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11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117화
아드소의 인도를 따라 우리가 수도원 본관을 나오자 바남의 성벽 가까이로 갔다.
그곳에서 조금 작은 후문 너머로 나아가자.
음머어어-.
소가 우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오?”
“저건.”
“네. 여기가 저희 에페소 수도원의 목장입니다.”
음머어어-.
하얗고 검은 무늬의 젖소들이 한가롭게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전생의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 전생에서도 거의 못 본 전원풍경인데 말이지,
유럽이나 강원도에 있을 풍경인데 거기 갈 시간도 돈도 없었으니.
“이곳에서 수도원에서 고용한 목동과 인부분들이 젖소를 관리하고 우유를 짭니다. 그리고 짠 우유를.”
그러며 아드소는 벽돌로 나름 말끔하게 지어진 밀폐된 건물을 보여주었다.
“이곳에서 치즈, 그리고 버터로 가공합니다. 이후 옮겨서 수도원의 저장고에 저장하죠.”
‘흐음, 그렇군. 목장에서 착유와 바로 치즈로 만드는 것까지 일사천리인가.’
내가 그렇게 시설과, 한창 젖을 짜는 인부들을 살펴보고 있는 와중.
“오호.”
“신기하게 생긴 소가 있다.”
먼저 들판을 향해 달려간 카카와 에이크는 처음 젖소를 보니 꽤나 신기해했다.
“오오! 엄청나게 크다!”
“그래, 젖소가 의외로 크지.”
카카가 저렇게 해맑게 방방 뛰는 모습은 또 오랜만에 보는군.
“어, 엄청나게 크다!”
“뭐야, 에이크 아무리 그래도 젖소가지고 너무 호들갑 아니냐?”
에이크 녀석이 또 저러는 건 처음 보네. 뭐냐, 소녀 감성이라도 생겼냐?
“트, 트롤 보다도 더 크다!”
“게다가, 엄청난 근육이야!”
“……뭐?”
‘뭐지? 뭔가 묘사가 자꾸 그냥 젖소가 아닌 것 같은데?’
“뭐, 뭐뭐 뭐야 저건!”
“저건 소 아니지 않아요?”
세일럼과 프로테나 마저 저런 반응이라니. 나도 궁금해져서 향했다.
쿠웅!
“엇?”
뭔가 지축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건 정말로 트롤의 발소리 급인데?
쿠웅! 쿠웅!
“……뭐시여 저건.”
이건 솔직히 나도 전혀 예상 하지 못한 거라서 얼탱이가 나갔다.
음머어어-!
“……왜 알X스타가 여기 있어.”
내 눈앞에, 키 5m 가까이 되는 거대한 근육질의 젖소가 나타났다.
그것도 두 발로 선. 머리엔 뿔까지 난.
신기하게도 아랫도리는 커다란 가죽과 천으로 만들어진 스커트로 가리고 있었다.
므우우?
우리가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그 ‘알X스타’는 우릴 슬쩍 보더니,
쿵! 쿵!
두 발로 쿵쿵 거리며 지나가서 건초더미에 향했다.
우적, 우적!
그리고 건초더미를 한가롭게 씹기 시작했다.
생겨먹은 건 꼭 사람도 한입에 씹어 먹을 것 같이 생겼는데 말이지.
“생긴 건 사람도 먹게 생겼는데.”
“건초를 먹네요.”
“저건 뭐냐 대체. 사람이냐, 짐승이냐?”
“트롤이냐? 트롤이 젖소랑 해서 나온 뭐 그런 거냐?”
찌릿!
에이크의 실없는 말에 그 ‘알X스타’는 순간 찌릿하고 그를 노려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건초만 으적거렸다.
“흐음?”
그 반응을 보니, 에이크의 말을 알아들은 것 같다.
‘이 녀석, 지성체인가?’
“아드소, 저 녀석은 뭐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곁에 있던 아드소에게 물었다.
“아, 저 ‘분’은 ‘스타인’이라는 분이십니다.”
“분……?”
“네. 몬스터지만, 저분은 선지자 에페소 님과 깊은 인연을 가진 분이기에 저희도 지성체이자, 어르신이자, 그리고 성물로서 대우해드리고 있습니다.”
“어째 그 세 개의 대우가 좀 모순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상하군. 나는 분명 이런 딴죽 역할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사실 저희가 키우는 소는 150마리 전후입니다. 그리 적은 수는 아니지만, 저희 수도원에서 쓸 최소량을 채우는 게 고작이죠.”
“흐음.”
하긴, 전생의 세상에서 한 농장당 200, 300마리 있는 건 기본이었으니까. 역시 중세라 한계가 있나 보군.
“하지만, 나머지 부족한 분을 저분이 충당하고 있죠.”
“으음?”
충당? 충당? 어, 설마…….
“혹시, 저 녀석도, 그…….”
“예, 젖 나옵니다.”
안 나온다며! 짜도 안 나온다며! 날 속였어 알X스타!
“라고 할까, 사실은 스타인 저분이 모든 젖소들의 유량을 조절합니다.”
“흐음?”
“뭐어, 정확한 종은 모르겠습니다만 소의 생태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젖소들의 몸 상태와 필요에 따라서 젖을 얼마나 낼지, 어떤 특성의 젖을 낼지를 조정한다고 합니다.”
뭐야 그거 좀 쩌는데?
“그걸 우리가 요청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해서 하시는 편인지라 말이죠…… 보통은 참 잘해주시긴 합니다만, 가끔은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을 내리시곤 해서 저희도 곤란한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성물이니 저희도 강제로 어쩔 수도 없고요.”
“흐음.”
그렇군, 소통의 부재란 말인가.
“최근에는 젖소들의 젖을 짜는 양을 극히 줄이기 시작해서 말입니다. 저희도 다소 곤란해하던 참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나는 아드소를 지나치며 그 ‘스타인’이라고 하는 거대한 소? 소 인간? 이라는 녀석에게 다가섰다.
“우웃, 조, 조심하십시오. 얌전하시긴 하지만 그게, 가끔 성질을 부리시면 꽤 위험한 일이 있어서. 며칠 전에도 억지로 젖을 짜던 인부 한 명이…… 그, 죽지는 않았습니다만…….”
뭐 죽느니만 못한 상태가 되었다 뭐 그런 얘기겠지.
“걱정 마라, 난 그렇게 약하지 않다. 그리고…….”
“난 저 녀석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거든.”
“네, 네엣?”
[스킬 : 근심안 하위 스킬, ‘근통역’이 발동됩니다.] [상대의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의사소통을 이해하게 됩니다.]누구나 말을 하면서 생기는 근육의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그 근육의 움직임은, 자신도 모르게 의도를 품은 것이다.
근태창 페이즈2로 더욱 강화된 나의 근심안 스킬은 이젠 인외의 존재의 의도도 언어로 통역이 가능하다!
“거기! 커다란 젖소! 스타인!”
음머어어?
스타인은 나의 말에 우렁차게 울며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식사시간에 미안하다! 하지만, 너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므어어어?
스타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음머 하고 울다 푸르륵 한숨을 쉬었다. 마치 코웃음 치듯.
[근통역 개시]“흥, 멍청한 오크로군. 소에게 말을 다 걸 생각을 하다니.”
“멍청하다니! 멍청해선 근육을 키울 수도 없다! 난 지금 그 어떤 오크보다도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 자부할 수 있지!”
“음머어어?!”
그 순간 스타인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나의 이 근육을 보고도, 내가 멍청하다 말 할 수 있을까!”
[스킬 : 포징 발동] [스타인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나는 뒤로 돌아 등을 보이는 백 더블 바이셉스 자세를 취해 보였다.
“허어, 근육 한번 멋지군. 좋은 육질이야. 이봐, 오크 네놈은 내 말을 알아듣는 건가?”
음머음머음머어!
움머움머 우머어!
“쟤 뭐라는 거니?”
“뭔가 음머 거리고 있긴 하네요. 동물과 의사소통은 전 서툴러서…….”
“마르두크시여, 이 무슨 해괴한 일입니까…….”
모두가 황당하게 보든 말든, 난 스타인이란 녀석과 소통을 계속했다.
“근육을 읽을 수 있는 나의 능력 덕분이지.”
“허허, 에페소 그 녀석과 비슷한 말을 하는군.”
“에페소라?”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녀석이지. 좋은 녀석이었어. 마땅히 이 스타인 호울과 타우르스의 존경을 받을 녀석이었고.”
“허어.”
내가 듣기로 에페소는 마르두크 교단에서 꽤 추앙받는 성자인 거로 알고 있다.
그게 벌써 300년은 더 전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 녀석 나이가 300살은 더 먹은 녀석이란 말인가?
‘거 먹으면 잡내가 겁나 날 것 같은 육질이겠는데.’
“방금 엄청나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 것 같구나, 오크여.”
“윽.”
이런, 저 녀석도 나름 근육의 기색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신기한 일이로군. 인간의 터전, 특히 이 마르두크의 사람의 영역에 오크가 들어오다니. 마지막으로 본 게, 30년 전이었나, 20년 전이었나.”
할아버지 같은 소리를 하더니 녀석은 여물을 우적우적 씹었다.
“그래서, 오크여. 내게 무슨 볼일이더냐?”
“너희들의 젖이 필요하다.”
“…….”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는 너희의 젖으로 근육을 만드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많은 젖이 필요하다.”
“…….”
그 말을 듣자마자 스타인은 우적우적 여물을 씹던 입을 멈추었다.
“……지금, 네놈은 우리가 만드는 젖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거냐?”
“내가 바라는 양을 만들려면 말이다. 양은 둘째 치고, 젖의 단백질 함량이 더 높아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단백질 함량이 전생의 세계의 우유보다 거의 3, 4배는 높지만.
내가 원하는 정도의 양을 만들기 위해선 양을 크게 늘릴 수 없다면 단백질 함량을 높여야 한다.
“허, 이 작은 오크 놈이.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나 알고 있느냐?”
쿠구구구!
자리에 앉아있던 스타인이 몸을 일으켜 내게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 에페소 이후로 그 누구의 명도 듣지 않는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인간들에게 주는 젖은 에페소와의 계약에 따른 거지만, 그 이상의 것은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잔 말이다.”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음무어어어-!!
“허억!”
“꺄악!”
“우씨, 그 소 목청 한번 겁나 크네.”
“시끄러!”
“크, 큰일 났습니다! 스타인님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아드소는 새파랗게 질리며 말했지만,
“아 그래?”
“로헨은 좋아하겠는데.”
“이걸 바란 거 아니겠어?”
“괘, 괜찮은 거겠죠?”
그나마 프로테나가 다소 정상적으로 걱정을, 나머지 일행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저, 저기 여러분?”
아드소는 그런 일행의 반응에 어쩔 줄 몰라 할 뿐이었다.
‘허허, 이런 말을 듣는 게 얼마 만인지.’
그동안은 내가 저 대사를 하는 쪽이었지, 듣는 쪽은 아니었다.
그편이 오히려 내 심박을 뛰게 만드는군!
“힘에 꽤 자신이 있나 보군, 젖소.”
“나를 힘으로 눌러버렸던 건 에페소 그 녀석 한 명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도 그 자 뿐이다!”
“명령 아니라, 대화를 하자니까! 대화를!”
“말했지!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불끈!
“듣지 않는다고!”
놈의 승모근과 목빗근이 융기하기 시작했다.
콰악!
놈의 발굽이 땅을 파헤치며 내게 파고들었다.
명백히,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는 모습이었다.
“후우, 나는 분명 대화를 나누려 했다.”
쿠웅!
[스킬 : 근육 조작] [대퇴이두근, 대퇴사두근, 장딴지근, 정강근 최대 출력!] [배면 근육, 승모근, 복근 최대 출력!]나는 두 발을 땅에 박은 뒤,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렇지만 굳이 그렇게 근육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거절하지 않겠다!”
“이 조그만 오크 놈이!!”
두두두두!
“으, 으아악!”
“스타인이 화났다! 모두 피해!!”
“치이면 최소 전신 골절이다!”
다른 농장의 인부들이 허둥지둥 거리며 피했다.
“여러분! 어서 피하셔야-어?”
아드소도 피하려 했지만 로헨의 일행은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듯 봤다.
“로헨이 이기겠지?”
“내기해. 오늘 머신 누가 쓰느냐 걸고.”
“난 로헨이 이긴다고 본다.”
“로, 로헨 트레이너가 이겨요!”
“거봐, 내기가 성립 안 되잖아.”
“어, 여러분……?”
오히려 한가롭게 내기 얘기나 하고 있는 모습에 아드소가 벙 찌던 도중,
콰아아앙!
“허억!”
거대한 질량이 맞부딪치는 소리에 아드소과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꾸구구구국!
으직, 으지지직
“음……무우우우!”
“크우우우웃!”
돌진한 스타인을 받아낸 로헨이 있었다.
비록 지면을 갈아엎고 쭉 밀렸지만, 로헨은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있었다.
스타인의 뿔 달린 머리에 자신의 이마를 들이박은채로 말이다.
“끄오오오오!”
그의 목을 감싼 승모근, 목빗근, 견갑거근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펌핑되어 갈라졌다.
“이, 이 오크 녀석!”
자신의 돌진을 정면으로, 그것도 머리로 들이박아서 멈추다니.
‘이런 경험은…… 에페소 그 녀석 이후로 처음이다!’
“라잇 웨이잇!”
“큭!”
이 오크 녀석도 분명 뿔을 붙잡으려 들 것이다.
자신과 힘을 겨루던 녀석들이 모두 그렇게 해왔으니까.
‘내 자랑인 뿔을 붙잡으려 한 녀석들은 모두 후회하게 되지!’
가장 잡기 쉬운 부위라 모두가 노리고, 그렇기에 대응도 쉽다.
스타인이 로헨이 뿔을 잡는 걸 기다리는 순간-.
콰아악!
“……!”
로헨은 뿔을 잡지 않고, 겨드랑이 사이에 스타인의 목을 끼워 조르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
“크오오오!!”
“허억!”
[척추 기립근 최대출력!]콰아아!
그리고 로헨은, 스타인의 목을 휘어감은 뒤, 들어올렸다.
“베이베-!!”
그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스타인의 거대한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