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18
117화. 혈교의 방식 (2)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풍진호가 포권을 취한 후 몸을 돌려 객잔을 나섰다.
소살귀는 그런 풍진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박쥐 같은 놈…….’
소살귀는 자신의 이득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풍진호를 신뢰하지 않았다.
단지 필요에 의해서 손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풍진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소살귀가 중얼거렸다.
“어쨌든 청룡학관을 장악하는 데 필요한 자이긴 하니…….”
혈교는 무림 오대학관에 꽤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중 청룡학관에서 선택된 인물은 풍진호였다.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출신이 아니면서, 적당히 높은 위치에 있고, 무엇보다 성정이 탐욕스러운 자.
“언제 죽여 버려도 부담이 없고 말이지.”
피식 웃은 소살귀가 고개를 돌려, 여전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양진을 바라봤다.
“양진.”
소살귀의 부름에 양진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하, 하명하십시오.”
“……아시겠지만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됩니다. 금룡상단은 강서 지역의 돈줄을 쥐고 있는 곳. 본교의 대계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차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금룡장주의 아들인 거상웅 하나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천무제에서 거상웅이 숙소를 벗어나도록 상황을 만들고, 절혼마장을 익힌 혈룡과 마주하도록 한 것까지.
모든 것이 교의 계획이었다.
‘풍진호와 손을 잡은 것도 그때부터였지.’
혈교의 계획대로, 집으로 돌아온 거상웅은 절혼마장에 당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박 중독과 폭식증에 걸리며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졸업 후에 빠르게 가업을 잇도록만 만들면 다 되는 일이었는데…….’
거상웅이 금룡상단의 정식 후계자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룡장주는 알 수 없는 변고로 사망한다.
그 후 금룡상단의 주인이 된 거상웅 앞에, 그에게 절혼마장의 마기를 심은 혈룡이 다시 나타나 그를 공포로 지배할 것이다.
그렇게 금룡상단은 혈교의 것이 된다.
‘이 모든 계획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거늘…….’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 그 계획을 망치려 하고 있었다.
“백수룡. 그자에 대한 정보를 전부 모아 오세요.”
“존명.”
소살귀의 명령에, 객잔 안에 숨어 있던 귀혈대 무사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음?”
그 순간, 소살귀는 천장에서 낯선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구냐!”
그의 손에서 언제 들렸는지 모를 젓가락이 암기처럼 발출되었다.
푸욱!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젓가락을 타고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울음.
찌익…….
“……쥐새끼였나.”
잠시 후, 수하가 가져온 쥐의 사체를 확인한 소살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보군.’
충분히 예민해질 만한 상황이었다.
만약 금룡상단을 차지하는 계획에 문제가 생긴다면, 아무리 그가 귀혈대의 대주라고 해도 본단으로부터 문책을 면치 못할 테니까.
본단에서 떨어질 문책을 상상한 소살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최대한 빠르게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소살귀는 미처 계획을 수정하지 못했다.
바로 그날 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대주님.”
수하 한 명이 객잔 안으로 들어오며 소살귀 앞에 부복했다.
소살귀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하 도박장의 영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저녁.
혹시라도 오가며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주변에서는 함부로 무공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무림맹의 눈과 귀가 어디에 있을지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한시가 급한 보고라…….”
“그건 내가 판단합니다. 말해 보세요.”
만약 시답잖은 보고라면 수하의 입을 찢어 버리겠다고, 소살귀는 다짐했다.
“금룡장주가 쓰러졌다고 합니다.”
“……!!”
“쓰러진 것은 세 시진 전, 외부에 극비로 취급되어 금룡장 내부에 있는 첩자도 방금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왜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생명이 위중할 수도 있는 상태라고……. 금룡장의 간부들이 전원 소집되었다고 합니다.”
소살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금룡장주가 쓰러졌고, 금룡상단의 간부들이 소집되었다.
하지만 거상웅은 아직 금룡상단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소살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오늘 도박장은 문을 닫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귀혈대 전원에게 대기 명령을 내려 두세요.”
“존명!”
* * *
금룡장 안에는 비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련 중에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거상웅이 부술 듯이 장주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버님!”
방 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가솔과 상단의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방의 가장 안쪽에는, 창백한 인상의 금룡장주가 침상에 누워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거상웅이 아버지 곁으로 달려와 안색을 살폈다.
“아, 아버님! 소자가 왔습니다. 아버님이 갑자기 왜…….”
금룡장주의 몸에 침을 놓고 있던 의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근 심적인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기혈이 불안정하고 몸 안의 탁기가 뒤엉켜서 고여 있습니다.”
“금방 깨어나시는 거죠? 그렇죠?”
돈으로는 천하에 못 구할 영약이 없는 금룡상단이었다.
하지만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거상웅도 그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깨어나시는 것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털썩.
충격을 받은 거상웅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그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내가 몇 년이나 속을 썩여서 아버지가……. 크흑…….”
산처럼 거대한 덩치를 지닌 청년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상웅은 금룡장주 옆에 엎드려 꺼이꺼이 울었다.
많은 이들이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
금룡장주 거일산.
천하십대상단인 금룡상단의 주인이자, 남창제일의 거부.
그의 부재 혹은 죽음은 도시의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장주님이 죽으면 상단의 후계자는 누가 되는 거야?’
‘원래대로라면 아들이 해야겠지만…….’
‘거상웅 말이야? 몇 년이나 한량처럼 살아온 녀석이 뭘 할 수 있다고?’
몰래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은 오열하는 거상웅을 지나쳐, 그 뒤편에 있는 중년의 사내를 향했다.
그는 금룡장주 거일산의 하나뿐인 동생 거이산이었다.
‘능력으로만 보면 거이산 대협이 상단주를 맞아야 하지 않나?’
‘아무래도 그렇지…….’
‘장주님이 쓰러지기 전에 후계자를 정해 두신 것도 아니잖아.’
벌써부터 금룡장주의 사후를 두고 수군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그들에게는 금룡장주의 죽음보다 자신들의 사업이 더 중요했다.
‘사업을 지키고 싶으면 줄을 잘 서야 돼.’
‘둘 중 누구한테 붙어야…….’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지켜볼 때, 거이산이 거상웅에게 다가갔다.
“상웅아.”
“수, 숙부님…….”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법이다.”
“예…….”
거상웅이 지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이산은 그런 조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겠지. 일단 상단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내게 맡기고, 너는 한동안 형님 곁을 지켜 드려라.”
“……예, 감사합니다.”
말 몇 마디로 거이산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금룡상단을 운영할 명분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상단의 여러 사람이 보았고, 오래지 않아 소살귀의 귀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빌어먹을……!”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는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맺혔다.
그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는 의미였다.
“하하……. 죽 쒀서 개한테 주게 생겼군요.”
소살귀가 손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2년 동안 공들여 온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금룡장주는 자신의 아들을 금룡상단의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고 쓰러졌다.
그리고 거상웅은 슬픔에 빠져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녀석을 꼭두각시로 만들었으면 상황에 개입이라도 해 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러려면 이곳에 혈룡이 직접 와야 한다.’
거상웅의 몸에 절혼마장의 마기를 심은 혈룡.
그는 지금 천무학관 사 학년이었다.
학생의 신분인 탓에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연락을 한다고 해도, 혈룡이 출발했을 땐 이미 늦는다.
그 전에 거이산이 금룡상단을 장악할 테니까.
‘어쩔 수 없다. 내가 알아서 판단해서 움직이는 수밖에.’
결정을 내린 소살귀가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날이 밝기 전에 거이산을 죽여야겠습니다. 귀혈대 전원, 인시(寅時)까지 도박장으로 모이라고 하세요.”
“존명.”
그것이 소살귀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
* * *
그날 밤.
병문안 손님들이 모두 떠난 금룡장주의 방 안에는, 잠든 금룡장주와 그의 동생 거이산만이 남아 있었다.
“…….”
거이산은 흐릿한 등불 아래에 창백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금룡장주를 바라보았다.
하나뿐인 형님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싸늘했다.
“죄송하지만…….”
거이산은 금룡장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치명적인 사혈을 향해 손을 뻗는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이제 그만 주무시죠.”
사혈을 슬쩍 피해 그 옆을 꾹 누르자, 금룡장주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곧 깨어났다.
“으음……. 흐아암. 잘 잤다.”
눈을 뜬 금룡장주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상웅이는?”
“울다 지쳐 잠들어서 방으로 옮겼습니다.”
“몇백 근이나 되는 녀석을……. 일꾼들이 고생했겠구먼.”
금룡장주는 껄껄 웃었다. 여전히 창백한 안색이었으나, 눈에는 정광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거이산이 감탄하며 말했다.
“장주님. 아까도 느꼈습니다만 귀식대법이 일품이시네요.”
“장사꾼은 죽은 척을 해야 할 일이 종종 있기 마련이지.”
껄껄 웃은 금룡장주가 자신의 동생, 아니 동생으로 변장한 사내를 바라봤다.
“우리 둘만 있으니 자네도 그 인피면구 좀 벗게. 아무래도 좀 찝찝하군.”
“그러죠.”
찌이익.
거이산의 두꺼운 인피면구가 벗겨지고, 그 안에 드러난 것은 백수룡의 조각 같은 얼굴이었다.
“허. 내 동생도 어디 가서 못난 얼굴은 아닌데…….”
금룡장주는 빙긋 웃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 웃음에는 서늘한 살기가 맺혔다.
“……내 아들을 폐인으로 만들어 금룡상단을 빼앗으려 한 놈들이 미끼를 물었나?”
갑자기 금룡장주가 갑자기 쓰러진 것.
전부 백수룡이 금룡장주와 짜고 꾸민 짓이었다.
며칠 전,
-아버님.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백수룡은 숨어 있는 혈교의 첩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금룡장주에게 도움을 청했고, 금룡장주는 흔쾌히 고개를 승낙했다.
은근한 목소리로 백수룡이 말했다.
“곧 놈들이 움직일 겁니다. 거이산으로 변장한 저를 노리겠지요.”
진짜 금룡장주의 진짜 동생인 거이산은 안전을 위해 모처에 숨어 있었다.
그 대신 거이산으로 변장한 백수룡이 그의 처소에 머물 것이다.
이미 합의해 둔 내용이지만, 백수룡은 한 번 더 이야기했다.
“아버님. 오늘 일어날 일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약속대로 전부 제 손에 맡겨 주십시오.”
“물론이네. 어찌 내 아들을 구해 준 은인에게 거짓말을 하겠나.”
금룡장주는 상인답게 은원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백수룡도 그에게는 어느 정도는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더 필요한 것은?”
“입이 무거운 무사들로 제 처소 주변을 포위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다는 듯 금룡장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 좋은 이들로 구해 주지. 그들과 함께 놈들을 칠 생각인가?”
백수룡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아무도 못 나가고 못 들어오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진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