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59
“와. 나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여기 기부 좀 할까 봐. 우리 제이든, 공짜 등록비에 후원금까지 준 곳이니까.”
“지금도 몇십 불 정도는 해도 되지 않아?”
“으음. 안 돼. 좀 더 있다가. 한 번에 통 크게 할 거야.”
“하하. 누나, 늙어 죽어도 못한다. 난 나오면서 30불 했어.”
“오호. 멋지다. 동생. 그럼 나도 한 30불 정도… 어?!”
집으로 와서 기부 책자를 훑어보던 엄마와 삼촌.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왜?”
“와… 이 사람들 진짜….”
“왜? 뭐. 아는 사람 이름이라도 있어?”
“어. 있어. 잠깐만.”
갑자기 휴대폰으로 폭풍 검색을 하는 엄마.
그러다 답답한지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참을 검색에 열중한다.
잠시 후 마우스 클릭 소리가 나지 않아 쳐다보니 가만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엄마.
삼촌도 그제야 이상한지 엄마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2만 불씩 기부를 했다고?”
“와우. 누나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있어?”
“씨발….”
“히익. 누나!”
“엄마!”
엄마의 입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욕이 튀어나왔다.
아.
한 번도 못 들어본 건 아니네.
내가 아직 제이든으로 빙의하기 전 병원에 누워있을 때 자주 들었었지.
간절히 기도하다가도 뜬금없이 욕지거리들을 뱉어 댔었지.
암튼, 그 후로는 처음 듣는 욕이다.
“리암. 이거 좀 봐.”
― 헤럴드 밀러 / 사라 밀러
엄마가 손가락으로 짚은 이름들이다.
나에게는 새할아버지와 할머니 되시겠다.
“…사실이야? 20년 동안 꼬박꼬박?”
“어. 여기. 역대 기부자들 명단이야. 내가 하나하나 클릭해 봤는데, 진짜 딱 20년 전부터 기부했어.”
“그럼 헤이든이 6학년 되었을 때부터네?”
“그… 렇지.”
“…….”
헤이든은 새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서 난 내 삼촌이다.
두 사람의 씨 다른 형제이기도 하다.
삼촌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엄마에게 건넨다.
두 사람은 말없이 맥주만 들이켰다.
마침내 삼촌이 말을 뱉었다.
“자기들 돈 자기들이 쓰겠다는데… 할 말은 없지.”
“나 그때 대학원서 쓸 때야. 학비에 보태 줄 돈 없다고 딱 잘라 말했었어. 물어보지도 않았었는데. 대신 아파트 구할 수 있게 보증은 서 주겠다고. 너랑… 나가서 사는 거 어떠냐고.”
“누나가 나오겠다고 한 게 아니고. 엄마가 나가 살라고 권유를 했었다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나긴 해. 아빠 집이랑 엄마 집 왔다갔다하는 거 힘들다고 몇 번 말했었거든. 너랑 둘이 나가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그래도 그때는… 친구들 다 대학원서 쓰니까 살짝 흔들리긴 했었지.”
“…….”
“근데 새아버지가 그러더라고. 학비나 방값을 대줄 수는 없지만, 아파트 보증은 서 줄 수 있다고. 엄마와 상의한 결과라고 하더라고.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지.”
“…….”
“그래서 그것만도 고맙다고 했었어. 친아버지는 그마저도 관심 없었잖아. 아파트 계약할 때 보증금으로 2달 렌트비 2,500불 미리 내야 하는 거 있잖아. 새아버지가 그거 내 주셨어. 갚는데 1년 걸렸지.”
“…그리고 엄마가 오만 생색을 다 냈었지.”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라고 뭐 눈치가 없는 줄 알아? 둘이 통화하는거 들으면 퇴근 길에 이거 사와라, 저거 사와라 엄청 시키더만. 그게 생색이지 뭐가 생색이야.”
“…….”
“그 사람들이 SS에다가 매해 2만 불씩 도네이션을 했다는 거지?”
“그래. 내가 뭐 화낼 자격은 없지. 내 돈도 아니고 본인들 돈 알아서 쓰겠다는데. 그래도 좀 서운은 하네. 애들아. 욕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뭐. 화가 나면 풀어야지. 속에 담고 있으면 병 생겨.”
“맞아요. 엄마. 저도 가끔 화나면 욕 해요.”
“어머. 제이든! 그러면 안되지. 욕하면 나쁜 거야.”
“…네.”
“하하. 누나. 지금 엄청 웃긴 거 알지?”
“그… 하하. 그렇지 뭐.”
웃고 끝난 해프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날 엄마는 인터넷에서 새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쉴 새 없이 입력했다.
혹시 다른 곳에 기부한 건 없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설사 찾아낸다고 해 봤자 엄마 기분만 씁쓸할 텐데도 원래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니까.
* * *
일주일이 지난 그다음 주 금요일 오후.
삼촌과 메디슨이 새집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엄마는 일을 뺄 수 없어서 내가 공부방 놈들을 모았다.
우리 집에서 비비고 지낸 세월이 얼만가.
다들 흔쾌히 튀어나왔다.
어차피 내일의 널싱홈 연주 봉사를 위해 연습을 해야 하던 참이다.
“야! 그것도 못 들어?”
“씨바. 뭐래. 그럼 니가 들어보던지.”
“이렇게… 끄응. 응? 이렇게. 끙. 안 되겠다. 같이 들자. 크리스틴.”
“마크야, 마크야. 넌 언젠가 그 허세 때문에 뒤져.”
“진짜. 뭘 또 뒤지기까지. 넌 진짜 말 좀 곱게 써. 알렉스! 넌 덩치도 큰 놈이 그 옷걸이 하나 달랑 들고 오냐?”
“응. 난 너무 허약해. 튼튼한 마크나 무거운 거 들어요오.”
“진짜 저 뺀질이를 어쩌지? 오디랑 제이든도 저 무거운 책 박스 들고 옮기는 거 안 보이냐?”
“어머. 쟤들이 덩치는 작아도 얼마나 근육이 빵빵한데. 난 이것 봐. 이거. 팔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야. 알렉스. 너 일루 와. 나랑 바꿔. 마크랑 같이 들기 싫다고.”
“나도 싫어! 먼저 간다아~”
같은 골목길의 끝집과 첫 집인데도 짐을 들고 이동하니 5분 이상 소요된다.
사실 이미 가구들은 다 채워졌고, 삼촌과 메디슨의 짐만 들어가면 되는 정도다.
삼촌은 메디슨의 짐을 날라 주느라 여념이 없고, 나와 공부방 놈들은 삼촌의 짐을 옮겼다.
별거 없다.
책 조금이랑 입던 옷가지들, 아끼는 보드게임들과 몇 개의 미니어처들, 그리고 골프채와 색소폰 정도.
책은 박스에 들어있고, 옷가지들은 커다란 쓰레기 봉지에 막 쑤셔 넣어서 옮겼다.
공부방 놈들 8명이서 두 번 정도 왔다갔다 하니 그냥 끝이다.
차고에 잔뜩 사 모은 집수리에 필요한 장비들은 그냥 우리 집에 두고 쓴다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가 쓰거나 그것마저 귀찮아지면 나중에 더 좋은 것으로 산다는 계획이다.
항상 우중충하고, 마리화나 냄새가 자욱했던 골목의 오른쪽 첫 집은 이제 완전히 탈바꿈되어 있다.
앞마당에는 푸른 잔디가 가지런하게 심겼고, 뒷마당엔 예쁜 벤치와 티(Tea) 테이블이 생겼다.
“다들 너무 수고했어.”
“헤헤. 그럼 피자요!”
“진짜? 20불씩 용돈 주려고 했는데. 피자로 되겠어?”
“오오오. 20불! 개꿀.”
“20불은 무슨! 삼촌 이사 돕는 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괜찮아요. 삼촌. 넣어 두세요. 아껴야 잘 살죠.”
“우우우. 제이든. 이 악마.”
“맞아맞아. 꼰대 제이든.”
“그냥 다들 피자 먹지이.”
― 우우우.
“하하. 우리 꼰대 조카님. 오케이. 그래도 내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그냥 넘길 순 없지. 자. 이 20불은 오늘 이사하는 거 도와준 거에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나중에 내 결혼식에서도 도와 달라는 뇌물까지 포함이야. 오케이?”
“네에!!!”
결국 우리들 각자의 손에 20불짜리 지폐 하나씩이 놓였다.
제일 뺀질거리던 알렉스가 제일 크게 대답한다.
암튼. 뻔뻔미가 있다니까.
오늘 출동한 애들만 8명이다.
졸지에 160불이나 뜯긴 삼촌.
돈을 뜯기면서도 함박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이해한다.
누나랑 조카와 살다가 사랑하는 여자랑 새집에서 살림 꾸리는 건데.
당연히 좋겠지.
“피자는 내가.”
“메디슨. 괜찮아. 무리하지 마.”
“아냐. 애들이 예뻐서 그래. 피자 3판이면 되지?”
“와. 이거 완전 남는 장사네. 누구 또 이사할 사람 없나? 나 완전 잘 도울 수 있는데.”
“퍽이나.”
“진짜거든.”
“입에 침이나 닦으시지.”
“인사부터.”
“감사합니다!”
피자가 올 동안에 우리는 삼촌과 메디슨의 짐을 풀고, 정리하는 걸 도왔다.
― 딩동딩동.
“오! 피자 왔나 봐.”
“이 집의 첫 손님이로구나.”
피자를 받으러 튀어 나가는 매튜와 마크.
보통 때는 알렉스와 마커슨이 튀어 나가는데.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런데 피자를 들고 들어오지 않고, 현관문에서 뭔 말을 그렇게 한다.
“뭔데? 왜 안 들어와?”
“누가 왔는데?”
“오늘 이사 왔는데, 누가 오겠어?”
삼촌과 메디슨은 2층에서 짐 정리를 하고 있었기에, 1층에 있던 내가 나갔다.
거기엔 할머니와 새할아버지, 그리고 나는 살면서 딱 한 번 본 또 다른 삼촌인 헤이든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어… 할머니?”
“오랜만이구나. 제이든. 그. 런. 데. 니가 어떻게 이 집에 있니?”
“아. 오늘 삼촌 이사하신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돕고 있었어요.”
“…그래. 리암은?”
“계세요. 잠시만요. 삼촌!!”
“왜?”
“좀 내려와 보세요.”
“왜? 피자 온 거 아냐? 무슨 일인데 내려오래?”
내 부름에 삼촌과 메디슨이 2층에서 내려왔다.
“그게… 할머니가 오셨어요. 새할아버지랑 헤이든 삼촌도….”
“뭐?!”
느긋하게 내려오던 삼촌의 표정이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삼촌 뒤를 따라 내려오던 메디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삼촌과 나를 쳐다보았다.
주변 온도가 5도는 내려간 것 같다.
“삼촌. 저는 이만 집에 갈게요. 나중에 연락 주세요. 얘들아! 가자.”
“왜? 무슨 일인데?”
“빠. 빨리 일어나. 다들.”
“…가자. 빨리 빨리 못 일어나? 캡틴이 가자잖아!”
“어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가자고!”
“이미 가고 있어요. 벌써 이만큼이나 왔어요.”
이 동네 애들은 눈치가 빠르다.
가진 게 없으면 눈치라도 빨라야 살아남으니까.
오디는 원래 공부 이외의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느린 편이었는데 여름 방학때 인도에 갔다 온 후로 좀 빨라졌고, 마커슨은 할머니 집에 얹혀살기 시작하면서 빨라졌다.
“제이든. 그냥 있어. 피자 올 때 다 됐잖아.”
“하. 하. 삼촌.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리고 어. 엄마가 올 때가 다 된 것 같기도 하고요.”
“…….”
― 피자요!
때마침 피자가 배달된다.
마크가 받아서 하나를 내려놓고 2개를 들었다.
“너네. 다 들고 가.”
“아니에요. 삼촌이랑 메디슨도 먹어야죠. 퇴근하고 아무것도 못 드셨는데.”
“맞아요. 우리 피자 많이 안 먹어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또 봐요. 삼촌, 메디슨.”
우리가 피자를 받아들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다 나오는 동안에도 할머니와 새할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뒤에서 한껏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는 헤이든 삼촌은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신기한 생물을 쳐다보는 것 같다.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한번 쳐다봐 준 후 집으로 향했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담담하게 전화를 받는 엄마.
휴대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엄마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진짜! 미친 노인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우리 엄마.
요즘 입이 좀 찰지네.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진짜 피는 물보다 진한가? 2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통화가 끝난 후 20분만에 모습을 드러낸 엄마.
엄마가 일하는 병원과 우리 집은 40분 거리다.
아무리 오는 길이었다고는 하나, 막 출발했다고 했었으니 엄청 밟은 게 분명하다.
경찰에게 안 걸린 게 용할 정도.
그 사이 공부방 놈들은 피자만 먹고 사사삭― 흩어졌다.
이런 경우엔 얽히지 않는 것이 최고라는 걸 다들 알 나이 아니겠나.
“엄마, 오셨어요?”
“리암은?”
“집에 계시겠죠.”
“아. 그렇지. 제이든. 가자.”
“저도요?”
“그럼 혼자 집에 있을래?”
“아뇨. 저도 갈래요. 저도 식구잖아요.”
“당연하지. 대충 분위기 알지?”
“네.”
“그래. 12살이면 알 때도 됐어. 그리고 넌 남들보다 훨씬 성숙하니까 괜찮을 거야. 쪽수에서라도 안 밀려야지. 가자.”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온 몸에 기운을 끌어올리는 엄마.
아무리 그래도 부모인데…
살벌하게까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