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37)
137 저주 되돌리기
우리 왕의 아이를 누가 죽이려 했다.
누가 우리 왕의 아이를 공격했느냐.
누가… 누가… 우리 왕의 아이를… 누가 우리를 저주했는가… 감히 누가… 누가… 누가….
우리는 왕의 바람이 만들어낸 존재.
왕의 뜻이다.
우리 왕의 아이를 지키는 왕의 사랑이다.
한데 누가 우리를 저주해 왕의 아이를 해쳤는가.
누가 우리 왕의 뜻을 거역했는가.
… 감히… 인간 주제에…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죽여라… 우리 왕의 아이를 죽이려 한 자… 우리를 저주한 자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우리는 저주의 흔적을 더듬어 되돌아갔다.
이 세상은 정령의 것이다.
어디에나 정령이 있다.
정령은 우리에게 저주의 흔적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 길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왕의 뜻을 잇는 자임을 알고 기꺼이 안내한다.
[… 여기에….] [… 여기에.. 여기에… 그 저주는 여기에….] [여기에….] [… 저주는… 여기에….] [여기에….]바람결, 정령의 목소리가 흐른다.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정령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저주한 인간에 정령 모두가 미움을 가졌다.
죽여… 죽여… 우리 왕을… 우리 왕의 종자를 저주한 인간을 죽여라….
우리는 정령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을 달렸다.
*
에블린의 신경질은 밤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길다.
평소에도 조용한 사용인들의 소리가 더욱 줄어들고 복도는 한산했다.
다뷔토는 영지가 없는 궁정백작이다.
왕도의 저택이 본가로, 왕국 각지에 몇 개의 별저를 가지고 있었다.
이곳이 본거지이기 때문에 거주하는 마도구사는 많지만 마도구사 대부분은 연구실이 집중되어 있는 몇 개의 별택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식사와 연구가 모두 별택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다닐과 에블린이 사는 본택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빈집처럼 조용하다.
식당에 도착하자 요리는 이미 식어 있었다.
식사 시간을 지키지 않은 다닐과 에블린의 탓이다.
시간을 조정하면 요리장과 시종들이 거기에 맞출 텐데, 간다 간다 하고 요리가 식을 때까지 식당에 오지 않았다.
에블린의 짜증이 그치기를 기다린 거지만 그녀는 아직도 물건을 집어던진다고 들었다.
그녀에게 가서 달래는 것도 귀찮아, 결국 다닐은 혼자 식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국물이 있는 요리는 한 숟갈만 입에 댄 뒤 건너뛰었다.
너무 차가워져 혀끝에 둔한 기름 맛이 남았다.
포도주로 씻으려 했지만 혓바닥에 막을 씌운 것처럼 겉돈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지금 새로운 걸 준비하겠습니다.”
다닐의 표정을 보고 당황한 시종이 그릇을 치우려고 했지만 손으로 멈춘다.
이미 다시 먹을 마음은 사라졌다.
“됐다, 그대로 놔둬. 나중에 에블린이… 아내가 올 때만 다시 내주게.”
에블린은 식사에도 까다롭다.
조금이라도 평소보다 식거나 뜨거우면 난리가 난다.
그녀가 한 번 신경질을 부리면 최소 한 시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귀찮다.
시종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에블린이 나올 때는 특별히 주의하고 있었다.
이 가문의 당주는 다닐이지만,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에블린이다.
“죄송합니다.”
시종은 감사한 표정으로 고개 숙였지만, 마음속은 아마 불평과 불만족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겠지.’
언제든 좋은 자리가 나오면 다른 가문으로 가고 싶어 한다.
이 저택의 사용인은 숫자가 적고 일은 고되다.
거기에 급여까지 적은 다뷔토 가문은 사용인들의 기피 대상 일 순위였다.
실제로 능력이 조금이라도 뛰어난 사람은 들어왔다가도 하나씩 빠지고, 초보자도 여기에서 일을 배운 뒤 다른 곳으로 간다.
귀족 가문의 하인은 소개장이 기본이지만, 다뷔토 가문의 사용인이라고 하면 그 가문에서 일하는 사용인의 보장만으로도 들어가는 일이 상당수 있다.
상위 가문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하급 귀족 가문에서 숙련된 하인은 언제나 수가 모자라니까.
요리장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마저도 전 당주가 죽은 뒤로는 에블린의 불평이 심해져 언제 떠날까 마음 졸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지금쯤 그 남자… 클라우스는 죽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입가가 올라갔을 때였다.
어딘가 먼 곳에서 희미한 비명소리가 울린 것 같다.
“….”
귀를 기울였지만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하긴 이 저택에 비명이 울릴 이유가 없다.
다뷔토 저택 담장에는 침입자를 막는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다.
마도구에는 마법사의 힘이 필요하지만, 그건 마도구사 중에서 마법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맡고 있고, 부족분은 일정 기간마다 마법사를 고용해 채운다.
상당한 높이까지 마도구로 막혀 있기 때문에 새가 아닌 이상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담장 쪽으로는 들어올 수 없었다.
정문과 후문은 경비병이 24시간 지키고 있으니 안전하다.
저택을 지키는 자들은 실력 좋은 용병단에서 불러왔고, 보수를 많이 받는 대신 실력은 확실하다.
‘그러니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다닐은 식기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왠지 마음이 불안하다.
식사를 계속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닐이 한 발 내디뎠을 때였다.
비명소리가 다시 울렸다.
소리는 멀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건물 안은 아니다.
바깥인 것 같다.
“무슨 일이야.”
불길함에 가슴이 뛰었다.
문득 마녀의 말이 떠오른다.
[이것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주 무늬에서 오래 벗어나 있거나 같은 조각이 여러 개 모이면 풀려날 수 있어요. 그러면 저주는 시술자에게 되돌아옵니다.]설마….
다닐은 창가로 달려갔다.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저주가 돌아왔을 리가.’
그 철조각은 먼 옛날 천재 마도구사가 겨우 찾아낸, 혹은 만든 물건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특별한 물건이 이 세상에 더 있을 리 없다.
그래, 그렇다.
만일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더 있다면….’
만나고 싶다.
이 눈으로 그걸 보고 싶어.
다닐은 덧창을 활짝 열었다.
귀를 막는 벽이 없어지자 비명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한둘이 아니다.
수많은 비명이 연이어 밤하늘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멀리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고 뭔가가 빛난다.
비명은 그것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검은 은빛.”
다닐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어둠에 숨은 듯한 검은 은빛 무리가 다가오고 있다.
빠르다.
몇 번 눈을 깜박이자, 점처럼 작았던 그것들은 어느새 성큼 저택 주변으로 다가와 있었다.
거대한 창과 거대한 몸집의 갑옷기사들이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사람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하늘로 솟은 거대한 창에 사람의 몸이 매달려 있다.
창으로 사람을 뚫은 채 그대로 달린 것 같다.
“맙소사.”
저들은 상자의 철조각과 같은 것이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심장이 느낀다.
이들이야말로 그 조각의 본체, 원형이라고 알았다.
“살아 움직이고 있어.”
다닐은 황홀하게 중얼거렸다.
아름답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들은 존재 그 자체가 아름다운….
문득 갑옷기사들의 투구가 일제히 움직였다.
허공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시선이 다닐에게 쏟아졌다.
깊은 어둠 같은 그들의 투구 속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나온 것 같다.
“증오…?”
다닐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음성으로 들리는 것도 아닌데 그들의 증오가 머릿속에 울린다.
…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단 한 마디만 계속 되풀이되는 것 같다.
심한 증오가 다닐 몸 하나에 쏟아졌다.
캄캄한 그들의 시선이 갑자기 두려워져, 다닐은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창가에서 멀어지자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고 싶은 마음에 아주 조금 안타까워졌지만 안심했다.
그들의 검은 시선을 떠올리고, 문득, 다닐은 그제야 다른 곳에 생각이 미쳤다.
왜 그들이 여기에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을지.
어째서 그들의 창에 사람 몸뚱이가 매달려 있는지.
잠시 그 아름다운 물건에 마음이 가 원인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맙소사.’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저택 전체가 흔들렸다.
다닐은 깜짝 놀라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창이 있던 벽이 사라지면서 그가 서 있던 자리도 함께 무너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다닐 역시 같은 신세가 되었을 거다.
‘도, 도망쳐야 해.’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이미 몸을 돌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있던 시종과 사용인은 이미 도망친 것 같다.
실내에는 그 혼자만 남아있었다.
복도로 뛰쳐나가자,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 그림자가 드물던 복도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모두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뛰고 있다.
“다닐! 이게 무슨 일이야!”
찢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에블린이다.
에블린이 다닐을 향해 곧바로 달려왔다.
다른 때라면 그녀의 상대가 우선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다닐은 매달리듯 팔을 잡아오는 에블린을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등 뒤에서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 비명은 거기에 묻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블린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다면 분명 계속될 에블린의 음성이 돌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 있었다.
죽었을까.
모두 죽었을까.
등 뒤 저택의 모습은 어떨지 돌아보고 싶지만 다닐은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럴 시간이 없다.
둔중한 말발굽 소리가 바로 뒤통수 뒤에서 울렸다.
소리에 쫓기는 것처럼 달린다.
말발굽 소리는 일정하게 계속 그를 쫓아왔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마치 그의 속도에 맞추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야.
뭐야.
어쩌면 이건 단지 소리만이 아닐까.
소리만 그를 쫓아오는 걸지도 모른다.
저주 마도구 중에는 그런 것이 있다고 들었다.
실체는 없는데 무서운 환상을 보여주고 계속 두려움만을 일으키는 거다.
그래서 사람을 피 말려 죽이는.
‘그런 건지도 몰라.’
마녀의 말대로라면 이건 저주 되돌리기다.
저주라는 것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거나 환각을 이용하는 일이 많다.
가능성은 있었다.
다닐의 속도는 한없이 느려졌지만, 쫓아오는 말발굽 소리는 여전히 뒤통수 바로 뒤에 붙어 있다.
역시 이건 거짓일까.
소리만 들리는 환상인가.
다닐의 걸음이 느려졌다.
뒤쫓아오는 말발굽 소리도 함께 느려진다.
‘역시… 이건 단순한 환상인지도.’
어차피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은 뛸 수 없다.
다닐은 걸음을 멈추고 두려워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
거대한 몸집의 갑옷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투구 속 어두운 시선이 그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히이잉.
말이 거칠게 울며 다리를 들어 올렸다.
말발굽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거친 말의 울음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리고, 다음 순간 그는 큰 충격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말이 그를 짓밟는다.
“끄아아아아아아!”
내장이 터진 것 같다.
배가, 팔과 다리가, 몸 전체가 아프다.
하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갑옷기사가 거대한 창을 내밀었다.
“커헉!”
다닐의 왼쪽 몸통이 찔렸다.
창은 그의 몸을 뚫고 뒤로 튀어 나갔다.
분명히 그걸 아는데, 고통은 극심하게 느껴지는데, 여전히 정신은 올바르다.
뭐야, 뭐야, 이건, 분명 이상하다.
하지만 환상 따위가 아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 느끼는 고통과 공포는 분명 현실이었다.
그를 향해 시선을 던지는, 다른 갑옷기사의 창에 꽂힌 시체와 말발굽에 짓밟히는 인간의 몸뚱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두 현실.
아… 다닐은 고통 속에서 작게 숨을 뱉었다.
에블린의 머리다.
머리 아래 목 부분이 지저분하게 찢긴 채 창에 꽂혀 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시야가 바뀌었다.
빙그르르 몸이 돌았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블린처럼 되어 버린다.
하지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몸은 그의 의지를 배반한 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어째서.’
고개만 간신히 움직여 옆을 보자 팔이 없었다.
맙소사.
움직이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숙여본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몸통만 보이지만 어쩐지 알았다.
그의 다리도 없을 것이다.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다닐은 마녀의 경고를 다시 떠올리며 울부짖었다.
“… 그만… 그마안… 제발… 이제 그만 해줘… 제발….”
하지만 갑옷기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증오의 시선을 보내며 계속해서 창과 말발굽으로 그의 몸을 찌르고 밟을 뿐이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몸뚱이가 보였다.
분명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입혀져 있는데, 손가락에 끼고 있는 인장반지는 분명 다뷔토 백작임을 증명하고 있는데, 자신의 몸이 분명한데, 머리가 없이 뜯어져 있었다.
그리고 왜인지 그는 그것을 보고 있다.
문득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분명 있어야 할 몸이 없었다.
아,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다닐은 절망 속에서 울부짖었다.
제발 이제 그만, 그만해줘, 차라리 죽여줘.
“…..”
하지만 입을 벌려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