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35)
ⓒ 애모르
최상급 영웅으로 이루어진 공략팀이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로 끝난 이후, 협회에서는 곧바로 던전의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
차원 던전의 조건 중에서는 나이, 성별, 인종 등 다양한 조건이 있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일단 대표적인 조건인 나이와 성별을 확인했고 곧이어 던전의 조건을 늦지 않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던전의 입장 조건은 알아냈으나 협회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일어났다.
그도 그럴게 이번 차원 던전의 조건은 가장 까다롭기로 알려진 ‘나이 제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19살 이하의 어린 소년, 소녀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었다.
조건을 파악한 뒤, 영웅 협회에서는 곧바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조건 탓에 탐사대를 보낼 수도 없으니··········, 적어도 상급 영웅 정도의 실력을 갖춘 초인이 3명은 있어야 안전이 보장될 겁니다.”
“19살 영웅 중에 그런 초인이 있을 리가··········.”
“적어도 차원 던전의 3대 재앙은 막아야 합니다. 게이트의 마력 수치를 확인한 결과 12시간 이내에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공략에 실패한다면 그대로 던전을 봉쇄할 수밖에 없습니다.”
던전의 3대 재앙.
차원 던전 브레이크로 발생하는 3개의 재앙을 의미한다.
던전 이전 현상, 마물 웨이브, 보스 몬스터.
차례대로 게이트가 붕괴되며 던전의 내부 공간이 현계로 이전되며 대규모의 지형 변경으로 지진과 비슷한 재해를 일으킬 것이다.
동시에 던전으로 변한 이곳이 마물 웨이브를 일으킬 것이며 던전의 주인 보스 몬스터가 현계에 풀려나 날뛸 것이다. 아무리 하급 차원 던전이라해도 던전의 주인이라 불리는 보스 몬스터는 등급과 상관없이 최상급 위험 등급으로 지정된다.
과거 하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의 특수한 능력 때문에 마을 하나가 괴멸됐다는 유명한 사건이 있었으니.
“그렇다면 방법이··········.”
“현재는 등급으로만 봐야 할 게 아니라 아이들의 실력을 봐야 합니다.”
“쉽게 말하지 마십쇼! 아무리 그래도 19살입니다, 19살!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차원 던전에 집어넣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미지의 던전이다.
아직 성인도 안된 아이들을 그런 사지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의견은 가열될 수밖에 없었다.
차원 던전의 시민을 포기하고 던전을 봉쇄하는 선택과 적어도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공략까지는 무리라도 시민의 구조를 맡기자는 두 가지 의견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개의 의견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지막에는 결국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찬성이 4, 반대가 4로 이루어진 상황 속.
협회장은 그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협회장님 어서 결정을.”
“한 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협회의 간부들 모두의 독촉 속에서 협회장 김정용은 지그시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내 아들과 손녀가 던전에 갇혀 있네.”
“?!”
“아, 아니··········그럴··········.”
김정용은 두 주먹이 꽉 쥐어진다.
곧이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으며 꽉 쥐어진 주먹에서는 뚝- 뚝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내 아들과 손녀가 갇혀있으니 도저히 협회장으로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거 같네··········, 그러니··········.”
“··········.”
“··········.”
김정용의 말에 회의실에 모여있던 협회의 간부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협회장 김정용은 으득-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나는 찬성일세. 만약 이번 구조 작전이 실패한다면 협회장을 그만두겠네. 협회장이 아닌 가족을 위한 선택을 했으니.”
* * *
시간은 오후 7시.
하준은 교장실에 불려 왔다.
솔직히 이유가 예상 갔기에 하준은 아무 말 없이 담담히 최중원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소파의 맞은편에 앉은 최중원이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영웅 협회에서 연락이 왔어. 그 차원 던전이 특수 조건 던전이라더군.”
“그래요?”
“그래, 그러니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겠지.”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미래가 앞당겨져 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정사대로 잘 흐른 모양이다.
“허락하셨어요?”
“··········차원 던전의 무서움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지. 나는 당연히 반대했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억지로 간다 하더구나.”
그 아이들이라면 아마도 생도 회장 이주희와 한시영을 말하는 걸 거다.
협회에서는 곧바로 각각 1, 2, 3학년 생도 중 수석 안에 드는 실력자들에게 연락을 했을 테니.
“네게도 연락이 왔단다. 1학년 수석 생도의 연락이 안 되니 내게 부탁하더구나.”
최중원은 착잡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무능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하준은 최중원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기로 했다.
“저는 안 가겠습니다.”
“··········.”
하준의 말에 살짝 놀란 듯 눈을 부릅 뜬 최중원이었다.
곧이어 최중원의 입가에 허허허! 하는 작은 웃음과 함께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래··········,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
최중원은 하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최중원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들어가 보게.”
그렇게 문을 열고 다시 숙소로 향한 하준이었다.
하준은 숙소에 도착한 뒤, 멍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기사를 확인해보니 댓글이 불타고 있었다.
당연히 영웅 협회의 이념인 ‘초인의 보호’에 크게 벗어나는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잘 흘러가고 있네.”
그 기사를 보며 하준은 별생각 없이 폰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했다.
그저 몸이 피곤했기에 그냥 일찍 잘 생각이었다.
그때 똑- 똑- 누군가 방을 노크하는 소리에 하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하준은 침대에서 벗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이 늦은 시간에 버르장머리 없게 찾아온 놈의 면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벌컥- 문을 열고 노크의 주인을 바라보니 의외의 인물이 눈앞에 서 있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한시영이었다.
이놈은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 얘기가 있다.”
“나는 없어.”
하준은 그대로 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녀석이 문을 잡으며 버티기 시작했다.
하준의 미간이 불만스럽게 좁혀졌다.
연신 문을 닫으려 힘을 썼지만 마치 시간 정지가 된 거 마냥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슨 고릴라도 아니고 더럽게 힘세네.
“아! 할 얘기 없다고!”
“이야기만 들어주면 좋겠다.”
“하··········, 아니, 들으나마나 차원 던전 때문이잖아.”
이놈이 찾아온 이유가 그거 말고 더 있나.
나로서 당연히 거절할 의사는 차고 넘쳤다.
“굳이 내가 안 가도 너 혼자서 가능하잖아?”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왜 안 가려는 거지?”
“내가 안 간다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하냐?”
“··········.”
내 말에 한시영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침묵할 뿐이었다.
그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알겠다··········.”
한시영은 이 말만을 남긴 채 그대로 떠났다.
막상 하준은 왠지 모를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일단 사지로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인데 누가 쉽게 알겠다고 승낙하겠는가?
“쯧-”
하준은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에 풀썩-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잠을 잔 채 이 기분을 잊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똑- 똑-
참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이제 곧 잠들 수 있었는데.
하준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꾸겨진 얼굴로 문을 열었다.
“하··········, 누구세요.”
잠이 덜 깬 눈으로 하품하며 문을 열었다.
곧이어 보인 것은 익숙한 얼굴의 소녀였다.
생도회장 이주희.
그녀는 하준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할 얘기가 있다.”
“음··········, 예. 일단 들어오세요.”
솔직히 그녀를 보자마자 하준은 조금 고민했다.
그녀가 찾아온 이유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명색에 생도 회장인데 축객령은 좀 그렇고··········일단 들어오라고 했다.
“저기 그래서 하실 말씀이?”
길게 이야기를 늘리는 건 싫으니 바로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하준의 질문에 이주희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탁이 있어서 왔다.”
“무슨 부탁이요?”
“이번에 생긴 차원 던전을 알고 있겠지.”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매스컴에서 그리 난리를 치고 있는데 말이다.
“네. 일단 알고 있습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진지한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한 이주희.
하준은 이주희를 바라보며 거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연 순간.
예상외의 말을 꺼낸 그녀였다.
“이번 차원 던전 사건으로 협회에서 연락이 왔더군. 물론 나는 갈 생각이다.”
“그렇군요.”
“그러니 혹시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그때는 주아를 부탁한다.”
“거절··········예?”
솔직히 조건 반사적으로 거절할 뻔했다.
하준은 살짝 놀란 눈으로 이주희를 바라봤다.
곧이어 이주희는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하준에게 말했다.
“너는 내 여동생을 두 번이나 구했다. 여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구했지. 그런 네게 사지로 같이 가자는 부탁은 염치가 없어서 할 수 없더군.”
“아, 예, 그게··········.”
“너는 이미 많이 노력했다.”
완력가로부터 학생들을 구했고 카르톤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지켜냈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시킨 두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냈다.
그런 소년에게 쉽사리 사지로 같이 가자는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소년은 충분히 노력했고 고생했다.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다. 이만 가보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준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이주희를 바라봤다.
솔직히 차원 던전의 공략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할 줄 알았다.
한데, 예상외의 부탁에 정신이 멍해졌다.
“어, 그게··········. 예. 조심하세요.”
하준의 입에서 어벙한 대답이 들려왔다.
그 대답에 미소지은 이주희는 하준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주아를 부탁한다.”
덜컥-
그렇게 현관문이 닫히고 하준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침대에 걸 터 앉았다.
솔직히··········기분이 묘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참 어이없게도 그녀의 감사에 느낌 감정이었다.
다만··········, 왜일까··········.
그녀는 알 리가 없는데··········아니, 자신의 능력을 절대 모를 것이 분명한데.
-너는 이미 많이 노력했다.
그녀의 말이 자신의 지금까지의 노고를 이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
묘한 기분이었다.
물론 걱정 받은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예외였고··········그리고 오랜만이었다.
너는 충분히 노력했으니까 안 가도 좋다니··········.
‘옛날 생각나네··········.’
과거 고아원 시절부터 쭈욱- 같이 지내온 형이 있었다.
내 개같은 성격에도 불과하고 항상 옆에 있어준 고마운 형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이 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 잠이나 자야지.”
하준은 털썩-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그녀를 믿고 잠을 자려 했지만···········.
“쯧- 잠 다 깼네.”
다시 벌떡 몸을 일으킨 하준이었다.
자려고 해도 중간에 일어나서 그런가?
잠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하준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현재 시각 오후 11시.
차원 던전의 현장이라도 가볼 생각으로 숙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