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36)
판타지 레이드는 체험형 놀이기구였다.
귀신의 집처럼 꾸며진 장소를 나아간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특수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특수 장비를 착용하게 되면 가상의 몬스터가 보이게 되는데, 그런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나아가면서 마지막에 있는 보스 몬스터까지 처치하면 되는 것이다.
건우는 판타지 레이드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을 천천히 읽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는 그러면서 은근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놀이기구일 뿐이지만, 꿈이었던 헌터를 잠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거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와 엘, 소아, 신비술사 조윤아를 돌아봤다.
“좋아. 어떤 놀이기구인지는 대강 알겠어. 그러면, 들어가기 전에 원하는 각성 특성부터 정하자.”
건우는 안내판에 적혀있는 대로, 각자의 각성 특성을 미리 정해놓기로 했다.
그에 조윤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그건 이미 직원에게 전해 뒀어요.”
건우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각성 특성을 정해 놓은 것이다.
건우는 자신이 늦게 합류한 만큼,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그랬어? 어떻게 맞췄는데?”
“하와는 바람의 정령사, 엘은 땅의 정령사, 소아는 불의 마법사, 저는 지원형 연금술사요.”
조윤아의 대답에, 건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구성원의 능력 밸런스가 너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화력은 어마무시하긴 한데…… 혹시, 윤아가 그렇게 짜 준거야?”
“아뇨. 그냥 각자 하고 싶은 걸로 했어요. 놀이기구니까요.”
그에 건우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웬만하면 제대로 구성을 짜서 해 보고 싶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면서 아쉬움을 털어냈다.
“좋아. 알았어. 그럼 내 특성만 정하고 올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직원에게 가려고 했다.
그때, 조윤아가 그런 건우를 붙잡았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건우 님 각성 특성도 아이들이 정해 줬으니까요.”
“어? 내 것도?”
“네.”“뭐로 정했는데?”
그 물음에 조윤아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농사꾼이요.”
순간, 건우의 표정이 멍하니 변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확인차 되물었다.
“뭐라고?”
“아이들이 이건우 님 각성 특성을 농사꾼으로 정했어요. 만장일치로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재잘거리던 하와와 아이들이 건우를 보면서 방긋 웃었다.
“하왕!”
“농사꾼이 최고랍니다!”
“건우는 농사꾼이 딱이야!”
그렇게 건우는 농사꾼이 되어, 판타지 레이드에 입장하게 되었다.
* * *
판타지 레이드는 헌터가 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명하기도 했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난이도 별 완주 보상!
판타지 레이드의 난이도는 아기 난이도, 어른 난이도, 초인 난이도, 몬스터 난이도로 나뉘는데, 차례대로 하, 중, 상, 최상이라는 뜻이다.
아기 난이도는 커다란 사탕, 어른 난이도는 레버랜드 캐릭터 머리띠, 초인 난이도는 레버랜드 무료 이용권 5장, 몬스터 난이도는 무려 크루즈 여행권.
어마어마한 보상이이었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말도 안 되게 어려워지나 본데?’
건우는 그러면서 슬쩍 명예의 전당이라는 게시판을 바라봤다.
초인 난이도에 성공한 이들은 겨우 다섯 팀뿐이었고, 몬스터 난이도에 성공한 이들은 한 팀도 없었다.
‘아기 난이도는 애들용이라서 대충해도 통과인 것 같으니까, 어른 난이도로 하는 게 재밌겠지? 구성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건우 일행이 판타지 레이드에 들어갈 차례가 왔고, 건우는 직원에게 어른 난이도를 부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직원은 그런 건우의 말을 듣기도 전에 먼저 안내를 시작했다.
“몬스터 난이도를 선택하신 게 맞으시죠?”
“네?”
“아닌가요? 아까 특성 정하시면서 몬스터 난이도로 하셨던데?”
그 말에 건우가 재빨리 하와와 아이들을 돌아봤다.
“하왓!”
“몬스터 난이도 맞답니다!”
“응! 다 뿌셔뿌셔!”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면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아이들.
조윤아가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운 걸로 하자고 해서요.”
“그, 그랬어? 그러면 아이들이 원하는 걸로 해야지.”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클리어는 물 건너갔군.’
그가 그러고 있는 사이, 상황을 파악한 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몬스터 난이도로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건우 일행에게 장비를 착용시켜 주었다.
건우가 장비를 다 착용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조금 거추장스럽네.’
커다란 바이트 헬멧과 두꺼운 조끼를 입은 느낌이랄까?
건우는 그렇게 느끼면서 마지막으로 장갑을 착용했다.
잠시 후.
건우 일행이 모두 장비를 착용하자, 직원이 입장을 알렸다.
“자, 그럼 이곳으로 입장해 주세요.”
그 안내에 맞춰서, 건우가 가장 먼저 판타지 레이드에 들어섰다.
그 순간, 헬멧을 통해서 안내음이 들려왔다.
-몬스터 레이드 입장을 환영합니다. 난이도 몬스터.
그와 동시에 바뀌는 건우의 시야.
헬멧을 통해서 두 종류의 에너지 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빨간색은 생명력, 파란색은 마력이겠지? 흐음, 신기하네.’
그가 그렇게 상황을 파악을 끝내자,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안내음 대신에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용사님? 저는 여신 아픈디테입니다. 부디 농사꾼의 힘으로 사악한 마룡을 저지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세요!
‘농사꾼의 힘으로 사악한 마룡을 저지해 달라니…… 이게 무슨 꽁트냐?’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현실에서는 손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헬멧을 통해서 본 건우의 손에는 낫이 들려 있었다.
‘낫이라…… 차라리 삽을 주지.’
건우는 그러면서 한 차례 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하와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와!”
“안녕하세요, 여신 아픈디테 님! 저는 엘이랍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프세요?”
안내음일 뿐인 여신과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보는 화면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생명력과 마력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설명이 끝나갈 때쯤,
-용사여!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마룡을 저지해 주세요!
여신이 출발하라고 독촉했다.
그에 건우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마룡 저지가 아니라, 다음 손님 모시려는 거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러고서 아이들을 이끌었다.
“잘 따라와.”
“하왓!”
“출발! 이랍니다!”
“출~ 바알!”
신나서 건우의 뒤를 따르는 아이들.
그런 뒤로, 미소를 띤 조윤아가 뭔가를 하면서 따라붙었다.
그녀의 행동은, 헬멧을 통하지 않고 보면 허공에 헛손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 * *
건우 일행은 몬스터 난이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나아갔다.
“하왓!”
“땅의 정령님! 벽으로 막아 주세요!”
“헬 파이어!”
하와와 아이들의 연계 공격에 우르르 무너지는 거대한 골렘들.
건우가 뒤에 멀찍이 떨어진 채,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이런 걸 보고 딜찍누라고 하는 거였지?’
딜찍누.
딜로 찍어 누른다는 뜻으로, 화력으로 밀어붙인다는 소리였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조윤아가 연신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각종 물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물약을 하나 뚝딱 만들어내면서,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생명력이나 마력이 떨어지면 말해! 바로 회복시켜 줄게.”
하와와 아이들이 딜로 몬스터들을 찍어 누를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바로 조윤아였던 것이다.
건우의 입장에서는 아이들보다 조윤아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래도 되나? 밸런스 파괴 아닌가?’
생명력 100% 즉시 회복과 마력 100% 즉시 회복 물약을 공장마냥 찍어내는 조윤아.
건우가 밸런스 파괴라고 느낄 만도 했다.
그렇게 잠시 후.
하와와 아이들이 거대한 골렘 수십 기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자, 다음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드디어 사악한 마룡이 잠들어 있는 곳이네요! 부디 세상을 구해 주세요!
여신의 목소리와 함께, 건우의 눈앞에 ‘Level UP!’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이곳까지 오면서 종종 본 문구였다.
‘그래 봤자, 내 능력은 별것 없지만.’
농사꾼인 건우는 레벨이 올라도 다른 능력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까, 이런 상황에서 농사꾼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그는 그러면서, 하와와 아이들을 바라봤다.
하와는 새롭게 생긴 능력으로 바람의 정령왕을 소환했고, 엘은 땅의 정령왕을 소환했다. 그리고 소아는 공터를 향해서 ‘헬 게이트’를 만들어냈다.
“하왓!”
“헤에. 엄청 크답니다!”
“다 뿌셔뿌셔!”
가상의 힘이지만, 그것을 휘두르며 즐거워하는 하와와 아이들.
‘조금 부럽네.’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조윤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새로운 능력 확인해 보셨어요?”
“아니. 이번에도 안 생겼을 같아서.”
“흐음, 그래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녀가 그리 말하자, 건우는 별 기대감 없이 능력을 확인해 봤다.
그리고 곧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능력이 하나 생겼던 것이다.
“숙면 과일나무 재배?”
그가 그렇게 새롭게 생긴 능력을 읊는 순간이었다.
슝슝슝슝~
묘한 효과음이 나면서, 건우의 눈앞에 작은 나무가 엄청난 속도로 자라났다.
거기에는 조롱박처럼 생긴 노란 과일이 달랑 하나 열려 있었다.
건우가 별생각 없이 그것을 따자, 나무는 빛 가루가 되어서 흩어졌다.
‘이게 능력이야?’
황당해하는 건우.
조윤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게 새로운 능력인가요?”
“응. 그런 것 같은데? 그런데 이걸 어떻게 쓰는 거지? 우리가 먹으면 되나?”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손에 들린 열매를 살펴보았다.
그렇게 건우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어서 빨리! 시간이 없어요! 허리 업!
여신이 다시 독촉하기 시작했다. 다음 용사 일행이 이곳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네네. 가겠습니다, 여신님.”
건우 일행은 그렇게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마룡과 마주할 수 있었다.
* * *
건우와 아이들이 판타지 레이드를 돌고 있을 때.
밖에서는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박! 이러다가 깨는 거 아냐?”
“그러면 크루즈 여행권!?”
“진짜 대박이네.”
“그런데 너무 사기 아니야? 어떻게 저렇게 계속 마법을 난사하지?”
“와, 마룡 개 크다. 포스 보소?”
“몬스터 난이도 마지막 보스는 드래곤이었구나.”
“엄청 유명한 미튜버들끼리 작전 짜고 와서도, 골렘 지역에서 다 막혔는데…… 이걸 가 버리네?”
밖에 있던 사람들이 건우 일행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집사 나이트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단하십니다, 아가씨.’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그런데 저 남자는 왜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안 하긴? 버스 받고 있잖아.”
“그렇네. 대단한 거 하고 있었네. 하하.”
“그런데 손에 든 건 뭐냐?”
“몰라. 간식이겠지.”
나이트는 옆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꺼내 들더니, 입을 열었다.
“곧 있으면, 아가씨 일행이 판타지 레이드를 클리어하고 나오실 것 같다. 크루즈 여행권, 준비해 두도록.”
그가 그렇게 무전을 하고, 잠시 후.
판타지 레이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화면에서는 건우 일행과 마룡의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