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02
103. 절체절명의 도시 (2)
기장의 안내방송이 한 차례 있었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곧바로 ‘스킬 검색’을 켰다.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최종 컨펌을 할 스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3개의 4티어 불 스킬.”
[을 습득하셨습니다.] [를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그리고 5개의 3티어 땅 스킬.”
[를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를 습득하셨습니다.] [를 습득하셨습니다.] [를 습득하셨습니다.]나는 눈앞에 떠있는 메시지창들을 주르륵 내렸다.
“역시 포인트가 모자라. 딱 1개만 더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찍지 못한 채 띄워놓기만 한 스킬의 설명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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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튼 쉘(Molten Shell) – 5티어
설명 :
시전자의 주위에 닿는 모든 걸 녹여버리는 용암의 보호막을 형성함.
불이나 용암에 닿을 경우 보호막이 강화됨.
보호막의 지속시간 동안 불과 용암에 면역.
지속시간이 길어질 수록, 소모되는 마나 또한 길어짐.
스킬의 해제시 주변으로 용암의 폭발을 일으킴.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52 이상
마력 C- 이상
화염 저항력 C- 이상
땅 친화력 D-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 불가능, 선행 스킬을 만족해야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던전 몇 개 더 돌면서 렙업을 하고 오고 싶었는데,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애초에 요즘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따로 던전을 돌고 할 시간이 아예 없던 참이었기에,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경로로 찔끔찔끔 쌓여온 포인트가 조금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스킬이 없으면··· 그 몬스터를 잡기는 어려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 훅, 훅··· 승객 여러분.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쇄도 길드 전용기를 조종하던 기장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현재, 목적지인 도쿄 임시 공항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착륙이 어려운 관계로, 관련하여 자체적인 강하를 요청드립니다. 가능한 헌터님들께서는 안전한 강하를 위한 대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그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객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착륙을 할 수 없다니?”
“그럼,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내 옆에 앉아서 잠을 청하고있던 안인식.
그는 방송을 듣자마자 창 밖을 바라보고는 내게 말했다.
“길드장님, 아무래도··· 몬스터들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나도 안인식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독수리와 사자가 합쳐진 듯한 모습의··· 그리폰?
《삐이이이애액─》
비행기의 바깥에서부터 고음의 새 비스무리한 울음소리가 들러오기 시작했다.
“기··· 길드장님. 이거 괜찮을까요?”
안인식은 살짝 겁에 질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상공 11,000m 위였다.
아무리 그가 E급 각성자라고 할지라도, 이런 곳에서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밖에는 몬스터는 A급 비행 몬스터, 그리폰이 날아다닌다.
잘못하면, 바닷가에서 갈매기에게 던져지는 새우깡의 신세가 될 수도 있는 노릇.
그렇게 된다면 시신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곧이어 기장의 방송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잠시 후 회피기동이 있을 예정이오니 흔들림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안내방송이 끝났고, 비행기가 급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기체가 토네이도라도 만난 듯,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뭐··· 뭐야!”
위이이이잉!
그 순간 기체의 후방으로 작은 해치가 열렸다.
– 현재 기체가 목적지에 착륙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으로 회항을 시작합니다. 헌터님들께서는 강하를 준비해주십시오. 가능하면 지금 당장 강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온 뒤,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기내를 죽 둘러봤다.
뒤쪽의 해치를 통해 들려오는 거센 바람 소리와 당장에라도 추락할 듯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기체까지.
함께 타고 있던 연소율과 그녀의 S급 헌터들도 혼란스러워했고, 우리 길드원들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아악!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꺄아악! 첫번째 임무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안인식과 김마리는 연신 비명을 질러댔고, 황명수와 조준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나는 우리 길드원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비치된 낙하산을 메십시오!”
“낙··· 낙하산이요? 정말 꼭 그래야 해요?”
방화연이 낙하산 배낭의 설명서를 읽어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때 안인식이 바깥을 보며 외쳤다.
“그리폰이 날아옵니다! 아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앙!
그 외침과 함께, 기체에서 거대한 충돌음이 났다.
온갖 물건들이 실내를 날아다녔고, 사람들 또한 이리저리 뒤섞이며 튕겨져나갔다.
쇄도 길드의 전용기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았다.
대신, 옆으로 날고 있었다.
“저기 중간에, 부리··· 부리가!”
“비행기가 찢어진다!”
“어서 탈출을!”
그제서야 헌터들은 뒤쪽에 열린 해치를 통해 하나둘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섬뜩한 금속음이 한 차례 더 들려왔다.
우지끈!
비행기의 앞쪽과 뒤쪽이 두동강이 나는 소리였다.
마치 깨진 호두에서 알맹이가 튀어 나오듯,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왔다.
《삐이이이이익!》
방금 비행기를 두 동강 낸 그리폰 말고, 반대쪽에서 날아온 그리폰이 헌터 한 명을 콱 물었다.
그는 쇄도 길드 소속의 S급 탱커였다.
“이 자식이! 타이탄 베쉬(Titan Bash)!”
까앙!
중년의 탱커가 내리찍은 카이트 쉴드의 모서리는 그리폰의 정수리를 꿰뚫어 버렸다.
그러나 사후경직이라도 된 듯, 탱커를 물고 꽉 다문 부리가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탱커는 자신을 물은 그리폰의 사체와 함께 관성을 유지하며 포물선으로 추락해 나갔다.
다른 헌터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워터젯 커터(Waterjet Cutter)!”
한 마법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리폰에게 날카로운 수압의 칼날을 쏘아 보냈다.
그리폰은 머리가 난도질당했지만, 여전히 마법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 이런, 젠장··· 워터 캐논(Water Cannon)!”
푸화아악!
반사적으로 일으킨 물의 대폭발.
그 덕분에 날아오던 그리폰은 그대로 격추시킬 수 있었지만, 일어난 충격파에 의한 반작용으로 인해 마법사는 멀리 튕겨져 나갔다.
“으아아아!”
그렇게 수천미터 상공에서 S급 헌터들은 A급 몬스터, 그리폰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고작 이런 일로 죽을 S급 헌터들은 아니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날아오던 그리폰들을 해치운 뒤, 낙하산을 펼치고 있었던 것.
그러나 그 덕분에 이들은 한곳에 착지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디바인 쉴드(Divine Shield)!”
나는 가장 먼저 금빛 보호막을 두른 채 추락하는 김마리에게 다가갔다.
“김마리 씨!”
그녀는 세 마리의 그리폰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디바인 쉴드’로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 가면 그녀는 결국 낙하산을 펼치지 못한 채 추락사할 수도 있었다.
“연쇄 번개!”
번쩍!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일반적인 비행 몬스터의 약점은 전기와 화염.
콰과과과광!!
간단한 벼락을 쏘아내는 것만으로, 세 마리의 그리폰은 쉽사리 나가떨어졌다.
나는 아직 낙하산을 펴지 않은 채, ‘전자기 비행’만 운용하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고··· 고맙습니다!”
“여기를 이렇게 조작하셔서, 자 이렇게······.”
나는 그녀의 낙하산을 펼쳐주며 설명을 이어나갔고, 가까이에서 그런 나를 바라보던 김마리의 표정이 뭔가 묘해져 갔다.
“아아······.”
“왜 그러시죠?”
“아··· 아니에요!”
그러고 보면, 내가 개구리 가면의 헌터라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부터, 김마리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바뀐 것 같은데······.
그 순간.
펄럭─!
김마리의 낙하산이 펼쳐지며, 추락속도가 감소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길드장님!”
“그 각도를 유지하면서 쭈욱 내려오십시오.”
“네··· 네!”
뭔가 느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마리를 뒤로 하고, 나는 다른 길드원들도 돕기위해 주변을 살폈다.
펄럭─
김마리의 바로 옆에 있던 허공에서 갑자기 낙하산 하나가 펼쳐졌다.
“응?”
말 그대로, 사람 없는 낙하산이었다.
그것은 ‘윈드 워크’를 사용한 채 낙하산을 펼친 검색 길드의 경호팀장, 사라였다.
아마도 은신의 영향범위가 넓게 펼쳐진 낙하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인지, 낙하산 혼자 펄럭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조금 기괴하게 보이기도 했다.
문득 나는 찾던 사람을 발견했다.
나와 함께 온 사람들 중 지금의 상황을 가장 무서워했고, 가장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기도 했다.
“안 길드장님!”
나는 황급히 그를 불렀지만, 안인식은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겁은 많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면 강해지는 스타일인 건가?
그러고 보면 예전에 히드라 던전 때도, 칼라미티 요원 하나를 조져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이거나 먹어라! 원격 지뢰!”
안인식은 날아오던 그리폰에게 모종의 장치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던진 장치들이 그리폰에 닿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리모콘을 눌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기계 장치에서 몇 가지의 화염과 전기 마법이 터져 나오며, 날아들던 그리폰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아마도 저건, 예전에 히드라 던전에서 쓸어 모아왔던 ‘폴룩스’의 기계장치로 보이는데··· 저걸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하긴, 안인식은 연구자이며 과학자였다.
그의 탐지 능력으로 기계 장치를 분석해서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인식의 사각을 노리고, 몇 마리의 그리폰이 추가로 날아들었다.
“갈라지는 번개(Forked Lightning)!”
촤아아아악!
내 창끝에서 뿜어져 나온 세 갈래의 벼락에 튀겨진 그리폰들이 그대로 추락했다.
“으헛! 위험할 뻔했군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이런, 언제 그런 걸 그렇게 잘 다룰 수 있게 된 겁니까? 따로 개조라도 하신 건지요?”
“이 물건, 만든 사람이 칼라미티의 간부라고 했죠?”
안인식은 품속에서 몇 가지 종류의 기계 장치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야. 그 간부, 정말 똑똑한 양반이더군요. 이런 걸 만들어낼 생각을 하다니. 잘하면 큰돈이 될 거 같아서 틈틈이 연구하면서 쓸 수 있게 개조해 두었는데. 성능이 아주 나쁘지 않습니다.”
“혹시 양산도 가능하겠습니까?”
“시간만 조금 더 주어진다면요. 던전 탐지 레이더 다음에는 이 ‘마력 회로’에 대해서 더욱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볼까 합니다.”
그렇게 말하던 중.
안인식의 낙하산이, 주르륵 펼쳐졌다.
펄럭─!
“길드장님, 땅에서 다시 뵙시다!”
추락 속도가 줄어든 안인식은 그렇게 외치며 멀어져갔다.
나는 그리폰의 공격을 받느라, 아직 낙하산을 펼치지 못한 다른 길드원들을 빠르게 탐색했다.
“저깄군!”
한쪽에는 조준혁을 데리고 그리폰들에게 화살 폭격을 날리는 황명수가 있었다.
나는 곧장 날아가 그들 또한 도와준 뒤, 길드원들의 안부를 물었다.
펄럭─!
“황명수 씨, 괜찮으십니까?”
“방금은 조금 위험했습니다. 길드장님 덕에 살았군요.”
“지금처럼 준혁이좀 잘 챙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준혁아, 이 아저씨 말 잘 들어. 여기서 너 지켜줄 사람이니까.”
“······.”
멋쩍어하는 황명수와, 끄덕거리는 조준혁.
그들은 낙하산을 펼친 뒤 추락속도가 줄어들었고, 나는 그들을 뒤로한 채 이번엔 방화연에게 날아갔다.
저 멀리, 낭자하는 유혈과 폭발하는 화염의 열기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거대한 할버드를 휘두르는 방화연이 보였다.
펄럭─
그녀는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알아서 주변의 그리폰들을 정리한 뒤, 자연스럽게 낙하산을 펼치고 속도를 줄여나갔다.
“방화연 씨, 정말 많이 강해지셨군.”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내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곧 아래를 바라봤다.
지면이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다.
이대로 ‘전자기 비행’을 유지하며 천천히 착지해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 스킬은 마나를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는 스킬이었다.
굳이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나 또한 메고 있던 낙하산을 펼쳤다.
펄럭─
온통 불타거나 무너진 건물들뿐인 지상에, 아직 멀쩡해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나는 그 병원의 옥상을 가리키며, 무전 이어폰에 손을 가져다 댔다.
“모두, 저 병원에서 다시 모입시다!”
***
일본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도쿄대학 국립병원.
전 국토가 몬스터에게 뒤덮이고, 화산들이 폭발하며 내뿜는 화산탄(火山炭)의 폭격을 받고 있는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도쿄대학 국립병원은 헌터들이 보호해야 할 1순위 시설 중 하나였다.
주변의 다양한 건물들이 파괴되어 폐허가 되어갔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이 병원 건물만큼은 끝까지 지켜지고 있었다.
“길드장님··· 더이상은 무리입니다!”
일본 랭킹 1위의 검은 섬광(Blackgleam) 길드.
검은 기모노를 입고, 카타나를 휘두르는 그들은 온몸이 흙먼지와 검댕, 그리고 굳어버린 핏물까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뒤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도쿄대 병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무너지게 되면, 그야말로···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 펼쳐지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 섬광의 수장, 다이스케 요시는 몬스터의 피로 얼룩진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마지막 놈이다, 저놈만 제거하면 한동안 여유가 생길 테니, 어떻게든 막아선다!”
다이스케는 눈앞의 S급 보스 몬스터, 씨 자이언트 로드(Sea Giant Lord)를 노려보았다.
그 청록색 피부의 거인은 녹슬고 거대한 닻을 마구잡이로 내리치며, 주변을 파괴하고 있었다.
타앗!
그는 검은 잔상을 남기며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일순 시커먼 잔상 외에는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쏘아져 나간 그의 신형은, 날아드는 닻을 흘리고 터져 나오는 조수(潮水)의 폭발을 온몸으로 감내했다.
퐈퐈퐈퐝─!
“커흑!”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울컥 입을 통해 피가 솟구쳐 나왔지만, 고작 이런 걸로 움츠러들 여유는 없었다.
시커멓게 빛나는 그의 검날이 수평으로 씨 자이언트 로드의 목을 잘라내며 지나갔다.
“섀도우스네이크 블레이드(Shadowsnake Blade).”
서컹─
그 뒤, 힘이 다한 다이스케는 곳곳이 파괴된 아스팔트 위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동시에, 그가 멈춰선 자리의 주변.
수십 마리의 씨 자이언트가 각자의 닻을 치켜들었다.
“끝인가.”
매일매일 쉼 없이 이어지던 싸움에, 더는 싸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순간 보스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 것.
이제 나머지 놈들은 이제 길드원들이 처리해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스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모두··· 무사하길······.”
번쩍! 번쩍! 번쩍···!
감고 있던 눈꺼풀 너머로 수차례 번쩍거리는 섬광이 느껴졌다.
이어서 엄청난 폭음도 함께 들려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생각보다 편안한 죽음이로군······.”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생생한 죽음의 경험.
아니, 생생하다 못해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져 갔다.
“뭐지?”
다이스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화산재에 뒤덮인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었고, 주변에는 파괴된 건물들.
광포한 씨 자이언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괜찮습니까?”
그리고 머리맡에서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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