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30)
0살부터 슈퍼스타 1130화
몇 시간 전.
서준은 수빈과 함께 벤자민 교수와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가 있는 호텔로 향했다.
띵동-
하고 벨을 누르니 제이슨 무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와라./”
“/잘 잤어요, 제이슨?/”
“/교수님! 드미트리!/”
김수빈의 활기찬 부름에 제이슨 무어의 뒤를 쫓아 나온 벤자민 교수와 드미트리가 웃으며 서준과 김수빈을 반겨주었다.
각자 다른 방을 쓰고 있는 세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벤자민 교수님 방에 있었다. 오늘 오케스트라 첫 미팅에 앞서 코코아엔터에서 보내준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을 다시금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최유성의 연주가 TV 화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성 씨도 참여했을 줄은 몰랐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드미트리의 말에 서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 파리에서의 연주회 이후로 가끔 연락도 하고 천천히 유명해지는 모습도 즐겁게 보고 있었는데, 언제 한국에 왔는지 모르겠다. 또 한 달만 함께할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고.
‘만나서 물어보면 되겠지.’
벤자민 교수가 건네주는 간식을 먹으며 서준과 김수빈도 단원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음./”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벤자민 교수는 벌써 어떻게 단원들을 가르칠지 생각하며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플루트는 호흡이 조금 부족한 것 같고……./”
때때로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지만 많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경험이 있어 다른 악기 연주자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안 좋은 버릇이 있군./”
“/금방 고칠 수 있을 거야. 벤자민 교수님이 가르쳐주시는 거잖아./”
무려 그 벤자민 모튼 교수가 지휘를 맡고 가르쳐주신다는데, 자신 같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고쳤을 거라고 말하는 드미트리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저 첼리스트는 긴장만 풀면 잘하겠는데요./”
“/확실히. 활을 잘 쓰는구나./”
김수빈은 흥미로운 얼굴로 서준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학교에서 기초적으로 다른 악기들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 번 코코아엔터가 보내준 영상을 돌려본 후에는 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후, 오케스트라 첫 미팅을 하러 갈 예정이었다.
“/연습장소는 공연장을 빌렸어요. 무대에서 실전처럼 연습하면 더 빨리 익히고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거 좋네./”
서준의 설명에 제이슨 무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촬영도 공연장에서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말씀드렸던 대로 메이킹 필름처럼 중간중간 연습도 촬영할 거고요./”
메이킹 필름 이야기는 미리 들었었던 세 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큐멘터리라든가 홍보 영상을 만든다고 몇 번 촬영한 적이 있어서 낯선 일은 아니었다.
“/빈, 학교는 괜찮니?/”
“/괜찮아요! 오전 수업만 들을 수 있어요! 촬영이 가까워지면 아예 며칠을 전부 빠질 수도 있구요!/”
벤자민 교수의 물음에 김수빈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고라는 특성상 외부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 신청서를 제출하고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자유롭게 외부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학교인 만큼 출석은 주의해야겠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서준과 음악가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참. 아직 단원들한테는 저랑 같이하는 촬영이라고 말 안 했어요./”
“/왜?/”
제이슨 무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행사 날까지 비밀로 하려고요. 공고에 제 이름이 들어가면 다들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자세한 설명 없이 ‘코코아엔터’이름으로 공고를 냈다.
“/다들 진짜 엄청 놀라실 것 같아요! 서준이 형에 교수님이랑 제이슨이랑 드미트리도 있으니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공고를 올릴 때는 예상도 못 한 멤버들이 모여 버렸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잠시 쉬다가 약속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향했다. 모두 도착했다는 말에 먼저 단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똑똑.
노크를 한 코코아엔터 직원이 먼저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 도착 소식을 알렸다.
“지휘자님이랑 바이올리니스트님들 오셨어요.”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서준 일행에 단원들의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서준과 일행의 입꼬리가 장난기로 실룩거렸지만, 아닌 척 평온한 얼굴로 단원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놀란 최유성의 얼굴에 서준이 더욱 환하게 웃었다.
이어지는 소개에도 단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나마 익숙한 최유성이 정신줄을 잡고 짝! 박수를 치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으아아아아악!!!”
“인사를 하라니까.”
정리는 안 됐지만.
단원들의 진심이 가득한 절규인지 환호인지 모를 비명에 서준과 일행이 웃음을 터뜨렸다. 코코아엔터 직원도 그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최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 일행과 인사했다.
“/최유성입니다. 모두 오랜만에 뵙네요. 서준이 너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 최유성의 모습에 단원들은 다시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와, 나는 진짜 말도 안 나오는데.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수빈 씨. 연주 잘 듣고 있어요./”
“/앗,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최유성의 정중한 인사에 고등학생 김수빈이 화들짝 놀라면서도 기분 좋은 듯 상기된 얼굴로 감사를 전했다. 서준과 어른들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그렇게 최유성이 인사를 하고 나니 놀람이 조금 사라졌는지, 단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하고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어지만 인사라는 건 잘 알겠다.
벤자민 교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이번 오케스트라가 아이돌 곡이 아니라…….”
최유성의 물음에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이던 단원들도 서준을 바라보았다. 그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제가 새로 작곡한 곡을 촬영할 예정이에요. 6월 행사 때 깜짝 공개할 계획이라서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어요.”
아하!
6월 기념 행사는 최유성과 단원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왜 미처 생각을 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교수님과 두 분이 참여하는 것도 안 밝혔던 거구나?”
“아뇨. 저도 세 분이 참여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어요.”
정말로.
서준이 웃으며 말하자 (김수빈이 통역해주었다.) 가장 먼저 참가하기로 했던 제이슨 무어가 삐죽 웃었고, 벤자민 교수와 드미트리도 웃고 말았다.
* * *
분위기가 조금 진정된 듯하자 이번 오케스트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서준이 단원들의 앞에 섰다.
지휘자 벤자민 교수와 세 바이올리니스트도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근처에 유명인들이 앉자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단원들이 있었다. 눈빛들도 여전히 몽롱하고 흐릿했다.
“반갑습니다, 배우 이서준입니다.”
그걸 두고 볼 서준이 아니었다.
선기를 흘려보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원들의 고개가 저절로 서준에게로 향했다.
우왕!
언제봐도 멋진 형의 모습에 김수빈이 눈을 반짝였다.
“이번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에 참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오케스트라는 6월 행사에서 공개할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지휘는 벤자민 교수님이 맡아주셨고 솔로 바이올린은 제가 맡을 예정입니다.”
서준이 차분히 설명하자 단원들의 눈빛도 선명해졌다.
점점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반대로 실감이 안 나기도 했다.
아니, 정말, 진짜로?
벤자민 교수가 지휘를 맡고 이서준이 솔로 바이올린을 맡고,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 바실리예프, 최유성과 김수빈이 우리랑 같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맡는다고?
‘뭐 이런 재능 낭비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또 바로 옆에 제이슨 무어가 앉아 있는 걸 보면 현실이란 말이지.
이게 무슨 꿈 같은 일인가 싶었다.
‘……잘된 거지?’
머릿속에서 이성이 소리쳤다. 엄청 잘된 거지!!
감성도 비명을 질렀다. 미친! 미친! 미친!!
폭죽이 터지고 있는 머릿속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벤자민 교수님의 지휘를 받고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함께 연주하게 되다니.
생각해 보니 최유성이 ‘계기’라고 말했던 파리 연주회에서도 서준과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가 함께했었다.
‘분명 나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겠지.’
게다가 이서준과 함께 촬영한다면 당연히 전 세계 사람들이 볼 터였다.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 한 명 한 명까지는 신경 안 쓰겠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게 분명했다.
머릿속으로 나오기만 하면 기사란을 도배하던 서준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함께 작품을 하고 유명해진 사람들도.
이제 거기에 자신이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것 같았다.
“이게 이번에 제가 작곡한 곡들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동안 했던 작품들의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거고요.”
들뜨려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단원들은 서준의 설명을 들었다. 코코아엔터 직원들이 잘 정리된 악보 책을 건네주었다.
“새로운 곡과 기존 곡을 6시간마다 번갈아가며 공개할 생각입니다만, 만약 새 곡의 연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기존 곡들의 연주만 공개할 예정입니다.”
……!
유명해질 자신을 떠올리며 구름 위를 걷고 있던 단원들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기존의 곡과 새로운 곡 중 어떤 곡을 연주해야 더 주목을 받을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디선가 실수로 ‘걔네가 연주를 못 해서 공개를 못 했대.’ 하고 이야기가 나가기라도 하면 유명해지기는커녕 큰일이 날 터였다.
‘새싹이 몇 명이었더라?’
서준이 등장할 때부터 숨도 못 쉬고 얼어붙어 있다가 이내 건강해 보이는 서준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던 성덕 새싹들이 반사적으로 [새싹부터]에 가입한 숫자를 떠올렸다.
부담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서준이가 6월 행사를 위해 새로운 곡을 작곡해 줬는데, 오케스트라까지 만들었는데, 공개를 못 하다니!
자신부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만족’을 판단할 심판관이 바로 벤자민 모튼 교수였다.
아마 서준과 제이슨 무어, 드미트리, 최유성도 함께하겠지.
오싹, 소름이 돋고 저도 모르게 주먹 쥔 손에 식은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르쳐줄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울 정도로 좋았는데, 이분들이 자신의 연주를 듣고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서준의 모습에 단원들은 따라 웃으면서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조금 전 이야기를 나눴던, 왜 그런 걸 하냐고 비웃던 동기나 사람들의 모습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진짜…….’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 * *
첫 미팅은 다 같이 새로운 곡을 살펴보고 무대 위 자리를 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었다.
“/음./”
어제 받았던 깨끗한 악보가 하루 사이에 필기로 가득해진 것을 본 벤자민 교수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디선가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물론 혼자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는 합주였으니까.
게다가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곡의 해석이 달라지고는 했는데 그 지휘자가 벤자민 교수였다.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거기다 여기 작곡가도 있잖아.’
단원들이 고개를 돌려 연습을 준비하는 서준을 보았다.
옛날에 죽어서 피드백도 할 수 없는 보통의 작곡가들과 달리 멀쩡히 살아있는 작곡가라니. 클래식 연주자들에게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같이 연주까지 하다니, 피드백이 다른 때보다 훨씬 아플 것 같았다.
‘곡 진짜 좋던데…….’
좋은 곡을 작곡가(본업: 배우)와 위인급인 지휘자 그리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과 함께 연주하게 된 것이 정말 기쁘면서도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단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