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악마는 검색이 끝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군요. 이 보물을 원하시는 게 맞습니까?
“…어. 맞긴 하지.”
대답하면서도 최연승은 얼떨떨했다.
정말 이렇게 얻을 수 있다고?
아무런 싸움도, 속임수도 없이?
-자. 그러면 이제 필멸자께서 무엇을 지불하실 수 있을지 말씀해주실 시간이군요.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응?”
최연승의 반응에 악마는 왜 그러냐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무엇을 걸고 계약을 하실지 말씀해주셔야죠. 대가는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과거, 현재, 심지어 미래의 대가도 상관없어요. 가치만 맞으면 됩니다. 자. 무엇을 지불하실 수 있으십니까? 보통 잘 모르는 초심자 분들은 영혼을 많이 걸곤 합니다.
“영혼을?”
-예. 자신이 가진 육신의 수명이 다하면 영혼을 주인님한테 바치는 거죠. 영혼의 가치에 따라 꽤 강한 보물을 받을 수 있어서 인기 있는 계약입니다. 제가 보기에 필멸자 분의 영혼은 아주 높은 가치가 있을 겁니다. 제 눈을 믿으셔도 좋습니다.
“……”
당연히 영혼을 걸 수는 없었다. 애초에 악마 성좌의 약점을 얻기 위해 왔는데 영혼을 바칠 수는 없지 않은가.
“영혼 말고 다른 건?”
-다른 것도 다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정말 모든 게 다 가능합니다. 최근에 한 필멸자 엘프 분께서 만 명의 영혼을 십 년 안에 주인님께 바친다고 맹세하고 보물을 받아간 적도 있었죠.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 처벌을 받을 테니까요.
‘생각보다 어렵다!’
최연승은 고민에 잠겼다.
힘과 계략으로 계약책을 빼돌릴 생각이었지, 이런 말장난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영혼은 당연히 안 되고, 향후 영혼들을 바치는 것은 더 안 될 거고…’
계약책에 걸맞은 가치를 가진 게 무엇이 있을까?
-일단 권능들이 있겠구나.
“!”
그랬다.
최연승이 필멸자로 위장한 덕분에, 여러 성좌들에게서 받은 권능들이 있었던 것이다.
나 같은 악신 성좌들의 권능은 힘에 절박한 헌터나 쓰는 거였지 이미 무공으로 정점을 찍은 최연승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이런 건 그냥 바쳐도 괜찮았다.
‘은 아까우니까 챙겨둬야지.’
최연승은 은 아껴뒀다.
이번 레이드에서 생각치도 못한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다른 성좌의 권능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했는데, 이 또한 무공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사용하기 쉬워졌다.
“성좌들에게 받은 권능들을 올려놓겠다.”
-오오! 그런 걸 갖고 계셨습니까!?
악마는 매우 기뻐하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최연승이 제시한 권능 스킬들의 값어치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비싸지만… 죄송합니다. 많이 부족하군요.
“무슨… 이게 어느 성좌께서 주신 귀한 권능인지 아나!?”
최연승은 못내 아쉬웠는지 억지를 부렸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태의 여신은 어이가 없었다.
‘후계자 너… 한 번도 안 썼잖니…’
개무시도 저런 개무시가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귀한 권능이라고 우기다니 좀…
그러나 최연승의 말에도 악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필멸자 분들이 원하는 보물과 내놓는 대가의 가치가 맞는지 계산할 뿐,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는 알 수 없거든요.
“……”
악마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듯하다 싶었다.
성좌 입장에서 악마가 무슨 보물과 대가가 오가는지 알게 되면 신경이 쓰일 테니까.
최연승이나 천칭의 여신처럼 권속들과 끈끈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성좌는 드물었고, 보통은 권속 중에 머리가 좀 굵어졌다 싶으면 배신자가 나오곤 했다.
그런 걸 신경 쓴다면 악마들이 보물이나 대가의 가치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도 당연한 일.
‘어쨌든 안 된다는 거군.’
권능으로 안 된다면…
[가 보물은 어떠냐고 묻습니다.]‘내 보물들?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것들이라 아까운데…’
최연승은 정말 아까웠지만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악마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
“그쪽에서 추천해줄 수는 없나?”
-음.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영혼 말고… 오. 추천 계약이 하나 나왔습니다. 필멸자 분께서 127년 동안 일하시면서 이 건물의 악마들을 진두지휘하는 계약이군요.
“……”
최연승은 몰랐지만 이 계약은 정말 대단한 계약이 맞았다.
고작 127년 일하는 걸로 성좌의 성물을 받아갈 수 있다니!
그만큼 최연승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과 별개로, 악마를 진두지휘하라고 할 정도면…’
나태의 여신은 속으로 생각했다.
계약이 능력을 좋게 평가하는 것과 별개로,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천사 종족 상대로 ‘악마들을 진두지휘해주세요’라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봤자 서로 성향이 너무 달라서 문제만 생길 테니까!
즉 이 제안은…
최연승이 악마들을 진두지휘해도 매우 잘 할 거라고 판단을 내렸기에 제안이 나온 것이다.
‘말해주면 화낼 테니 말하지 말아야지.’
나태의 여신은 지금 이 진실은 자기만 알기로 했다.
최연승한테 ‘악마와 잘 맞는대’라고 전해주면 화를 낼 테니까.
“그건… 안 되겠군. 127년은 너무 길어.”
-그렇습니까? 아주 좋은 추천 계약인데… 오오! 다른 추천 계약도 하나 있군요. 89년짜리 계약인데, 실적이 좋지 않은 지옥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 가셔서 실적을 개선하시는…
“그런 거 말고는 없나?”
악마는 최연승의 말에 엄하게 대답했다.
-실례지만 필멸자 분.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보물을 얻고 싶으시다면 그에 합당한 계약을 해주셔야지요!
“……”
악마한테 훈계를 받은 최연승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의 말은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계약책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으음. 이런 건 어떨까? 어떤 조건이든 간에 1만 년 후까지 바치겠다고 하는 거지.’
-영리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은 다른 필멸자들도 했겠지. 애초에 계약 자체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단다.
이 보물을 받아가는 대신 10,000년 안에 1만 명의 영혼을 바치겠다.
이런 식으로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필멸자한테 유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악마 성좌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런 식으로 가면 그냥 계약을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어지간히 대단한 게 아니라면…
-…그렇군.
그 순간 최연승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비밀을 걸겠다.”
-오. 비밀인가요? 비밀도 좋은 대가지요.
“일만년 동안, 계약책에 해당하는 가치를 바치지 못한다면 내가 가진 비밀을 바치겠다. 이 계약은 어떻지?”
-필멸자 분. 기간이 너무 긴 것 같아요. 비밀의 가치가 어떨지는 몰라도 일만년은 전례가 드문… 아니!?
악마는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계산기가 ‘OK’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계약은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
-되는군요! 놀랍습니다! 대체 어떤 비밀이길래 그걸 담보로 잡고 일만년의 시간을…?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모르지 않나?”
-맞는 말씀이십니다. 어쨌든… 거래를 축하드립니다! 필멸자 분. 여기, 를 받으세요!
최연승은 두꺼운 가죽 책을 받았다.
책 안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존재력이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느낌을 줬다.
위대한 계약들의 서:
계약과 질서의 악마가 자신의 소중한 계약들을 기록해 놓은 서책입니다. 주인이 아닌 만큼 완벽하게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안에 담긴 계약의 힘은 일부라도 ■■■■■■■■■■…
‘손에 넣었다!’
이 계약책은 최연승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상대 성좌한테서 뺏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계약과 질서의 악마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필멸자 분?
“?”
악마가 부르자 최연승은 살짝 긴장했다.
설마 이제 와서 자기가 넘긴 물건의 가치를 눈치 챈 건 아니겠지?
-서비스 만족도 평가좀 좋게 남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지. 만점을 넣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최연승은 악마와 악수를 하고 건물을 나섰다.
* * *
[가 를 욕합니다. 자신의 권속을 건드린 건방짐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가 를 옹호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기업을 치워버린 일은 칭찬 받을 만하다고 주장합니다.]는 성좌들 사이의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흠. 흠.
그 밑의 악마들은 최선을 다해 두꺼운 서류 뭉치를 해치워나가고 있었다.
지구는 정말 흥미로운 곳이야. 다른 어리석은 성좌 놈들은 그 가치를 고작 영혼의 숫자로만 보고 있지만 말이야.
부관 악마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했다. 그러기에 너무 바빴던 것이다.
악마 성좌도 그걸 알았기에 굳이 더 말을 걸진 않았다.
내가 보기에 지구의 인간들이 가진 가장 귀한 보물은 바로 그 체제야. 마법 없이도 쌓아 올린 그 체제! 내가 거기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었는지 아는가?
‘개새끼들.’
‘인간 새끼들 보이면 잡아먹어 버릴 테다.’
악마 권속들은 빠득빠득 이를 갈며 지구의 인간들을 욕했다.
대체 지구의 인간들이 뭔 개짓거리를 하면서 살았기에 악마 성좌가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매번 영감을 얻는단 말인가.
원래 악마들의 업무도 이렇게 처절하진 않았다.
드넓고 평화로운 영역에 악마들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누군가 계약을 원하면 적당한 악마가 어슬렁거리면서 찾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게이트가 열리고 악마 성좌가 지구를 관찰하고 나서부터 그들의 업무도 대격변을 맞이했다.
지구의 방식을 모방한 극한의 효율화!
이건 앉는 순간부터 일어나는 순간까지 악마의 모든 능력을 쥐어짜는 것 같은 시스템이었다.
악마들은 지구의 인간들이 믿겨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삶을 살아간단 말인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체크해서 업무 평가에 페널티 주게 만든 인간 새끼는 내 맹세코 영혼을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
‘필멸자 놈들한테 서비스 만족도 평가시켜서 낮은 점수 나오면 지하로 보내버리는 시스템을 만든 놈에게 증오를!’
지구의 기업들은 자기들이 어비스 악마들의 롤모델이 되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 성좌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인간들의 은행이야. 이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물건을 뺏어오는 방식이 아주 매력적인 것 같은데… 이걸 내가 완전히 이해하기만 하면 내 계약은 한층 더 진화하겠지.
‘제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놈들아! 적당히 좀 해라!’
악마들은 기도했다.
인간들의 은행이 무슨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하는지는 몰라도, 악마들에게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지. 성좌들이 시끄러워서 관찰하기가 힘들군. 폭력적인 자들 같으니.
악마 성좌는 하루를 마감 짓기 위해 손에 계약책을 불러냈다.
…그런데 나오지 않았다.
?????
악마 성좌는 다시 불러냈다.
물론 그런다고 없는 계약책이 나오진 않았다.
계약관리부 부장, 보물확인부 부장 호출하도록.
-예?
아직도 이름을 못 외웠나? 138호 악마, 84호 악마를 호출하라고 했지 않나!
-앗. 죄송합니다!
호통을 들은 악마는 억울해했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숫자로 불렀다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 지구에서 따온 이상한 호칭으로 악마를 부르니까 바로 못 알아듣는 것 아닌가.
‘하여간 모든 게 다 지구의 인간 놈들 때문이야. 그 놈들 때문에 악마들의 문화가 망가졌어!’