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51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51화
51. 파티 초대
“검은 낫?”
모른다는 뜻으로 되물은 게 아니었다.
비록 구역은 다르지만 민주리도 검은 낫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
매 라운드 전 구역 1위를 차지하는 닉네임이었으니까.
“검은 낫이라면…… 그 사람 맞지? 매번 전 구역 1위 달성하던.”
“응, 맞아.”
“그러니까 나보고 5라운드에 검은 낫의 도움을 받으라고?”
“도움이라곤 했지만 협력이지. 일시적 동맹을 맺는 거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
“그 사람은 다른 구역일 텐데…… 설마 이번에 우리 구역이랑 그 사람이 있는 구역이랑 합쳐지는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이야.”
“하지만 검은 낫은 레벨이 30인걸? 나와 동맹하려고 할까?”
“버프가 있으니까 검은 낫도 널 필요로 할 거야. 너는 검은 낫의 도움으로 퀘스트를 완료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셈이지.”
“음…….”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고레벨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클리어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생판 모르는 남과 파티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까마득히 강한 존재와.
“솔직히 말해 걱정이야. 고작 버프 하나 때문에 검은 낫이 나랑 같이 다니려고 할지…….”
‘고작이 아니야. 네가 가진 버프는 엄청나다고.’
속말을 삼킨 류민이 걱정 말라는 듯 웃어 보였다.
“검은 낫은 너와 협력하려 할 거야. 이번 라운드뿐만이 아니라 다음 라운드까지도. 내가 미래에서 봤으니 걱정할 거 없어.”
“정말?”
민주리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언자인 류민이 저렇게 확신해서 말한다면 믿을 수 있었다.
“고마워, 나한테 이런 중요한 정보를 말해줘서.”
“뭘. 친구인데 이 정도도 못 할까.”
“보답으로 나도 뭐라도 줘야겠지?”
민주리가 손을 뻗어 버프를 걸어줬다.
류민으로선 바라마지 않던 순간이다.
‘계획대로 버프를 받았어.’
빚지고 못 사는 민주리의 성격상 버프를 줄줄 알았다.
‘이제 집에 가서 마정석 뽑기권을 사용하면…….’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참으며 민주리와 함께 식당을 나왔다.
민주리를 편의점 앞에 데려다주고 나서야 눈치 보지 않고 웃을 수 있던 류민이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류민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아이템을 착용했다.
[스킬 블레스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0% 증가합니다.] [학살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0% 증가합니다.]버프는 물론 저번처럼 밀웜을 죽여 학살의 룬 효과도 받았다.
‘어디 스탯이 얼마나 올랐나 볼까?’
-힘 : 93, 지능 : 111
-민첩 : 105, 운 : 84
‘이 정도 운이면 기대해 볼 만하겠어.’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도 투자하지 않았던 지능이 제일 높다.
레벨만큼 지능이 오르는 광휘의 룬 덕분이다.
‘여기에 신성 계열 상대까지 있으면 추가로 2배가 더 오를 텐데.’
갑자기 천사라도 나타나지 않는 한 그건 힘들 거다.
인벤토리를 연 뒤 최하급 마정석 뽑기권을 꺼냈다.
‘사용.’
평범한 사람이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라도 할법했건만, 주저 없이 사용해버렸다.
‘기도는 무슨. X같은 신 새끼.’
원래가 무교이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신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믿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자리엔 깊은 원한마저 자리 잡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다 신이 꾸민 일이겠지.’
18억 명이 사로잡힌 지옥의 생존게임을 만들 사람이 누구겠는가?
그 배후에는 당연히 신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신이 인간을 가지고 노는 거라고.
‘만약 최종 라운드를 깨고 소원을 들어주는 단계까지 간다면, 보란 듯이 빌어주마. 이딴 개 같은 게임을 설계한 신 새끼를 소멸시켜 달라고.’
물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때 눈앞에 뽑기 결과가 떠올랐다.
순간 류민은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표정을 지어버렸다.
‘5개? 5개면 최대치인데?’
신에게 빌기는커녕 욕이나 퍼부었는데 최대치가 나와버렸다.
‘운빨 끝내주는구만.’
류민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빨간색 2개, 노란색 1개, 초록색 1개, 보라색 1개라……. 나쁘지 않군.’
총 다섯 개의 최하급 마정석이 들어왔다.
류민은 우선 중복되는 색을 조합하기로 했다.
[주재료]-최하급 빨간색 마정석
[부재료]-최하급 빨간색 마정석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슬롯에 올린 뒤 조합 버튼을 누르자.
[조합 성공!] [‘하급 빨간색 마정석’을 만들었습니다.]인벤토리로 하급 마정석이 들어왔다.
‘같은 색깔에 같은 등급이면 이렇게 조합할 수 있지.’
류민이 즉시 하급 빨간색 마정석을 암살자의 후드와 조합했다.
[조합 성공!] [암살자의 후드에 ‘대미지+2%’ 옵션이 추가됩니다.]최하급이었다면 1%였을 효과가 2%로 올랐다.
이번에 나온 보라색 마정석과 서아린이 준 보라색 마정석도 합쳤다.
하급 보라색 마정석을 만든 뒤 장갑에 박았다.
[조합 성공!] [어둠의 그림자 장갑에 ‘모든 스탯+2’ 옵션이 추가됩니다.]하나씩 남은 초록색과 노란색 마정석은 각각 신발과 반지에 박았다.
민첩 2와 운 2가 추가로 올랐다.
사냥꾼 갑옷에서 분리했던 남색 마정석도 핏빛의 암살자 슈트에 박아넣었다.
이로써 가지고 있던 마정석을 모든 장비에 꽂았다.
‘좋아. 정보를 주고 버프를 얻은 보람이 있었어.’
뿐만 아니라 예언이라는 명목으로 검은 낫과의 연결고리도 만들었다.
이제 5라운드부턴 정체를 굳이 밝히지 않아도 민주리와 함께 다닐 수 있으리라.
‘민주리의 버프가 있다면 5라운드를 깨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만족스럽게 웃은 류민이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벌써 시간이 저녁을 향해가고 있다.
‘2시간만 있으면 마경록과 만날 시간이야.’
오전에 안상철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류민 대주주님? 역시 살아계셨군요? 생존을 축하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에 무례하게 군 점을 사죄드리러 전화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경록 대표님께서도 그 부분을 죄송스럽게 여기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존을 축하할 겸 저녁에 조촐한 파티를 개최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다 함께 즐기는 자리이니 가족들도 부담가질 것 없이 오셨으면 합니다.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말이 파티지 실상은 내 호감을 얻고 정보를 캐내기 위한 자리겠지만.’
마경록과의 신뢰를 쌓아야 했기에 류민으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방에서 나온 류민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동생에게 다가갔다.
“원아. 오늘 저녁에 시간 되지?”
“응? 나야 시간 많지. 학교도 안 가는데, 이제.”
원래는 저번 달부터 중학교에 나갔어야 할 동생이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등교가 잠정 중단됐다.
‘만 15세가 넘은 중3 학생들이 전부 플레이어가 됐으니…….’
당장 다음 라운드가 걱정인 마당에 플레이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겠는가?
그렇다고 일반인만 등교시키면 차별한다고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거다.
이는 비단 중학교의 일만이 아니다.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플레이어들을 등교시킬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목숨이 저당 잡힌 상황에 미래를 생각해서 공부한다?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군대는 더하다.
초인적인 힘이 생겼는데 위계질서가 지켜질 리가 없다.
만 30세가 넘은 간부들은 플레이어를 막을 엄두도 못 낸다.
‘18억으로 시작한 참가자가 세 달 만에 9천만으로 줄어버렸어.’
95%가 죽고 고작 5%만 살아남았다.
이런 마당에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형,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야, 아무것도. 어쨌거나 시간 많으면 나랑 같이 파티나 가지 않을래?”
“파티? 갑자기 웬 파티?”
류민은 동생에게 자세한 사정을 설명했다.
“뭐? 형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오성 그룹 후계자라고?”
“그래. 앞으로 같이 사업할 동료로서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너도 오라고.”
“그런 자리에 내가 가도 될지…….”
“가족들도 꼭 좀 초대했으면 한다고 했는데…… 뭐, 마음대로 해. 어디까지나 네 선택이니까.”
“으음…….”
생각을 읽어보니 동생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전 회차에서도 그랬으니까.
“갈게! 오늘이 아니면 언제 상류층 파티에 가보겠어? 다시는 없을 기회잖아?”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류민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마 혼자서만 가거나 숨겼으면 단단히 삐졌을지도 모른다.
“나가자. 옷 사줄게.”
“옷?”
“파티에 가는데 정장은 아니더라도 입을만한 옷은 있어야지.”
“아싸~ 형 차 타본다!”
동생은 옷보다는 슈퍼카를 타는 게 더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가자.”
형제가 오랜만에 외출에 나섰다.
* * *
외출에서 돌아와 TV를 보며 시간을 때우던 형제가 시계를 봤다.
약속 시간이 다 됐다.
“이제 옷 입고 준비하자.”
류민은 정장을 빼입었고 류원은 차분한 느낌의 맨투맨을 입었다.
다시 TV를 보려는데.
삐리리- 띵동동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왔나 봐, 형!”
인터폰을 보던 류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딘가 낯익은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나가자.”
류민이 동생과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안상철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외출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어? 저, 저 사람은 그때 마주쳤던…….”
류원의 놀라는 모습에 안상철이 류민을 바라본다.
“이분은……?”
“제 동생입니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안상철 실장이라고 합니다. 저희 구면이지요?”
“네에…….”
동생의 눈빛에 여전히 경계심이 어려 있다.
처음 이미지가 좋지 못했던 탓이다.
“지난번에 무례하게 군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분께도 이미 사과드렸습니다.”
“아…….”
“사죄의 의미로 여는 파티이니 부담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제 가실까요? 리무진을 준비시켜놨으니 몸만 오시면 됩니다.”
* * *
파티의 장소는 예상대로 마경록의 호텔이었다.
“오, 류민 대주주님.”
마경록이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이렇게 살아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저도요.”
“이분은 동생분?”
“네. 류원이라고 제 동생입니다.”
마경록이 미소를 지으며 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천마 컨설팅의 마경록 대표라고 합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혹시 동생분도 플레이어이신가요?”
“아니요, 전 아니에요.”
“동생이 아직 만 14세라서요.”
“오오, 천운이로군요. 한 살 차이로 생존게임에서 벗어나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부럽긴 무슨.’
류민이 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었다.
말은 부럽다고 했으나 생각을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조촐하지만 파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경록을 따라가니 커다란 연회장이 나왔다.
“우와…….”
동생이 입을 벌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류민도 적당히 놀란 척 연기했다.
연회장에는 온갖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으니까.
“출출하시죠? 차린 건 얼마 없지만, 배를 채우기엔 좋을 겁니다.”
마경록의 말에 동생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누굴 놀리나? 이게 차린 게 없는 거라고?
어이없어하는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럼 배도 고픈데 식사 먼저 할…….”
마경록이 움직이려던 그때.
연회장의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나타나자, 류민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