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3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33화
133. 9라운드 시작
1위. 검은 낫 (4,088표)
2위. 천마 (1,057표)
3위. 똥 멍청이들 (529표)
………………
…………
7위. 새가슴 (65표)
떠오른 결과에 마경록이 실망했다.
‘아. 기대했던 내가 X신이지.’
기대와 달리 검은 낫이 1위 했다.
압도적인 득표 차.
혹시나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허황된 기대일 뿐이었다.
‘하긴 인지도로 따지면 검은 낫을 따라갈 순 없겠지.’
자신 역시 전 구역 2, 3위에 올라 어느 정도 네임드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했지만, 1위와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지금의 투표 결과가 그 증거였다.
플레이어들이 보는 검은 낫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수치화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경록이 부러운 눈으로 검은 낫을 바라봤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구역 대표가 되었음에도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에이, 아니겠지. 예언자도 아니고 투표 결과를 어떻게 알아?’
그냥 얼떨떨한 감정을 숨기려고 무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면 정말로 예측했다거나.
검은 낫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으니.
하지만 류민은 예측이 아니라 정말로 미래를 알았기에 덤덤한 심정이었다.
9라운드에 도달하기 시작한 21회차부터 99회차까지, 79번을 투표에서 이기다 보면 누구나 이런 반응을 보일 거다.
‘예상대로 내가 1위군. 득표수가 조금 차이는 나지만.’
전 회차보다 표수가 더 올랐다.
조용호와 민주리, 서아린 같은 일행과 인연을 맺었기 때문일까?
생각을 읽지 않아도 그들이 자신에게 투표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심한 눈으로 메시지를 보던 중 아리엘이 외쳤다.
[투표 결과대로 한국의 구역 대표는 검은 낫이 되었네요! 축하드려요, 검은 낫! 참고로 다른 플레이어의 대표 권한은 소멸시켰습니다. 이제 검은 낫이 유일한 지배권을 가진 한국 플레이어가 되었군요!]천사가 이어서 말했다.
[그럼 대표도 정했으니 바로 9라운드 퀘스트를 확인해 볼까요?]모두의 눈에 어김없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ROUND 9 ▶
└용병단에 들어가 몬스터 토벌하기
[전 구역]└참가자 : 1,295,362
└달성자 : 0/647,681
[해당 구역 C3-ESKA001]└참가자 : 6,008
└달성자 : 0/3,004
“몬스터 토벌하기?”
“용병단은 또 뭐지?”
퀘스트를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반면 검은 낫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침착했다.
류민에게 예언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잠시 후 여러분은 판타지 세계로 가 용병의 자격으로 토벌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보다시피 몬스터만 토벌하면 되는 간단한 퀘스트니까요. 토벌할 몬스터도 여러분이 직접 선택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판타지 세계로 떨어진다는 말에 당황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이미 8라운드에서 상단을 호위하며 NPC의 존재를 겪은 그들이다.
이번에도 비슷하리라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질문이요! 정말로 토벌 하나만 성공하면 퀘스트에 통과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매우 간단한 퀘스트죠.]자꾸만 간단하다는 말을 강조하니 플레이어들은 불안해졌다.
간단하다 해서 정말로 간단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토벌이라면 혹시 파티 퀘스트인가요?”
[떼 지어서 행동하겠지만 파티는 아닙니다. 각자 알아서 몬스터를 잡고 자신의 몫을 얻는 방식이죠. 그러니 경험치 때문에라도 분발해야 할 겁니다.]“메인 퀘스트라고 쓰여 있는데 그럼 서브 퀘스트도 있나요?”
[그건 비밀입니다.]‘당연히 있겠지, 그걸 질문이라고…….’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질문자를 타박했다.
메인 퀘스트라고 떠 있으면 무조건 서브 퀘스트가 존재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당연히 알고 있는 규칙이었다.
“천사님!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천사가 대답도 안 했는데 질문을 들은 몇몇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빌어먹을 천사 년이 알려줄 리가 없다.
플레이어들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천사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플레이어들은 천사라는 존재를 불신했다.
하지만 류민은 알았다.
천사가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천사라고 퀘스트의 전부를 알고 있는 게 아니야. 라운드마다 제한된 정보를 갖고 있지.’
인간에게 유출될까 봐 그런 건진 몰라도 천사들이 라운드에 대해 아는 건 한정적이었다.
이전 회차 때 몇 번이나 천사를 고문해서 알아낸 정보이니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류민이 확신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이번 서브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최종 보상. 그 내용만 봐도 천사들이 퀘스트에 대해 모른다는 건 확실해.’
이번 라운드에 숨겨진 최종 보상이 천사들에게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보상이었기 때문.
‘아마 천사들이 그 보상을 알면 난리 날걸?’
류민이 서브 퀘스트에 대해 예언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한 명만 차지할 수 있는 그 보상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어야 하므로.
[질문은 여기까지만 받고, 바로 퀘스트를 시작해 볼까요?]아리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선택창이 나타났다.
[토벌하고 싶은 몬스터를 터치해 주세요.]└ 1. 리자드맨
└ 2. 웨어 울프
└ 3. 스켈레톤
└ 4. 트롤
└ 5. 미노타우로스
[선택하지 않을 시 랜덤으로 자동 배정됩니다.] [남은 제한 시간 : 00:00:59]저번 상단 선택처럼 고르면 바로 이동되는 방식이었다.
“흐음, 이 중에서 고르라고?”
“이건 보나 마나 1번이 제일 쉬워 보이는데…….”
난이도는 몬스터 이름만 봐도 가늠할 수 있었다.
‘다들 예상한 대로 1번이 제일 쉽고 5번이 제일 어렵지.’
류민은 어떤 것이 최고의 선택인지 알고 있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답이 보이는 뻔한 문제가 출제되니 오히려 함정이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있었다.
“난이도를 생각하면 리자드맨이 나은데…….”
“이러면 전부 리자드맨에 몰릴 거 아니야?”
“보상을 생각해서 더 강한 몬스터를 토벌해야 하나?”
“오히려 1번이 어렵고 5번이 제일 쉬운 거 아니야?”
“하아, 뭘 고르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기엔 1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대부분이 선택을 마쳤는지 모습이 사라졌지만, 4분의 1 정도는 망설이며 시간을 보냈다.
몇몇은 일부러 랜덤에 맡길 의향인지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함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야. 난이도는 보이는 순서대로가 맞다. 즉, 순수하게 자기 실력대로 원하는 몬스터를 토벌하면 그만이지.’
류민은 그 사실을 예언으로 지인들에게 알려줬었다.
그래서인지 마경록을 비롯한 류민의 지인들은 고민할 거리가 없었다.
이미 현실에서 충분히 생각해 두고 왔으니까.
“저는 2번으로 갈게요, 검은 낫 님!”
“저도 2번으로 갑니다. 버프 고마워요, 민주주의 님!”
서아린과 안상철이 먼저 사라졌다.
그들은 이동하기 전에 민주리의 버프를 받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버프를 받고 이동하면 유지된다는 걸 류민의 예언으로 들은 탓이다.
민주리도 그 말을 듣고 검은 낫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흔쾌히 버프를 나눠줬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검은 낫 님, 민주주의 님.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마경록이 선택한 뒤, 이어서 사라졌다.
뭘 선택했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류민은 그가 3번을 골랐음을 알고 있었다.
“저도 먼저 갈게요. 모두 살아서 만나용.”
얌띠까지 사라지자 류민과 민주리만이 선택을 남겨두고 있었다.
“검은 낫 님은 어디로 가시나요? 당연히 5번으로 가시겠죠?”
“글쎄. 고민되는군.”
“저는 1번으로 갈게요. 나중에 뵐게요, 검은 낫 님!”
민주리까지 사라지자 류민은 비로소 혼자가 됐다.
그가 지금껏 선택을 보류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모습을 바꿔야 했으니까.
‘내 선택은…….’
류민이 투명화를 시전했다.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변한 그가 암살자의 가면으로 모습을 바꿨다.
로스트야크의 얼굴이었다.
이내 제한 시간 5초를 남기고 류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몬스터를 고르자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 * *
판타지 세계에선 한 가지 규칙이 있다.
플레이어 간의 닉네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번 8라운드에서는 배신자 그룹 때문에 닉네임을 가린 거라고 천사가 설명했지만, 실은 아니지.’
판타지 세계에선 닉네임이 가려지는 탓에 얼굴이나 복장만으로 서로가 플레이어임을 구분할 수 있었다.
류민이 로스트야크로 모습을 바꾼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이래야 민주리 몰래 서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류민의 선택은 민주리와 같은 1번.
최약체인 리자드맨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서브 퀘스트가 오직 여기에만 있었으니까.
‘다른 몬스터 토벌에는 서브 퀘스트가 없어. 그동안 회차를 거듭하며 일일이 다른 보기들을 선택해 봤기에 확실하다.’
로스트야크로 변신한 것도 민주리를 떼어놓고 혼자서만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검은 낫이었으면 따라온다고 했거나 의심의 눈길을 보낼 게 분명하니까.
안 그래도 눈앞에 먼저 도착한 민주리의 뒷모습이 보인다.
투명화를 푼 류민이 가까이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힐끔 류민을 쳐다봤지만 이내 시선을 돌렸다.
검은 낫이라는 걸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얼굴은 로스트야크인 데다 닉네임도 보이지 않으니 못 알아보는 건 당연했다.
류민은 퀘스트 진행창을 열어봤다.
└참가자 : 602명
1번을 고른 플레이어는 생각보다 적었다.
난이도가 낮다 보니 오히려 함정이라 생각하고 선택을 기피한 사람이 많았다.
‘안타깝네. 순위권에 들기엔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는데.’
천사가 말하지 않은 순위를 매기는 방식.
그건 바로 몬스터의 처치 수였다.
즉,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잡느냐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그러니 약한 몬스터를 잡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그렇다고 너무 약한 녀석을 잡으면 경험치에서 손해를 본다.
그러니 자신의 수준에 맞는 몬스터를 잡는 게 제일 좋다.
그래야 경험치도 적당히 얻고 순위권에도 들 수 있다.
이는 예언으로 전부 공개한 사실이다.
지인들이 2, 3번을 고른 이유는 자신의 수준에 맞춰 선택한 결과였다.
민주리가 1번을 고른 것도 전투 능력을 고려해서 선택한 거고.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5번인 미노타우로스를 잡는 게 당연하지만, 그보다는 서브 퀘스트가 더 중요하니까.’
이번 서브 퀘스트 보상은 전 구역을 비롯해 한 명만이 얻을 수 있다.
천사를 상대하는데 필수적인 보상이니만큼 놓칠 순 없다.
“여러분 플레이어 맞죠? 닉네임이 안 보이니까 플레이어인지 긴가민가하네.”
“한국말 하는 거 보니까 맞네.”
“근데 왜 또 닉네임이 안 보이지?”
“판타지 세계에 들어올 때는 안 보이는 건가?”
“그나저나 사람이 생각보다 적네요? 리자드맨 토벌이 제일 쉬운 거 아니었나?”
“그러게. 여기로 엄청나게 몰릴 줄 알았는데.”
“반전으로 엄청 어려운 거 아니야?”
“왠지 불안한데…….”
웅성거리며 플레이어들이 대화하던 와중, NPC로 짐작되는 수염이 덥수룩한 외국인이 나타났다.
“다들 휴식은 충분히 취했나? 난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1 토벌 대장 칼츠 가르시아다. 신성 제국에서 이름값 한다는 이계의 전사라지만 견습으로 들어온 만큼 반말조로 말하겠다. 이해하도록.”
그리 말하던 칼츠가 ‘따라와라, 제군들!’이라고 소리친 뒤 몸을 돌렸다.
플레이어들은 칼츠를 뒤따르며 ‘이 녀석을 죽이면 토벌은 어떻게 되는 걸까? 토벌 실패로 전부 소멸하려나?’ 같은 위험하고도 호기심 어린 상상을 하곤 했다.
몇몇은 실제로 해볼까 하는 마음도 가졌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토벌대 전원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할만한 미친놈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아득바득 살아남으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10분 정도 걷던 칼츠가 우중충한 숲의 진입로 앞에서 멈췄다.
“여기다, 이계의 제군들! 이곳이 리자드맨이 출현하는 마수의 늪이다. 그대들은 나와 함께 이곳에서 리자드맨 잔당들을 토벌한다. 그럼 바로 출발하자!”
화이팅 넘치게 외친 칼츠가 먼저 앞장섰고, 플레이어들이 긴장한 채로 뒤따랐다.
파티가 아니었기에 민주리는 자신에게 다시 버프를 걸며 검 자루를 꽉 쥐었다.
리자드맨을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류민에게 받은 유니크 갑옷이 있었기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도, 토벌 대장 칼츠도,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대열에서 한 사람이 이탈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름 아닌 류민, 로스트야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