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30)
〈 530화 〉쓸모 있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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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유혹했다는 뻔한 소리는 하지 말자. 니 새끼도 원하는게 있으니까 유혹을 받아들인거 아냐.”
“그게… 그러니까…”
“흐흐흐, 반대쪽 다리도 꺾어줘?”
“아닙니다! 사실은!!”
납치범이 울고 불면서 자신의 사정을 성토했다.
“사실은 복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파멸시킨 그 새끼를!!!”
“복수라고?”
“네…! 복수입니다!!!”
제법 기구한 사연이었다.
그는 제법 성실하게 일을 하던 노동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간 모은 돈으로 집을 사려고 했는데 그만 사기를 당해서 전 재산을 몽땅 다 날려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사기범을 응징하려고 했지만, 애초에 인맥 따위 없는 외지출신의 단순 노동자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단다. 심지어 사기를 친 놈은 도시에서 알아주는 인맥가이인지라 게임이 안 됐다고.
전 재산을 잃고도 복수를 실패한 그는 결국 접근해 온 악마의 사악한 손아귀를 잡고 말았다.
“아니, 씨발럼아. 근데 그게 애새끼랑 무슨 상관인데?”
“저 악마가! 제게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애새끼를 제물로 바치면?”
뭐, 그렇겠지.
복수할 힘을 줄 테니 애새끼를 제물로 바치라고 했을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애새끼, 아니. 아이를 제물로 바치면 힘을 주겠다고 해서…”
“흐흐흐, 그래서 냅다 고아를 납치해서 갖다 바쳤다고? 악마 새끼가 으적으적 씹어 처먹는걸 뻔히 아는데?”
“…”
내 질문에 그가 침묵했다.
“이 씨발! 왜 또 대답 안 해!!!!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으아아아아아악!!!! 아닙니다! 네! 바쳤습니다!”
“왜 바쳤냐?”
“다, 당시에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악마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실장검강을 각성했을 때 깨달은 진리인데, 제아무리 사탕수수밭에서 제국주의자들에게 고문과 착취를 당했던 흑인분들이라고 해도, 그 분노를 무고한 자들에게 돌린다는 것은 제국주의와 다름없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로군.
“그럼 악마의 힘만 빌렸어야지 애새끼는 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야. 내가 또 어디를 잘라야 대답할거냐? 좆나 답답하네, 씨발. 니 사죄 따윈 필요 없으니까 왜 그랬는지나 말하라고.”
“보,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의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
“그깟 고아 새끼들은 죽여도 괜찮다?”
“…네. 그, 그렇습니다.”
“좋아. 아주 성실하게 대답을 하려는 모습. 아주 좋아.”
복수를 하기 위해 악마의 힘을 빌렸지만, 악마는 애초에 인간을 파멸시키는 존재다. 복수 따위를 해줄리가 없다.
“그런데 악마는 제물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 악마는 끊임없이 제물을 요구했습니다!!!”
“흐음.”
처음 고아를 제물로 바쳤을 때, 그는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악마가 준 것은 미약한 힘뿐이었다.
그리고 당황한 그에게 더 많은 제물을 요구했다.
이미 악마랑 내통해서 고아를 죽인 것만 해도 사형감이었다. 그렇기에 멈출 수도 없이 복수를 빌미로 계속해서 제물을 납부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매몰 비용 비슷한 것이다.
도박에 중독되어 패가망신을 한 자가 그동안 부었던 돈이 아까워 도박을 끊지 못하는 그런 것.
그래도 뭔가 악마적인 힘을 주기는 했나 보다.
“데달트? 이 말이 다 맞냐?”
“…맞다, 인간.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제물을 바치면 힘을 준다. 물론 단 한 번으로 그런 힘이 생겨날리가 없다. 저 인간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데달트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대답했다.
“어? 이 새끼? 송곳니 뭐냐?”
“뭐, 무슨…!”
“뭐 막 좆같아 하는 것 같다?”
“조, 좆같지 않다!”
내가 주먹을 빙빙 돌리면서 묻자 놈이 당황을 하면서 소리쳤다.
“흐흐흐, 그래? 근데 새꺄. 말이 길어.”
“말이… 길다?”
“그냥 속일 생각으로 접근했잖어. 아니냐?”
“그, 그게…”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하나 선택해.”
“맞다! 속일 생각으로 접근했다! 사실대로 말했으니 더 이상의 고통은!!!”
나는 가져온 종이에 질의·응답을 한 사항을 전부 기록했다. 뭐, 흔해빠진 사건이다. 악마가 아니더래도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악마의 폐해이다.
보통 사람들은 복수를 위해 저런 짓까지 하지 않는다.
단지 악마가 나타났기 때문에, 그 악마가 보다 쉬운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에 유혹에 걸려들어서 대량 학살 범죄를 일으킨 것이다. 사람은 편한 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이딴 세상이니 악마가 궐기한다면 세상이 씹창나는 것 정도는 간단할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필사적으로 박해를 하면서 탄압을 하는 것이고.
잘은 몰라도 우상전쟁이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정도면 보고서에 쓸 내용은 완벽하다. 성녀도 마음에 들어 할만한 스토리겠지.
심문 완료라고 할 수 있다.
“데달트. 니 뒤지면 시체 남냐?”
“…제, 제물을 좀 받아서 남을 것이다.”
“그래?”
그럼 얘도 죽여도 되겠다.
어차피 취조도 끝났으니 시체만 남는다면야 굳이 살려둘 이유는 없다.
“그리고 니 이름은 뭐냐?”
“닉스라고 합니다…”
납치범의 이름은 닉스였다.
나는 그의 신상을 자세하게 물었다.
“흐흐흐, 닉스. 그래. 아주 좋아. 일하던 곳은?”
“도, 동쪽 하역장입니다…”
“그리고 사기 친 새끼 이름.”
“멜렌도… 수다쟁이 멜렌도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동쪽 지구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악질적인 사기꾼!”
“닥쳐, 새꺄. 뭘 잘했다고.”
“끄응.”
아무튼 악마와 납치범의 신상.
그리고 범행동기 및 검거과정까지 전부 기록을 완료했다.
좋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천마신검의 진정한 이름은 활인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바로 벽에 박혀 있던 천마신검을 뽑았다. 시꺼먼 칼날이 힐데가르트가 피워준 푸른 불꽃에 반사된다.
“활인검이란 사람을 살리는 검이다.”
퓨전유교의 참된 도리가 바로 불살(不殺)과 활인(活人)이다.
사성제와 팔정도의 뜻으로, 그리고 홍익인간의 뜻으로.
괴로움을 말살하여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
“부정한 존재를 베어 영원히 묻어버린다면, 그로서 무고한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람을 살리는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칼날은 날카롭다. 날카롭기에 부정한 존재들을 도려낼 수 있다. 마음을 도려낸 분충들은, 용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마 김캇트가 묻겠다. 데달트, 닉스. 속죄했는가?”
“소, 속죄ㅡ”
“ㅡ너희들은 속죄할 자격이 없다.”
ㅡ뎅겅!
가볍게 칼을 휘둘러 닉스의 목을 베었다. 그의 머리가 허무하게 떨어지자, 데달트가 몸을 연기로 바꿔서 도망을 치려고 했다.
“이, 이런 미친! 난 여기서 빠져나가아아아아앜!!”
“뒈져.”
물론 검기가 있는 이상 문제없다.
ㅡ서걱.
푸른 검기로 일렁이는 칼날이 연기가 된 데달트의 육체를 베었다. ㅡ툭.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두 동강이 난 데달트의 시체뿐이었다.
사건청취와 기록을 완료했으니 이제 놈들의 가치는 없다.
데달트야 시체가 남았으니 말할 것도 없고, 닉스야 시민증도 없는 하급 노동자였으니 내가 직접 제재를 가해도 말이 나올리가 없다.
실로 완벽한 일 처리다.
애초에 살려줄 생각도 없었지만, 놈들이 힐데가르트의 정체를 눈치챘을 수도 있으니 후환을 남길 수는 없다.
“야! 힐데!”
“네! 캇트님! 끝나셨나요!”
“그래! 가서 시티가드들 불러와! 놋쇠성천사회 준사제가 도시에 숨어든 악마 처단했다고 적당히 말 꾸며서! 할 수 있겠냐?”
“물론이죠! 저 힐데가르트만 믿어주세요!”
ㅡ쌩!
얼굴만 비춘 힐데가르트가 연기로 변해서 사라졌다.
카디아 성녀가 도시에 공문을 보내놨다고 했으니 협조하겠지.
“좆같은 새끼들.”
피 칠갑이 된 현장에 악마랑 범죄자의 시체 두 개가 얹어진다고 한들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시꺼먼 피가 늘러붙은 작은 뼛조각들이 널려 있다. 자기 복수를 하겠답시고 이 지랄을 쳐놓다니 믿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딱 보니까 열 명도 넘게 희생된 모양이다.
ㅡ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
나는 테이블 위에 앉아서 힐데가르트를 기다렸다.
오늘은 갑옷을 입고 왔으니 신분 증명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ㅡ저벅저벅.
내려온 것은 굳은 얼굴로 랜턴을 빼 들고 있는 시티가드들이었다. 지하실을 밟은 그들이 즉시 비명을 터트렸다.
“으, 으히이이이익!!! 이건 뭐야!”
“악마의 소행! 악마의 소행이 확실하다!!!”
“사람의 뼈…! 아니! 아이들의 뼈다!!!”
“으아아아아아악!!!!!! 믿을 수 없어!!!!!”
그들은 예상대로 아이들의 뼈를 보고 발작을 일으켰다.
“우, 우웨에엑!!”
“이봐! 이 친구 좀 저쪽으로 보내! 현장을 더럽히지 마라!”
몇몇은 아예 구토까지 하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사실 진짜로 끔찍한 광경이기는 하다. 나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 별로 문제는 없지만 저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겠지.
아무리 비위가 좋아도 이딴 현장을 보면 멘탈 데미지를 입기 마련이다.
“반갑소, 시티가드 여러분들.”
“다, 당신이 놋쇠성천사회의… 사제님이시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갑옷을 보여주는 동시에 품에서 준사제 신분증을 꺼내면서 말했다.
“놋쇠성천사회의 준사제 김캇트요. 교단 성녀님의 지령을 받고 침투한 악마를 수사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 저기, 저것이 악마와 그 숭배자의 시체요.”
“악마의 시체… 허억! 악마의 시체다!!!!”
“믿을 수 없어, 아아악!!!!!!!!!!!!!!!!!!”
“부대장님을 불러와라!!!”
ㅡ우웨에에엑!!
그야말로 광기와 경악의 연속이었다. 데달트의 시체를 본 시티가드들이 다시 한 번 구토를 하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사제님은 어디에…?”
그때 부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내려왔다.
“여기 있소.”
“허억! 이 현장은…! 사제님! 이게 대체 무슨!”
그 역시 발작적으로 비명을 토해내면서 헛구역질을 시전했다.
“진정하시오. 악마와 그 숭배자의 섬멸을 완료했으니까. 아, 다시 묻지. 당신이 책임자요?”
“책임자… 말씀이십니까?”
“도시에 악마가 침투했소. 그리고 아이들이 학살을 당했지. 이 사건을 맡을만한 자리에 있느냐고 물은 것이오.”
일을 완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머리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편이 낫다. 이미 모든 정리는 끝이 났다. 내가 말만 전하면 된다.
“…”
내 말을 들은 부대장이 현장을 둘러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오, 신이시여… 아무래도 제 선에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제님. 번거로우시겠지만, 사무실로 가서 증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흐흐흐, 당연히 그럴 것이오.”
“너희들!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있어라! 지금부터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지원을 불러올 테니 인원 통제해!”
“알겠습니다!”
“가시죠, 사제님!”
나는 바로 부대장을 따라서 지상으로 올라갔다.
“캇트님. 저는 어쩔까요?”
올라가니 힐데가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돌아가 있어라. 내일 보자.”
“아앗! 약속 잡았다! 내일도 볼 수 있다니…! 후후후, 네! 그럼 돌아가 볼게요!”
그리 힐데가르트를 보내자 멈칫한 부대장이 말했다.
“아니지. 사제님은 이곳에서 대기를 해주십시오. 당장 상급대장님을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뭐, 그편이 더 편할 것이오. 갔다 오시게.”
“넷!”
부대장이 대기하고 있던 말을 타고 떠나갔다.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시티가드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사제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일을 혼자서 해결하시다니!”
“그게 내가 할 일이오.”
“역시…! 놋쇠성천사회의 교인분들이 굉장히 헌신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렇게나 훌륭하실 줄이야!”
“흐흐흐, 관심이 생긴다면 교회로 찾아오시오.”
그리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까 이윽고 상급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내려왔다.
그는 제법 높은 직책에 앉은 사람인지 대원들이 그를 보자마자 우렁차게 경례를 했다.
이미 옷부터가 귀티 나는 복장이다.
대충 옆에 있던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도시의 시티가드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이란다.
조직의 이인자면 이야기 상대로 딱이다.
“그, 그대가 사제분이시오…?”
그는 진중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렇소. 놋쇠성천사회 성녀님의 지령을 받고 파견된 준사제 캇트라고 하오. 당신이 상급대장이오?”
“오오, 맞습니다. 사제님. 그런데 성녀님의 지령이라… 이건 또 대체 무슨…”
“잠시 현장확인 좀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상급대장에게 현장을 확인시켜줬다.
일단 간단하게 악마와 그 숭배자를 섬멸한 경위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어찌 이런 끔찍한! 신께서도 용서할 수 없는 만행입니다!”
“당연히 그럴 것이오. 아, 그리고. 상급대장과 은밀하게 할 이야기가 있소.”
“은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업무적인 이야기지. 일단 둘이 나가는게 좋을 것 같소.”
내가 속삭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상급대장과 지상으로 올라와서 근처에 있는 조용한 여관방을 하나 잡았다. 그와 방에 들어간 뒤에 품에서 아까 취조한 내용을 정리한 종이를 꺼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생각이시기에…”
“이걸 보시오.”
“이건?”
“본 준사제가 직접 놈들을 추적, 검거, 취조, 심판을 한 사실을 적어둔 문서요.”
그리 말하니, 내 말뜻을 알아챘는지 순간 상급대장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잠시 바라보니까 급하게 표정을 관리한 그가 종이를 잡아 들고 읽는 시늉을 했다.
“오, 오오…! 놀랍습니다! 이렇게 명확하게 정리를 해두셨을 줄이야! 그런데 이걸 제게 이런 자리에서 은밀하게 보여주신다는 것은…?”
“흐흐흐, 달리 뜻이 있겠소?”
그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일종의 거래를 제안할 생각이다.
뭐가 됐든, 이런 일이 터졌다면 자세한 검증이니 뭐니 하면서 시간이 좀 걸리기 마련이다. 내가 아무리 조사를 해놨어도 이쪽에서도 하기는 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미 그 조사라는 것은 내가 끝마친 상태다.
심지어 사건 해결까지 완료했고 말이다.
“이 일은 본 교단의 성녀님께서 나 준사제에게 공식적으로 하달한 임무였소. 여기, 성녀님의 지령서를 보시오.”
“서, 성녀님의 지령서라…”
“본 준사제에겐 시간이 얼마 없소. 본 준사제가 정리한 문서에 적힌 대로 처리를 해 줄 수 있겠소? 물론 도중에 그 공로가 상급대장에게 조금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소.”
공적을 나누는 대가로 일 처리를 제대로 좀 해달라는 청탁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은 사제님께서 기록하신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내일모레 정도면 끝날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사제님!”
“흐흐흐, 교단에 보고를 해야 하니, 알아서 잘 사건을 해결해 주시리라 믿겠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적을 양보해 주셨으니,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틀 뒤 사무실로 찾아와 주십시오! 그 자리에서 문서를 건네드리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소.”
“충성! 도시의 치안을 위해 힘써주신 사제님께 감사를!”
이세계의 행정이라는 것은 현대 지구의 그것에 비하자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명망 높은 교회의 준사제라는 직위.
그리고 성녀의 지령이라는 권위. 거기에 시티가드 상급대장의 인증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이용해서 내가 조사한 것을 재빠르게 공식화했다. 원래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는 법이다. 공적을 양보한 만큼 알아서 처리를 잘 해 줄 것이다.
어차피 시티가드들도 그냥 내가 해 놓은 대로 받아먹고 실적을 쌓는 것이 이득이니 말이다.
도시의 인증을 받은 문서라면 성녀에게 줄 보고서에 첨부하기 아주 좋을 터다.
내가 생각해도 일 처리 존나 잘했다.
“굿.”
ㅡ권위가 있으면 마땅히 이용을 해야 한다.
오늘의 명언으로 삼도록 하자.
준사제라는 직책은 이렇듯 앞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을 완만하게 처리하는 것에 교회의 권위보다 좋은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