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4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0화
다음 날.
드디어 수행평가 당일 아침이 밝았다. A반 학생들은 마차를 타고 지하 던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신기하지 않아요?”
마차 안에서 카미바레즈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로크섬 안에 이렇게나 던전이랑 유적들이 많이 모여 있다니…….”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네프티스 님이 수집광인가 봐. 이런 고대 유적을 발견하면 통째로 로크섬에 옮겨 버린대.”
“와! 유적을 통째로요?”
딕과 카미바레즈가 재잘재잘 떠들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려 애썼지만, 던전에 도착할 때까지 시몬과 메이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 도착했습니다! 모두 내리세요!”
드디어 마차들이 멈추고 학생들이 내려왔다.
실전을 앞두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마차에서 목발을 짚고 내리는 메이린에게로 향했다.
“……망했네. 쟤들.”
“출전조원인데 다쳤다며?”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출전조원이 저 상태면 답이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꼬였네.”
“우리야 이득이지.”
“쉿! 쉿! 야, 목소리 너무 커!”
웅성거리는 소리를 애써 흘려넘기며, 메이린은 꿋꿋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7조 멤버들이 따랐다.
키젠의 지하던전은 대륙에서 생포해온 몬스터들을 가둬놓은 일종의 초대형 감옥이었다. 몬스터들은 물론, 던전의 가장 아래층에는 대륙의 온갖 끔찍한 범죄자들이 잡혀 있다고 한다.
조교를 따라 걸으며, 학생들은 두려운 얼굴로 눈을 굴렸다.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이나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긴 한데, 사실 이 던전 가장 아래층에는 ‘천사’가 사슬에 묶여 봉인되어 있대.”
딕의 말에 카미바레즈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거, 겁주지 마세요! 천사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흐흐흐. 악마족들도 있는데 천사가 없을까 봐?”
다행히 던전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도착지는 암석을 깎아 만든 벽돌로 주위가 빈틈없이 둘러싸인 장소. 훈련실 때처럼 천장에 마나 투사기가 달려 있었다.
“이쪽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도착한 제인과 조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 보호기간 이후 첫 제인의 수업이라 다들 바짝 긴장한 얼굴로 기립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 주목.”
“주목!”
“오전에는 1조에서 8조까지 수행평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분은 살아 있는 사이클롭스와 대면하게 될 겁니다.”
조교들이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서류판과 펜을 건넸다.
첫 시간에 제인이 말했던 생명포기각서,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키젠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본인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면, 그대로 각서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도 좋습니다.”
이미 키젠에 들어올 때부터 각오한 바였다. 학생들 전원이 각서에 서명을 마쳤고, 조교들은 훈련복을 배부했다.
“다시 말하지만 수행평가가 중단되는 경우는 세 가지입니다. 출전조원의 전투 불능, 조원 누구라도 손을 들고 시험 포기를 선언한 경우, 그리고 교수나 안전요원이 더 이상의 전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경우입니다. 그리고 안전요원은 키젠 본부에서 파견된 앤드류 요원님께서 고생해 주시겠습니다.”
제인의 옆에 서 있는,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무척 과묵한 인상이었다.
“그럼 이제 1조부터 수행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 * *
1조는 자리에 남고, 다른 조원들은 위층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대기실처럼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었는데 한쪽 벽면은 마치 유리처럼 투명해서 다른 조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내려다볼 수 있었다.
“지, 진짜 사이클롭스다!”
“스케일 장난 아니네.”
“난 마지막까지 실전이란 거 안 믿었어.”
“진짜 어떡해…….”
대기실은 사이클롭스를 구경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지만, 시몬 일행은 한가하게 다른 조들의 싸움을 구경할 시간은 없었다.
네 사람은 조용한 반대편 구석에 자리 잡고 계획을 논의했다.
“자, 자. 분위기 좀 풀자고! 우리도 아직 승산 있어!”
딕이 박수를 치며 회의를 진행했다.
다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따금씩 학생들의 환호성과 비명이 교차했다.
몇조가 이겼고, 몇조가 실패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3조의 헥토르는 사냥에 성공했다.
시간은 빛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마침내.
“7조 앞으로.”
한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벌써 7조의 차례가 되었다.
7조 조원들 모두가 조교의 안내를 받아 내려갔다. 메이린이 내려갈 때까지 조용하던 학생들이 이내 투명한 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메이린이 다리를 다쳤는데 계속할 생각인가 보네.”
“그게 돼? 의사가 통제 걸었을걸.”
“어…… 잠깐만!”
누군가가 손으로 벽 한쪽을 가리켰다. 출전조원이 입는 방호조끼를 시몬이 입고 있었다.
“시몬이다! 시몬 폴렌티아를 출전조원으로 바꿨어!”
“괜찮으려나?”
“당연히 안 괜찮지! 쟤들 계속 메이린의 다크 플레어에 의존해 왔잖아. 이렇게 되면 계획이 싹 다 틀어진 거야.”
“근데 소환학 지망생이 어떻게 사이클롭스를 잡지?”
“그냥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려는 거겠지 뭐.”
바로 그때, 좌석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헥토르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시몬 폴렌티아가 출전조원이라고?”
“그, 그렇다는데?”
헥토르의 파벌인 남학생인 애써 웃으며 말했다.
“평소에 신경 쓰던 녀석 아냐? 안 봐도 돼?”
“…….”
헥토르는 대답 없이 눈을 감았다.
* * *
“후우우우.”
시몬이 떨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심호흡했다. 조끼를 입으니 천장의 마나 투사기에서 배리어 게이지가 나타났다.
이 게이지가 0%가 되면 출전조원은 자동으로 ‘전투 불능 판정’이 내려지게 되며 시험은 즉각 중지된다.
시몬의 뒤로는 딕,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차례대로 세트 포지션에 서 있었다. 다행히 메이린이 의사를 설득해서, 제자리에 움직이지 않는 서포트 역할 정도는 허락받았다.
“크게 바뀌는 건 없어.”
시몬이 조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금 상황이 달라졌어도 우리가 노력한 것들이 어디 가는 건 아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멍해 있던 메이린도 수행평가가 시작되자 정신을 차렸는지 무섭도록 진지한 표정이었다.
안전요원 앤드류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사이클롭스. 들여보내 주십시오.”
드르르르륵!
던전의 철장이 올라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슬에 묶여 있는 실제 사이클롭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명의 파수꾼들이 낑낑대며 사슬을 잡아당겨 사이클롭스의 걸음을 유도하고 있었다.
꿀꺽.
몬스터와 대면하자, 시몬의 입가에 마른침이 넘어갔다.
외형 자체는 시뮬레이션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지만, 실물은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불쾌한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렸다.
긴장감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저런 걸 산에서 만났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했다.
그리고 사이클롭스의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칠흑 마법진이 보였다.
놈은 바로 저 마법진의 저주 때문에 눈에 동공이 풀려 있지만, 저주가 풀리는 순간 이성이 돌아오고 눈앞에 보이는 상대에게 공격을 시작하게 된다.
찰칵! 찰칵!
파수꾼들이 쇠사슬을 제거하고는 부리나케 던전에서 도망쳤다.
-그럼 지금부터, 7조의 수행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천장에서 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든지 손을 들어 시험 중단을 요청하십시오.
“예! 교수님!”
안전요원인 앤드류도 어느 순간 투명해지며 보이지 않게 됐다.
이제 이 공간에는 오로지 7조 네 사람과 사이클롭스만이 남겨지게 됐다.
-저주 해제. 시험을 시작합니다.
사이클롭스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마법진이 쨍! 소리를 내며 박살 났다. 그와 동시에 초점 없이 풀려 있던 몬스터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돌아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놈이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풍압만으로도 몸이 날아갈 것만 같다.
“시몬! 정신 차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됐다. 시몬은 가상의 레버를 잡아당겨 스켈레톤들을 꺼냈다.
무기를 든 세 기의 스켈레톤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나갔다.
‘연습한 대로. 연습한 대로만 하자!’
출전조원이 바뀌었지만 전략의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시몬이 스켈레톤으로 버티는 사이, 딕과 카미바레즈, 메이린까지 전부 저주로 간다. 이그저스트를 극한까지 쌓아 올려 사이클롭스를 무력화시키고, 시몬이 명치를 찔러 놈을 쓰러뜨리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쾅!
사이클롭스는 스켈레톤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전차처럼 돌진해 스켈레톤들을 몸으로 치어버리고는, 곧바로 시몬에게 다가왔다.
“……어?”
“뭐, 뭐야?”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핏줄이 터져 시뻘게진 눈의 사이클롭스가 거칠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쿠우우우웅!
시몬이 다급히 몸을 날렸다. 그가 있던 자리에 방망이가 떨어지며 던전이 들썩들썩 흔들렸다.
“딕! 왜 이러는 거죠?”
저주를 준비하고 있던 카미바레즈가 당황해서 물었다.
“시뮬레이션과는 다르잖아요!”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가? 아니, 근데 이건…….”
딕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치 처음부터 시몬을 노리고 오는 것 같잖아!’
콰앙! 콰앙! 콰앙!
사이클롭스가 입에서 침을 쏟아내며 미친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공세에 시몬은 공처럼 바닥을 대굴대굴 구르며 피해야 했다.
“크으!”
울퉁불퉁한 돌바닥 때문에 등이 아팠다. 모든 공격을 피해낸 시몬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오른팔을 뻗었다.
따다닥!
사이클롭스의 뒤를 잡은 스켈레톤이 검을 휘둘러 놈의 등을 베었다.
‘큭! 시뮬레이션 때보다 훨씬 단단해!’
피부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큰 피해를 주지 못해서일까. 사이클롭스는 이번에도 스켈레톤을 무시하고 시몬만을 공격했다.
‘침착하자.’
시몬의 눈빛이 번뜩였다.
‘사선으로 내려치기.’
두 다리를 굽힌 시몬이 순간적으로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방망이가 기울인 방향 바로 위를 가르며 지나갔다.
‘긴 호흡으로 횡 휘두르기!’
짧게 스탭을 밟으며 시몬의 몸이 뒤로 빠져나가자 사이클롭스의 공격이 이번에도 헛돌았다. 위층에서 지켜보던 학생들은 시몬의 현란한 움직임에 탄성을 내질렀다.
물론 당사자인 시몬은 죽을 맛이었다.
‘메이린을 도와주려고 사이클롭스를 분석한 게 나한테 쓰일 줄이야!’
-워어어어어어!
흥분한 사이클롭스가 뒤를 돌며 돌진하려는 그때.
“이그저스트!”
세트 포지션에 서 있던 세 사람이 드디어 이그저스트를 발동시켰다.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느려졌고, 그 찰나의 순간을 시몬이 파고들었다.
칠흑을 밟고 도약한 시몬이 팔을 뒤로 뻗었다. 스켈레톤이 던진 창이 그대로 시몬의 손안에 들어왔다.
‘찬스!’
후웅!
시몬의 창이 사이클롭스의 눈을 향해 번개처럼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