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347
1347회. 경은 엑시티움이 퍼지는 걸 경계하지 않았나?
페로무로스 북부.
강철 군단.
제국군 정보부.
강철 군단에 설치된 제국군 정보부가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미노스에 심어 둔 정보부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마법 통신문 때문이다.
“엘리오 라고아 백작 샬레(남부의 산장) 떠남.”
“엘리오 라고아 백작 미노스 역마차 협회 방문.”
“엘리오 라고아 백작 페로무로스 북부행 역마차표 구매 확인.”
“엘리오 라고아 백작 역마차 탑승. 역마차 페로무로스 북부역 오후 2시 도착 예정.”
‘라고아 백작이 마차에 탑승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마자 칼 바무트 백작은 리사 코르도 자작을 불러들였다.
“라고아 백작이 결국 사고를 칠 모양이다.”
“사고요?”
“조금 전 그가 페로무로스 북부행 역마차에 탔다는 마법 통신문이 들어왔다.”
“헉! 페로무로스의 함락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선봉인 강철 군단을 건드린다고요? 제정신이 아니군요. 총사령관인 황태자 전하께 알려야 합니다!”
“그 일을 경이 해 줘야겠다. 황태자 전하께 즉시 보고해라. 나는 스타우런 후작님과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리사 코르도 자작은 급히 정보부를 떠났다.
***
페로무로스 북서부.
원정군 총사령부.
리사 코르도 자작의 보고에 총사령관인 황태자 루이스 프레이저 3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동안 조용하기에 라고아 백작과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끝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송구하오나 강철 군단 참모들이 수차례 찾아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라고아 백작이 원하는 게 뭐기에?”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그가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은 한번 한 말을 번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무슨 말을 했기에?”
“처음 그가 스타우런 후작과 만났을 때, 자신을 건드리면 먼저 간 아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순간 황태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철 군단 군단장인 테오 스타우런 후작이 자신의 최측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을 죽인다고 협박한 것은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가 노리는 게 바탈리온 부대냐? 아니면 스타우런 후작이냐?”
“송구하오나…….”
“송구하다는 말은 빼라.”
“아, 예……. 지금으로서는 스타우런 후작인 것으로 사려 되옵니다.”
“이유는?”
“백작이 바탈리온 부대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콜피온 중대는 모두 죽였잖느냐?”
“스콜피언 중대를 죽인 것은 그들이……. 음, 음, 백작의 표현에 의하면 중대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탈리온 부대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우런 후작만 노린다?”
“제국군 정보부에서는 그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라고아 백작이 스타우런 후작을 정말 죽일 거라고 생각하나?”
“송구…… 예.”
“스타우런 후작은 나에게 처음으로 검술을 가르쳐 준 사람이다. 그 뒤로 그는 쭈욱 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지. 코르도 자작이라고 했지?”
“예. 전하.”
“너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라고아 백작에게 자중하라는 말씀을…….”
“쯧! 그게 제국군 정보부의 한계야. 군인들이라 죄다 머리가 굳어 있다니까. 황실 정보부만 해도 다른 말을 했을 텐데. 그만 돌아가라.”
“송……. 예.”
송구하다는 말을 급히 삼킨 리사 코르도 자작은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
그녀가 떠나자 황태자는 원정군 참모장인 레이드 코스탁 후작에게 말했다.
“참모장의 생각은 어떤가?”
“현재 원정군에는 라고아 백작의 행동을 저지할 수단이 없습니다.”
“강철 군단을 동원해도 막지 못할 거라고 보나?”
“지금 상황에서 강철 군단은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지? 강철 군단이 실패할 것 같아서?”
“반반입니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강철 군단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원정군의 작전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겁니다. 당장 페로무로스의 점령이 불가능해질 테고, 남부 왕국군의 반격에 제국령까지 후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꽤나 절망적인 전망이지만 황태자는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 남부 왕국의 강철 골렘을 막으려면 강철 군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스타우런 후작을 대체할 이는 있으나, 강철 군단을 대체할 부대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우런 후작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사람이 아니야. 강철 군단은 몰라도, 경호를 위해 최소한 바탈리온 부대는 움직일 거야. 그렇게 되면 강철 군단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바탈리온 부대가 빠진 강철 군단으로 남부 왕국을 무릎 꿇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남부 왕국을 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강철 군단 외에 다른 수단이 있다는 건가?”
“전하의 제1 집단군에도 총병들로만 구성된 부대가 있지 않습니까?”
“경의 제안으로 창설한 팬텀 부대와 쉐도우 부대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들을 엑시티움으로 무장시키면 해결됩니다. 아니, 오히려 원정군의 공격력이 못해도 두 배는 향상될 겁니다.”
“경은 엑시티움이 퍼지는 걸 경계하지 않았나?”
“지금도 경계합니다. 하지만 제1 집단군은 전하의 손안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
황태자는 바로 답하지 않고 참모장을 지그시 응시했다.
강철 군단은 독립된 부대로 참모장의 입김이 미치지 않았다.
반면 제1 집단군의 경우 자신의 직접적인 지휘하에 있다.
자신이 직접 지휘한다고 하지만 참모장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제1 집단군의 실세가 참모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대신해 지휘관들과 만나는 사람이 참모장이었으니까.
“참모장이 스타우런 후작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어 할 줄은 몰랐군.”
“소드마스터들이 전부 크나우프 대공가의 기사들처럼 삐딱한 것은 아닙니다.”
“푸하하핫! 근래에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재밌는 말이군. 좋아, 팬텀과 쉐도우 부대를 엑시티움으로 무장시키게. 감찰관을 파견해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고.”
황태자는 거절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엘리오 라고아 백작과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바탈리온 부대 같은 특수 부대를 가지고 있는 게 좋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라고아 백작에게도 사람을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순간 황태자의 얼굴이 가볍게 굳었다.
“참모장도 그자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지 않나. 괜히 내 체면만 깎는 일이 될 텐데, 그래도 보내라는 것인가?”
“전하께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훗날 스타우런 후작을 따르던 대귀족들이 전하를 원망할 것입니다.”
“그러니 망신당할 걸 알지만 보내라?”
“황제령에서 스타우런 후작이 지금껏 쌓은 인맥을 생각하십시오. 전하께서 후작을 내쳤다는 소문이 도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 문제는 참모장이 알아서 처리하게.”
참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지라 황태자는 더 반대하지 않았다.
***
페로무로스 북부.
역마차 사무소.
오후 2시경.
역마차에서 내린 엘리오의 앞으로 두 남자가 다가갔다.
페로무로스 북서부에 있는 원정군 사령부에서 출발한 참모들이다.
그중 하나가 정중하게 말했다.
“라고아 백작 각하. 저는 원정군 총사령부의 참모 랜드 게티 백작입니다. 원정군 총사령관이신 루이스 프레이저 3세 전하의 명으로 왔습니다.”
“어이쿠! 언제 거기까지 소식이 전해졌대요? 그래서 할 말은?”
“총사령관님은 강철 군단이 원정군의 선봉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니, 잘잘못은 전쟁이 끝난 뒤 제국 법정에서 따지라 하십니다.”
“나도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군단장님이 암살 부대를 보내서 그건 힘들 것 같네요. 입장 바꿔서 내 뒤통수를 누가 노린다고 생각해 봐요. 잠이 잘 오겠어요? 그러니 총사령관님에게 거절하더라고 전해 주세요.”
“총사령관님은 머지않아 제국의 지배자가 되실 분이십니다. 그런 분의 부탁 하나쯤 들어주면……. 나중에라도 각하께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는 마음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어디 갈 때마다 주변을 탐색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서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주변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합니까?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스타우런 후작의 목숨을 취하는 것쯤은 아무 때라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꼭 그래야겠다면 이 전쟁이 끝난 뒤는 어떻습니까?”
뜻밖의 제안에 엘리오는 랜드 게티 백작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랜드 게티 백작 역시 피하지 않고 상대의 눈을 응시했다.
엘리오는 랜드 게티 백작의 눈에서 그것이 진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놀랍게도 황태자는 최측근인 테오 스타우런 후작을 포기한 것 같았다.
“지금 그 말은 스타우런 후작을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건가요?”
“그보다는, 무엇을 하시든 전쟁이 끝난 뒤에 하시라는 권유 입니다. 굳이 황태자 전하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그를 지금 죽여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거절합니다.”
“왜죠?”
“그건 스타우런 후작에게 바탈리온 부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어디 갈 때마다 주변을 탐색하는 거 지겹습니다. 왜 피해자가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합니까? 다른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안 삽니다.”
“아쉽군요. 라고아 백작 각하의 뜻이 그러시다면 더는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원정군 총사령부 참모 랜드 게티 백작은 묵례를 한 뒤 미련 없이 돌아섰다.
엘리오는 느긋하게 강철 군단의 주둔지로 걸음을 옮겼다.
***
페로무로스 북부.
강철 군단.
제국군 정보부의 크로드 쿠엘로 남작이 강철 군단 사령부로 뛰어들었다.
회의를 이끌던 참모장 커트 바르트너 자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라고아 백작이 도착했나?”
“그렇습니다. 조금 전 원정군 사령부의 랜드 게티 백작님과 만났습니다만, 회유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라고아 백작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젠장! 황태자 전하의 명령까지 무시하겠다는 건가. 이렇게 되면 전면전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군단장님을 만나 보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군단장 테오 스타우런 후작이었다.
“엘리오 라고아가 오고 있다고?”
참모장 커트 바르트너 자작은 군단장에게 다른 비선 조직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군단장과 엘리오 라고아가 격돌하면 최소한 참모들은 휘말려 들 게 분명했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라고아 백작을 죽이는 게 먼저였다.
“예! 방금 원정군 사령부의 랜드 게티 백작과 만났다고 합니다. 랜드 게티 백작이 회유에 실패한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그럼 곧 이리로 들이닥치겠군. 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나! 바탈리온 부대와 포병대에 전투 준비를 명하고, 강철 군단 정문을 봉쇄해! 초병들에게 누구라도 강철 군단에 접근하면 발포하라고 해!”
“통상적인 신원 확인 절차는…… 하지 않습니까?”
“제압이 먼저다. 놈은 그랜드 마스터야. 말을 섞다가 목이 잘릴 게다.”
“알겠습니다.”
회의실을 빠져나간 참모장과 참모들은 각자가 담당한 구역으로 달려갔다.
제국군 정보부의 크로드 쿠엘로 남작도 참모들 틈에 섞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땡땡땡땡―! 땡땡땡땡―! 땡땡땡땡―!
조용하던 강철 군단에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숙소에서 바탈리온 부대원들이 뛰어나오고, 곳곳에 마력포가 방열되었다.
실전으로 다져진 최강의 전투 부대답게 바탈리온 부대와 마력포대가 준비를 마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던 강철 군단은 이내 공동묘지처럼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