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r Gil seung woo RAW novel - Chapter 83
83화 프로필 촬영 (1)
[링크 기능을 활성화시키겠습니까?]망설이고 있으려니 다시 한번 문구가 뜬다. 일단 하고 싶다. 뭔지 모르겠지만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
[링크가 활성화됩니다] [첫 번째 링크 활성화를 축하드립니다. 링크된 카메라는 일부 특성과 사용자의 능력치는 적용되나 일부 특성과 아이템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링크된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일부 잠금 된 능력치가 해방됩니다] [2차 업그레이드 시 얻게 될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최소 10초에서 최대 300초까지 영상 저장이 가능합니다. 제작할 영상은 사진의 능력치에 비례하여 제작됩니다. 영상 관련 능력치는 잠금 상태입니다. 현재 사용자는 24초까지 영상제작이 가능합니다]아·· 이건 다른 의미에서 충격이다. 아직 난 이 카메라의 성능에 반의반도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1차 업그레이드 조건은 5등급 획득이었는데 2차 업그레이드의 조건은 대체 뭐야? 너무 불친절한 시스템 아니야?
“막내! 어서 해봐. 어려워?”
양승환 씨가 다시 채근하고 있다. 그래, 어서 해보자 뷰파인더에 손가락을 대고 포커스를 맞춘다. 이 화면을 보면서 촬영을 해야 한단 말이지?
임시 모델 경훈 선배가 꾸물꾸물 움직이며 표정을 바꾸고 있다.
이건 찍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지켜본다란 느낌이 드는 건 아직 내가 익숙하지 못해서겠지?
“아주 다르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의 사진 촬영방식하고 너무 다르다. 저건 내가 알고 있는 그런 카메라가 아니다.
“이건 비싼 값을 하는 카메라야. 다른 회사 제품보다 직관적이고 쉬울뿐더러 화질도 보장되고 파일도 가벼워서 편집도 쉬워. 기회 되는대로 와서 가르쳐줄 테니까 어서 이 세계로 오라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내리는 방식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알게 될 거야.”
그렇게 그 날의 수업은 끝났다.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건 경훈 선배와 미선 선배였다. 그들은 그 날 이후 둘은 일이 끝나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2차 업그레이드에 대한 조건을 알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카메라야, 카메라야. 대체 2차 업그레이드 조건 뭐니.”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난 지금 패션사진과 인물사진을 4등급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다. 특성과 아이템 빨로 얻은 점수를 투자한 결과였다. 1차 업그레이드 조건이 5등급이니 하나라도 3등급을 이룬다면 2차 업그레이드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동영상의 세계에도 입문하고 싶다.”
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한시라도 빨리 실력이 늘기를 소망했다.
***
시작은 이미지 공유 위주의 SNS 포토그램이었다. 난 가명으로 에브리아를 찍은 내 개인 작업물을 하나하나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이라는 제목을 붙인 뒤 사진을 하나하나 업로드 했다.
사진은 저번 펜션에서 찍었던 사진을 중심으로 시간 날 때마다 올리고 있었다. 순전히 자기만족으로 찍는 작품이라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어서 놀라고 있다.
– 어떻게 하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요~~
– 좋아 자연스러웠어 이말이 생각나네요 zzz
– 전문 모델이신가? 미소가 너무 아름다우세요
– 아, 정말 외국모델은 차원이 다르다 인형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
– 시선도 좋고 분명 컨셉일텐데 이 자연스러움은 정말··
– 빛이 너무 좋아
– 눈물이 보석 같아요! 어릴 적 봤던 동화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
– 크아 감성 뚝뚝 떨어집니다
– 이야, 찰나의 순간인가요?
– 네, 촬영 중에 눈이 살포시 눈에 붙어서 순간 촬영했어요
– 작가님이시다! 너무 좋아요 진짜!
– 뭐 사달라는 거 같다
– 자꾸 눈이 마주쳐요, 아아 내 심장
– 이분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지.
포토그램에 써 놓은 메일주소로 접속해보니 이메일이 하나 가득 와 있다. 거의 다 촬영을 의뢰하는 내용이다. 일반인들이 대부분이지만 현역 모델에게서 온 메일도 있고, 심지어는 연예인한테 온 메일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내 사진 하나만을 보고 연락을 준 거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난 프로필에 개인촬영은 받지 않는다는 글을 써놓고는 메일을 보내주신 분께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
***
오늘은 스튜디오로 특별한 손님들이 올 예정이었다. 바로 서울 드래곤즈의 선수들이었다. 난 오랜 고민 끝에 서울 드래곤즈 선수들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내가 한참을 고민하자 선생님께서 어차피 공익광고 쪽은 여러 번 촬영이 이뤄질 테니 한 번쯤은 나와 협업할 기회가 올 거라고 말해주셔서 내린 결정이었다.
“정말 기대가 되네. 후후후.”
난 아침 일찍 스튜디오로 출근해 촬영장을 스탭들과 함께 세팅하고 있었다. 난 어제 선생님과 논의 끝에 세 파트로 촬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적인 파트, 동적인 파트, 탈의 파트.
그래, 마지막 탈의 파트는 내 아이디어였다. 구단과 특별하게 진행되는 일인 만큼 뭔가 임팩트가 필요하다며 내가 강력하게 요구했다.
“승우야! 준비 끝났어?”
미선 선배가 작업실로 다가와 물었다. 미선 선배는 선수들이 지금까지 입어보지 못한 멋진 의상을 입히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만한 의상을 구하기도 힘들고, 선수들 체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각됐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내가 낸 탈의 컨셉을 강력하게 지지해 준 인물이다. 오늘도 굳이 도울 필요가 없고 자기 일도 있으신데 모두 미루고 여기에 참여하고 계신다.
속셈이 훤히 보여.
“어? 그 레드 카메라 쓸 예정이에요?”
“그럼, 선생님께 허락받았어. 난 신경 쓰지 말고 선생님하고 작업해. 시험 삼아 해보는 일이니까.”
곧 버스가 도착하고 야구선수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연이은 훈련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난 그 선수 중 형을 찾아 손을 흔들었다.
“아·· 뭐냐?”
형은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던 선수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형, 몰랐어? 오늘 우리 스튜디오에서 찍어.”
“··왜?”
“형네 구단이 먼저 우리한테 연락했는데, 몰랐어?”
형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고개를 저었다. 곁에 있던 서울 드래곤스의 주장 박우현 선수가 내게 다가와서 난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길승호 동생 길승우라고 합니다.”
“승호 동생이야? 그, 작년에 스포츠 기자라고 들었는데.”
“기자로 일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이곳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경일 선배 찍고, 치어리더 찍은·· 맞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제일 기억에 남은 사진을 찍었는데 실력이 모자라?”
“아이고, 박우현 선수도 야구는 할수록 모르겠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사진은 찍을수록 모르겠더라고요.”
“하하, 말 잘하네. 승호 동생이라고 하니까 뭔가 더 믿음직스럽고. 잘 찍어죠잉.”
그는 날 툭 치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난 우물쭈물하고 있는 형에게 다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 화장하러 가자. 내가 형 취향에 맞게 화장 잘해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 모셨어.”
“··죽고 싶지 않으면 닥쳐라.”
설마 여기서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없겠지. 어차피 한동안 집에서도 못 볼 건데 오늘 한참 놀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난 소속사 찬스를 써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들을 모셨다. 좀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난 촬영 준비를 마시고 메이크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가 형을 찾았다. 마침 형과 고참선수 한 명이 메이크업 중이었다.
“아따, 내 얼굴 곱다. 우릴 왜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거야.”
고참 선수는 여유가 있는지 중얼거렸지만 형은 긴장한 채 눈을 꼭 감고 화장을 받고 있었다.
“우리 형 좀 잘 부탁합니다. 피부가 좀 거지같으니까 특별히 신경써주세요. 아 입술 좀 다시 칠해 주실래요?”
형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하려고 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이 말했다.
“얼굴 움직이지 마세요.”
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들어 형을 찍기 시작했다. 셔터 소리에 형의 동공은 갈 곳을 잃고 있다. 난 사진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이거 오늘 부모님께 보여드려야겠다. 집 나간 장남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실 거야.”
형이 이를 갈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방에 있는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려, 특별히 동생이 근황 알리려고 신경 써주고 있구마이. 동생 잘 뒀어.”
“고운 입술로 잘 지내고 있다고 동영상이라도 찍어야 되는 거 아닌가?”
형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있다.
곧 메이크업을 마친 선수들의 촬영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이번 연도 새로운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는 모양이었다. 이번 년도 유니폼은 때깔부터가 다르다며 좋아하는 선수도 있고 등에 새겨진 백넘버와 이름을 보며 감격에 겨워하는 선수들도 보였다.
“촬영 시작합니다.”
정만종 선생님과 구단 관계자는 인사를 나누고 곧 촬영은 시작됐다. 처음 컨셉은 가장 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프로필과는 달랐다. 어색하게 웃는 프로필 촬영 대신 힘 있고 카리스마 있게 찍자는 게 주요 포인트였다. 한마디로 프로사진작가에게 찍은 티를 내고 싶다고 할까.
정만종 선생님은 선수를 한번 쓱 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람에 따라서 잘 나오는 얼굴 각도가 다릅니다. 제가 몸동작에 대해서 지시할 예정이고 여러분에 거기에 맞게 움직이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습니다. 앞에 있는 상대를 잡아먹겠다는 경기 전의 각오가 담긴 얼굴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스타일리스트 분을 불렀다.
“저기 36번 하고 23번 선수는 머리를 좀 세우는 게 어떨까 싶은데. 18번 선수는 드라이 다시 해야될 것 같고.”
선생님은 촬영 전 헤어부터 조명, 자세 등 하나하나를 살뜰히 챙겼다. 촬영은 이틀에 걸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첫날은 정적인 파트만 찍기로 하되 처음에는 모자를 벗고 다음에는 모자를 착용한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다.
“박우현 선수는 오른쪽이 더 멋지게 나오네.”
“그런 말은 처음 듣네요.”
“내 평생 사진만 찍어온 사람이니까 믿어도 될 거야. 몸 왼쪽으로 돌리고·· 너무 돌렸다. 그 상태로 여길 봐주면 돼. 표정이 너무 평화로운데.”
난 정만종 선생님 곁에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작년에 나이트 가셨을 때 여섯 번이나 거절당하셨다면서요.”
“누가 그런 말을 해!”
“우리 형이랑 같이 가셨다면서요. 제가 이런 말을 누구한테 들었겠습니까.”
박우현 주장님이 우리 형을 노려봤다. 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늦은 것 같다. 정만종 선생님은 그런 박우현을 보며 말했다.
“지금 표정 아주 좋아. 그 표정 유지하면서 여기만 봐주면 되겠어. 좋아.”
촬영이 끝나자 박우현 선수는 우리 형을 향해 달려갔고 형은 ‘그게 아닙니다! 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라고 울부짖으며 주장의 마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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