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하이람의 선언에도, 경호원들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따로 주동자가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만약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있다면, 선택을 했을 것이다.
굽히고 용서를 빌든, 싸워서 안전한 장소를 쟁취하든 말이다.
“3, 2, 1.”
일부러 숫자를 느리게 세기 마련인데.
하이람은 정말 아무런 여지도 주지 않고, 빠르게 수를 헤아렸다.
1이 끝난 순간, 한 경호원이 홧김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우리 쪽도 믿고 있는 게 있었다.
“후웁!”
뒤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곽두팔이 하이람 앞으로 나섰다.
부자라는 이유로 꺼리는 것 같았지만, 사람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곽두팔은 한 손으로 땅을 움켜쥐더니, 무언가 기다란 것을 뽑아내듯 팔을 들며 몸을 일으켰다.
쿠구구!
지면이 조금 낮아지는 감각과 함께,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뽑혀 나왔다.
투두두!
총성과 함께 흙벽이 뒤흔들렸다.
놀라운 것은, 흙으로 이루어진 벽 주제에 총알을 막아 냈다는 것이었다.
비록 금이 가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바리케이드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했다.
[긴급 건축]주변의 자제를 소모해 빠른 속도로 간단한 구조물을 만드는 스킬.
건축가가 기본적으로 지닌 능력 덕분에, 흙으로 만든 구조물이라도 그 단단함은 상당했다.
일회성이라도 총알을 막을 수 있을 정도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니들 미쳤어!”
오승훈이 경호원들에게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며 권총을 꺼내 들었다.
하이람도 양손에 권총을 방출한 뒤, 흙벽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완전히 총격전이었다.
“은혜야! 설아 데리고 뒤로!”
“알았어! 조심해!”
이쪽을 향해 총을 쐈다.
그런데 이쪽에는 어린애, 설아도 있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한 경고 사격이 아닌, 설아를 향한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전부 막혀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설아가 맞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곽두팔 씨! 벽 좀 최대한 많이 만들어 주십쇼!”
“많이는 못 만드는데!”
“그럼 그것만 보강해 주세요!”
저쪽도 예상 못 한 돌발 상황인지, 추가적인 총격이 가해지진 않았지만.
실탄이라는 것과, 공격 의사가 있다는 걸 확인한 만큼, 이쪽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저쪽도 바보가 아닌 만큼, 사람이 나올 수 있는 벽의 측면을 경계하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중앙으로.’
나는 오승훈과 하이람에게 신호를 보냈다.
둘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일단 내 신호를 따라 곽두팔이 선 중앙 쪽으로 모였다.
나는 벽 너머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곽두팔에게 말했다.
“신호하면 벽 내려 주세요. 할 수 있으시죠?”
“으응?”
“하나.”
“자, 잠깐만. 그러면……!”
“둘, 셋!”
곽두팔은 눈을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 흙벽을 아래로 내려 버렸다.
순식간에 바리케이드가 사라짐과 동시에, 시야가 탁 트였다.
예상대로 세 명, 두 명으로 나눠서 측면을 조준하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경호원들이 총구를 돌리는 그 짧은 틈.
그 틈이 승부처였다.
후욱!
땅을 박차고 앞으로 뛰자, 바람이 얼굴에 부딪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경호원들 앞에 접근한 나는, 그 사이로 섞여들었다.
총을 든 사람 다수를 상대할 때는 이런 식으로 사이로 파고드는 게 우선이다.
이렇게 되면 자칫 아군을 쏠 수 있기에, 함부로 사격할 수 없게 된다.
피아 식별을 못 하는 머저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뭔 사람이 이렇게……!”
‘빨라.’라고 말하려는 놈의 턱을 손바닥으로 올려 쳤다.
퍽!
졸지에 입을 닫게 된 경호원은 턱을 정통으로 맞고, 살짝 몸이 위로 떴다.
아마 이빨 몇 개 부러지고 기절했을 것이다.
그 뒤에 있던 놈이 겁도 없이 총구를 이쪽으로 돌렸다.
팀킬도 감수하겠다는 걸까.
제일 위험한 놈이다.
캉!
나는 이쪽을 향하는 총구에 창을 박아 넣었다.
타점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튕겨 나가는 것에서 그치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확히 찌르면, 총구를 찔러 잘라 버릴 수도 있었다.
“큭!”
소총을 잃어버린 경호원은 곧바로 허리춤에서 권총을 찾았지만.
그 잠깐의 시간은, 제압하기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시간이었다.
그대로 창대를 돌려, 창 자루로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뻐억!
꽤 힘이 들어갔는지, 몸이 옆으로 돌아가며 쓰러졌다.
한 놈은 내가 다른 둘을 제압하는 틈을 타, 내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려고 다가왔다.
물론 총구를 머리에 대고 있으면 놓칠 일이 적어지긴 하겠지만.
상대는 내 속도를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
퍽!
몰래 접근한 상대의 명치를 손바닥으로 밀어 때렸다.
명치를 맞은 놈은 균형을 잃고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기절했다.
남은 둘은 기어코 내 머리로 총구를 겨눴다.
“무기 내려!”
순식간에 셋을 제압하는 걸 본 걸까.
둘은 화를 내다시피 소리치며, 나를 협박했다.
그러나, 그 둘의 관자놀이에도 각각 총구가 겨눠졌다.
“니들이나 내려.”
오승훈과 하이람이 둘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고 있었다.
* * *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총격이 벌어진 교전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사망자는 없었다.
경호원들은 둘 빼고 전부 다치긴 했지만 말이다.
힘 조절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셌던 모양이다.
“저, 정말 살려 주시는 겁니까?”
“가라고 할 때 가는 게 좋을 텐데.”
벙커는 탈환했다.
하이람은 의외로 경호원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나도 애 보는 앞에서 사람 죽이긴 뭐해서 제압하는 데 그치긴 했지만.
하이람의 성격이라면 전부 다 죽여 버릴 줄 알았다.
‘아니지. 그때의 하이람이 아니니까.’
나는 자주 회귀 전, 즉 미래의 성격과 지금의 성격을 헷갈리곤 한다.
그때의 하이람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지만.
지금의 하이람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만큼 손 속도 잔인하지 않을 거다.
“무기는 알아서 구해서 쓰든지 하고, 이 근처에 알짱거리면, 그땐 진짜 총 맞는다.”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그, 정말 염치없는 말인 건 알지만, 혹시 벙커에.”
“……살려 준 게 후회되려고 하니까 꺼져.”
“넵.”
하이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긴 아는지, 경호원들은 떠났다.
가만히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하이람이 충고하듯 말했다.
“지하철로 가 봐.”
그 말을 들었던 걸까, 경호원들은 잠시 지하철 방향을 확인하더니, 그쪽으로 떠났다.
나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이람을 봤다.
지하철에 하늘살이가 있는 걸 생각하면.
“다 죽으라고요?”
“내 머리에 총 쏜 놈을 살려 두는 주의는 아니라.”
하이람도 의도한 것 같았다.
사냥꾼도 아닌 저들이 하늘살이를 눈치챌 확률은 적었다.
아마 지하철에 들어가려 한다면, 입구에서 잡아먹히겠지.
“왜. 너무 잔인한 것 같아?”
“아니요. 잘하셨습니다.”
잔인할지도 모르나, 적어도 나는 하이람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다.
적은 살려 둬 봤자 적이고, 나중에도 눈엣가시처럼 밟힌다.
성수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의외네.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
“저 무서운 사람입니다.”
“……네가?”
하이람은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보더니, 픽 웃었다.
아무래도 그런 모습은 잘 상상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으래. 그렇다고 치자.”
“진짠데요.”
“어쨌든, 이제 어떡할 거야?”
“뭘 어떻게 합니까?”
“그 계획이라는 거.”
“글쎄요. 지금은 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내 계획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물자가 널려 있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날 것이다.
“안전한 장소는 확보했으니, 다음으로 필요한 건 사람이에요.”
“인력이 부족하긴 하지. 인력을 끌어모은 다음은?”
“주변을 확실히 클리어하고, 안전지대를 확보합니다.”
“주거 공간은 필요하니까.”
“주거 공간뿐만이 아닙니다. 아예 소규모 공동체를 만든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렇게까지 길게 갈까? 금방 해결될 수도 있는데, 너무 멀리 보는 거 아니려나.”
* * *
설아는 긴장한 채 벽에 섰다.
벽에는 자의 눈금처럼 짧은 선이 다섯 개 그어져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설아는 최대한 몸을 바르게 폈다.
유은혜가 유성펜을 들고 설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설아.”
“네.”
“발.”
“히잉.”
몰래 까치발을 들고 있던 설아는 풀이 죽어 뒤꿈치를 내렸다.
피식 웃은 유은혜는 설아의 머리 위로 자를 올렸다.
그리고 자를 따라 벽에 슥슥 선을 그었다.
“됐다.”
“얍.”
설아는 벽에서 떨어졌다.
선은 저번보다 살짝 위에 있었다.
유은혜는 그 간격을 재 보며 말했다.
“조금 컸네.”
“정말요?”
“정말이죠.”
비록 1cm도 되지 않은 간격이었지만, 단순히 컸다는 사실만으로 설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유은혜는 설아의 키를 기록한 선을 보다가, 새삼스럽게 시간이 지났다는 걸 실감했다.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
6개월.
대한민국의 던전화가 발생하고, 벌써 반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어떻게 되나 했는데, 다행히 생활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유은혜는 창문 바깥을 살폈다.
‘서준이 말대로 될 줄은 몰랐는데.’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성북은 6개월 만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와, 소복이 눈이 쌓였다.
높은 벽이 성북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임시로 천막을 세워 놓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없던 건물도 세워져, 성북으로 들어온 사람도 수용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는 언제 와요?”
“으음. 오늘도 늦지 않을까요?”
“흐잉.”
이서준은 자신이 했던 말 그대로, 빠르게 성북을 클리어했다.
이후에는 하이테크에 있던 사람들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사냥꾼과 비전투 직업들의 사람들, 평범한 일반인을 비롯한 인력이 모였다.
그에 따라, 성북에는 작은 사회가 구성됐다.
‘서준이도 참 다재다능하네.’
원래부터 머리가 좋긴 했지만, 공부를 안 해서 몰랐다.
이서준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여, 결국 성북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아져, 대부분 공적인 일은 하정수와 하이람이 도맡고 있었다.
이서준은 주로 사냥꾼들과 팀을 이뤄 바깥에 나가 수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들 무사하다는 것도 확인됐고.’
고희연과 강대호의 소식도 전해 들었다.
고희연은 성북처럼 안전지대가 형성된 고려검가에서 수색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최근에야 다른 안전지대와 교류가 시작됐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강대호는 안전지대에 있는 대신, 괴물을 때려잡으며 사람을 안전지대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다 좋은데.’
이서준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일하고 있었다.
직접 발로 뛰며 성북이라는 안전지대를 구축한 것에서 그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유은혜는 이서준이 에르제베트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르제베트 씨는,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까.’
이서준은 에르제베트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고양이를 통해 연락할 거라 생각했지만.
캐시는 6개월간 한 번도 사람 말을 하지 않았다.
유은혜는 폭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초반에는 정찰조에 편성되어 활약하기도 했지만.
유은혜는 이서준처럼 다재다능하지도, 하이람처럼 유능하지도 못했다.
이서준이 느끼던 것처럼, 유은혜는 조금이지만 열등감도 느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서준을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게 항상 아쉬웠다.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도중.
[대화를 요청합니다.]또 다른 유은혜가, 처음으로 양도가 아닌 대화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