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49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49화
249. 세 번째 미션
좀비처럼 걸어오던 언데드들이 허무하게 칼침에 맞아 죽어버린다.
그때마다 사신교 신도들은 통과했다는 메시지에 놀라야 했다.
이미 예상한 류민은 그리 놀란 기색이 아니었지만.
‘역시 인간이었던 실체 언데드를 죽이면 살인한 걸로 인식되는군.’
소환수를 죽였음에도 시스템은 살인으로 판단했다.
일전에 언데드화된 천사들을 죽였을 때도 그랬다.
‘그 당시에 보상이 한 번 더 들어와서 놀랐었지.’
그때의 류민처럼 사신교 신도들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설마 언데드를 잡고 통과자에 들어갈 줄은 몰랐으리라.
‘나도 몰랐어. 진짜로 될 줄은.’
그저 천사들에게 적용됐으니 이번에도 되리라 믿었을 뿐이다.
그래서 떠올린 작전이기도 하고.
‘원래는 작전이랄 것도 없이 서로 죽게 내버려 둘 작정이었지만…….’
사령술사라는 카드가 있기에 이런 방법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언데드를 죽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푹- 푸욱!
“커륵!”
“케엑!”
존 델가도가 만든 수백의 소환수들이 사신교의 공격에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류민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몰랐다.
뒤에서 크리스틴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을 줄은.
‘존 델가도의 소환수들이 왜 죽어주고 있는 거지?’
처음에 다가오는 소환수 무리를 봤을 때 크리스틴은 전투를 각오했었다.
존 델가도가 이번에도 자신을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정작 언데드들은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전투 능력이 없는 자신조차 검으로 찔러 죽일 정도였으니.
그래서 더욱 놀랐다.
‘왜지? 왜 다가와서 죽어주는 거지? 분명 존 델가도가 사신교를 치라고 명령해서 온 거일 텐데?’
의문을 가진 사람은 크리스틴뿐만이 아니었다.
‘뭐 하는 거야, 저 병신새끼가!’
다름 아닌 베르베르였다.
‘아까운 소환수들을 꼬라박고 있잖아?’
그는 존 델가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절망교 신도들이 전멸한 것도 열받는데 교주라는 놈이 시체들을 일으키더니 무의미하게 갖다 박고 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베르베르가 은밀하게 움직였다.
‘이 틈에 교주를 죽이고 내가 절망교의 교주가 된다.’
비록 신도들을 모두 잃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만 괜찮다.
신도야 차근차근 모으면 될 일 아니겠는가?
살금살금 존의 뒤를 노리며 다가간 베르베르가 도끼를 번쩍 들었다.
‘죽어라.’
하지만 내려치기도 전에 툭-하고 떨어진 것이 있었다.
‘어?’
도끼를 쥔 자신의 양팔이었다.
놀란 나머지 비명도 잊은 그때, 곡도를 들고 있는 날개 달린 영체 언데드가 보였다.
존 델가도가 최강이라 자부하는 소환수, 사리엘이었다.
“아아아아악!”
대천사를 보고 놀란 건지 통증 때문에 비명 지른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존 델가도에게 중요한 일은 뭐니 뭐니 해도 배신자 처단이었으니.
“네가 교주 자리를 노린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네, 네놈이……!”
대놓고 비웃음을 흘린 존 델가도가 냉엄한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사리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곡도가 베르베르의 목을 지나갔다.
툭-
떨어진 얼굴을 무심하게 보던 존 델가도는 새삼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검은 낫의 언질이 아니었다면 목이 떨어진 건 베르베르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테니까.
존이 무사한 걸 먼발치에서 지켜본 류민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절망교는 전멸했군. 변수도 차단했고.’
남은 변수는 대천사의 습격인데 언제 올지 모르니 아직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푹-!
검이 박히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남은 소환수가 쓰러졌다.
언데드들이 모두 소멸하고 나자, 류민은 사신교 신도들에게 물었다.
“혹시 이 중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 있나?”
신도들은 빠짐없이 고개를 저었다.
400명에 달하는 사신교 전원이 생존자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운이 좋았군. 언데드를 죽여도 카운트가 될 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까지 했으니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 모든 게 류민의 작전이었는 줄은.
슬슬 상황이 정리되어가고 있던 그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이제 그만 싸웁시다! 인원이 다 찼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행창으로 향했다.
[현재 생존자수 : 1,152] [현재 통과자 수 : 1,152/1,152]생존자와 통과자가 일치한다.
더 이상의 살인은 무의미하다는 의미.
안 그래도 두 명 이상 죽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무기를 거두며 물러났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
제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또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생길지 모르기에 안심할 순 없었지만.
긴장 어린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크리스틴은 여전히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존 델가도의 소환수들에게 공격할 의사는 없었어. 마치 자신들을 죽이고 생존하라는 듯이.’
검은 낫은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고 때마침 운 좋게 소환수들이 굴러들어왔다.
그 소환수들은 공격할 의사도 보이지 않았고.
이게 과연 우연일까?
크리스틴이 의심을 지우듯 머리를 털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검은 낫 님이 꾸몄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미래를 예지했다는 게 더 그럴듯하겠어.’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 그때, 제한 시간이 다 됐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두 번째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생존자는 1,152명, 사망자는 1,151명입니다.] [축하합니다! 잠시 후 세 번째 미션이 시작됩니다.]메시지를 본 류민은 크리스틴부터 찾았다.
“알고 있지? 이번 세 번째에서 네 역할이 중요하다는걸.”
“네…… 알아요.”
끄덕거린 크리스틴이지만 류민은 찰나의 순간 떠오른 걱정을 놓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 스킬이 끊기지 않게만 신경 써. 네 스킬에 천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
“아, 알았어요. 검은 낫 님.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크리스틴이 그제야 결연한 눈빛을 보였다.
미션을 미리 들은 사신교 신도들도 꼴깍 침을 삼키며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세 번째야말로 위험하고 어려운 미션이라는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에.
물론 사신교가 아닌 사람들은 별다른 걱정 없이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때였다.
“응? 저게 뭐지?”
공동의 바닥에서 갑자기 초록색의 선이 무수히 생겨났다.
어깨너비 정도의 짧은 점선이 가로로 늘어져 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그때,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 번째 미션을 공개하기 전에, 바닥에 보이는 초록색 표시선으로 각자 이동해 주십시오.] [표시선은 1,152개로 생존자수만큼 만들어 놓았습니다.]“표시선?”
“저기로 이동하라는 거 같은데요?”
사람들은 군말 없이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여기 한 사람씩 서 있으면 되나?”
“어? 선을 밟으니까 빨간색으로 변했어요.”
“무슨 주차유도표시등 같은 느낌이네.”
표시선에 사람이 서자 빨간색으로 변한다.
바닥에 무수히 밝혀져 있는 초록색의 선들이 점점 빨간색으로 바뀌어간다.
몇몇은 자리를 찾아 허둥지둥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서다 보니 사람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가로로 쭉 서 있다는 것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선을 밟자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나타났다.
[세 번째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고통 버티기.
└제한 시간 30분 동안, 죽지 않으면 통과.
[2초마다 전방에서 일정 대미지를 주는 투사체가 발사됩니다.] [투사체는 플레이어마다 한 발씩 날아가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사체의 대미지가 점진적으로 증가합니다.] [성공 시 라운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생존자수 : 1,152]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29:59]“이게 뭐야? 고통 버티기?”
“30분 동안 고통을 참으라고?”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질문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전방에서 투사체가 날아왔다.
투파파파파파파팍-!
총알처럼 쏘아진 그것은 사람들의 가슴에 적중했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정확하게.
“큭, 바, 방금 뭐야?”
“검은 탄환?”
투파파파파파파-!
어디서 날아오는가 봤더니 공동의 저편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발사되고 있었다.
마치 2초마다 총알을 퍼붓듯이.
투파파파파파파-!
“큭, 이걸 30분 동안 계속 맞아야 한다고?”
“그리 아프진 않은데 기분이 더럽네.”
탄환이 2초마다 날아와 가슴팍에 적중한다.
마치 일렬로 늘어서서 총살당하는 느낌.
기분은 나빴지만 그래도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다.
비비탄에 맞은 것처럼 약간 따끔한 수준?
방어력이 높은 탱커들에겐 아무런 느낌도 안 들 정도였고.
“별거 아니네.”
“이 정도면 할 만하겠어.”
“안심하지 마요. 그러다 훅 갑니다.”
“맞아요. 설명 못 들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대미지는 증가한다고요.”
“에이, 초반부터 이 정도 대미지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는데?”
“어차피 난 탱커니까 걱정 없어.”
걱정하는 사람, 안심하는 사람, 자만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모르는 것이 있었다.
고통을 버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말이 고통 버티기지 다른 말로는 고문 버티기야.’
지금은 대미지가 약해서 자신만만한 사람이 많지만 10분만 지나면 표정이 달라질 거다.
‘아마 찍소리도 못하겠지. 20분이 지나면 살려달라고 비명 지를 거고.’
송곳으로 쑤시는 고통이 2초마다 이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절대 5분 이상 버티지 못한다.
‘5분만 지나도 150번 찔린 거나 마찬가지야. 그렇기에 25분쯤이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지.’
물론 어디까지나 평범한 방어구를 갖춘 사람의 경우다.
탱커라면 조금 더 버틸지 모르겠지만 그래봤자 30분까지는 힘들다.
‘그전에 아프다고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이 속출하겠지.’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10분만 있어봐라.
다른 사람의 등 뒤로 몸을 숨기는 사람이 나올 거다.
그러면 한 발 맞아야 할 걸 앞에 있는 사람이 두 발 맞아야 한다.
의도치 않게 인간 방패가 되는 셈.
‘그렇게 되면 자연히 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고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 서로 죽이겠다고 쌈박질이나 하게 되겠지. 그 와중에 너도나도 살겠다고 따라서 숨는 사람이 속출할 테고.’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된다.
불과 10분만 있으면.
‘괜히 극한의 15라운드라 불리는 게 아니야. 50명 이하밖에 생존하지 못한 데엔 다 이유가 있어.’
허태석도, 러셀도, 조용호도. 전부 15라운드를 넘기지 못했다.
크리스틴도 마찬가지였고.
‘과거 11라운드에서 우연히 존 델가도로부터 구해줬었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돕다가 죽어버렸지. 광역 도트 힐을 쓰면 시전자인 자신은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마니까.’
이때 힐해주던 크리스틴이 죽자마자 수백 명이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었다.
댐이 무너진 것처럼 모조리.
그 이후 서로 살겠다고 동료를 방패로 이용하면서 희생자가 늘어났다.
방어 스킬이 있던 마경록과 안상철, 기타 탱커들과 대마도사만 버텼을 뿐.
‘힐이 없으면 깨는 게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그렇기에 크리스틴이 이번 미션에서 중요한 거다.
‘이번만큼은 지난번과 다른 결과가 나올 거야. 크리스틴을 어떻게든 살릴 작정이니까.’
이제 5분쯤 지났을까?
슬슬 거슬릴 만큼의 대미지가 느껴지자, 사람들이 스스로 응급치료를 사용했다.
“응급치료를 쓰니까 좀 나은데요?”
“다 함께 버텨봅시다!”
“근데 이거 피할 수도 있는 건가?”
“시도해 봤는데 너무 빨라서 못 피하겠어요.”
총알보다 빠르기에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을 방패로 삼으면 막을 순 있겠지만.
투파파파파파팍-!
8분이 넘어가자 다시 한번 대미지가 강해졌다.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진다.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슬슬 버티기 힘들다고 느낀 것이다.
그때, 크리스틴의 광역 힐이 시작됐다.
솨아아아아-
초록의 새싹 같은 빛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싼다.
반경 500m의 모든 플레이어를 치유하는 대규모 광역 도트 힐 스킬 [생츄어리]였다.
“이, 이건…….”
“고통이 사그라들었어.”
“프리스트의 스킬이야!”
반경이 넓었기에 1,152명의 플레이어 모두 힐의 범위에 들어갔다.
크리스틴이 일부러 가운데에 위치한 것도 한몫했다.
“다들 자리 이탈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도트 힐이었기에 초마다 회복되었다.
고통도 씻은 듯이 사라진다.
힐량도 당연하지만, 응급치료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높았다.
사람들이 평온해졌지만 정작 시전자인 크리스틴의 낯빛은 좋지 않았다.
힐의 범위에 자신은 포함되지 않았으니까.
“으윽, 아프네…….”
“걱정 마라.”
포근한 빛이 크리스틴의 상처를 감쌌다.
“넌 내가 지켜줄 테니.”
옆에 있던 류민의 손이 크리스틴의 등에 닿았다.
임시 스킬로 받은 힐이 상처를 빠르게 치유했다.
고통이 사라졌지만 크리스틴은 그딴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 어떡해…….’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