하면 자존심이 없는 거고, 좋게 말하면 적응이 참 빠르다고 할 수 있을 터.
그도 그럴 것이 회사로 치면 회장님, 총수가 인정한 인간이라는데 누가 감히 대들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진우의 진정한 목적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어둠의 정령왕을 마주하다’]지금까지 하급과 중급.
그리고 상급까지 속성별로 만나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떠올랐던 업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 무려 ‘정령왕’을 마주했다는 업적.
새삼스럽지만 정령들의 최고봉인 정령왕답게 얻게 되는 신용도의 수치도 클래스가 달랐으니,
[신용도가 30 상승합니다.]“후후후, 바로 이거지!”
달달함을 넘어서 이가 썩을 정도로 넘쳐 나는 신용도의 증가량.
누가 뭐라 해도 정령왕의 클래스는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