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84)
484화 순례자 (2)
나보다 좀 더 나은 스탯을 지닌 성인 남성 넷.
사실 항상 스탯과 스킬빨로 몬스터와 약탈자를 때려잡던 나로서는 조금 걱정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괜한 걱정이었다.
‘……생각보다 더 쉬운데?’
맨주먹으로 네 명과 정면 승부를 하는 거라면 모를까. 제대로 된 무기와 방패까지 있으니, 수적 열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 다 보였거든.
하긴, 쪼렙 시절부터 아멜리아 같은 괴물들이랑 싸워대며 컸으니 당연한가?
카칵!
적이 공격하면 방패를 이용해 흘려내고.
공격하느라 훤히 드러난 빈틈을 향해 메이스를 내리찍는 것의 반복.
콰직-!
그렇게 병사 하나의 정수리에 메이스를 내리꽂고 나니 어느새 남은 병사는 한 명이었다.
“……주, 죽기 싫어.”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가장 안전한 후방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던 앳된 얼굴의 병사가 패배를 직감하고서 등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 먼저 죽은 친구들 섭섭하게.
나는 방패를 부메랑처럼 잡고서 있는 힘껏 앞으로 던졌다.
휘익-!
스킬명은 실드 애로우.
쪼렙 시절에 원거리 공격이 갖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했지만 결국 얼마 쓸 일이 없었던 비운의 스킬.
퍽-!
이내 방패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병사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나는 얼른 다가가 병사를 포획했다.
“놔, 놔! 놓으라고……!”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힘껏 발버둥 치는 병사.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놈에게 답할 게 있을 것 같… 커헉!”
명치에 주먹을 꽂으니 얘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했다.
“켁, 케허헉, 큭……!”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 환경.
나는 본격적으로 병사에게서 정보를 캐냈다.
우선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이곳은 어디지?”
“무슨… 의미냐…….”
의미는 무슨.
진짜 몰라서 묻는 건데.
“너는 대답만 해라. 이곳이 어디지?”
“……순례자의 동굴.”
음, 암만 봐도 수정동굴인데 말이지.
“그럼 너희의 목적은?”
“도망친 순례자들을 모두 잡아 심판대 위에 세우는—.”
“소리 지르지 마. 울리니까.”
나는 이후로도 빠르게 질문을 쏟아내며 의문점을 해소하고, 불확실하던 정보의 진위를 확실한 정보로 바꾸는 작업을 이어갔다.
정리할 만한 정보가 꽤 여럿 있었다.
정보 10, 나 말고도 순례자가 더 존재한다.
숫자는 나까지 합쳐서 총 네 명.
아무래도 에르웬, 베르실, 아이나르까지 전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듯한데…….
정보 11, 순례자들의 목표는 동굴에 숨겨진 마녀 제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딱 봐도 이게 클리어 조건 같다.
혹여 클리어 조건이 아니더라도 이곳으로 가면 최소한 동료들과 합류는 할 수 있을 테고.
‘병사 하나만 조져도 술술 나오는 정보이니, 다들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아, 물론 마녀 제단이 어딨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하나 나는 짐작이 가는 곳이 있었다.
우리가 레이드를 하던 장소이기도 한 바로 그곳.
중심부의 암흑지대.
최초로 미궁에 발을 디딘 가브릴리우스 기념비가 있는 그 공동.
이 동굴에 뭔가 숨겨져 있다면 역시 그곳이겠지.
‘……그게 아니면 외곽부에서 시작하게 만들 리가 없으니까.’
대충 이번 이벤트의 컨셉이 머리에 그려진다.
바위사막, 고블린숲, 짐승의 소굴, 망자의 땅.
원래 2층 필드와 이어진 입구에서 시작된 네 명의 캐릭터들이 제각기 시련을 뚫고서 중심부에서 합류하는 것.
‘분명 거기서 보스전을 하든가, 다음 페이즈가 나오는 식일 거 같은데…….’
그나저나 이 이벤트는 대체 어쩌다 발동한 걸까.
단지 레이드 인원이 네 명이라서?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중간에 캐릭 하나가 죽어서 네 명이서 공포의 군주를 사냥한 적도 꽤 있으니까.
‘……조건은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은 공략하는 거만 집중하자.’
나는 심문을 끝내고 자리를 벗어났다.
***
첫 트라이.
진성 게이머라면 무릇 그 순간만큼 흥분되고 짜릿한 시간이 없을 것이며, 나 역시 늘 그래왔다.
하지만…….
터벅.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할 때의 이야기.
현실이 될 경우에는 전혀 상황이 달라진다.
두근, 두근, 두근.
모든 순간이 두렵고, 경계된다.
짜릿한 흥분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것은 등골이 서늘한 긴장감, 그리고 뇌리에 콕 박혀 지워지지 않는 한 가지 생각뿐.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첫 시도에서 완벽하게 성공해야만 한다.
죽으면서 숙련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 아니니까.
이곳에 두 번째 트라이 따위는 없으니까.
「캐릭터가 제국 병사 열을 처치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캐릭터가 제국 병사 열다섯을 처치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캐릭터가 제국 병사 스물을 처치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1 상승합…….」
적의 숫자를 줄인다는 생각으로 5인 이하로 돌아다니는 병사들을 사냥하며 움직였더니, 서서히 능력치가 오르는 게 체감됐다.
‘다섯 명을 잡을 때마다인가…….’
스탯이 정확히 몇이나 증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보스몹이 어떻게 나올진 몰라도 최대한 성장을 하면서 가야겠네.’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사냥에 집중해 스탯을 올리고 싶으나, 최우선 목표는 사냥보다 중심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잡았다.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이런 형식일 때는 시간 비례 페널티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강해질 수 있는 방법과 넉넉한 시간.
이 두 개를 동시에 줄 만큼 친절한 게임이 아니다.
내가 즐겨온 [던전앤스톤]이란 게임은.
‘…시간이 남으면 거기서 사냥을 해도 되는 거니까. 일단 움직이자.’
그렇게 사냥보다는 이동에 치중하며 중심부로 향하고서 얼마나 흘렀을까.
‘…적어도 일곱 시간은 된 거 같은데.’
이쯤에서 정보가 갱신된다.
정보 12, 미궁이 폐쇄된다고 탈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미궁이 폐쇄됐어도 진작에 폐쇄됐어야 할 시간.
나는 아직도 이곳에 서 있다.
물론 그로 인한 불안도 있었다.
‘……균열처럼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면 아예 안에 갇히는 케이스는 아니겠지?’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다만 이걸 벌써 고민해봤자 변하는 건 없을—.
“순례자다!”
그때 샛길 너머 통로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아직 서로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의문을 가지면서도 서둘러 전투 준비를 했지만, 샛길에서 병사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병사들의 걸음 소리는 멀어졌다.
“잡아라!”
“더러운 마녀의 종!”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근처에 있는 것.
타닷.
더 볼 것도 없이 병사들이 뛰어간 방향을 따라 뛰었다.
‘아이나르? 베르실? 에르웬? 누구지?’
지금 병사들에게 쫓기는 중인 대상이 누구일지 고민하고 있자니, 머지않아 병사들이 멈춰서 모여 있는 것이 저 멀리서 보였다.
‘……아주 근처 병사는 싹싹 모아왔네.’
세 개의 통로를 모두 가로막은 아홉 명의 병사.
그리고 그런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베르실 고울랜드.
“오, 오지 마! 오지 마라고!”
베르실이 발발 떨며 뼈로 된 완드를 휘둘렀다.
전사 포지션인 내가 보기에는 애초에 맞힐 생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움직임.
당연히 병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뭣들 하나! 어서 잡아라!”
“꺄, 꺄악!”
결국 베르실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병사들에 의해 제압됐다.
‘얘는… 어떻게 여기까지 멀쩡히 온 거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즉결 처형이 원칙인지, 곧장 무릎을 꿇리고 목을 자를 준비를 취하는 병사들.
‘니미럴, 아홉 명은 좀 빡센데…….’
애석하게도 선택지는 없었다.
베르실이 죽는 걸 지켜볼 수는 없지 않은가.
콰직-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가장 뒤에 있던 병사 놈의 뒤통수를 메이스로 힘껏 내리쳤다.
“…기습이다!”
한 놈을 조지자마자 쏠리는 시선.
음, 그럼 이제부터는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겠고.
“베헬—라아아아아아.”
방패에 체중을 실으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뭐 하나! 어서 저년부터—!”
차근차근 잡아가며 다가가서 어떻게 인질을 구해?
“으, 윽!”
이곳까지 오며 강화된 수치를 토대로 두 명의 병사를 밀어내며 중심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무릎 꿇은 베르실을 안아든 순간.
푸욱-!
옆구리 깊숙이 장검이 파고든다.
“야, 얀델 씨?”
“…인사는 나중에.”
내가 걸어온 경로는 돌진에 밀려나 넘어졌던 병사들이 어느새 일어나 다시 틀어막은 상황.
우선 포지셔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물리 내성이 빵빵한 것도 아니고, 앞뒤 양옆으로 포위된 상황에서는 승산이 없으니까.
“알아서 꽉 잡아라.”
“네? 아, 아악!”
베르실이 알아서 목을 잡고 매달리게 한 뒤, 돌아왔던 길로 돌아간다.
방패로 후려치듯 한 놈을 밀어내고.
타닷.
뛰쳐나가려는 순간, 허벅지에서 따끔한 감각이 피어오른다.
푸욱-!
빌어먹을 창잽이 새끼.
허벅지에 박힌 창대를 메이스로 내리쳐 부수며 대시를 마저 이어간다. 덕분에 순식간에 베르실을 구해내고 포위를 뚫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문제는…….
‘이 다리로는 못 튀겠네.’
뭐, 그래도 등 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서둘러 베르실을 내려두고서 뒤로 보냈다.
일자형 통로 너머로 병사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중이었다.
‘통로 특성상 한 번에 덤빌 수 있는 숫자는 많아 봐야 셋.’
그리고 남은 병사의 숫자는 여덟.
‘…안 좋은데.’
무리를 하느라 옆구리에 한 방, 허벅지에 한 방 부상을 입은 상황. 심지어 이대로 전투가 길어지면 다른 병사들이 소리를 듣고 모여들 가능성도 있다.
꽈악.
그렇게 힘든 전투를 예상하며 상체를 낮게 숙여 무게 중심을 낮추던 그때.
「베르실 고울랜드가 [차오르는 살점]을 시전했습니다.」
……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차오르는 살점].7등급 몬스터 어둠숭배자의 액티브 스킬.
그것이 베르실 고울랜드의 손에 의해 발동됐다.
‘…뭐야 이거?’
마법사가 정수 스킬을 쓴다고?
[던전앤스톤]을 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현상.그러나 호기심을 푸는 것보다는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다르지.’
내가 당장 베르실에게 물어야 할 것은 단 하나.
그 스킬을 어떻게 쓸 수 있었느냐가 아니라.
“베르실, 이능은 얼마나 더 쓸 수 있지?”
“3분 뒤에 한 번 더요.”
“잘됐군.”
이미 부상은 깔끔하게 회복이 된 상태.
심지어 더 다쳐도 3분 뒤에 회복할 방법이 있다.
즉, 훨씬 과격한 전투를 펼쳐도 된다는 뜻.
타닷.
수비 태세를 풀고 앞으로 달려나가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리고…….
콰직, 콰직-!
공격의 비중을 올린 만큼 잔부상을 여럿 입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투에서는 승리했다.
「캐릭터가 제국 병사 일흔을 처치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1 상승합니다.」
7명을 잡고 남은 2명은 도주.
도망친 놈들은 굳이 추적하지 않았다.
“야, 얀델 씨…….”
“……일단 장소부터 바꾸지. 도망친 놈들이 지원을 부르기 전에.”
“아, 네!”
베르실에게 입힐 적당한 사이즈의 갑옷 하나와 방패 하나만 루팅한 채 얼른 장소를 벗어났다.
그리고…….
「베르실 고울랜드가 [차오르는 살점]을 시전했습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힐부터 받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건 뭐지? 어떻게 네가 이능을 쓰는 거냐?”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눈을 뜬 다음부터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마치 몸에 새로운 기관 하나가 늘어난 기분이라 해야 하나? 아마 마법사 중에 이걸 경험해 본 건 제가 최초일걸요?”
음, 그런 긴 설명은 필요 없는데.
뭐라 말하려 하던 차, 베르실이 헛기침을 하며 알아서 자중했다.
“아,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이것 말고도 쓸 수 있는 이능이 하나 더 있어요.”
“뭐지?”
“제가 판단하기엔 [동화] 같아요.”
[동화]라면 노움의 스킬이다.효과는 반경 3m의 은신 결계를 치는 것.
들어보니 그동안 베르실은 은신 스킬을 열심히 써가며 이곳까지 왔다는 모양인데…….
‘마법사한테는 스킬을 넣어주는 식으로 보정을 해주는 건가?’
음, 왠지 그럴 거 같다.
전투 경험도 없는 마법사가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 밸런스 패치는 있어야지.
“정말 큰일이었어요. 영혼력이 부족해서? 그래서 쉬고 있는 차에 병사들이랑 딱 마주쳐서……. 이미 들킨 다음엔 은신도 할 수가 없었고요.”
“시작 위치는 어디었나?”
“…네?”
“결계가 꺼지기 전에 밖을 봤으면 알 거 아니냐.”
“어… 죄송해요. 당황해서 바로 도망치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아… 그러냐? 뭐… 그럴 수 있지.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중심부로 와야 한다는 건 용케 알아챘군?”
“네?”
“…응?”
나와 베르실이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서 고개를 갸웃했다.
“일부러… 중심부로 온 게 아닌가?”
“여기가… 중심부인가요……?”
“…….”
그래, 그냥 무작정 그냥 도망치다 온 거였구나.
다행이다. 그러다 만난 게 나였어서.
“……그래서 얀델 씨는 어떻게 된 건가요? 병사 열 명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다니. 장비는 뭐고요? 처음엔 얀델 씨인 줄도 몰랐잖아요!”
본인 얘기가 끝나자 베르실은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고,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썰을 풀며 정보를 공유했다.
시작은 눈을 뜨고 0분 차.
스킬 봉인, 능력치 봉인, 장비 실종을 확인.
결계가 깨지기 직전에 병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순례자’임을 알아냈다.
또한, 결계 바깥이 고블린 숲과 유사한 것을 통해 동료들이 정반대 위치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을 떠올렸으며…….
병사들이 ‘언어’를 쓰는 걸 보고서 심문을 통해 정보를 캐낼 수 있겠다 판단했다.
그리고 도주.
20분 차.
마물이 우리를 돕는 것을 인지.
날 추격하던 병사들과 마물이 싸우는 걸 관찰 후 병사의 수준을 파악했고, 놈들에게는 이 동굴이 어둡게 보인다는 것도 알아냈다.
30분 차.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가장 빛나는 수정 뒤에 몸을 숨긴 뒤에 기습.
삼 대 일 전투에서 겨우 승리한 뒤 장비를 루팅해 전투력을 증강했다.
45분 차.
제국 세트를 입고 병사들을 기습.
전투 승리 후 심문 시작.
이때 수많은 정보들을 얻었고, ‘순례자의 목표가 동굴에 숨겨진 마녀 제단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란 정보를 통해 앞으로 해야 할 목표를 설정했다.
2시간 차.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마주치는 족족 병사를 잡으며 이동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체됐을 때 생길 변수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7시간 차.
“이게 바로 지금이다. 됐나?”
후, 그러면 이 정도면 정보 공유는 끝난 거 같고.
“자, 얼른 움직이자. 서둘러 중심부로 가야 한다. 거기에 마녀 제단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내 말에도 베르실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저 멈춰서 멍하니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혹시 얀델 씨는 이 상황에 대해서 미리 알고 계셨던 건가요?”
“응?”
뭐래.
그랬으면 이 난리는 안 치지.
“당연히 몰랐다.”
“근데, 어떻게 그런 걸 알고 계신 거죠……?”
참으로 어이가 없는 질문이었다.
‘……얘도 플레이어 출신 아닌가?’
왜 이런 당연한 판단을 신기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