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16
116
59.마왕 강림
“아리와 같이 다니는 저 꼬맹이는 도대체 누구지?”
나는 청진 수용소의 상공에서 북한의 동태 뿐 아니라, 남한과 아리의 상황까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었다.
클리아인보이스(clairvoyance : 천리안)의 권능을 통해 나는 지구 뿐만이 아니라, 우주 곳곳의 상황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상황을 살펴보던 중, 최근 아리에게서 재밌는 상황이 발생했다.
‘흑천회······. 이 녀석들이 나와 아리를 노리고 있단 말이지······.’
정확히는 마탑 그룹을 설계한 배후를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배후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내 뒤에 또 누가 있는 줄 알고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상황이 왠지 재밌어서 그냥 내버려두고, 관음하고 있었는데 최근 내가 북한 문제 때문에 자리를 비우자, 꿩 대신 닭이라고 나 대신 아리를 노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것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북한의 신 혁명정부인 ‘마도공화국’의 발전 상황도 재밌었고, 아리의 주변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재밌었다.
‘납치하려고 했었지······.’
나는 일단 납치까지는 잠자코 구경하다가, 그 후에 어떻게든 손을 써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전에 아리에게서 이상한 사태가 벌어졌다.
*
쨍그랑!
-윈드 커터(Wind Cuttur)!
촤아아악ㅡ!
-크아아악ㅡ! 손이 왜 이래???
-이히히히히!
-대··· 대체, 이게 무슨······.
-윈드 애로우(Wind Arrow)!
쏴아아아악ㅡ!
푸욱, 푸욱, 푹푹푹푹!
-끄아아아악ㅡ!”
-커어어억!
-히히히힛!!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갑자기 아리의 주변에서 핑크빛 기류가 흘러나오더니, 강력한 바람 마법들이 튀어나왔다.
아직 1-3서클 수준의 마법이었지만, 인간이 쓰는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 그 자체의 바람마법이 공간을 격하고 자유롭게 쏘아져나갔다.
-Φλξεζψωбёй~!
-뭐!?
-짠~!
-어머!
아리 앞에 나타난 금발의 미소녀.
130CM정도 되어보이는 키의 꼬맹이는 하얀색 원피스의 꼬마가 아리 앞에 나타났다.
소녀의 양 손목엔 금색의 고리가 서너개씩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꼬맹아?
-응!
-네가 날 구해준 거니?
-응. 엄마!
-엄마!?
-서··· 설마······!
-엄마아ㅡ!
꼬맹이는 아리에게 달려들어, 폭 안기며 계속 ‘엄마, 엄마’하는 소리를 냈다.
그런 꼬맹이를 내려다보는 아리의 표정엔 황당함을 넘어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나 보고 엄마라고······?
-엄마!
-······.
*
“큭큭큭큭큭···.”
나는 그 광경을 하늘 위에서 모두 내려다보며,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엄마라니?
아직 결혼도, 첫날밤······도 안 지내본 여자에게 엄마라니?
“크······. 아리가 엄마라니, 진짜 드립 오졌다.”
아리가 당황한 얼굴이 눈앞에서 보듯, 정확히 보여졌다.
“실프라고 했었지······?”
저 아이가 아리에게 엄마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
녀석의 정체는 이계의 차원계에 존재하는 ‘바람의 정령’이었다. 이계에선 마나가 풍부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파생되는 무수히 많은 자연계의 생명체들이 많았다.
지구에 사는 것과 같은 동식물들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이능을 지닌 자연계의 사념체들.
그것이 고도로 발전하 곳이 바로 데모스 행성이었다.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런 세계.
지구가 전자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행성이라면, 데모스 행성은 마도공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세계였다.
자연계에 사는 신비한 존재들은 자신의 마력 능력을 극도로 발전해 그것을 체계화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지구의 전자기기처럼 그들도 마력을 활용한 마력 디바이스들을 만들어냈다.
일명 ‘아티팩트’라 불리는 마력이 깃든 아이템들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아리에게 준 반지는 바로 그런 아티팩트였다.
‘바람이 정령이 깃든 아티팩트인 줄은 알았지만, 저런 식으로 깨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네······.’
나도 저 반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3대 요정왕 중 하나인 엘프퀸 사이에른이 가지고 있던 반지가 바로 저 핑크다이아몬드 링이었지······.’
하이 엘프들이 만든 위대한 3대 보물들 중 하나가 바로 저 ‘핑크다이아몬드 링’이었다.
아르고스의 힘이 담긴 힘의 원석 ‘아르닐’을 제외하면, 데모스 행성에서 5손가락 안에 드는 엄청난 아티팩트였다.
‘그때 사이에른이 말한 뜻이 바로 저런 것이었나······.’
과거 사이에른이 반지를 넘겨줄 때,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 반지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선물할시 재밌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사이에른이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게 건넸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그럴 일 없어.
매우 단호한, 요즘 말로 하면 단호박 같은 대답이었다. 사실 리치들의 왕인 ‘가룬바’를 처치하러 갈 때, 그녀에게서 받았던 반지였다. 그땐 반지 안에 강력한 실드 마법이 새겨진 엘프들의 3대 보물 중 하나라고 해서 덥석 받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마법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당시 내가 아크리치 가룬바와 비등한 전력인 상황에서, 그 반지의 힘으로 오롯이 공격일변도의 초강수를 둘 수 있었고 그렇게 데모스 행성의 위기를 한 차례 넘길 수 있었다.
만약 그때, 그 반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아크 리치가 풀어 놓은 패러사이트 때문에 행성은 거의 멸망했을 지도 몰랐다.
아무튼, 나의 단호박 같은 대답에 사이에른은 또 이렇게 맞받아쳤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아무래도 나에게 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맞받아 친 것 같았으나,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대마법사를 향해 달려가는 내게 여자라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마법사와 여자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상관관계였다. 고위 서클로 올라가기 위해선 치열한 공부와 노력만이 필요했지 여자 따위는 무쓸모했다.
마치 중요한 시험 준비를 위해 여자를 멀리하는 경우와 약간 비슷했다.
아무튼 그땐 여자한테 선물할 일 없으니, 그런 오지랖은 넣어두라고 네 앞날이나 열심히 걱정하라고 하고 그냥 넘어갔다.
사이에른은 나와 엘프 공주인 아르젠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나와 아르젠은 ‘썸’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으니까. 서로 먼저 고백은 안 하지만, 그래도 살갑게 챙겨주고 매일 붙어다니는 그런 사이.
그래서 사이에른은 언젠가 우리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맺어질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저 반지를 아르젠에게 선물하면 재밌는 일이 생길 것이다. 아마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이에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나는 아르젠을 그냥 이계에 남겨두고 지구로 떠났다.
아니,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아르젠도 같이 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녀는 아버지에 이어 엘프들을 다스릴 여왕이 될 몸이었고 나 때문에 그러한 일을 팽개치고 뛰쳐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아르젠은 그곳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나도 돌아가야 할 이유가 확실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구에 처음 돌아왔을 땐 매우 아쉽게 느껴졌으나, 지금은 그러한 감정이 많이 희미해졌다.
대신 아르젠의 그 빈 자리를 서서히 아리가 채워나갔다.
-흐흠~!
-넌 이름이 뭐니?
-실프(Sylph)!
-실프. 나 지금 아빠에게 가기로 했거든.
-아빠아~?”
-응. 내 아빠야.
-내 아빠.
-아니야, 내 아빠야.
-아빠 보고 싶어!
-······아빠 곧 올 거야, 실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응!
그리고, 사이에른이 말한 그 결과가 뜻밖에 나와 아리 사이에서 생겨나고 말았다.
아리는 곧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아이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리가 결혼도 안 하고 진짜 엄마가 되어버리다니, 정말 생각해볼수록 웃기네.’
크게 당황했음에도 불구하고, 곧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표정관리를 하며 잘 다독이는 모습이 정말 엄마같기도 했다.
나는 아리가 나중에 정말 아이를 낳아도 잘 기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는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야······.’
누구랑 결혼할 지는 모르겠지만······ 뭐 아무튼.
‘최종환 대통령을 만나는 건 내가 저번에 한 얘기 때문이겠지······.’
나는 북한으로 떠나기 전에, 그녀의 아버지인 최종환 대통령께 내 비밀을 어느정도 알려줘도 괜찮다고 허락했다.
‘세상에 영원히 비밀은 없으니까.’
앞을 북한이 어떤 식으로 튈지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주곤 있었지만, 여러 경우의 수가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될 지는 나도 몰랐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둘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몰라도, 지금까진 나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대로 그저 뒤에서 지원해줄 뿐이지······.’
배불리 먹고 싶은 마음,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 열심히 돈 벌고 싶은 마음, 인권을 침해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등등······.
한국이라는 이름의 같은 민족이었으나, 북한의 김씨 일가 때문에 반세기가 넘게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왔다.
만약 정상적인 타국이라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오고갈 수 있었겠지만 북한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김돼지가 자신의 호위호식을 위해서 그 밑의 북한 주민들은 노예처럼 억압하고, 고문하는 괴뢰국일 뿐이었지······.’
무슨 이상적인, 모두가 평등한 세상인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정말 김씨 돼지들의 사욕 추구를 위한 독재 국가로 변질되어 갔다.
처음엔 공산당의 수장 소련과 중국이, 자유주의 진영의 수장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북한을 이용했다면.
지금은 소련도 붕괴하고, 중국도 개방을 시작하면서 북한만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절대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이제 그것도 끝낼 때가 됐지······.’
김정은과 노동당 수뇌부를 갈아 엎기 위해, 청진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인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내가 준 특별한 힘을 계기로 서서히 내가 설계한 체제에 편입되고 있었다.
그게 그들로서 무조건적인 이득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어차피 수용소 간부들의 모진 압박에서 벗어났다 해도,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수용소의 인민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힘도 무기도, 식량도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힘과 무기와 식량을 공급해줬다. 그리고 지금도 더 강해질수 있도록 뒤에서 그들을 밀어주고, 꾸준히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페이즈2 단계를 무사히 통과하면 북한 수뇌부와 어느정도 맞설 힘이 생기겠지. 그때부턴 본 게임의 시작이다.’
나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와 함께, 이제 남한의 일도 신경 쓸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흑천회라고 했지? 요 녀석들 어디 한 번 두고보자······.’
파지지지직ㅡ!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내 몸에서 뿜어져나왔다.
콰르르르륵.
그러자, 내 앞에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은 게이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