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0)
ⓒ 애모르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그녀는 아직도 입학식 때의 일어난 상황과 아카데미의 교장 최중원과의 면담을 기억한다. 물론 불과 하루 전에 일이니 당연히 기억나는 게 정상이지만 그녀는 쓸데없는 기억은 바로 그 자리에서 삭제하는 버릇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놈처럼.
“아, 안녕. 와··········근데 설마 그 안나가 우리 팀에 조장일 줄은 몰랐네. 아, 아무튼 잘 부탁한다.”
우락부락한 근육 돼지가 말을 걸어왔다.
마진한
이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운 듯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안나는 일단 영업적인 미소를 보이며 그의 악수를 받았다.
왠지 모르게 꽉 쥐어진 손이 오래 잡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도 잘 부탁해요.”
“저, 저도 잘 부탁드려요··········.”
각각 창술을 쓰는 천인한과 소심한 표정과 다르게 긴 장검을 들고 있던 밀리의 말이었다. 물론 인재 스카우트를 위해 반 아이들의 신상은 이미 전부 조사해두었다.
아무리 자신보다 덜 뛰어난 아이들이라도 나름 아카데미에서 인정받는 특급반에 들어온 아이들이니.
‘마진한은 안 되고 그나마 밀리가 좀 나으려나?’
전투의 재능으로 보면 이 셋 중에서 마진한이 제일 나았지만, 과거의 이력이 더러웠다. 중학생 때에 학생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고 했나?
재능은 있지만, 영웅의 자질은 아니었다.
오히려 범죄자가 될 상인가? 성격도 지금은 꾸미고 있는 거 같지만, 본래의 성격은 그리 좋은 거 같지도 않고 말이다.
나머지 둘은 조금 애매했다. 나름 재능 또한 뛰어나기는 하지만 곧바로 결정하기에는 심중을 기해야 했다. 후에 성장이 정체되는 생도들 또한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으로는 그들보다 확인해야 할 소년이 있었다.
‘저 녀석은 대체 어디 출신이지?’
다른 아이들의 이력은 전부 조사했지만 김하준은 이력은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정보를 의도하고 숨기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만든 정보 길드조차 김하준의 정보를 쉽사리 찾아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한 가지 건진 것은 김하준의 국적이 한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현재로서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정보였기에 이번 기회에 안나는 김하준을 평가할 생각이었다.
‘한시영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것도 그렇고 걸리는 게 많아··········.’
완력가 버스 테러 사건.
여러 명의 영웅이 뭉쳐 간신히 학생들을 보호하여 A급 빌런 완력가를 사살했다고 공표된 사건이지만, 소문으로는 버스 안에 있던 한 학생이 홀로 완력가를 일격으로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다.
김하준이 수석을 한순간 안나도 소문에 대해 의심을 했지만 결국에는 믿지 않았다.
너무도 허황된 얘기에다 교장 최중원까지 부정했으니 말이다.
‘겉으로 보면 진짜 별거 아닌 것처럼 생겼는데··········.’
다만, 자기소개 시간에서 보였던 담력에 또다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강대한 살의를 마주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소개를 한 김하준을 떠올렸다.
적어도 보통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이번 기회에 확인하면 되겠지.’
곧이어 판별의 시간이 다가왔고 실습수업이 시작한 순간 안나는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저거··········진심인가?’
“훅- 훅-”
이상한 호흡 소리를 내며 안정적인 자세로 구보하는 김하준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말로 수석을 운으로 했나?’
그게 운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평균치 이하의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보니 장난인 거 같지도 않고.
안나는 망설임 없이 하준에게 눈을 돌렸다.
수석을 정말 운으로 했다면 어차피 특급반에서 떨어져 나갈 놈일 테니.
다만, 고작 팀원 한 명 때문에 마수 사냥이 늦어진다면 문제가 되니 조장으로서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안나였다.
그렇게 고개를 돌려 김하진에게 입을 열려는 순간.
“에휴··········그냥 니들 먼저 가라.”
“에이 썅!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그니까. 야! 빨리 가자!”
김하준이 먼저 말을 꺼냈고 안나는 망설임 없이 하준을 버리고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적어도 자기가 피해를 주고 있다는 건 아는 모양이다.
“진짜 개 같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수석을 무슨 운으로 했나 진짜! 에이, 썅! 꼴등 하면 다 그놈 때문이야!”
“자기 입으로 운이라고 말했잖아. 좀 진정해. 어차피 코앞이니까. 거기다 안나씨도 있으니 괜찮겠지.”
결국 성질을 못 이기고 성을 내는 마진한이었다.
안나는 그 모습을 하늘 위에서 멍하니 지켜봤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마진한의 성격은 진작 알고 있었으니.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사냥은 속공으로 이어졌다.
안나의 구속 마법으로 녀석의 발을 묶은 뒤, 나머지 세 명이 몰아세우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몰아치는 공세에 흑견 또한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다만, 흑견이 지친 모습을 확인한 마진한이 씨익 웃으며 흑견한테 달려든 게 문제였다.
“자, 잠깐!”
천인한이 말렸지만 마진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흑견에게 달려들어 우락한 팔로 녀석의 목을 휘감아 조르기 시작했다. 다만, 아무리 지쳤어도 마수였다.
흑견은 마진한을 떨쳐내려 몸을 털었고 힘의 반동으로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마진한은 바닥을 쿵- 쿵- 구른 뒤 나무에 처박히고 나서야 멈춰 섰다.
“저게!”
곧이어 성을 내며 몸을 일으킨 마진한이 흑견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다만, 마진한이 구른 땅 밑에서 무언가가 흙을 파내며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수는 처음에는 한 마리에서 잠시 후 서른 마리 정도로 늘어났고 뒤이어 땅 밑에서 기어 나온 서른 마리의 거대한 땅벌이 거센소리와 함께 힘찬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어, 어? 헉!”
“미친 뭘 건드린 거야!”
“다들 정신 차려!”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안나가 허공에서 내려와 아이들의 앞에 착지했다.
안나는 주위를 돌아보며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뒤에는 아직 쓰러지지 않은 흑견과 앞에는 무수한 거대 벌들.
‘윽!’
안나는 짜증스럽게 이를 으득 갈며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아마 시간상 각 조 중에서도 우리 조가 꼴찌겠지만, 탈락보다는 나을 테니.
그렇게 중급 화염 마법의 술식이 구성됐고 마법을 발하려는 순간.
안나의 시야에 이쪽으로 여유롭게 다가오는 김하준이 보였고.
“이쪽으로 오지 말고 거기서 기다··········.”
그리고 사라졌다.
뒤이어.
파각―! 팍―! 푸석―! 파팍―!
기이한 소리와 함께 거대땅벌의 머리통이 터져나가기 시작했고.
“어?!”
곧이어 사라진 하준이 거대한 망치를 들고 등을 보인 채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안나에게 입을 열었다.
“야.”
“어, 어?”
“뭐해? 저거 처리 안 하고.”
하준이 턱짓으로 으르렁거리는 흑견을 가리켰다.
곧이어 벙찐 표정의 아이들이 하준을 바라보다가 이내 등을 들려 흑견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말벌들의 머리통이 계속해서 터지기 시작했고 하준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뭐야? 쟤는 언제 온········악!”
“뭐야? 왜 그래 진한아?”
“몰라! 뒤통수가 갑자기 따갑네. 에이씨!”
* * *
당연하지만 나는 영웅 따위가 될 생각은 없었다.
위기에 빠진 순간 동료들을 구하는 영웅?
그런 걸 연출할 생각도 그리고 당연히 돋보일 생각도 추호도 없었지만, 이대로면 조금은 곤란한 상황이었다.
‘불합격하겠네··········.’
안나의 마법이 있기에 그렇게 위급해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시간이 문제였다.
이번 실습수업에서 교관이 가장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은 시간과 안전이니 말이다.
마수를 얼마나 신속하게 잡고 얼마나 안전하게 돌아오느냐였다.
그런데 만약 우리 조가 불합격한다면? 이 한 교관이 다음으로 할 행동은 자명했다.
아마 보충 수업으로 운동장 20바퀴는 뛰고 난 뒤, 다시 마수 사냥을 보내지 않을까?
미쳤다고 그걸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망치가 튼튼해서 다행이네.’
정지된 공간 속.
당연하지만 예전에 망치 대용으로 쓴 돌멩이들은 충격의 중첩을 버티지 못하고 전부 터지거나 산산히 부서졌다. 하지만 이 망치만큼은 달랐다.
6시간의 망치질에도 조금의 기스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망치질을 할 때마다 녹이 벗겨져 금빛의 후광이 비칠 정도였다.
‘에휴··········, 이번만 고생하자. 이게 오늘 수업 마지막이니까.’
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마하라즈를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뒤이어 마진한의 뒤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뒷통수를 3대 후려쳤다.
감칠맛 나는 소리가 안 나서 조금 실망이지만 뭐, 별수 있나.
어차피 지가 맞은 지도 모를 텐데.
“어휴, 이 근육 돼지 때문에.”
뒤이어 처음으로 한 행동은 당연하지만, 땅벌의 처리였다.
그 수는 대략 30마리고 거기에 더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미 30마리가 날개를 펴고 날이 선 독침을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여러 마리가 땅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으니.
하준은 한 마리당 대가리를 10번씩 후려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녀석들만 없으면 흑견 사냥은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을 테니까.
다만, 흑견 사냥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왜냐고? 힘드니까.
흑견의 칠흑털은 생각보다 질기고 단단하여 의외로 강한 내구성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마진한의 정권이나 나 같이 망치로 후려치는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을 거다.
물론 내가 50번 정도 대가리를 후려치면 녀석 또한 뇌진탕으로 죽기는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애초에 넓적한 면적의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찌르기 종류의 공격은 통할 테니.
창을 든 천인한과 장검을 든 밀리가 있으니 다 죽어가는 개 한 마리 잡는 거야 어렵지는 않을 거다.
‘아··········, 오늘은 진짜 죽겠다.’
하루에 몇 번이나 노동하는 건지··········. 아니, 시간으로 치면 이미 하루는 지난 거 같다. 다만, 시간 정지를 해서 안 흐를 뿐이지만.
“자, 그럼··········.”
하준은 시간 정지를 풀기 전에 혹시 몰라 주위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한 마리 정도 놓친 녀석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더 이상의 땅벌은 보이지 않았다.
하준은 망설임 없이 시간 정지를 풀었고.
파각―! 팍―! 푸석―! 파팍―!
터져가는 녀석들의 대가리를 보며 망막 위에 떠오른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일정한 수의 마수를 사냥하십시오.
(마수 38/25)
보상 : 35 경험치
[성공!] [한정된 수 이상을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이 추가됩니다!] [보상 : 경험치 35] [추가 보상 : 경험치 +20, +250p]‘그래, 적어도 노력한 상이 이 정도는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