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사악하게 미친 늙은이.
검마 대 사도제일인.
이제야 일대일이다.
사도의 수하를 다 죽이고 나서야 성사된 셈이다. 우리는 멀찍이 떨어져서 포위망을 구축했다.
아무래도 검마의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체면으로 보나 검마의 특이한 무공으로 보나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포위는 할 수 있었다.
일단은 놀랍게도 용호상박이어서 잠시 팔짱을 낀 채로 지켜봤다. 사도제일인이 무위를 드러내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는 이 싸움이 어리둥절했다. 무언가 과격함이 뭉텅이로 빠진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둘 다 뭐 하는 거지?’
문득 귀마와 색마를 바라보자 두 사람도 나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하거나 고개를 갸웃했다.
이때, 검마의 광명검에 적중당한 사도제일인이 비명을 크게 지르면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으악!”
비명도 어쩜 저렇게 동네 한심한 노인장처럼 지르는 것일까. 아이고, 소리가 이어지더니 땅바닥에 쓰러진 사도제일인이 앓는 소리를 중얼중얼 내뱉었다.
나는 후속 공격을 하지 않는 검마를 바라봤다.
“…….”
검마가 바닥에서 앓는 소리를 내뱉은 사도제일인을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거리 더 벌려라.”
“음.”
우리는 맏형이 하라는 대로 움직여서 뒤로 더 물러났다. 검마가 볼썽사납게 쓰러져 있는 사도제일인에게 말했다.
“사도, 적당히 하도록.”
“무엇을? 뭘 적당히 하란 말이냐.”
사도제일인이 고개를 들더니 검마를 바라보면서 일어났다. 분명 광명검에 적중당해서 나뒹굴었는데 아무런 상처가 없어 보였다.
검마가 딱딱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우스워 보이나?”
사도제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편이지. 그래도 넷 중에서는 가장 나은 것 같아서 일대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덤벼 보아라.”
덤비라고 하는데도 검마는 잠시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그제야 미간을 좁힌 채로 사도제일인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검마와 일대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걸치고 있는 회색 장삼만 군데군데 찢어졌을 뿐이지 큰 타격은 없는 상태였다.
만약 사도제일인이 정말 삼재만을 두려워하는 실력을 지닌 고수라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계속 병신처럼 보이는 걸까?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사도제일인이 나를 쳐다봤다.
“……이 하오문주 애송이 놈, 너는 조금 마음에 드는구나. 네가 제자로 들어올 생각이 있으면 사지 멀쩡하게 살려줄 생각이야.”
나는 사도의 말에 시큰둥한 어조로 대답했다.
“진심이냐?”
“진심이고 말고. 단순하게 무공의 높고 낮음 문제가 아니다. 너는 재목이야. 성장해서 삼재를 상대할 수 있는 그릇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족해. 내가 가진 사도(邪道)를 네게 오롯이 모두 전수하마. 어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이렇게 배우기가 싫지? 네가 아무리 강하고 대단해도 네 제자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사도제일인이 웃었다.
“시간이 좀 흐르면 알게 되겠지.”
광명검을 바닥에 박아넣은 검마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마검혼전장(魔劍魂戰場).”
일전에 마교의 장로들을 상대할 때와는 수준이 다른 마검혼전장이 펼쳐졌다.
사도제일인이 바닥에 퍼지는 검은색의 물결을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순간, 나는 사도제일인의 눈빛이 짙은 회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꿈틀대면서 퍼지는 검은색의 혼령을 바라보고 있는 사도제일인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봤다. 입이 우물거리듯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두 눈을 똑바로 뜬 채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도제일인의 모습이 여러 개로 흩어지는 것 같은 환각에 빠졌다.
삽시간에 꿀렁거리던 마검혼전장의 물결이 원형으로 뒤덮이고, 지상으로 솟구치기도 하더니 그릇을 엎어놓은 거대한 구체가 되어서 검마는 물론이고 사도제일인도 삼켰다.
잠시 정적이 흘렀을 때…….
사도제일인이 마검혼전장으로 만든 검은 구체 위에 흔들리는 잔상처럼 나타났다가 형체를 완벽하게 갖췄다.
“……!”
잠시 나도 할 말을 잃은 상황.
사도제일인이 우리를 바라봤다.
“이거 봐라. 검마는 눈치가 빠르다. 검객(劍客)으로는 나를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검마(劍魔)의 수법을 꺼내는구나. 하지만 나는 내내 검마가 등장하길 기다리고 있었지. 이래서 검마를 얕잡아보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예전부터 마검혼전장을 알고 있었지.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냐?”
나는 바로 대답했다.
“궁금하네. 내가 또 궁금한 거는 못 참는데.”
색마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사도제일인이 피식 웃었다.
“마검혼전장은 닿지 않으면 갇히지 않는다. 마공도 지극히 단순한 이치까진 벗어나진 못해. 그리고 내가 여태 네 사부와 겨루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사도제일인이 손을 휘두르자, 색마가 쌍장을 교차하면서 빛줄기를 받아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색마의 신형이 낮게 깔린 채로 순식간에 멀어졌다. 나는 날아가던 색마가 땅바닥을 연신 구르다가 기절하는 것까지 지켜봤다. 나는 색마가 저렇게 못난 꼴로 당하는 것을 처음 봤다.
나는 귀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조심…….”
사도제일인이 똑같은 출수로 귀마를 한 수에 날려버렸다. 그 와중에도 귀마는 검을 놓치지 않은 채로 멀찍이 날아가다가 땅을 밟자마자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
사도제일인이 이어서 나를 쳐다봤다.
“살 기회를 주면 붙잡는 것도 필요하지.”
“…….”
“문주야, 안 그러냐?”
나는 웃음기가 사라진 사도제일인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마검혼전장은 어찌 아셨는지. 이 후배가 너무 궁금한데, 알려주시겠소?”
사도제일인이 미소를 지었다.
“마검혼전장이라는 것은 사실 두 사람이 들어가서 한 사람이 죽어야 끝이 난다.”
“음.”
“사도맹에는 마검혼전장에서 살아서 돌아온 고수가 있었지.”
“아하.”
“그렇다면 대체 검마는 지금 누구와 겨루고 있을까? 귀를 기울여보아라. 검마는 자신이 만든 마검혼전장에서 내가 만든 환영과 대치하고 있을까?”
“모르죠.”
“신중한 성격일수록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겠지. 환영을 없애고 나면 마검 안에 가둬놨던 혼령과 겨루게 될 것이다. 애초에 혼령은 억압을 받은 자들. 노예들은 늘 주인을 향해 반란을 꿈꾸기 마련이지.”
나는 사도제일인을 향해 대충 포권을 취했다.
“한 수 배웠소. 마교가 사도맹부터 몰살한 이유가 있었군.”
마검혼전장의 꼭대기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사도제일인이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후배, 나는 배 안에서 네 절기가 요란하게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 꽝! 아주 시끄러웠지.”
“흠.”
사도제일인이 냉소를 머금었다.
“배에서 뛰쳐나오던 내 표정이 어떠하더냐? 놀라서 사색이 되었던가? 아니면 낮잠을 자다가 시끄러워서 나오던 표정이던가.”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맞네. 놀란 기색은 전혀 없었지.”
“그렇다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행을 조심했어야 옳지 않겠느냐? 같이 놀아주니까 수준이 비슷해 보이더냐?”
이제 사도제일인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 상태.
목소리와 어조도 한껏 달라진 상태였다. 뱀처럼 사악한 병신에서 나름 근엄한 병신이 되어 있었다.
나는 보기 드문 근엄한 병신에게 예의를 갖췄다.
“……그러게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진심이냐?”
“예. 워낙 허술해 보여서 고인(高人)을 몰라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뜻이 달라 싸우고는 있으나, 예의는 갖추는 것이 강호의 도리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강호인들의 선배가 될 테니까요.”
“그것은 네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저도 선배처럼 똥칠로 벽화를 그릴 때까지 살 테니 큰 걱정은 마십시오.”
“그놈의 주둥아리.”
사도제일인이 뒷짐을 지더니 기절한 색마와 가부좌를 틀고 있는 귀마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것들까지 살려주면 네가 부릴 수 있겠느냐? 물론 수하로.”
“물론입니다.”
“그것참 이상하군. 네가 이렇게 줏대 없는 놈은 아닐 것이다. 기만의 대가는 저놈들이 대신 치르게 될 거야. 네가 기만할 때마다 멍청이들의 팔을 하나씩 끊어주마.”
“그래 보여서 하는 말입니다. 힘을 이렇게까지 꼭꼭 숨기셨을 줄이야. 과연 동호의 왕, 사도의 지존, 병신 같은 수적 무리의 총대장이십니다.”
사도제일인이 같잖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너도 바닥이 금세 보이는구나. 하긴, 사람은 좀 비겁한 면이 있어야 해.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 나처럼. 너는 젊었을 때 나와 비슷하다.”
“이런, 씨벌…….”
“뭐?”
“아, 아닙니다. 저는 원래 바닥이 깊지 않습니다. 점소이 출신이라서. 천박하죠. 그래서 인기가 없나.”
“그 소문이 정말이었느냐?”
“예.”
“그건 좀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흥미롭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전령 출신, 너는 점소이 출신. 나는 허투루 말하는 게 아니다. 내게 사도를 배워서 삼재를 상대할 마음이 있는지 알고 싶구나.”
“배우면 삼재를 상대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사도는 덧붙이는 무공이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뿐이야.”
“예를 들면…….”
사도제일인이 나를 바라보면서 히죽 웃었다.
“예를 들면 네 신체부터 도검불침으로 만들어야겠지. 생각해보아라. 지금 네 실력에 도검불침이 딱 더해지면 얼마나 강해지겠느냐?”
나는 본래 상상력이 풍부한 사내라서 어쩐지 도검불침이 완성되면 사도제일인에게 신체를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비객이 입었던 용린갑처럼 말입니까?”
“똑똑하구나. 비객은 대체 어떻게 죽였느냐?”
“목을…….”
나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사도제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완성된 실험은 아니었지. 실은 나도 검마의 약점을 완전히 찾진 못했다. 마검과 결속되어서 어느 정도 도검불침을 이룬 모양인데 저 녀석과 내가 정직하게 싸우면 승부가 길어질 게다. 처음부터 마검혼전장을 기다리고 있었지. 과연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을꼬. 좋은 생각 없느냐? 시간이 흐르면 마귀가 뛰쳐나올 것이다.”
사도제일인이 내게 검마를 죽이는 방법을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무리 도검불침이어도 호흡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숨구멍을 죄다 틀어막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백사도 앞에도 수심이 깊으니 밀어 넣으면 됩니다.”
사실 쉽지 않은 방법이다. 그냥 생각대로 읊었다.
사도제일인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자네는 상당한 전략가야. 훌륭해.”
흔들어대던 손가락에서 갑자기 빛줄기가 터지더니 내 미간으로 쇄도했다. 색마와 귀마를 날려버렸던 그 빛줄기였다.
나는 고갯짓으로 빛줄기를 겨우 피했다가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통으로 맞았으면 머리통이 박살 났을 터였다.
사도제일인이 웃었다.
“반응이 빠르군.”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말로 하시지요. 선배님.”
“내 제자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더 시험하셨다간 수제자를 잃으시겠소.”
사도제일인이 탄식했다.
“그러게 말이다. 너처럼 젊은 실험 재료를 어디서 또 구한단 말이냐. 쯧.”
사도제일인이 뒷짐을 진 채로 내게 등을 보이더니 마검혼전장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이보게 검마, 대체 반란은 언제 진압하나? 이쯤이면 나올 때가 되었거늘. 썩 나오너라. 혼쭐을 내줄 생각이니.”
병신의 등이 보였기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일월광천을 준비하기 위해 양손을 들었다.
등을 내보이고 있는 사도제일인이 내게 말했다.
“한 손에는 극양, 한 손에는 극음을 준비해서 역전을 꿈꾸느냐?”
“아, 어렵겠습니까?”
사도제일인의 고개가 뱀처럼 휘어지는가 싶더니 나를 노려봤다.
“글쎄다. 통하겠느냐? 해 보아라.”
나는 일월광천을 조합하려던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린 다음에 사도제일인을 바라봤다.
“애매…… 하네요? 만들다가 빛살에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또 바로 던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조리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하죠.”
“그게 약점이지.”
사도제일인이 히죽 웃더니 마검혼전장으로 다가가서 탄지공 같은 동작으로 거세게 쳤다.
탕탕탕탕탕탕!
“이보게. 검마, 헛짓거리 그만하고 나오게. 핫핫핫.”
마치 화장실 문을 두들기는 취객처럼 보였는데 일부러 마검혼전장 안에 갇힌 검마에게 고통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도제일인이 계속 두들기면서 말했다.
“……나머지 사대 바보를 다 죽여야 나올 셈이냐? 그렇게 해줘?”
나는 문득 하품이 나와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생각해보니까 밤에는 불침번을 서고, 밤을 꼴딱 새운 채로 계속 싸우는 중이라서 잠이 쏟아졌다.
내가 하품을 연신 해대자, 사도제일인이 돌아섰다.
“이 와중에 하품이 나오느냐?”
“별을 헤아리다가 밤을 꼬박 지새웠습니다. 이런 감성을 알런가 모르겠네. 선배가 인생의 오묘함에 대해 뭘 알겠소. 묻는 내가 바보지.”
문득 사도제일인이 출렁이는 동호의 물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가 임소백을 기다리는구나. 왜 오지 않지? 배를 구하는 게 힘든가. 쪽배라도 구해서 와야 네 속이 편해질 텐데 말이야. 쪽배에서 과연 내 공격을 얼마나 막아낼지 나도 궁금하구나.”
“이야, 맹주까지 아래로 보시오? 과연 사도의 지존이십니다.”
사도제일인이 엄지와 검지를 비벼대면서 웃었다.
“맹주 같은 사내를 괴롭히는 방법을 알려주마. 영웅은 말이야. 큰 시련을 주면 안 돼. 사소한 것으로 지속해서 괴롭히는 것이지. 수하 한 명 죽이고, 산적으로 속을 썩이고, 수적이 창궐하고. 민가를 불태우고, 인질극을 벌이고, 흑향을 운영하면 맹주와 같은 영웅도 하루하루 잠을 설쳐대면서 미쳐가는 법이야. 마음 쓸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게 임소백을 괴롭히는 방법이야. 알겠느냐?”
“…….”
나는 사도제일인을 노려보다가 기절한 색마에게 말했다.
“그만 일어나라. 눈치가 빠르다.”
기절했던 색마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면서 대답했다.
“언제 들켰는데?”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늙은이, 까다롭네.”
기절한 척하다가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던 색마가 일어섰다. 색마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듣고 있자니 보통 미친 늙은이가 아니야. 남악녹림맹의 뒤에도 저놈이 있었을 것이다.”
가부좌를 틀고 있었던 귀마도 무표정한 얼굴로 일어섰다.
색마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마검혼전장을 바라봤다.
“……혼령들이 쉽게 회수되지 않는 모양이다. 늘 경계하시던 일이야.”
사도제일인이 바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세 사람, 끝내 죽고 싶은 게냐? 죽이긴 조금 아까운 젊은이들인데. 일단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꼴을 좀 보고 싶구나.”
나는 건조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꿈 같은 소리는 네 꿈에서 확인하도록.”
사도제일인이 나를 바라봤다.
“자하야, 승산이 있겠느냐? 나는 외팔이 제자도 좋아한다만. 외눈 제자도 나쁘지 않지. 무언가를 반드시 잃게 될 것이라 약조하마.”
마치 바둑의 고수와 대치하는 와중에 다음 수를 고민하는 것 같은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갔다. 마음에도 없는 존댓말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슬슬 성질이 뻗치는 상황.
나는 결론을 쉽게 내지 못한 상태로 사도제일인을 바라봤다.
“……사람은 잠을 많이 자야 해. 졸려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
“방법이 없는 것이겠지.”
나는 뒷짐을 진 채로 귀마와 색마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멀찍이 물러나. 늙은이 말대로 방법이 없으니 내가 일대일을 하겠다. 끼어들지 말도록. 방해된다.”
쉽게 물러날 놈들이 아니라서 나는 색마와 귀마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헀다.
“진심이니까. 일단 물러나.”
귀마가 먼저 대답했다.
“알았다.”
두 사람이 사도제일인을 경계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사도제일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섬인데 어딜 도망치려고?”
색마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가 도망갈 것 같으냐? 아가리 다물고 일대일이나 해. 셋째 다음은 나다. 우리가 다 죽어야 승부가 끝난다.”
사도제일인이 일보를 움직였을 때,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순식간에 차지했다.
나는 제운종으로 일보를 물러나서 사도제일인과 눈을 마주쳤다.
“…….”
속도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것은 우리 둘 다 확인했다. 나는 졸려서 그런지 눈이 좀 뻑뻑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눈깔이 좀 충혈되는 느낌이랄까.
사도에게 말했다.
“임소백을 괴롭힌 이야기는 잘 들었다.”
“…….”
“왜 그렇게 사람을 자꾸 미치게 만들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