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34)
ⓒ 애모르
다음날 일요일 아침.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하준은 이른(?) 시간에 아카데미를 나와 도시 시내를 구경하고 있었다.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도로를 걸었다.
원래라면 자고 있을 시간.
그럼에도 밖을 나와 싸돌아다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번에 앞당겨진 차원 던전 때문이었다.
[던전 발생 시간 : (29분 43초)]차원 던전.
과거 70년 전 사라졌다고 알려진 대혼란의 잔재.
그것이 서울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생겨난다.
그것도 가장 까다롭다는 특수 조건 던전으로.
“여긴가?”
곧이어 차원 던전이 발생하는 인근에 도착했을 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적이는 도심,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활발히 움직이는 이 도시의 어딘가에 차원 던전의 입구인 게이트가 생겨난다.
그리고 게이트는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을 집어삼키며 차원 던전의 내부로 가둘 것이다.
일단 차원 던전 안에 갇히는 사람들까지 구하는 건 무리다.
차원 던전이 발생하는 위치를 정확히 모를뿐더러 차원 던전의 기운은 반응하기도 힘든 속도로 순식간에 주위의 사람을 빨아들인다.
아마 내가 육안으로 확인하여 시간 정지를 발동해도 늦을 것이 자명했다.
‘얼른 일하고 자러 가야지··········.’
그래도 그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구할 수 있을 거다.
하준은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현재 시간 11시 40분.
아직 시간으로는 20분이나 남은 상태였다.
띠링-
그때 도어벨이 울리며 시선을 사로잡는 특이한 연녹발의 소녀가 카페로 들어왔다.
하준은 기이한 눈빛으로 그 소녀를 멍하니 바라봤고 곧이어 그 소녀가 하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허참··········.”
하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리엘라 하니스.
그녀는 참 자연스럽게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미소 지었다.
“뭐, 미행하신 거에요?”
“미행은 아니고 평범하게 따라왔다. 어제 일이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그걸 미행이라고 해요.”
“후훗, 너 정도 되는 놈이 내가 따라오는 걸 모를 리가 있나? 알고도 별말 안 하길래 허락한 줄 알았다 이놈아.”
하··········.
하준의 입가에 귀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할머니는 뭔 이상한 착각을 하는 건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방금 말했잖느냐. 어제 일이 신경 쓰여 따라왔다고.”
“괜찮습니다. 용서해 드릴게요.”
“고놈 참··········, 싸가지 하고는 네 표정은 아니라고 뻔히 말하고 있다.”
하준은 금세 짓고 있던 썩은 표정을 풀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대로 아아를 마시며 턱을 괸 채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 하준을 유심히 바라보는 리엘라.
리엘라는 어제의 최중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 소년에게 가르침을 주는 순간이 내 마지막일 걸세.
‘이 아이가 최중원의 마지막을 지켜줄 아이라··········.’
그 이후로 최중원은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를 품에 간직할 뿐.
‘최중원··········, 네 운명도 참으로 기구하구나··········.’
그것이 현자이기에 타고난 운명인지 리엘라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런 싸가지 없는 아이가 최중원의 마지막을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이번에는 네가 틀렸다. 적어도 이놈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놈이 아니다··········.’
강대한 힘을 가졌고 그 힘으로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얘기는 이미 최중원에게 들었다.
그렇기에 최중원은 이놈이 미래의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 생각했겠지.
허나, 하준의 성격을 파악하고 속을 알아차린 리엘라로서 틀린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아이는··········.’
영웅이 가져야 할 ‘책임’이 없었다.
“최중원에게 네 얘기는 많이 들었다. 많은 사람을 구했더구나.”
“··········제가 죽기 싫어서요.”
그 말에 잠시 진지한 눈빛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리엘라.
“··········그렇구나.”
그리고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 할 법한 대답이었다.
어디까지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구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래, 당연한 생각이다. 너는 구할 수 있기에 구할 뿐. 자신의 목숨과 저울질하지 않는구나.”
“예.”
담담하며 단호한 한마디.
저것이 일반적인 대답이니 리엘라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화의 상징을 맡길 만큼의 성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이 녀석은 힘을 가졌고 선의만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 선의가 언젠가는 책임으로, 이 아이를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 소년은 그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힘과 지금까지 이루어낸 명성을 숨기는 이유 또한 그렇기 때문일 테니.
“가시려고요?”
리엘라는 별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그래, 이만 가보마.”
“좀 있다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무슨 말이지?”
하준은 별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려 카페의 바깥을 바라봤고 하준의 시선을 따라 리엘라 또한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던전 발생 시간 : (1초)]·
·
·
[던전 발생 시간 : (0초)]쿠쿠쿠쿠쿵――――――!!
도심 전체를 흔드는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그것은 아주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후웅·········화악!!
짙은 자줏빛의 기운이 순식간에 나타나 사람들을 집어삼켰고 동시에 기운들이 한 곳으로 뭉쳐 거대한 게이트를 만들었다.
불과 1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 어?! 저, 저건 뭐야?!
“사, 사람을 집어삼켰어!!”
“꺄아아아악!!”
차원 던전.
과거 대혼란 시대를 만들어낸 원인이 서울 동대문역에 생겨났다.
그리고.
쿠쿵!
곧이어 던전이 만들어낸 여파가 충격으로 돌아와 주위를 휩쓸기 시작했다.
카차창!! 콰쾅―――――――!!
“으아아악!!!”
“뭐, 뭐야?! 대체! 뭐냐고!!”
“사, 살려줘!!”
주위에 수두룩하게 늘어선 건물의 창문이 차례대로 깨져 나가는 동시에 차들은 충격파에 휩쓸어나가 반파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주위에 널리 퍼졌고.
그리고··········.
일순간 조용해졌다.
“?!”
리엘라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의 비명이 일순간 멎었다.
잠잠하며 고요했다.
그 이질적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순간 카페 안의 이상을 눈치챘다.
리엘라는 주위를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없었다.
사람들이.
자신 외에 모두가 사라져 있던 것이다.
그 경악스러운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이건 대체··········.”
“굳이 안 도와주셔도 되죠?”
“?!”
곧이어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린 리엘라였다.
그곳에는 하준이 서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피곤한 몰골로 리엘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설마? 이 전부를 네가··········.”
“멀쩡하신 거 같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은 남긴 채 하준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당혹스러움에 눈만 깜빡이는 리엘라.
곧이어 리엘라는 조심스럽게 카페의 문을 열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보인 풍경은 처참했다.
외벽에 금이 간 건물과 반파된 차들.
주변의 모든 창문이 깨져 나간 마치 마수의 습격이라도 일어난 듯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의 인기척이 사라진 것이다.
* * *
차원 던전의 게이트 앞에는 협회의 요원과 훤칠하게 생긴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협회의 요원은 남자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고 남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차원 던전의 입구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게 그 차원 던전이라고요?”
남자의 이름은 김승환.
세계 랭킹 80위의 한국에서는 최상급 영웅인 윙맨으로 불리는 사내였다.
윙맨은 심각한 눈으로 차원 던전을 바라보다 협회의 요원에게 물었다.
“다른 최상급 영웅은 언제 오죠?”
“연락을 넣었으니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이미 협회에서는 던전에 갇힌 사람들의 구조를 위해 한국의 모든 최상급 영웅에게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하··········, 인명 피해는요?”
“그게··········던전에 갇힌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예?”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원인 불명의 전이현상이 발생해서··········.”
요원의 말은 이러했다.
던전이 발생하는 순간, 던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한 장소로 전이됐다고.
“일단 저희 협회 측에서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윙맨은 사람들을 구한 그 영웅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 덕분에 큰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자신이 이 던전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제가 먼저 들어가서 구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 안됩니다! 아무리 김승환 영웅님이라도 혼자 들어가는 건-”
“공략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사람들만 빠르게 구조한 뒤 밖으로 나오겠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가능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에서 잘 알려진 윙맨의 어빌리티는 ‘부유’였다.
원하는 물체를 띄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물체의 무게에 대한 제한은 있으나 띄우고 싶은 수의 제한은 없다.
아마 윙맨의 능력이라면 던전에 갇힌 그 많은 인원을 빠르게 구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상급 영웅들이 도착하면 곧바로 들어와 달라고 해주세요. 저는 먼저 들어가 구조한 사람들을 입구로 보낸 뒤, 그들과 합류하겠습니다.”
“김승환 영웅님!”
요원의 외침에도 윙맨은 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차원 던전의 게이트에 손을 뻗은 순간.
“··········이건.”
윙맨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주먹을 꽉 쥔 윙맨은 던전의 입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깡!
윙맨의 주먹은 게이트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결계에 막힐 뿐이었다.
윙맨의 표정은 더없이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갑작스럽게 생겨난 차원 던전의 정체를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이런··········.”
그 던전은 일방적인 입장조차 불가능한 조건 던전이었다.
* * *
“흐아암··········.”
차원 던전이 생기고 2시간이 지났을 때.
하준은 잠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각종 언론사에 보도된 기사를 읽었다.
각종 여러 기사가 보도됐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사는 차원 던전의 1차 공략팀이 실패했다는 기사였다.
다행히 기사를 확인해본 결과 게임 속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난 점은 없었다.
던전의 위치를 포함해 차원 던전 중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조건 던전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뭐, 일단 다행인 건가?’
솔직히 조금 걱정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찝찝해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내가 개입한 것이 말이다.
이 행동 또한 일단 미래를 변하게 한 것이니 시스템이 페널티를 주는 줄 알았지만 의외로 얌전했다.
이미 에피소드가 크게 앞당겨져 크게 변한 미래라서 그런가?
조금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 안 하는 느낌이었다.
2시간이 지났음에도 시스템의 알림이 떠오르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그럼··········.’
이제 내가 할 건 없었다.
일단 차원 던전 에피소드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편히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