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4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40화
140. 진상 손님
“어? 저 사람은?”
“배우 서아린 아니야?”
“헐, 대박! 졸라 예뻐!”
서아린의 등장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갑작스레 연예인이 나타나자 깽판 부리던 사내도 잠깐 당황했다.
“괜찮으세요? 류민 씨?”
“아, 네……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턴 저한테 맡기시고 뒤로 물러나 계세요.”
페어리의 보호막으로 사내의 공격을 막아준 서아린이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류민은 내심 놀랐다.
명백한 적의.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서아린은 상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질 나쁜 플레이어란 사실에 적의를 보이고 있어.’
저번에 믿었던 배우들에게 배신당했던 일 때문일까?
눈빛만 보면 예전에 알던 서아린이 아니었다.
페어리뿐만 아니라 어느새 골렘까지 소환한 서아린이 사내를 향해 경고했다.
“더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찰서까지 순순히 가시겠습니까?”
“내가 경찰서를 왜 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당장 지은 죄 하나가 보이는데요? 기물 파손.”
“이 테이블? 이거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당신이 그랬잖아요!”
“맞아. 본 사람이 몇 명인데 오리발이야?”
주변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사내의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이, 이것들이 미쳤나? 일반인 주제에 감히…….”
“기물 파손만이 아니에요. 조금 전에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 않으셨나요?”
“주, 죽이긴 누가? 그냥 위협만 한 거지!”
“죽으라고 도끼를 휘둘러 놓고 위협이라고요? 제가 나서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죽진 않아도 다쳤겠죠.”
다치지도 않았을 거다.
‘오히려 저 새끼가 다쳤으면 다쳤지.’
류민이 저런 잡배의 공격에 맞아줄 리가 없다.
어련히 알아서 피했을 거다.
하지만 힘을 드러내서 좋을 건 없기에 류민은 잠자코 물러나 있었다.
일단은 서아린에게 맡겨볼 심산이었다.
“어때요? 이 정도면 경찰서에 갈 이유로 충분하지 않나요?”
“X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사내가 욕설을 내뱉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난 그냥 강도질 대신 합법적으로 돈 좀 뜯어내려던 것뿐인데…….’
합법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빌미로 한 협박이었지만 사내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어쨌거나 강도질보단 낫지 않은가?
대놓고 약탈하는 다른 플레이어에 비하면 자신은 양반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일은 짜증 나게도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꼬인 건지, X발.’
사내의 적의 어린 눈빛이 서아린에게 향했다.
말로는 비키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저년을 재끼고 빠져나가야겠어.’
양손에 하나씩, 쌍도끼를 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날파리 같은 요정 세 마리와 골렘 두 마리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절그럭-
사내는 뒤늦게 보았다.
서아린이 부리는 소환수가 하나 더 있음을.
‘저건 또 뭐야?’
갑옷을 입은 기사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서 자신의 앞을 막아섰다.
처음엔 사람인가 싶었지만,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푸른 불꽃이 일렁이는 걸 보고 소환수임을 알아봤다.
40레벨에 서아린이 새로 배운 소환수, 영혼 기사였다.
‘X이발, 이게 다 저년이 부리는 소환수라고?’
요정 3마리에 골렘 2마리, 영혼 기사 1마리까지.
머릿수만 따져도 이쪽이 불리해 보인다.
온갖 난관을 헤쳐온 자신의 도끼가 초라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서아린이라는 연예인이 소환술사라는 건 기사를 봐서 알았지만, 이토록 전력이 많을 줄이야…….’
3마리면 몰라도 솔직히 6마리의 소환수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쫄 거 없어. 소환수가 아무리 많아도 소환술사만 죽이면 그만 아니겠어? 저년도 나처럼 40레벨이고 같은 익스퍼트 등급이야. 생각보다 그렇게 강하진 않을 거라고.’
일단 대화를 하면서 방심한 틈을 노리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사내가 물었다.
“연예인이라고 주목받고 싶나 본데, 참견하지 말고 가던 길 가지?”
“저 여기 단골이에요. 당신 때문에 사장님 장사 망치는 꼴을 어떻게 봐요? 절대 못 보죠.”
그리 말한 서아린이 손가락 세 개를 폈다.
“당신은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하나, 얌전히 경찰에 붙잡힌다. 둘, 얌전히 저한테 붙잡힌다. 셋, 저항하다가 붙잡힌다.”
“뭔 선택지가 다 붙잡히는 것밖에 없어?”
“잘못했으니 붙잡히는 게 당연하죠.”
“이 X발련이 보자 보자 하니까!”
사내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덤볐다.
“먼저 공격했으니 정당방위예요.”
골렘들이 서아린 앞을 막았다.
까앙- 깡-!
서아린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려고 했으나 팔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자꾸만 골렘 쪽으로 향했다.
‘X발, 왜 공격이 골렘들한테 가는 거야?’
사내는 몰랐지만, 골렘에게는 상대의 어그로를 끄는 스킬이 있었다.
“X발, 좀 비키라고 골렘 새끼들아!”
골렘이 어그로를 끄는 사이, 등 뒤로 날아간 페어리 세 마리가 남자에게 광선을 보냈다.
지이이이잉-!
“아악, X발!”
광선에 등짝이 대인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부웅!
하지만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 날쌘 페어리들이 맞아줄 리가 없었다.
“이 미친 날파리 새끼들!”
화상을 입은 사내가 서아린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정당방위는 무슨 정당방위! 먼저 공격한 건 너야 X발년아!”
“요즘 법이 바뀐 것도 모르나 봐요? 대플레이어 법안이라고 못 들어봤어요?”
“그딴 거 알 바냐? 날 공격한 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X되는 거야. 알아? 연예인이라고 안 봐준다고 X발!”
“어? 여태 봐준 거였어요? 몰랐네요.”
능청스럽게 말하는 서아린을 보며 류민이 생각했다.
‘배우라 그런지 연기가 수준급이네.’
반면 듣는 사내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X불년이 장난치나! 좋아. 나도 이제 진지하게 간다!”
검투사의 스킬인 [분노]를 켜자 사내의 몸에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이이이잉-!
다시 한번 페어리의 광선이 몸을 태웠지만 사내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듯 서아린을 향해 달려갔다.
골렘에게 막도록 지시를 내렸지만 어째서인지 도발이 먹히지도 않았다.
“어?”
서아린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어느새 거리가 좁혀졌다.
“죽어, X발년아!!!”
사내의 도끼가 서아린에게 닿으려는 찰나.
카앙-!
영혼 기사가 가로막더니 사내와 일대일 공방을 펼쳤다.
캉- 캉- 와장창!
좁은 음식점에서 싸우자 여기저기 테이블이 밀리고 엎어지고 식기들이 깨지고 난리가 났다.
차마 사장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서아린이지만 일단은 눈앞의 사내를 제압하는 게 먼저였다.
다행히 제압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끼로 기사의 공격을 막아내던 사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밀리고 있었으니까.
‘X발, 이게 소환수라고? 뭐 이렇게 세?’
영혼 기사의 움직임이나 검술 실력은 흡사 플레이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스릉-
결국, 목젖에 기사의 검이 닿자 사내가 두 손을 들었다.
“저, 졌어. 내가 졌다고. 찌르지 마. 제발.”
“잘못했죠?”
“그래, 내가 잘못했어. 다 변상하면 되잖아!”
“변상은 당연한 거고 죗값도 치러야죠.”
서아린이 턱 끝으로 가게 문 앞을 가리켰다.
사장의 신고로 도착한 경찰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상황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 아저씨들. 여기 범죄자 플레이어 잡았어요.”
“아, 예. 조금만 그렇게 잡아두고 계세요.”
영혼 기사가 목 끝에 검을 대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들이 낑낑거리며 수갑을 가지고 왔다.
철컥-
호랑이도 부수기 힘든 특수제작된 경도의 수갑을 사내의 손목에 채웠다.
“수고하셨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서아린 님.”
“뭘요. 혹시 모르니 서까지 동행해 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어차피 조서 작성 때문에라도 서까지 같이 가주셔야 하지만요.”
“아, 그럼 3분만 시간 좀 내주세요. 정리할 게 남아서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허락을 받은 서아린이 류민에게 다가왔다.
“류민 씨, 죄송해요. 보다시피 식사는 못 할 거 같아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죄송하죠. 괜한 일에 끼어들게 만들어서…….”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저런 무개념 플레이어들은 정말 혼쭐이 나 봐야 하거든요. 괜히 플레이어들 이미지만 망치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때 동생이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서, 서아린 배우님 맞죠?”
“안녕하세요, 동생님. 이름이 류원이라고 했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류원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에, 아, 안녕하세요. 저번에 주신 사인은 잘 받았습니다. 너무 좋아서 액자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어요!”
“그래요? 좋아하셔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서아린 배우님이 여긴 어떻게…….”
“류민 씨가 식사하자고 부르셨거든요.”
“형이요?”
류원의 시선에 류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오기 전에 전화했어. 시간 되면 같이 식사나 하자고.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정말로 몰랐다.
미래를 예지한다고 해도 7초 뒤의 미래일 뿐이었으니까.
“어쨌든 식사는 뒤로 미뤄야겠어요.”
“그러게요.”
“그럼 먼저 갈게요, 류민 씨. 다음에 봬요.”
“네,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해서 다시 한번 죄송해요.”
“아니에요.”
싱긋 웃어준 서아린이 경찰관들과 함께 차에 탔다.
서까지 가면서 서아린은 떠올렸다.
전투 능력이 변변치 않은 예언자의 몸으로 범죄자와 맞서던 류민을.
‘생각보다 용기 있는 분이시네.’
의외의 면모에 서아린은 류민을 달리 봤다.
정작 류민은 그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지만.
고깃집 사장이 증언을 위해 경찰을 따라 이동하는 사이, 류원이 말했다.
“형! 서아린 배우님은 왜 부른 거야?”
“네가 서아린 배우 좋아하잖아. 같이 있으면 기분이 풀릴까 해서 불렀지. 정말 나올 줄은 몰랐지만.”
“아…….”
자신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이 느껴졌던 걸까?
류원이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형을 바라봤다.
“형이 이렇게까지 신경 써줄 줄은 몰랐어. 고마워.”
“당연히 신경 써야지. 넌 내 하나뿐인 동생인데.”
형제가 마주 보며 웃었다.
웬 진상 때문에 식사는 망쳤지만, 기분만큼은 후련했다.
“그나저나 서아린 배우님 아니었으면 위험할 뻔했다, 그치?”
“그러게. 나도 조금 겁먹었었는데 다행히 굿 타이밍에 나타나셨네.”
류민은 안도의 한숨까지 쉬며 어울리지 않게 약한 척을 했다.
약한 예언자 컨셉이니만큼 힘을 얼마나 발휘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마침 적절한 시기에 서아린이 나타나 줬다.
그래서 일부러 서아린이 처리하도록 놔뒀다.
‘내 힘을 드러내는 것보다야 서아린에게 맡기는 편이 나으니까.’
40레벨을 찍었는지 서아린은 생각보다 더 강해졌다.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40레벨 스킬로 배운 영혼 기사가 강하긴 하지.’
서아린도 이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할 필요 없이 혼자서 헤쳐나갈 수 있을 거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거 영상 찍었어?”
“어, 나 처음부터 끝까지 찍었어.”
“대박이지 않냐?”
“서아린 진짜 멋있더라.”
“진상 플레이어 참교육 영상이라고 해서 올려.”
“안 그래도 너튜브랑 인별그램에 올리려고.”
귀를 기울이니 전부 서아린에 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대체로 좋은 평가가 오가고 있다.
‘영상이 퍼지면 서아린의 인지도랑 몸값이 한층 올라가겠군.’
귀찮은 일에 휘말렸지만, 반응을 보니 서아린으로서도 이득일 것이다.
‘어쨌든 동생의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군.’
나중에 기꺼이 식사하러 나와준 서아린에게 감사 문자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동생과 함께 자리를 떴다.
사장님에겐 미안하지만, 저녁은 다른 가게에서 먹어야겠다.
* * *
[배우 서아린, 진상 손님 참교육 영상, 일주일 새 100만 뷰 넘어…….] [범죄자 플레이어를 증오하는 서아린. 그녀와의 단독 인터뷰!]서아린의 기사를 보던 류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예상대로군. 영상이 퍼지자 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어.’
원래도 예쁘장한 외모로 남자들에게 인기 있던 서아린이지만, 한편으론 여성들의 질투를 사곤 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걸크러쉬라며 서아린에게 입덕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사실상 남녀불문으로 좋아하는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한 서아린이였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 내 덕분 아니겠어?’
그때 류민이 부르지 않았다면 서아린이 이토록 인기를 얻진 못했으리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이참에 서아린을 대플레이어 부대 홍보 모델로 써먹어 볼까?’
대중들을 사로잡은 지금의 인기를 발판삼아 대플레이어 부대를 홍보한다면?
분명 플레이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시너지를 이룰 수 있으리라.
부대장인 검은 낫의 명성이 올라갈 것은 덤이고 말이다.
‘나중에 서아린에게 한번 제안해 봐야겠어.’
물론 제안은 류민이 아니라 검은 낫으로서 해야 한다.
‘그 전에 얌띠한테 전화가 와야겠지만.’
하루빨리 나이지리아로 가서 연금술사를 설득하고 싶은 류민이다.
하지만 그 전에 대플레이어 부대장의 지위를 얻을 필요가 있었다.
검은 낫의 명성을 드높이려면 부대장으로 임명된 이후에 움직이는 편이 좋았으니까.
‘언제쯤 전화가 오려나?’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그때.
류민의 핸드폰이 몸을 떨었다.
기다리던 얌띠의 전화였다.
“어, 그래. 어떻게 됐어?”
-시키신 걸 모두 처리했습니다. 주인님.
“그 말은 대플레이어 부대 신설이 끝났다는 뜻이지?”
-그렇습니다. 부대장은 검은 낫이신 주인님이고, 가면을 쓰는 걸로 경찰청장과 말을 맞춰놨습니다. 부대원 소집도 끝내놨고요. 자세한 일정과 장소는 문자로 전송하겠습니다.
“좋아. 수고했다.”
통화를 마친 류민이 입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대플레이어 부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